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항구의 마을, 하전. (22/289)



〈 22화 〉항구의 마을, 하전.

-덜컹 덜컹-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는 마차는 힘있게, 길을 나아갔다.

하림마을을 떠나, 항구 마을인 하전으로향하는 길에, 청라가 내어준 마차였다.


물론청라의 마차는 저 앞에서 더욱 휘황찬란한 자태를 비추고 있었다.

부자들이란....



뭐, 나 같아도 돈 많으면 아빤데말고 람모르기니나 BNW같은  몰고 싶기도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오오!! 형! 진짜 말이 몰고 있어! 개 신기해!”

“마차를 타다니....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요...!”



“뭐, 이 몸이 본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훨씬 크고 멋있긴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구나.”


그렇다 해도, 지나다니는 다른 마차와 비교를 해봐도, 한층 고풍스럽고, 고급진 이 마차에 강준 일행들은 꽤나 마음이 들뜨고 있었다.




“.......으으으...X바알....”



....한 사람만 빼고.

“형. 이런 곳에서 멀미라니...차는 어떻게 타고 다닌 거야?”


그런 강준의 모습에 한숨을 푹 쉬며 나무라는 혁수.



“이런 미친놈이! 야! 차랑 마차랑 움직이는 게 같냐? 이게 뭔 범퍼카를 타도  정도는 아니겠...우욱....”




혁수의 말에 발끈해서 윽박을 지르자, 미친 듯이 밀려오는 헛구역질에 그만 말을 멈추고,손가락으로 눈을 지그시 눌렀다.



마차가 아무리 고급지다고해도, 이 정도로 흔들리는데 정상인게 이상한 게 아니야?


‘혁수는 원래 놀이공원에서 맨날 롤러코스터만 타던 놈이라 치고, 류월은 용에, 향이는 평범한데? 뭐지?’



‘아니 애초에, 조선 시대는 마차가 거의 없었을텐데....아 여기 조선 아니지. 자꾸 헷갈리네...하하!’



“햐...향아...미안한데  좀 누워있을게....”

“그..그러면제 무릎에 머리를 올려주셔요.”



“응? 그치만 그럼 너무 미안한데...”


“괜찮아요! 의자가 딱딱해서 머리가 아프실거에요.”

“그..그럼 실례 좀 할게.”

그런 강준에게 무릎 베게 제안하며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팡팡 치는 향이를 보곤, 강준은 결국 머리를 향이의 무릎에 기대었다.


“좀 어떠세요?”

“으응....충분해. 고마워.”


푹신한 향이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자, 그나마 속이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진짜 너무 머리가 어지러워서....조금...잠좀...잘..ㄱ.....”


멀미에 잔뜩 시달리던 강준은, 그제서야 마차에서의 평온을 느끼며 잠에  수 있었다.

“....정말....귀여우시다니까...”



“응? 금방 무어라 말 했느냐?”

“아...아니여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런 강준을 보고 조심스레 중얼거리는 향이에게 류월이 물었으나, 향이는 당황하며 머리를 절레절레흔들 뿐이었다.




‘....강준 도령님....’





향이의 무릎에 누워, 새근새근 잠든 강준을 보는 향이.


평소의 행동은 사내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잠들어있는 강준은 피부도뽀얗고, 길게 늘어난 속눈썹에, 마치 선녀 같은 얼굴이었다.


‘이대로 쭈욱.  곁에 있어 주셨으면...’


향이는 아무도 듣지 못하게 마음속으로 자신의 소망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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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다다다다다!!!! 온 몸이 뻐근하네...”





드디어 정차한 마차에서 내린 혁수는 온몸을 비틀며 곡소리를 내었다.

마차가 신기하기는 했지만, 1박2일을 내리 달리니, 온 몸이 쑤시는 기분 이었다.


그리고.





“X발아 나와!”


“으헉!”



그런 혁수를 밀치며, 쏜살같이 밖으로 나온 강준이 있었다.

“후.....하~후....하~...진짜 살 것 같다....”



마차에서의 시간이 고문과도 같던 강준은, 미친 듯이 숨을 쉬며 바깥의 공기를 탐했다.


“음...이곳이 바로 그 생선이있는 곳인가?”



