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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아아...이것은 [푸딩]이라 하는 것이다. (10/289)



〈 10화 〉아아...이것은 [푸딩]이라 하는 것이다.

‘우와, 정리할 때도 느꼈지만, 창고 한 번 겁나 크네.‘

그렇게 빠르게 일을 끝낸 강준은 다시 한번 창고를 둘러보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신선한 채소들은 물론이고, 가득 쌓인 밀가루 포대와 달걀, 구석에는 설탕이 가득 담긴 항아리도 있었다.

“조심해, 창고에 있는 물건들 중 아아주! 비싼 것들도 있어. 잘못해서 못쓰게 만들어 버리면 하소 아주머니한테 엄청 혼날거야.”

벼루는 그런 나를 보며, 걱정에 찬 눈빛으로 당부했다.

“벼루 너, 혹시 그런 적 있어?”

“아..아니이? 그런 적 없는걸? 난 아주 일을 잘하거든?”

벼루는 거짓말을 잘 못 하는 타입인 것 같다.

얼굴에 나 그런  있어요. 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구먼 뭘.

하지만 나보다 선배인 그 위용을 또 떨어뜨리기에는 차마 볼 수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그나저나 진짜 별게 다 있네.

“어라? 이게 여기에 왜 있지?”

“어? 아아~ 이거? 향초 라고 하는 건데, 이불이나, 배게 속에 넣으면, 좋은 향기가 난대.
신기하지?“

“어? 어어...그러게, 진짜 신기하다.”

말라비틀어진 검은 막대기처럼 생긴 이거, 역시 부잣집은 스케일이 다르다.

여기서 바닐라 빈을 만나게 될 줄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자주 등장하는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의 그 바닐라가 맞다.

약간 묵직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향신료.

16세기경쯤에 유럽이 남미를 점령할 때 들여온 바닐라종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재배되고 있는 식물.

그리고 재배와 수확에 많은 인원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비싸다.

세계에서 제일 비싼 향신료인 샤프란*의 바로 아래에 있는 게 바닐라이니말은 다했다.
(샤프란*:사프론 크로커스 꽃의 암술을 건조하여 얻는 향신료, 한 꽃에 암술이 3개 밖에 없어, 1그램을 얻으려면 약 500개의 암술을 말려야 하기 때문에 아주 비싸다. 과거에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쌌다.)

물론 샤프란이 바닐라보다 10배는 더 비싸기는 하다만, 바닐라 역시 이 시대의 사람이 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강하 너, 그 향이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하긴, 나도 처음 맡아 봤을 때, 엄청 좋아서 놀랐지 뭐야.”

정신없이 코를 박고 바닐라의 향을 맡던 나를 보곤, 벼루가 말했다.

“어...냄새가  좋다. 청라 어르신은 어떻게 이런 것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어마무시하게 돈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 상인이시잖아.”

“상인?”

“응. 엄청 큰 상인이시래.”

과연. 단순한 부자라면 이런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아마 다른 나라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선포한 왕 덕분에, 다른 나라들의 물품을 들여와, 팔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대중적인 밀가루부터 시작해서, 진귀한 바닐라도 얻게 되었겠지.

하지만 바닐라는 향초로 사용해야 하는 게 아닌, 요리의 재료로 사용해야 빛을 보는 건데...아쉽긴 하다.

강준은 충분히 바닐라의 향을 만끽하고는, 원래의 자리에 놔두었다.

“그러고 보니, 식료품들은 많은데, 고기 같은 것들은 어디에 놔두는 거야?”

고기나 어패류 같은 온도를 유지해 줘야 하는 식품들은 따로 보관하는 모양이다.

“아. 그런 것들은 여기 같이 놔두면 쉽게 상하거든.  창고 바로 옆에 또 다른 창고가 있어.”

부잣집이니까 얼음이라도 왕창 가져다 두었나?

“거기도 한번 구경하러 가 봐도 돼?”

그렇게 가볍게 생각한 나는 잊고 있었다.

여기는 단순히 우리 지구의 다른 과거 같은 느낌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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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벼루가 말한 대로 식료품 창고 바로 뒤에 있는 건물이 고기와 어패류를 보관하는 창고였다.

하지만 분명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식료품 창고에는 없던, 이상한 것이 입구에 붙어있었다.

노란 종이에 붓으로 쓴 듯한 의미를 알  없는 구불구불한 검은 글자.

부적. 그래 마치 부적 같은 것이 큼지막하게 붙여져 있었다.

“벼루야, 이게 뭐야?”

“뭐어? 너 도술도 몰라? 참 세상살이에 어둡구나?”

나의 질문에 이런 상식도 모르냐? 같은 눈빛으로 보는 벼루.

아니 도술은  뭔데?

“너보다 많은 걸 아는 언니가 설명해주지!”

