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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이것이 조선시대 셰프다!(희망편) (6/289)



〈 6화 〉이것이 조선시대 셰프다!(희망편)

강준은 부엌 곳곳을 살펴보며, 식재료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역시 한 이라는 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활발히 한다고 한들, 아직은 평범한 시민들은 조선시대 시기의 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흠....이 시대의 식용유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정도일 것이고, 역시 라드*정도인가?”
(라드*:돼지고기의 비계에서 추출한 식용 기름)

식용유라 하면 결국 버터와 라드 같은 동물성을 재외하고는 대부분 곡물을 짜내는 것이기에, 기계나 화학적 공정이 없다면 아주 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자되는 식재료이다.

지금 보아하니 향이의 집에는 구석의 작은 항아리에 들어있는 돼지비계를 보니, 라드도 정확히 만들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행이 소금은 일반인들도 사용할 있을 만큼 공급선이 있고, 그 후추도 조금 돈 많은 사람이라면  수 있다니.

소금은 살짝 보니 천일염 같던데,  나라에 염전이 있는 건지, 아니면 소금을 대량으로 들고 오는 상인이 있는 건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언젠가 다른 나라의 상인들과 만날 수만 있다면, 양식 요리를 위한 식재료를 얻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채소 손질 다 끝냈어요.”

“아. 다 끝났어? 오. 깔끔하게 잘했네.”

향이가 손질을  채소들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왔다. 감자도 파인 곳 없이  다듬었고, 이정도면 잘 한편이지.

“그럼 슬슬 식사 준비를 할 테니 혁수랑 같이 방에서 기다리고있어.”

“어..저기...”

“응? 무슨 일 있어?”

내 말을 들은 향이는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우물쭈물하며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강준 도령님이 요리하시는 모습을 지켜봐도 될까요?”

“그래? 뭐 괜찮아. 마음껏 보도록 해.”

“네..네!”

향이의 부탁에 딱히 곤란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은 체, 간단하게 수락했다.

지구에 있을 때는, 요리사 꿈나무들에게도 자주 강의를 하곤 했으니, 이런  강준에게는 아주 익숙했다.

“그럼 한다.”

이번에 만들 요리는 간단한달걀 볶음밥으로 정했다.

반찬은 감자볶음이면 충분하겠지.

간단하고, 만들기 쉽고, 남녀노소 좋아하는 볶음밥은 이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강준이 과연 지구의 식습관이 이 세계에도 통하는지 향이를 통해 확인하기 위한.
어떻게 보면 일종의 시험이다.

먼저 아궁이의 가마솥을 들어내어 화로 두 군데를 만들어 놓는다.

근데 가마솥은 역시 무겁더라.

남자였다면 몰라도, 여자의 몸으로는 꽤 힘들어서 끙끙거리고 있으니, 향이가 다가와서 번쩍하고 들어냈다.

항아리를 옮기는 때부터 그랬지만, 향이는 상당히 힘이 센 모양이다.

정작 향이는 그런 끙끙대는 강준의 모습을 보며 몰래 시시덕거렸지만.

그리고 생긴 화로에 냄비를 올려, 소금을 넣고, 물을 끓였다.

이 시대의 냄비는 역시 우리 시대와는 다르게, 쟁가비 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생긴 것이 마치 갓처럼 움푹 들어가 있고, 가장자리가 넓게 생긴, 마치 파스타 접시처럼 생겼다.

그리고 간단하게 감자, 양파, 당근을  썰었다. 하는 김에 파도 송송 썰어두었다.

파는  군데로 나누어, 한쪽은 볶음밥에, 나머지 한쪽은 감자볶음에 들어갈 것이다.

이제 물이 끓어오르면 감자를 넣고 잠깐 데쳐준다.

“강준 도령님. 감자를 삶는데 왜 이렇게 썰으신 것인지요?”

향이는 내가 감자를 볶는 게 아니고 삶을 것으로 생각하나보다.

이렇게 질문을 해주는 열정 있는 학생은 아주 마음에 들지.

“삶는 것이 아니고, 볶을 건데, 한 차례 데쳐주는 거야.”

“그럼 바로 볶으면 되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시는 것인가요?”

“감자는 다른 채소들보다도 익는 데 시간이 걸리거든, 그래서 소금물에   데쳐주면, 간도 약간 배고, 아주 잘 익어. 겸사겸사 전분기도 빼고. 전분기가 있으면 감자볶음이 질척해지거든.”

“그렇구나...신기하네요.”

향이에게는 강준의 신비로운 요리가 아주 대단하게 느껴졌다.

엄청 대단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지만, 색다른 조리법은 향이에게는 충격이었다.

강준은 자신의 요리를 보며 꽤 기분이 좋았다.

요리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면, 늘 그랬다.