“하..하준 마을이에요. 류월님”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한 웃음을 지으며 내리는 류월과, 그런 류월을 맞장구쳐주는 향이도 내렸다.



“이봐! 다들 내렸나?”


“아! 청라 어르신! 감사합니다. 강주...아니 강하뿐 만이 아니라 저희까지 챙겨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앞에서 가던 마차의 문이 열리자, 그 곳에서 청라가 내렸다.



“뭐...별거 아니란다. 그만큼 내 이 강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니, 그만큼 열심히 일해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하하!”



감사 인사를 건네는 향이에게 그만큼 강준이 중요한 존재라고 말하는 청라.



“아....청라 어르신. 오셨습니까?”


“그래그래....음? 얼굴을 보아하니....마차가 영 안 맞았던 모양이군....”





청라는 강준의 얼굴을 보자, 거의 죽어가던 중이었던 모습이라 안타까워하는 얼굴을 지었다.

“아..괜찮습니다. 이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럼 다행이군, 크흠.아무튼,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해  시간일세. 따라오게.”

“어디로 가시는지요?”

“내 오늘 하전 마을에서 보기로 한, 애슐란에서 온 상인을 만나야 하지. 꽤나 어렵게 구한 자리야, 어서 가지.”

“예. 어르신.”



그렇게 강준 일행은 청라를 따라 발을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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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김씨! 생선은 좀 잡았는가?”



“에휴....그럼 잡을 수 있는 것이 생선밖에 없는데, 뭐 다른  있던가?”

“어허....저어쪽! 우리 앞집에 사는 허씨는 무려 이따만한 문어를 잡았다지 않았는가.”



“무..뭣이! 농 치지 말게! 아니, 사람 몸통만 한 문어라니....말도 안 되는 소리를...”



“끌끌....사람말을 이리 믿지를 못해서야....그리 궁금하면직접 가 보게나. 지금 자신이 잡아 온 문어를 자랑한다고 시장 쪽에 사람들이 몰렸구먼.”

“허..이것 참 빨리 가봐야 쓰겠구먼.”



하전 마을은 항구여서 그런지 소금기와 바다향이가득한마을이었다.



시장에서 파는 것들도, 대부분 해산물이었으며, 대부분의 남자들은 어업에 종사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오오! 이보게! 강준! 저...저 시꺼먼액체를 내뿜는 저 기이한 생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아~문어 말하는 거였구나?? 저 생물은 자기 몸 안에 먹물을 가지고 있어서, 위협을  때 먹물을 뿌리고 도망가는 녀석이지. 그리고 맛있다.”



“아아...그런가...맛있는 것이로군.”

‘이 용에게최대 관심사는 먹을 것밖에 없는가...‘

그렇게 류월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 사람이 북적북적한 시장을 넘어 부두에 도착했다.


“허어....대박.”




 부두에는 누가 봐도 엄청난 사이즈의 거대한 함선이 당당하게 부두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 배에 그 상인이 있다고 하더군.”


“오...와....”

“오호...인간들의 기술력은 나날이 상승하는군, 이런 것도만들어낼 줄 알다니...”

“이야...이 정도면 현대의 범선보다 약간 작은 수준인데? 진짜 크다...”




그런 압도적인 사이즈에, 강준 일행은 한마디씩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흠...좋아. 슬슬 약속한 시각이 다 되어가니 들어가도록 하지.....그 전에 통역을 준비했건만....어찌 이리 늦어진다는 말인가......여봐라! 통역사는 어디 있는가?”

그 거대한 배로들어가기 전, 청라는 아직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은 통역사를 불렀다.

역시 다른 나라인 만큼, 통역사는 필요한 모양이겠지.



“저...나으리....문제가 생겼습니다.”


“뭣이? 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자 하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문제가 생겼다 일렀다.





“그...오늘 오기로 한 통역사가, 부친상을 당해...급히 고향으로 내려간 모양입니다...”



“....허어....어찌 이런 말이 있단 말인가...”


갑작스러운 통역관의 부재가 생겨버렸다.


현대에서도 부친상은 누구나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일이건만, 효를 중시하는 이 나라에서의 뜻은 훨씬 더 강했다.



“한동안 고향에서 내려오지도 못할터 이니....다른 날짜를 잡기에도 너무 곤란하구나. 그럼 다른 통역사를 구해야 할 터인데...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상인과 상인이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교묘한 말들이 숨어 들어있다.

