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류월-1 (16/289)



〈 16화 〉류월-1

-류월.-

-음? 그게 무엇이지? 혹여 나를 지칭하는 호칭인가?-

-그래! 넌 이름이 없다며? 그러니까 내가 지었어.-

-흠. 그 이름의 뜻은 뭐지?-

-멀리 방랑하다. 라는 뜻이야. 너희  들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흐음....-

-왜 그래..? 혹시 마음에  들어?-

-후후...아니야. 마음에 드는군. 류월. 오늘부터 나는 류월 이다.-

-하하! 다행이네. 좋아! 앞으로도 쭉 잘 부탁해. 류월-

-그래. 청란.-



아직도 그때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너는 나에게 이름을 붙여주며, 배시시 웃었지.

참으로 이상한 일이야.

네가 지어준 류월 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직도 난 너를 떠나지 못하는구나.


아아. 청란.

네가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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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여기에 다시 오게  줄은...”

찌르르 울리는 새들의 지저귐,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하늘을 가릴 만큼 솟아오른 나무들.


강준과 혁수는 오평산의 숲속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니까, 뗄감 정도는  사도 되지 않아?”

혁수가 자신이 진 지게를 고처매며, 불평을 피웠다.

이렇게 강준과 혁수가 뜻밖의 등산을  이유는 아침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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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뗄감이 없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주방을 정리하던 강준은 산처럼 쌓여있던 뗄감뭉치들이 어느새 조금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보았다.

“향아! 여기 있는 뗄감이 끝이야?”

“네? 아아! 네. 주방에 있는 뗄감이 다예요.”

“흠....보충 좀 해야겠는걸?”


현대식 가스레인지만 써오던 강준은 이제야 점차 아궁이에 적응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뭐 도술을 사용하면 현대와 비슷하게 흉내는  있다고는 하지만, 청라 어르신이 준 돈을 따블로 낸다고 해도 살 수 없다고 한다.

도술 거 더럽게 비싸 참....


“안 되겠다. 뗄감  채우러 가자.”

곧 만들 그것에도 나무가 엄청나게 들 예정이기도 하고, 지금 보충을 하는 게 맞겠지.

“향아. 뗄감은 어디서 얻어?”

“마을에서 팔기도 하고, 직접 산에 들어가서 줍기도 하죠. 저도 산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전까지는 직접 산에 가서 줍고는 했어요.”

“응? 흉흉한 소문은 또 뭔데?”

“아...그 오행산에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악귀들이 나타난다네요...”

향이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악귀? 그런 게 진짜 있는 거야?”

악귀라면....막 두억시니? 장산범? 같은 건가? 어우 무섭네...


“네. 실제로 마을사람분이 다치는 일도 있었어요.”


“그럼 어떡해? 오행산에  들어가는 거야?”

“다행히 궁에서 갑사*분들을 파견해 주셔서, 악귀들을 퇴치하였다네요.
(갑사*:조선시대 취재로 뽑혀 중앙군에 속했던 직업군인 집단.)


“호오~그럼 안전한가?”

“그래도 만에 하나라도 있으니, 마을에서 뗄감을 팔기도 하니까,그것을 사는 건 어떠신가요?”

“에이. 뗼감만 바로 줍고 나올 건데 별일 있겠어? 돈도 아깝고. 혁수놈 데려갔다가 금방 다녀올게.”

“아아니!  또 난데? 가기 싫어!”


자신이 불리자 쏜살같이 거절하는 혁수놈.


“그럼 임마.  숲속에 나랑 향이. 둘이서 가리?”

“그럼 안돼?”

“아니 여자애 둘이서 어떻게......여자애...여자.....하......걍 닥치고 따라와.”

그래. 지금 나는 여자애지...혼자서  하나 가기도 불안한 여자애...

혁수가 괜히 안가겠다고 투정을 부린 탓에 강준이 간신히 마음속에 잠재우던 감정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아 지금 가야 해? 그냥 마을에서사도...”

“닥.치.고. 와라.”

“넵.”


그렇게 능청 부리던 혁수는 강준이 진지하게 빡쳤다는 것을 깨닫고는, 순순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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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도끼질은 어떻게...끄응...하는...거지..?”

“일단 그걸 내려놓는  좋을 듯.”

강준은 거의 자기 가슴 아래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도끼를 낑낑대며 들었다.


이거 향이도 쓰던 건데, 키가 작아서 그런가? 힘들다...하....원래의 나는 192cm의 멋진 남성이었는데...


“아 닥쳐봐! 나도! 어! 도끼질! 할 수..흐아...있다고!”


강준은 자신을 말리는 혁수의 말을 무시한 채, 자신이 들고 있는 피의 군주 아스랄(그냥 평범한 철도끼)의 희생양을 찾아 나섰다.

“오! 저거라면...!”

마침 강준의 눈에 든 나무.

