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그 조각상의 용은 누구인가? (15/289)



〈 15화 〉그 조각상의 용은 누구인가?

버터.

서양에서의 위상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서양에서의 버터는 우리나라의 마늘과 같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버터는 서양요리의 핵심이고, 그만큼 빠지면 안 되는 존재이다.

당장 우리가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프나 카레에도 루*를 만들기 위해 버터가 들어가고, 메인요리로 만드는 고기 요리와 생선요리에도 필연적으로 들어간다.
(루*:밀가루와 버터를 가열하여 만드는 소스. 서양요리의 기본  기본이다.)

그만큼 버터는 강준에게 아주 좋은 친구였으며, 떨어지면 섭섭한 존재였다.

마가린과 쇼트닝이 존재하기는 하지만,그 버터의 풍미는  무엇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버터가 필요해.”

길어진 이야기에 목이  타는  목을 매만지며 강준은 곰방대를 들었다.

“버더? 버터? 그것이 아주 중요한 것 인가보네요?”

향이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강준 도령님의 말에 의하면, 버터라는 것이 없으면, 자신이 원래 살았던곳의요리를 재현할 수가 없다고 하니, 그야말로 매우 중요한 식재료임에는 다름이 없었다.


“근데 형. 정말, 이 물건으로 버터를 만들 수 있는 거야?”


혁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이 그렸던 종이를 들며 말했다.


혁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버터는 공장에서 엄청난 기계로 화학적공정으로 만들어지는 버터를 생각했기에  시대에서는 글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물레방아 같은 것으로 버터를 만든다니, 아리송하기 그지없었다.

“뭐. 충분히 만들 수는 있지. 다만.....”

“다만? 뭐가 문제가 있어?”


그렇게 말을  이어가던 강준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해지자, 혁수는 급하게 무슨 문제냐고 물었다.


“..장고...”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 장교? 왠 군인?”

“냉장고가 필요해. 그게 없으면 버터를 만들어도 무용지물이야.”

버터는 조리할 때야 녹여서 사용한다고 하지만, 실온에서 오래 놔두게 된다면 특유의 풍미가 떨어지고, 다시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청라의 집에는 자신이 거금을 들여 만든 냉동, 냉장창고가 있었지만, 우리에겐 꿈도  꾸는 이야기다.

“일단 교유기는 만들어야 해. 만들고 생각을 해 보자고.”


담배를 뻑뻑 피우던 강준은 벌떡 일어나며,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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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그러니까  물건....이게 뭐꼬? 한씨! 이거봐봐! 뭔지 알겠나?”

“엄....나도 모르겠구먼. 뭐에 쓰는 용도인고?”

두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들이 들고 온 도면을 보고 뭐에 쓰는 건지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그래서 만들 수 있나요?”

“음...만드는 것이야 충분하지. 이런 것쯤 거뜬하지!”

우리는 지금 목공장들이 있는 곳에  있다.

우리가 직접 만들어 볼까? 싶기도 했지만, 이왕이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뭐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마침 혁수가 며칠간 일하면서 알게 된 목공들이 있다고 하여, 도면들 들고 찾아왔다.


“고럼 고럼. 게다가 향이의 지인이라니. 이건 열심히 해줘야겠지.”

“아이 참. 제가 뭘 하였다고...”


또 향이냐. 진짜 향이는 얼마나 인맥이 넓은 건지...

“거참....이 덩치큰 녀석이 향이를 냉큼 가져갈 줄은 꿈에도 몰렀구먼...”

“혁수 이놈아! 우리 향이 눈물 나게 하면 내가 네놈 눈물이 쏙 들어가게 패줄 것이여!”

“아..아니!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저..저희는 그런 관계 아닙니다...”

두 사람은 향이와 혁수가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싶어, 그들 나름대로 축하의 말을 건넨 것 같지만,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


그러자 향이가 완전 펄쩍 뛰면서 그런 관계 아니다! 라고 소리를 치자, 그재서야 오해가 풀린 듯했다.

“아이구 향아.....저런 덩치 크고 미련한 놈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듣다니....힘내렴...”

그렇게 강준은 혁수와 그런 관계라는 매우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말을 들은 향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니 나한테 왜 그래? 나 같은 멋진 남자는 찾기 힘들다고!”

