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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화 〉일자리 찾기! (8/289)



〈 8화 〉일자리 찾기!

“그러고 보니 향이 너는 어떻게 돈을 벌어?”

이른 아침, 향이가 물을  항아리를 머리 위에 이려는 것을 적극적으로 말린 뒤, 혁수놈에게 떠넘겼다.

향이는 한사코 자신이 하겠다고는 했지만, 염치가 있지.

먹여주고,(요리는 내가 하기는 했지만, 재료는 전부 향이의 것 아니었는가.),입혀주고(정말 싫기는 했지만, 안 입으면  되니...),재워 줬으니  정도는 우리가 해야 했다.

받은  확실하게 되갚자. 가 강준의 모토이다.

그래 받은 것이 은혜든 원수든 말이지.

이거 은근 무겁다고 불평하기는 하지만, 가뿐하게 들고 있는  보면,  근육이 거품은 아닌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혁수 저 녀석, 우리  중에 가장 빨리 일어나더니, 마당에서 맨몸운동 하고 있더라.

땀 뻘뻘 흘리며 푸쉬업을 하고 있던 저 녀석 근데 평소에는 이리 게으를까?

이상한 놈.

그렇게 우리는 우물물을 뜨고,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는지, 간단한 잡담을 했다.

사실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어떤 곳에서 살아가든, 돈은 항상 필수 불가결이다.

“음...저 같은 경우는, 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에 들어가서 일하는것도 아니라, 마을에 가서, 소일거리를 받아와서 일해요.”

“소일거리? 어떤 건데?”

“음. 찢어진 옷을 꿰매거나? 청소를 돕거나? 일손이 모자랄 때 가서 돕거나 하는 식이에요.”

“힘들지는 않아?”

“그래도, 가끔 보람찰 때가 있어서 괜찮아요!”

아. 정말 성실한 아이구나.

강준은 마음깊이 향이의 마음가짐에 감동을 먹었다.

“그런 소일거리는 어디서 받아?”

“마을의 관아 앞에 있는 방문(榜文)*에서 일거리를 찾거나, 아니면 저를 아시는 분들이 찾아와서 부탁하고는 해요.
(방문: 조선 시대의 벽보를 뜻합니다.)

흠. 대충 일거리 같은 경우는 알선해주는 곳은 없고,알아서 벽보를 붙이고, 알아서 찾아가는 형식인가 보구나.

“흠...좋아. 우리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돈을 벌어야 하니, 항아리 옮기는  끝나면 마을을 소개 좀 시켜줄래? 겸사겸사 네가 필요한 장도 볼 겸해서 말이야.”

“네! 저는 좋아요!”

마을이라....저번엔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확실하게 살펴보지도 못했지.

어떤 식재료들이 강준을 기다리고 있을까?

강준의 어깨가 기대에 찬  약간씩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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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처음에야 이 상황이 무섭고 놀랍기만 해서 제대로 보질 못했는데.

정말 사극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죄다 한복을 입고, 건축물 또한, 초가집들이 모여 있는 것이 신기했다.

어떤 여자는 머리에 바구니를 이며 길을 나아갔고, 어린아이들은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술래잡기를 하거나, 자치기, 연을 날리고 있었다.

“진짜 신기하긴 하다, 그치 형?”

“그러게...신기하네.”

한없이 감탄으로 차있는 혁수지만, 강준은 내심 막막하기만 하다.

분명  세계의 식재료들이 우리 세계와 비슷한지? 사람들의 식문화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같은 궁금증과 흥미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곳과는 다른, 이곳에서.

과연 우리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만약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 비루한 여자아이의몸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머릿속에서는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아보지만, 마음속에서 솟아나는이 절망감은 억누르기가 꽤나 힘들다.

그런 강준의 심정은 모르고, 계속 들뜨기만 하는 혁수를 보는 강준은 착잡하기만 하다.

‘이 새끼가 가드레일을 박지만않았어도....’

이런 세계에 떨어질 일도 없었고, 여자애가 될 일도 없었고, 향이에게 그런 일을 당할 필요도......

“..자 일단 일자리가 있는지 확인하러 가보자!”

생각하지 말자, 그래. 별수 없는 거야. 겉모습만 보면, 그런 일들이 이상하지는 않잖아?

그냥 평범하게 여자아이들이 꽁냥 거리는 거니깐.

근데 평범하게 꽁냥 거리는게 맞나?

점점 향이의 행동이 조금씩 무서워지곤 하는데..

강준은 약간 서늘해지는 몸을 잠잠하게 하기 위해, 볼을 힘차게 두드리고, 힘차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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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당장 할 만한 일은...마을 울타리 보수공사인  같네요...”

“...이런 몸만 아니었어도 일하러 가볼 수도 있을 텐데.”

우리는 지금 하림마을의 관아 앞에 있다.

대충 보아하니, 벽보에 있는 일거리를 직접 찾아서 일하러 가는 모양새인 듯, 한데.

역시 예상했듯이, 벽보에 적힌 글자들은 한글이 맞았다.

“향아. 지금 저 쓰여 있는 글자 말인데, 뭐라고 불러?”