크기도 적당하고, 이 정도면 충분히 뗄감으로도사용할만해 보였다.

“간다앗! 뒤져라!”

피의 군주 아스랄의 블러드 테이커!!!

-콩~!-

“....풉.”

“아...손이 미끄러졌네에...”

그렇게 강준이 혼신의 힘을 다한 공격(?)은 맑고 경쾌한 소리로 대체되었다.

나무를 보니 고작 자그마한 흔적이 고작이었다.

강준은 귀까지 새빨개진 채로, 그저 손에 땀이 차서 그런거라고 둘러대기 시작했다.

아니 근데 이건 아니지...개쪽팔리네 진짜.

“줘 봐. 내가 보여줌.”
“아~ 이 정도면 내가 순식간에 다 끝내는데. 내 사랑하는 동생이 해보고 싶다 하니  수가 없네에~”

“지랄옆차기를 하셔요.”

그런 강준의 모습을 본 혁수는 강준에게서 도끼를 가져가더니.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나무는 말 그대로 두 동강이 나 공중을 날았다.


“봤음? 이게 클라스지.”

이 자식....나도 남자였으면...남자였으면....까짓거 한방인데...

“아 그 정도는 나도 하지!”

“자. 해봐.”

“....오늘은 몸이   풀렸네...”

강준은 혁수가 건네는 도끼를 거절하고 어깨를 돌리는 시늉을 했다.

“못하지?”

“아이씨...마! 형이 몸이 안 좋고 그러면 동생인 네가 해야지! 누가하냐!”

“아 예예~ 내가 할 테니까 쓸모없는 형은 구석에서 놀고 계쇼.”

“......닥쳐.”


그렇게 돼서.

“하럅!”


-우지직. 빠득-


“와~ 잘한다 잘해~ 스읍...후...”


결국뗄감은혁수가 다 베어넘기고, 강준은구석에 앉아 곰방대를 뻐끔거리며영혼도 없는 말을 뱉으며 시간을 때웠다.

뭐.   없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혁수나 빡세게 시켜야지.

“이 근처는 다 벤 거 같은데?”

“그르냐? 그럼 딴 곳으로 가볼까?”


“그럼 가보자!”

어느새 땀을뻘뻘 흘리면서도 상쾌한 미소를 짓는 혁수.


“뭐야? 하기 싫어하더니, 잘하네.”

“뭐랄까? 이거 손맛이 장난 아냐. 쾌감 비슷한? 암튼 나쁘지 않네.”

“흐응...”

젠장. 부럽다.

아..아니 이런 거 부러워하면 안 되는데....


강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끼를 든 체 앞장서는 혁수가 괜스레 부러웠다.

남자의 몸이었다면, 이렇게 있지도 않았을 텐데....

“어...? 어어??! 형! 이거 봐봐!”

“왜! 무슨 일인데?”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며 걷던 강준은 앞에서 들려오는혁수의 다급한 목소리에 서둘러 혁수에게 달려갔다.

“이..이거 이상해...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투명한 막? 비슷한? 게 있어.”


“뭐..뭐냐 이거?”

분명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촉감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투명하고, 부드러운 막? 살짝 만져보니, 조금만 힘을 주어도 뚫릴 것만 같았다.

“뭘까? 이거...”

“음...막 어떤 걸 봉인? 같은 걸 해놓은 게 아닐까?”

“그거 일리있네, 판타지 세계인데 이런 것도 있을 수도 있지.”

그렇게 투명한 막을 만져대던 두 사람은 혁수가 말한 봉인 막 같은 것이라고 치기로 했다.

판타지 만화 같은 걸 보면 이 안에 있을 것은 딱  가지밖에 없다.

엄청나게 위험한 괴물이거나, 아니면전설의 무구 같은  말이다.

뭐 그래도 우리가 할 행동은 한 가지밖에 없다.


“그냥 없는 셈 치고 가자.”


이런 거 막 건드리거나 들어갔다가 끔살 당하는 경우도 많이 봤단 말이야.


“그래? 좀 궁금하긴 한데...”

“야. 저 안에 뭐가 있을  알고 그러냐? 조용히 지나가자.”


혁수 녀석이 조금 미련이 남아 보이기는 했지만, 이런  깔끔하게 지나가야 화가 없다.

“자. 빨리 와.”

“알았어...지금 간...어..어억!”

“?!?!? 저 미친새끼가!”

그렇게 몸을 돌려 다른 쪽으로 가려던 찰나, 혁수 녀석이 자신의 발아래에 있던 나무뿌리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걸려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봉인막에 풀썩하고 기대자, 봉인막은 혁수 녀석을 빨아드리는 듯싶더니, 순식간에 혁수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 미친...”


저 새끼는 사고를  치면 뒤지는 병이라도 있나.


 봉인막 안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거길 쳐들어가 버리네...

아아..진짜!!!


“후.......시바  진짜 뒤졌다.”

강준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봉인막을 향해 달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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