“......아이고...저놈은 자기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구나...아이고오...”


그러자 자신의 어디가 문제냐며 화를 내는 혁수.

너는 그냥 존재가 문제야 임마.

“흠...일단 저녁쯤 이면 완성될 것 같으니. 그때 오도록 하렴.”

“오..그만큼 빨리 되나요?”

“그럼! 우리가 누군데!”


목공들은 이런 거야 순식간에 만든다며, 자신들의 실력을 치켜세웠다.

하긴, 들어오는 입구에도 멋있게 조각한 용도 그들이 조각한 것이겠지.

그 정도 실력이면,  정도는 가뿐하게 만들 것 같긴 하다.

“입구에 있던 용도 아저씨들이 만든 건가요? 아주 멋있던데요?”

젠장. 이젠 아저씨라는 말도 입에 잘 붙는다.

점점  외관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데 익숙해 져가는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어쩌겠는가. 조용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최고니까.

“그렇지. 잘 만들지 않았나? 류월 님의 조각상이다.”

“류...월이요? 저 용의 이름이 류월인가요?”

“응? 그럼 당연한 소리를 하는 이유가 뭐고.”

“아..아아! 당연히 알죠! 워낙 잘 만들어서 놀라서 그래요. 하하!”


그렇게 용의 이름을 물어보는 강준을 보며 무슨 소리를 하냐는 뉘양스에 강준은 용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일단 아는 척을 하며 넘어갔다.

“그..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려~ 나중에 온나~”

그렇게 교유기의 제작을 맡긴 체,  사람은 목공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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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아. 류월 이라는 용은 정체가 뭐야?”

그렇게 목공방에서 나온 강준은 그 용이 뭐길래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싶어 향이에게 용의 정체를 물었다.

“아~음....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한 이라는 나라의 건국 신? 비슷한 위치예요.”

“용이 건국 신? 신화 같은 건가?”

“네. 한을 세우신 1대 왕제이신 충하 저하의 친우이셨다고 해요.”

“왕제의 친구? 오...”

인간과 친구가  용이라니. 뭔가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판타지 세계가 맞긴 하구나. 이 생각도 몇 번이나 했는지.

“네, 한이 세워지기 전인 이 땅에는, 가후, 요론, 시낭 이라는  나라가 이 땅을 서로 나누어서 지배를 했는데, 항상 전쟁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네요.”

“그런 사람들을 보며, 그들을 구하기 위해 1대 왕제. 충하 저하께서 용인 류월의 힘을 빌려 세 나라를 통합하고, 한을 세우셨어요.”

“오...뭔가  나라를 합쳤다고 하니 고려가 생각나네....아무튼 멋있네.”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탄이었다.

그런 간지 나는 건국기가 있다니. 멋있네.

“그쵸. 그 용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기록이애매하여 모른다고 책방 아저씨가 그러셨지만, 사람들은 류월 이라는 용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어요.”

향이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언젠가는 뵙고 싶어요.”


그런 향이를 바라보자,  눈망울은 기대와 선망에 차 있었다.

“두 도령분들과 만나게  것도 신비한 일인걸요? 어쩌면 류월께서  일을 일으킨 게 아닐까요?”

“흠...글쎄...정말 그런 것이라면.....신기..하겠네.”

강준은 뒷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만약 그 용이 나를 이 세계로 보낸 것이라면, 만난다면 다시 돌려보내 주지는 않을까?

라는 말을 꺼낼 수도 있었지만, 향이의 얼굴을 보니 선뜻 그런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향이는 외로운 아이였다.

마을에는 향이에게 친절하고, 향이도 마을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유대를 쌓았지만.

향이와 같이 밥을 먹는 사람, 같이 집안일을 하는 사람, 향이와 같이 있어 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곁에 있어 주는 것은 강준과 혁수였다.

“그렇네요...만약 그렇다면, 류월님은 좋은 용인 것 같아요.”

향이는  말을 하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러게.”

강준은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실  차이가 많이 나서 강준이 까치발을 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향이가 악간 무릎을 굽혀, 누가 보면 웃을만한 모습이지만.

향이는 상관없었다.

“...정말 좋네요.”

그렇게 셋은 다시금 집으로 향아는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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