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바다가 나를 부르고 있네~
한의 왕제, 향종께서 문호를 개방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를 선파한지 어언 1년.
그렇게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하며, 밀가루나 소금, 후추 같은 것들을 비교적 쉽게 수입해 올 수는 있었지만, 아직 부족했다.
한 에서도 다른 지역, 다른 마을마다 고유의 문화가 있는데, 다른 나라의 문화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음식.
음식의 문화는 인간의 의식주에 직결되어 있는 만큼. 아주 중요했다.
그래서다른 나라들의 수입품들을 함부로 수입해 오기에는 위험 부담이 컸던 청라는, 우연히 애슐란의 식문화에 빠삭해 보이는 소녀, 강하를 만나게 되어, 본격적으로 애슐란의 식재료들을 수입해, 한의 사람들에게 익숙할 수 있게 도움을 받기로 강하와 모종의 거래를 한 이 상황.
“그래서 너는, 나를 따라 항구마을, 하전에 따라와 줘야겠다.”
청라는 곰방대를 뻐끔거리며 강준에게 말했다.
“과연...그렇군요.”
비행기가 없는 이 시대에서 나라와 나라를 잇는 가장 큰 통로는 바다.
그렇기에 항구가 있는 하전이라는 마을에 가는 것이겠지.
아마 우리 시대의 부산과 비슷한 규모일 것이라 강준은 내리 짐작 했다.
확실히 강준을 활용한다면, 한의 사람들에게는 처음 보는 식재료들의 먹는 방법이나, 조리법을 알아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청라 어르신이 괜찮으시다면,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강준은 내심 고민하는 척하며 대답을 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확정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아무리 청라가 식재료들을 보급한다고 해도, 분명 이 정도의 조미료와 식재료들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직접 수입품들을 보며, 자신이 필요한 것을 챙기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빠르게 결정해주니 좋군, 그러면 잘 부탁하지.”
“저야말로 감사드립니다. 청라 어르신.”
그렇게 서로에게 인사를 날리는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잇몸 어린 미소가 한껏 만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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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야기는 잘하셨어요?”
“이제 끝났느냐? 기다리느라 지쳤구나.”
“어라? 향이 하고 류월? 여기는 어쩐 일이야?”
그렇게 청라와 이야기를 잘 마친 강준이 집 밖으로 나오자, 그곳엔 향이와 류월이 기다리고 있었다.
“강준 도령님 기다리고 있었죠.”
“그래? 그래도 마을을 좀 돌아다니면서 놀지 그랬어?”
“음! 오랜만의 인간들의 마을은 참으로 많이 바뀌었더구나.”
“그..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는 류월의 입에는 기름이 번들번들하게 발려있었다.
“.....향아. 혹시 내가 준 용돈은....”
“그게...류월님께서 인간 마을이 참 흥미로우셨나 봐요.....주로 먹는 것에..”
“역시나...”
강준은 향이네와 헤어지기 전, 향이에게 1금 정도를 쥐여주고 떠났다.
이왕 돌아다니는 거, 돈 좀 쓰면서 즐겁게 돌아다니라는 강준의 뜻이었다.
“인간들은 참 맛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더구나! 하지만 역시 네가 만든 요리가 훨씬 맛이 있었다!”
보아하니 그 1금은 저 흑 도마뱀의 위장 속으로 전부 사라진 모양이었다.
“...죄송해요...1금이나 주셨는데...”
“아..아냐아냐! 괜찮아. 그 정도는 써도 큰 지장은 없어.”
그런 돈을 다 써버린 류월 대신, 향이가 강준에게사죄를 건네자, 강준은 손사래를 쳤다.
“뭐. 향이 너도 그 돈으로 즐겼으면, 충분해.”
-뜨끔...!-
“.....설마 향이야.....그건 아니지?”
“,,,,,,,”
강준이 말한 내용에 뭐가 찔리는 것이 있었는지, 향이는 강준의 눈을 못 마주치며 시선을 피하기 일쑤였다.
“....류월.”
“음? 왜 그러느냐?”
“너 혹시. 향이는 아무것도 안 주고, 너 혼자 홀랑 다 먹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뜨끔...!“
“아....그게 무슨 말이냐? 난 잘 모르겠구나.....안 그러느냐 향이야?”
“아...네! 맞아요! 류월님은 아무 잘못도 없....읍..!”