말 한마디 잘못 뱉었다가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 하나마저 전부 탈탈 털릴 수 있는 곳.


그것이 상인들의 세계였다.

그런데 그런 상인들의 대화에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만큼 곤란한 일이 없을 수가 없다.





“.....별 수 없군, 지금 있는 하인들은 겨우 기초적인 말밖에 할 수가 없으니, 약속을 다음으로 미뤄야  것 같구나, 이번 일로 약점을 잡힌다 한들, 우리의 잘못이니 따질 수도 없고....누가 전갈을 보내...”

“청라 어르신, 잠시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 망연자실한 청라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명 있었으니.

“혹시, 통역사가 필요하십니까?”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 강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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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슬슬 올 시간이 됐는데...-



하인즈는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이 거대한 배를 한으로 몰고 온 주인이며, 애슐란의 거대한 자금을 주축 하는 로한 상단의 주인인 로한 하인즈는 창밖의 넘실거리는 파도를 보며 다리를 꼬았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무역으로 큰돈을 벌어들였고, 다른 판매처를 찾다가, 최근 문호를 개방해 다른 나라들의 상인을 반기는 한이라는 나라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어찌어찌하여서 한에서 조금 나가는 상인과의 거래를 트기로 약속을 하여, 지금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중이었다.

-약속 시간은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상인 아니겠습니까? 조금만더 기다려 보시지요.-


-그렇긴 하지.-

그런 하인즈를 보며, 오늘 하인즈가 들고 온 무역 리스트를 검사하는 서기, 제이든이 하인즈를 달랬다.

제이든은 아주 꼼꼼한 사내였으며,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은, 서기에 정말 적합한 성격을 지녔다.

그렇기에 하인즈는  제이든을 데리고 다니며, 그를 매우 신뢰하였다.

-하인즈 님, 한의 상인이 도착하였습니다. 방으로 들여보내도 되겠습니까?-

-음. 드디어 오셨나 보군, 열어주게-



그러는 사이에 문이 똑똑하고 울리자, 하인이 말하길 한의 상인이 도착하였다고 하자, 드디어 싶은 하인즈는그 상인을 들여보냈다.




-그럼 들여 보내겠습니다.-

끼익하고 문이 열리는소리가 들리자, 두 명의 인물이 방으로 들어왔다.



한 명은 덩치가 크고, 고급스러운 면단을 입은 사내였다. 아마 그가 바로 한의 상인 이겠지.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새빨간 치마와 하얀옷을 입은, 나이가 어려 보이는 소녀였다.


-뭐지? 이런 자리에 이런 꼬맹이가 있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하인즈는 그런 여자아이를 보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이런, 한에서는 이런 여자아이가 취향인 아저씨들이 많은가 보군, 이런 자리에서까지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이있다니 말이야.-



이런 중요한 거래장소에서 자신이 끼고 다니는 여자를데리고 들어오는 모양새에, 기분이 상한 하인즈는 약간 속된 말을 그녀와 한의 상인에게 쏘아 붙였다.

그는 상인이라는 자존감이 강한 사내였다.

그렇기에 지금 들어오는 이, 한의 상인이 자신에게 수치를 주는 듯,  느낌이 들었다.

어짜피 들어온 사람은 두 명뿐 이었고, 처음의자신에 말을 전혀 이해  해 보이는 남자와 저 어린 여자아이뿐이었으니, 자신의 말을 이해   것이라 생각한 탓이었다.



-그것참 실례가 되는 말씀이시군요.-






-그것참 실례가 되기는...무..무슨? 자네...애슐란 어를할 줄 아는가?-


하지만 하인즈의 예상을 깨고, 그저 조용히 있던 여자아이가 입을 열자, 놀랍게도 그녀의입에서는 자신의 모국어인 애슐란 어가 술술 나왔다.




-한  분명 최근에서야 다른 나라와의접전을 열기 시작했다고 했는데....어떻게 이런 어린 아이가...-


그렇게 당황을 금치 못하는 하인즈에게.

-오늘 거래의 통역사를 맡은, 강하. 라고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그저 완벽하게 자신의 모국어 발음과 눈웃음으로 대답하는 강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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