“글자라면...민위음(民爲音)이라고 해요. 뜻이 분명....백성을 위한 글? 이라고 제 8왕제이신 군종께서 글을 쓰지 못하고, 읽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서 직접 학자들과 만들었다고, 책방 아저씨가 말해줬었어요.”

민위음이라....우리의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훈민정음과 만들어진 계기도, 만들어진 결과물도 비슷하다.

정말 우리 세계와는 미묘하게 다른 이 세계, 정말 평행세계 같은 그런걸까?

“암튼 그런고로 우리는  수는 없으니, 고생해라.”

“결국은 또 내가 짬 처리 하는거야?”

“어허! 짬처리 라니 임마! 넌 돈 안 벌거야? 돈을 벌어야 엉?밥도 묵고! 어! 사우나도 가고! 어! 내 박살낸 애마도 갚고! 다 했어 임마!”

“...에휴..내가 죽일 놈이지...왜 그런 짓을 해서...”

입이 대쭉 삐져나온 혁수놈을 팩트를 가장한 짬처....아니 노동의 진귀함을 알려주고 나서야 입이 다시 들어갔다.

“그래도 너 아무리 그래도 건물 짓는 도면 그리던 녀석 아니냐? 하다보면  맞을지도 모르지.”

혁수 저놈을 저렇게 보여도, 건물 도면을 그리던 건축학 나온 녀석이다.

여기 오기전까지만해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다.

분명 멀쩡한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때려치고 나온 것이었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아. 뭐...잘 안 맞더라고, 회사생활이.”

그러더니 뚝딱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하더니, 적당히 잘 벌고 잘 살더라.

 결론은 몸뚱아리도 근육투성인데, 울타리 고치는 일이라면 잘하겠지 뭐.

“도면 그리는 거랑 울타리 보수랑은 완전 다르...긴 한데...하...향아. 이 일을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해?”

“저 벽보의 밑에있는 종이를 저기 저 관아 앞에 서서 계신 분들에게 가져다드리면, 안내해 주실 거예요.”

결국 더 이상의 반항은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순순히 말을 듣곤, 털레털레 걸어갔다.

뭐.....그러기 싫으면 차를 박지 말던가.

 자기가 뿌린 씨앗,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음...그럼 이제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

그렇게 혁수를 떠나보낸 우리 둘은 이다음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식료품을 파는 가게를 찾아볼까? 아니면 향이가 말하던 책방 아저씨한테 가볼까?

그렇긴 해도 일단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해 볼 텐데.

솔직히 향이가 돈이 넉넉해 보이지도 않고, 그런 곳으로 갔다가 괜히 향이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가 싶어, 강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차리리 여기서 일을 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향이? 향이야! 여기서 무얼 하니?”

그렇게 고민에 빠진 우리 둘을 일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하소 아주머니?”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약간 연배가 있어 보이면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는 어떤 아주머니였다.

“누구야? 아는 사람?”

강준은 약간 향이의 뒤로 모습을 숨기며, 물었다.

일단 이 세계에서같이 대화를 나눈 것은 향이밖에 없었고, 아직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다.

“하소 아주머니라고, 저희 마을의 가장 갑부이신청라 어르신의 밑에서 일하시는 분이세요.
가끔 저도 청라 어르신 댁에서 일하곤 해서, 얼굴을 알고 계신 모양이에요.“

흐음. 대충 부잣집의 시녀장 같은 직책인가 보다.

그의 몸짓은 어디 천한 모습이 아닌, 확실하게 교육을 받은 몸짓이지만, 손 자체는 투박하고, 굳은살이 박혀있다.

그야말로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매니저와 같다.

“여긴 어쩐 일로 왔니?”

“할 만한 일이 없나 해서 말이에요. 제가 여기에 그거 말고는 올 일이 없어서요.”

“아. 마침 잘됐다! 향이야. 혹시 내일 청라 어르신 댁으로 일하러 오지 않으련?”

그런 향이의 모습을 보고,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은 듯 격하게 그녀를 반기며, 일자리를 구해주었다.

“청라 어르신 댁이요? 그야 가끔씩 다니기는 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로..?”

“내일 청라 어르신이 친인들을 모아 잔치를 여신다. 하여 지금 주방에 일손이 모자라서 말이지...특히 청라 어르신이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시잖니.”

“그래서 벽보를 붙여서 사람을 구하려고 했는데, 마침 향이 네가 보이더구나. 향이 너는 성실하고 일 잘하는 아이니깐, 항상 눈여겨보고 있었단다. 그래서 나는 네가 꼭 와 주었으면 하는구나.“

벽보를 붙이려다 향이를 보자마자 바로 부르는 것을 보면, 향이의 평판은 매우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보았을 듯한 그녀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향이를 고른 것을 보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착한 아이야.

“저야 좋기는 한데...”

“응? 그나저나 네 옆에 있는 그 아이는 누구니?”

“아..그러니까...그게에...”

그런 와중에 향이의 옆에서 꼭 달라붙어 있는 나를 찾아본 하소 아주머니. 그런 강준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인 향이.

하...정말 싫지만 이럴 때야 말로 어른의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지.

향이를 곤란하게도 하지 않고, 지금 내 모습에 어울리는 행동.

“아..안녕하신지요! 저는 향이 언니의 도..동생이어요!”

하 시발. 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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