강준은 쟁가비 안의 물이 끓어오르자, 감자를 넣고 잠깐 데치고는 꺼내놓았다.

냄비는 이제 쓸 일이 없으니 꺼내서 옆으로 치워 놓고, 솥뚜껑을 가져와, 아궁이 위에 뒤집어 올렸다.

볶을 만한 팬 같은 것은 상당히 비싸서, 솥뚜껑을 써야 했다. 하나밖에 없어서 먼저 감자볶음을 해 놓고, 볶음밥을 해야 할듯하다.

점점 달구어져 가는 솥뚜껑에 돼지비계를 올려 기름을 내고, 충분히 나왔다 싶으면, 아까 썰어놓은 파와, 향이가 오기 전에 빠르게 다진, 마늘을 넣고 빠르게 볶아주어 파 기름을 내어준다.

화력 조정이 힘든 아궁이라서,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마쳐야 했다. 불 맛은 확실하겠지만.

먼저 당근을 넣고 볶아준다.

당근에 들어 있는 비타민 성분은 지용성이라서 기름에 넣고 볶아주면 영양소도 훨씬 많이 녹아들 뿐만이 아니라, 맛도 풍부해진다.

그다음으로는 한번 데쳐준 감자를 반투명해질 때까지 볶아준다.


그다음 마찬가지로 썰어둔 양파를 넣어서 센 불에 빠르게 볶고, 소금을 뿌려 간을 맞추어 주면, 짠!

“자. 감자볶음은 됐고, 바로 메인으로 넘어가자. 그 전에 혹시 이걸 덮어둘 용기 같은  있어?”

“어....다른 그릇을 엎어두면 되겠습니까?”

“그 정도면 식지는 않겠지. 좋아.”

바로 달걀 볶음밥으로 넘어가자.

먼저 깨끗하게 닦아 낸, 솥뚜껑에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돼지비계+파를 넣어 파 기름을 만들어 준다.

그 뒤엔 향이가 막 닭장에서 들고나온, 따끈따끈한 달걀을 풀고, 익기 전에 빠르게 뒤섞어 준다.

그리고 살짝 익었다 싶으면, 달걀을 가장 열이 덜 받는 가장자리로 옮긴 뒤, 열이 가장 많이 받는 중심지에 간장을  스푼 정도 뿌려, 조려준다.

이렇게 하면 간장에 특유의 불 맛이 강하게 나기 때문에 볶음밥을 할 때,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굴 소스만 넣었으면 정말 맛있겠지만. 그런 건 우리에겐 없으니 간장으로만 대체해야 했다.

아, MSG여.

재료 본연의 맛으로만 요리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달랐다.

인체에 해가 있지도 않고, 간단하게 맛을 더 높은 단계로 이끌어주는 재료를 왜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애초에 시판되는 굴소스들  죄다 MSG가 들어가있는데 말이다.

간장이 졸아들어 거품만 뽀글뽀글 나올 때쯤에 달걀을 다시 옮겨 간장에 잘 비벼준다.

 뒤에는 찬밥을 솥뚜껑에 부어, 한 알, 한 알이 잘 부스러지게 볶아주면 끝!

‘에고...이거 진짜 힘드네..’

애초에 여자아이의 몸으로변해서 신체 능력이 많이 떨어진 것은 둘째 치고,  같은 전용 팬이 아닌 두꺼운 솥뚜껑에 요리를 하려니, 불 조절이 안 되어, 순전히 내 손으로만 잘못해서 요리가 타지 않게 해결해야 했다.

만약 여윳돈이 생긴다면 주방도구들을 새로 사든, 의뢰해서 만들든 해야 할 것 같다.

“우와아....”

그리고 그런 볶음밥을 만드는 나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향이.

향이는 이런 요리를 처음 보았다.

볶는다는 것은 잡채나 오적어(烏賊魚)**를 볶거나 했지, 밥을 볶아서 먹는다. 라는 상식은 향이가 알고 있는 상에서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오적어**:조선 시대의 오징어의 명칭)

돼지기름에서 풍겨오는 파 향의 냄새가, 졸아들어 불의 향을 내는 간장의 풍미가 향이의 코를, 혀를 가만두질 못하게 만들어 자꾸만 코를 벌름거리고, 침이 꼴깍하며 넘어갔다.

“자. 이렇게 밥그릇에 담고, 접시 위에 뒤집으면, 끝.”

“와! 정말 멋있어요!”

“그..그래?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강준은 드디어 향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귀엽다에서 멋있다로 바꾼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역시 사나이 임강준. 아직 죽지 않았다!

“자. 어서 가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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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형   썼어?”

“힘은 무슨,  정도는 눈 감고도 한다 임마.”

간단한 반찬 하나와 김치, 3명분의 밥그릇까지 얹으니, 좁은 밥상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김치도 있더라.