“......”
그렇게 서로 눈을 피하며 딴청을 피우는 류월.
이 자식 이거 향이는 생각도 안 하고 자기 배만 채웠구만?
“....류월.”
“으...응? 왜 그러느냐?”
“오늘 저녁은 없다.”
“어억,,! 그...그게 무슨 소리더냐....”
그런 류월에게 싸늘하게 말하는 강준.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아..아니다! 내가 억지로 뺏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햐...향이가 아무 말도 안 하길래...”
그런 강준의 소매를 잡고 어떻게든 항변을 하려고 한 류월 이였지만, 결국 구차한 변명 뿐 이었다.
“너는 오늘 저녁을 굶으면서, 배려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이...이잇! 이 몸은 위대한 용이니라! 왜 그런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이냐?”
결국 자기의 화를 못 이기고, 어린아이나 쓸 법한 억지를 부리는 류월.
이거 진짜 용 맞냐?
“그런 것을 배우지 않으면, 오늘처럼 저녁을 굶게 될 거니까.”
“우...우욱....”
그러자 류월은 볼을 힘껏 부풀리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류월의 생떼에도, 꼼짝도 하지 않는 강준.
“저...저는 괜찮으니까. 류월님에게 너무그러시는 건....”
그런 류월의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넌지시 강준에게 다가와, 용서를 바라는 향이.
“아니. 이제부터 같이 살 게 될 사이인데, 이런 건 확실하게 교육을 해야지.”
하지만 강준은 국물도 없었다.
이게 평생을 살아가는 용을 대하는 건지, 5살짜리 어린 아이를 대하는 건지.
강준은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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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며칠간 하림마을을 떠나서, 하전에 가게 됐어.”
“하전 이라니....상당히 큰 마을 일 텐데, 그런 곳에서 청라 어르신이 도움을 요청할 정도라니....강준 도령님 정말 대단하세요!”
“뭐...나 정도 되는 사람이 이 정도는 해 줘야지!”
그렇게 마을에서의 한바탕 소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청라의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른 일행들에게 말해준 강준.
그런 말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향이의 말에, 강준은 또 어깨가 들썩거렸다.
“뭐...알아서 잘 하거라. 이 몸은 그냥 이 집구석에 박혀 있을 테니...”
그리고 저녁을 굶게 되어 기분이 나쁜지 방구석에 토라져 있는 류월이 한층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위대한 용이라는 애가 왜 이리 잘 삐지는 건지.
뭐...오늘 저녁이 갈비찜이어서 그런가...
솔직히 갈비찜 정도면 그럴 만도 하지.
“와! 항구라니...형! 나 생선! 생선 먹고 싶어!”
그리고 마냥 항구로 가는 것이 신나 보이는 혁수. 이 녀석은 참 한결같다.
“...생선? 생선 요리는 맛있나?”
그런 혁수의 말에 순식간에 눈을번뜩이는 류월이 혁수에게 물었다.
“어우. 말을 말아요. 구이, 찜, 회, 매운탕...어우..상상만 해도 침이 고인다 고여....아무튼 정말 최고의 맛들을 자랑하지요!!”
“....쓰읍....”
그런 류월의 질문에 여러 가지 생선요리를 읊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혁수를 보던 류월은 어느샌가 침이 한층 고인 채로, 눈을 반짝였다.
그 와중에 혁수는 아직 류월이 무서운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류월에게 경칭을 붙이며 말했다.
그런 주제에 합은 또 잘 맞네....
“이...이 몸! 이 몸도 가겠다!”
“...아까 전에는 그냥 집에 있겠다 하지 않았어?”
“그게 무슨 소리인가! 생선이 나를 부르지 않는가!”
그런 류월의 동전 뒤집는 것처럼 바뀌는 행동에 어이가 없던 강준이 묻지만, 류월은 이미 흐르는 침을 닦으며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했다.
“에휴.....그래. 아무튼 출발은 2일 뒤에 출발하기로 했다.”
“저는 하림 마을을 나가본 적이 별로 없어서 정말 설레네요...”
“이예이!!! 생선! 생선!”
“후하하!! 이 몸이 다 먹어주겠다!!”
“에고....이 철부지들을 어찌할꼬...”
그렇게 마냥 신이 나서 날뛰는 두 망아지들을 보며, 강준의 한숨은 점차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