드디어 자신이 강준보다 잘 아는 것이 있는  은근 기쁜 모양인지, 콧김을 흥! 하며 당당히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자연의 힘을 다루는 도사들은 신비한 힘을 쓰는데, 그걸 도술이라고 해.
이 창고에는 그...얼음의 도술? 같은 게 걸려있어서 항상 추운 곳으로 도사님들이 만들었어. 이게 엄청 비싸서 청라 어르신도 애를 썼다고 하셨어.“

“우와..신기하다.”

현대의 우리야 전기를 이용한 냉장고가 있다지만, 이 세계는 그만큼,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도술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식료품을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마법 아닌가.

그렇게 부적이 붙여진 문을 열자, 피부에 느껴질 만큼 차가운 공기가 강준을 반겼다.

‘진짜 이 세계는 우리가 아는 지구가 전혀 아니구나...’

강준은 그것을 다시금 피부로 느낄  있었다.

“오오! 손질된고기들이 있네?”

“원래는 이거보다 훨씬 많이 쌓여 있었는데, 오늘 상차림  쓴다고 많이 빠졌어.

소고기는 부위별로 잘 나누어져 있고, 닭고기든 그냥 통째로 보관되어 있었다.

아마 그때그때마다 손질해서 사용하는 모양이다.

“근데 돼지고기는 별로 없네?”

잔뜩도축된 고기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돼지고기의 양이 현격히 적은 것을   있었다.

“돼지고기? 음...돼지를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러고 보니 조선 시대에서도, 소는 농사를 돕는다고 기르고, 닭도 달걀을 낳아서 기르긴 했지만, 돼지는  그대로 돼지고기만을 보고 길러야 해서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는 했지.

돼지를 기르려면 은근 돈이 많이 들어간다.

소처럼 노동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말처럼 운반을 돕는 것도 아니고, 닭처럼 달걀을 내어주는 것도 아니니. 그만큼의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할 테니, 돼지가 쇠퇴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렇게 강준은  세계의 음식 보존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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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말이야?”

“신기하지? 청라 어르신이 다른 나라에서 데려온  이래!”

그렇게 보관창고에서 나온 두 사람은 청라 어르신의 집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큰 마구간이 있었는데, 그곳에 있던 생물을 강준은 마주하게 되었다.

거대한 날개, 비늘투성인 파란 피부, 뾰족하게  있는 뿔, 날카롭고 섬뜩한 이빨.

판타지 세계에서나  법한 와이번이, 조선 시대와 비슷한 이 세계에 있다니. 놀랄 노 자였다.

“이 거대한 몸으로 하늘을 날아서 여러 물건들을 가져다 옮긴대. 내가 이름도 지어줬다?
하늘을 나니까 하늘이! 하늘이가 날아오를 때를 봐야 하는데...진짜 멋있어. 안녕 하늘아~“

하늘이라고 불린 와이번은 볏짚이 겹겹이 쌓인 바닥에 노곤하게 엎드려 있었다.

벼루가 이름을 부르며 손을 가져다 대도, 별다른 대응도 하지 않고 조용히 갸르릉 거릴 뿐이었다.

저렇게 사람에게 순한 성격이 되어야 짐도 옮기겠지.

근데 왜 이렇게 귀엽냐?

아까의 부적, 지금의 와이번. 정말 판타지라는 것은 놀랍다. 이러다가 나중에는 엘프도 만나는  아니야?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당시, 바깥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엄청 큰소리가 났는데....일단 가보자.”

그렇게 벼루를 따라, 마구간을 나서자, 어른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웅성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게야? 한과가 다 망가졌다 하였느냐?”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소 아주머니가 있었다.

“어? 강준 도령님? 여긴 어떻게?”

“워낙 시끄러워서 말이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

 웅성거림에 향이도 덩달아 끼어있었기에, 강준은 향이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물었다.

“그게...청라 어르신이 무척이나 좋아하던 한과를 팔던 가게에서, 여기로 오는 사이에, 갑자기 말이 날뛰어서, 한과들이 전부 엎어졌다네요...”

“그렇게 중요한 일이야?”

“네. 청라 어르신은 무엇보다 달콤한 후식을 아주 좋아하셔서....이번 잔칫때도  한과를 아주 기대하고 계셨다네요...어쩌면 좋을까요? 이러다간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잔뜩 불효령을 받을 텐데...”

“흠....”

“....강준 도령님?”

달콤한 걸 좋아한다, 바닐라 빈, 후식.

“.......그럼 그 한과보다 더 맛있는 디저...아니 후식을 만들면 되는  아냐?”

“그게..가능하신지요?!”

“내가 누구냐? 강준이야! 향아. 네가 할 일이 있다.”

그렇게 강준은 향이에게 귓속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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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는산 뒤로 뉘엿뉘엿 들어간 뒤, 새하얀 보름달이 하늘 높이 띄어 올랐다.

