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식후 연초 불로초 (7/289)



〈 7화 〉식후 연초 불로초

“그래서, 밥은먹을만했어?”

식사를 끝낸 뒤, 뒷정리를 하며 강준은 향이에게 요리의 맛을 물어보았다.

식사를 하며 향이를 관찰하던 강준은 향이가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걸 봤기 때문에 내심 향이의 반응을 알고는 있었지만, 혹여나 해서 물어보았다.

“네? 정말 훌륭했어요! 그런 음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았는걸요?”

그럼 그렇지. 누가 만든 건데.

‘아차아차. 이 정도 가지고 으쓱해지지 말자. 아직 이 세계의 식습관은 잘 모르니 항상 침착하게.’

“그..그렇지! 하하. 맛있었으면 다행이지.”

말은 그렇게 하는 강준이지만 그녀의 어깨는 강준도 모르게 하늘을 뚫을 듯, 으쓱해져 있었다.

“아따 배부르니까 잠이 솔솔 온다.”

“이 새끼는 진짜 돼지 새끼인가. 야! 당장 가서 식기들 설거지 해와! 항아리에 있는 물 쓰지 말고, 아까 집에 오든 길에 보이든 강에서 씻어.”

“에엥? 귀찮은데...”

“닥치고 빨리!”

“알았어...”

밥을 먹자마자 벌렁 누워버린 혁수놈을 발길질로 일으켜, 일을 시켰다.

저렇게 게으른 놈이 근육은 어떻게 키웠다냐.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제가 아침에 떠온 물을 써서 설거지하셔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건 향이 네가 힘들게 떠온 아니야?”

“괜찮아요! 내일 다시 떠오면 되죠!”

“....물 뜨러  때 같이 가줄게. 물론 니 새끼도 같이 간다.”

“오우! 아침운동은 언제나 환영이야!”

어느새 시간은 흘러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는 시간대였기에, 설거지는 향이가 떠온 물로 끝내고, 이부자리를 폈다.

“아....담배 마려워.”

바닥에  늘어져, 안습한 얼굴을 보이는 강준. 담배란 그에게 있어서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였다.

“완전 꼴초라니깐....작작 좀 펴.”

“피고 싶어도 다 떨어졌거든...”

주머니에 있던 담배 한 갑은 이미 산에서 다 피고, 담뱃재만 남은 상황이었다.

아아. 니코틴, 타르, 어디로 가버리신 겁니까.

“담배를 핀다...혹, 남령초를 이야기하시는 겁니까?”

“남령초? 아아..곰방대로 피는 그거?....필 만한가?”

“아버지가 남기신 곰방대와 남령초가 있기는 합니다만...그게 그렇게 좋으신지요? 독하고  냄새만 풍기는걸....”

“아 일단 한번 줘 볼래? 응? 응?”

곰방대로 피건, 종이에 말아서 피던, 담배는 담배 아닌가. 지금 강준은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음....하지만 몸에도 좋지 않다는 말도 있고....”

향이의 시대는 담배란, 백성들의 기호식품이었다.

남녀노소 전부 피는 것은 합법이긴 하나, 대부분의 흡연자는 성인이었다.

애초에 아이들은 담배 냄새에 민감해서 싫어했고, 부모들도 아이들에게는 이르다는 생각이 잡혀있어, 술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는 허락하지 않았다.

물론 몰래몰래 피는 아이들도 있긴 했지만, 걸리면 따끔하게 혼구녕이 날 뿐, 큰 제재는 하지 않았다.

“아 왜그래애....괜찮다니까?”

담배에 미쳐, 향이에게 안달하는 강준 이었지만, 향이는 그런 강준이 귀여워서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실 때마다 나는 냄새에 불평하기도 했지만, 지금만큼은 아버지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조금만  애태워 볼까? 더 감질나게 해볼까?

저렇게 귀엽게 굴고, 주눅 거리고, 아아....그럼 혹시?

“그..그럼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무..뭔데? 말 만해! 내일 진수성찬이 먹고 싶어? 아...그건 재료가 없어서 힘들지도....아님 집안일? 문제없어! 저 근육돼지놈 시키면 돼! 그러니까 얼른..얼른!”

“아니 거기서 내가왜 나와 또?”