마을에서 단체로 김장할  받아왔다고 한다.

이 세계는 역시 지구와도 비슷하면서 다른, 마치 평행세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끈이론? 웜홀?  과학 쪽은 젬병인데.

아무튼 잡생각은 저리 치우고.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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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볶음...이라고 하셨지?...일단 이것부터..’

향이는 떨리는 손을 되잡고, 젓가락을 들었다.

무려 강준 도령님 세계의 왕제께서도 극찬(그런 말 한 적 없음.)하신 강준 도령님의 요리였다.

지금  요리를 먹는다는 것은, 마치 존귀하신 왕제님과 같은 식사를 하는 것 아닌가.

마음 한구석에서 불경하다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볶아낸 감자볶음의 향은 향이의 그런 말을 바로 덮을만한 위력이 있었다.

“하음....음!”

 입부터 느껴지는 강렬한 돼지기름 특유의 꾸덕꾸덕함과 고소함, 그 것을 바로 비집고 들어오는 포슬한 감자의 묵직함, 그럼에도 당근의 아작아작한 식감과 양파의 은은한 단맛.

그 오묘한 맛들이 아주 잘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이루어 내었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젓가락질을 하고 싶었던 향이였으나, 아직 그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달걀볶음밥.

향이는 아주 조심스레 숟가락을 들었다.

아직 향이의 상식에서는 밥을 볶는다. 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상당이 긴장되었다.

밥은 원래 흰 쌀밥에 반찬이나, 국을 곁들여 먹을 뿐, 밥 자체를 조리한 요리는 그녀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오..와...밥알이 붙어있지 않고, 제각각 떨어져 있어...’

향이가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뜨자, 항상 보았던 쌀밥 특유의 뭉쳐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볶음밥 자체가 기름에 볶아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강준 특유의 조리기술은 그야말로 밥들 한군데 모여 있지만, 뭉쳐있지는 않은, 마치 모래알 같은 밥을 만들어 내었다.

‘그럼..한 입.....“

그녀는 다른 두 사람이 눈치을 챌  없게, 몰래 심호흡을 하고, 덥석 하고 숟가락을 한입 물었다.

“....와.”

그렇게 처음으로 그녀의 탄성이  밖으로 나왔다.

아까의 감자볶음에서 느낀 것보다 더 확실하게 다가오는 기름의 고소함과 그 기름에 착 달라붙어 있는 파의 향.

태워진 간장에서 느껴지는 쌉쌀하지만, 강렬한 불향.

밥알은 하나하나 그런 기름에 코팅되어 씹을수록 감칠맛이 터져 나왔으며, 부드럽게 씹히는 달걀의 식감.

그야말로 향이가 이때까지 먹어보았던 음식 중 최고의 맛이었다.

“와! 진짜 배고파서 그런지 엄청 맛있다!”

“야이씨...튀기지 말고 먹어 새꺄.”

“두..두분들은 이런 음식을 자주 드시나요?”

“음...뭐 솔직히 이 정도면 좀 아깝긴 해. 한 100점 만점에 63점?”

“그..그렇습니까...?”

한 입 먹자마자 튀어나오는 감탄사를 참을 수도 없었던 향이는, 이런 음식들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강준을 보곤, 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대단했다.

강준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만약 오늘 아침에,  시간에 물을 뜨러 가지 않았다면? 강준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고, 이 요리 또한, 먹어보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향이는 자신의 장점 중 하나인 성실함에 감탄하며 바삐 손을 움직였다.

“읍...콜록콜록...!”

“천천히 먹어. 혁수 저놈이 안 뺏어가.”

“웨 구기수 눼가 노오?(왜 거기서 내가 나와?)”

“닥쳐. 입안에 있는 거  넘기고 말해.”

“넘오해...(너무해...)”

“국이라도 하나 만들까 했는데, 국물 낼 재료들이 없더라. 자. 여기  마셔.”

“가..감사합니다.”

부끄럽다.

강준의 요리가 정말 맛있긴 하지만, 허겁지겁 먹다가 목에 걸리다니...예의에어긋나는 행동에 향이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강준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함은 좋지만, 상당히 느끼하고 특유의 꾸덕함 관건이네,
콩기름이 아닌 돼지기름을 쓰니까, 상당히 느끼해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먹기힘들  같다.‘

강준은 셰프다.

자신의 요리에는 분명강점도 있지만, 단점이 있는 것도 그냥 넘기지 않고, 확실하게 분석하고, 연구한다.

이번 요리를 통해,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향이를 통해  세계의 사람들도 우리의 입맛과 비슷한 입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사람.

‘햐. 이틀만의 밥은 정말 개꿀맛 이구나~’

아무생각 없이 그저 입속에 모든 걸 쑤셔 넣는 혁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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