청라 어르신의 집에는 휘황찬란한 색들의 종이들이 공중을 날았고, 풍악사들은 드높이 풍악을 울려 퍼졌다.

그렇게 점점 축제 같던 잔치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청라의 마음은 아직 갑갑하기만 했다.

이번 잔치의 목적은 앞으로의 다른 나라들과의 수입품들을 어떤 식으로 [한]의 사람들에게
맞추어 팔아야 할지, 청라의 지인들과의 상담도 겸해서 하게 된 잔치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돈을 버는 방법을 깨우치고, 장사에 손을 들이밀었다.

그가 매입한 물건은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고, 그가 팔아버린 것들은 신기하게도 폭락하고 말았다.

그런 천부적인 상인의 재능은 그가 하림 마을의 제일가는 갑부라는 칭호를 달게 해주었고,
그만큼의 재능이 자신에게 있다고 청라는 생각했다.

지금은 예전의 꿈 많고, 성실하던 청년은 이젠 흰 수염이 희끗희끗 나는 연배가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장사를 놓을 생각이 없었다.

물론 지금 상황은 청라에게 있어서는 아주 호재였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이 풀리면서,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어마무시하다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물건을, 어떤 방식에 사용하기 위해 매입하여 오는 것은 중요했다.

다른 나라와 한 이라는 나라는 생활 양식부터, 입는 것, 먹는 것, 심지어 자는 것 마저 하나같이 달랐다.

그래도 한번 알아보자 싶은 심정으로 [애슐란] 이라는 나라에서 온 거대 상업조합과 연배를 트고, 여러 물건들을 수입해 올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중요한 와이번, 이라고 하는 신비한 생명체는 공중을 날아다니며, 사람들과 물건을 태우는 이동수단이었다.

그것은 혁신이었다.

아직까지도 말을 통한 육로와 배를 이용한 해로 만으로 운송을 하는 [한]은, 와이번 이라는 생명체 하나만으로도 한 전체의 유통로를 새로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은 한 번도 하늘을 통해 날아다닌 적이 없었으니, 와이번이 보급되기에는 아주 먼 이야기가  것이다.

하늘의 주인은 없다지만, 안전성의 문제와 운송로의 애매모호한 점.

 그대로 와이번을 통해서 밀반입도 아주 쉬운 것이  게 뻔했다.

아니면 산적도, 해적도 아닌 하늘을 돌아다니는 도적도 생길지..아니 무조건 생길 것이 뻔했다.

일단 왕제께서 와이번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는 하시지만, 와이번이 보급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물건이나 식재료 등등인데, 애슐란의 물건들은 청라의 눈에서는 세상 처음 보는 것들뿐이었다.

만약 한 과 맞지 않는 물건들 사드린다면? 잘 맞더라도 사용법을 모른다면?

그 물건의 가치는 최소한 한 에서는 쓸모가 없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일단 친우라고 여기는 어디서 한자리 씩 꿰차고 있는 상인들을 모아 대책을 생각해 보려 했지만. 그들의생각은 매우 짧았다.

일단 들여놓고 봐서 팔면 되지 않느냐? 라는 식이었다.

그들은 이미 만찬에 취해 기생들의 옷고름을 풀어 헤치며 곤드래만드래 하고 있었다.

“허어....여봐라! 이제 후식을 가져오도록 해라!”

지금 끙끙거려봐야 소용이 없나. 싶은 청라는 이 만찬에서 제일 기대하던 한과를 기다렸다.

달달한 것에 사족을 못 쓰는 청라에게 한과는 아주 좋은 간식이었으며, 이번에 주문한 한과는 왕제가 계시는 궁에도 납품한다는 아주 고급스러운 한과였다.

“저, 청라 어르신, 송구하오나 한과가 들어오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준비를 하지 못 하였습니다...”

하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온 하소는 청라가 정말 듣기 싫었던말을 하고 말았다.

“무..뭣이! 그게 지금 말이 되는가! 내 얼마나 가게의 한과를 기다렸거늘!”

생각도 복잡한데, 자신이 좋아하는 한과도 먹지 못하게 되자 기분이 몹시 불편해진 청라는 큰 호통을 내었다.“

“어서 그 한과를 들여오던 녀석을 불러라! 내 용서치 않을 테...”

“그 대신, 청라 어르신께서 즐기실 수 있게 다른 후식을 준비했나이다.”

그렇게 말한 하소는 손짓을 하더니 그 뒤에서 하인들이 무언가를 들고 튀어나와, 청라의  앞에 작은 “이것”을 올렸다.

“이..이게 무엇이냐?”

아까의 분노는 어디 가고 지금 청라의 심정은 당혹감만이 들어차 있었다.

이런 후식은듣지도,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했다.

“그것은....”푸딩“이라고 하옵니다.”

하소의 옆에 서 있는 여자아이가 입가에 미소를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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