“닥쳐. 닥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향이에 말에 흥분하여 횡설수설 말을 내뱉는 강준, 얼마 전의 요리할 때의멋있던,  강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귀여웠다.

“저...언니...라고 한 번 불러주시겠습니까?”

“뭐라고 불러....뭐?........”

“저....항상 여동생이 있었으면 했습니다...귀엽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아니...하....”

분명 몸 쓰는 일...아니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고, 노동의 부탁인  알았는데, 언니?

언니이이이?

34살 처먹고, 띠동갑보다 어린 여자애한테, 심지어 이 모습으로 언니?

사나이 임강준. 그의 인생은 1급 현역, 남자 냄새나는 주방에서 형이라고는 불렀지, 감히 그의 자존심 앞에서 그런 말이 나올 리가....

“어..언니....”

전부 다 나가주세요. 뒤지기 싫으면.

“와...형 진짜 깬다...아무리 담배를 피우고 싶어도, 그건 진ㅉ..와...”

“닥쳐, 닥쳐, 닥쳐,”

강준은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혁수에게 조용히 윽박질렀다.

“아니 진짜, 이건 웃음도  나와. 심각하네...”

그 자존심 높던 강준 형이, 담배 하나에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다니...

원래부터 담배를 피지 않던, 혁수 였지만, 지금 강준의 모습을 보고 더욱 비흡연자의 길을 탄탄하게 다졌다.

“한 마디만  지껄여봐, 죽여 버릴 거야.”

34세 사나이 임강준. 그는 여기서 또 한 번 죽었다.

귀까지 새빨개진 채로, 더듬더듬 언니라는 말을 내뱉자, 향이는 더더욱 강하게 나갔다.

“자. 이제 그 남령초인가 뭐시긴가 언능 줘.”

“네? 잘 안 들렸습니다만?”

“향이 너..진짜...!”

“네?”

“.....언니...언니..! 언니!!!”

담배 때문에 언니라는 말을 내 뱉기는 했지만, 그는 이미 자괴감으로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살다살다 시발. 이런 말도 하는구나. 담배진짜 거지 같네.’

“네~ 향이 언니랍니다! 아이구~ 이렇게 귀여우면 어떡해~”

“야! 잠만!끌어안지 마!, 머리 쓰다듬지 말라고! 아이씨! 진짜 성질 뻗쳐서 진짜!”

결국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향이는, 강준을 끌어안고, 마구잡이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허! 언니라니까? 언니! 반항하는 못된 아이는...이렇게..이렇게!”

“아..아하하하하!..야!..힉! 하핳!!..그..그만!..히학ㅎ흐핳마!!”

여자아이의 몸이라서, 향이가 간단하게 만지는 손길에도 민감하게 느껴지는  몸뚱아리덕에, 강준은 숨도 못 쉬고, 소리를 질렀다.

아아. 담배가 뭐기에 이렇게까지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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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어우..좀 독하긴 하네.”

마루에 앉아, 곰방대를 뻐끔거리던 강준은 기침을 내뱉었다.

가공 없는  담뱃잎을 말려서 피는 거라, 현대의 담배보단 훨씬 독하기는 하지만.

“후우...속이 싸악 내려가네.”

담배최고.

식후 연초 불로초. 역시 옛말은...옛말 맞나? 암튼 틀리는 게 없다.

밝은 달빛을 내리쬐며, 피는 담배는 최고다.

“저..저기...강준 도령님...잘못했습니다...부디..용서를...크흡...”

“쓰읍....손 내려간다? 귀에 딱 붙혀!”

“흐응...”

그런 강준 옆에 무릎을 꿇고, 팔을 들어 올린 향이가 있었다.

아무리 어린 여자아이라지만, 이번 것은 선 넘었지.

아직 팔이 심하게 안 떨리는  보니 한참 멀었다.

“아니 근데 나는 왜!”

“닥쳐. 넌 답이 없어.”

“아악! 사람 살려!”

그 옆에는 바로 머리 박고 뻗쳐있는 혁수를 한번 발길질을 해 주었다.

이 새끼는 내가 그런 수모를 겪고 있었는데 옆에서 꺽꺽거리며, 쪼개고 있더라.

뒤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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