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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주방에서의 시간 (26/289)



〈 26화 〉주방에서의 시간

그렇게 계약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만큼 강준의 요리를 맛보고, 토마토의 가치가  높게 올라갈 수 있다는 판단을 끝낸 하인즈의 뜻이었다.

그렇게 하인즈와 청라는 강준을 통해 직접 수입, 수출권을 계약했고,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것을 두 상인들은 직감했다.

그렇게 하전에서의 일을 무사히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흠...그러니까, 당분간 여기서, 제 토마토 요리를 여기 조리인들에게 가르쳐달라...말인가요?-

-그렇지. 아무리 자네의 토마토 맛이 훌륭하다 한들, 자네가 없으면 말짱 꽝 아닌가. 적어도 우리 주방원들이 자네의 토마토 요리를 배워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래야 애슐란에서 토마토 요리의 홍보도 한결 쉬울 테니.-


하인즈는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려던 강준을 붙잡고는, 이야기했다.

그렇다.

아무리 토마토 요리의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한들, 그것을 만들 수 없다면이도 저도 안되는 꼴이었다.

확실히 하인즈의 말이 충분히 이해되기는 한다.


-그런데 그런 토마토 레시피는 제가 확실히 자세히 써 드린 것으로 압니다만?-

-..으..윽! 그렇긴...하네..-

그런 강준의 반박에 뜨끔거리며 말을 흐리는 하인즈.

솔직히 토마토 요리의 홍보 뜻도 있긴 하겠지만, 결국 강준이 여기서 주방인들게 요리를 가르치며, 겸사겸사 자신도 강준의 요리를 먹고 싶은 것이 뻔히 보였다.

-...뭐 좋습니다. 제가 그렇게 당당하게 말해놓은 지금,이왕 한다면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죠.-

-오..오오! 그렇지. 잘 알겠네.-

그렇게 강준이 머물겠다고 하자, 하인즈는 크게 팔을 벌리며 환영했다.

-다만, 저도 그냥 봉사를 할 수는 없죠. 그러니제가 여기  주간 지내는 조건으로,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부탁? 하하! 이 로한 상단의 주인, 하인즈 로한을 뭘로보는겐가! 말만 하게. 돈이라면 아주 많이 있으니 말이야.-

-호오...좋습니다...그러하시다면...-


강준은 눈을 반짝이며 하인즈와의 거래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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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돼서, 한 일주일간은 여기에서 머물 거야.”

강준은 그렇게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당분간 이곳에 머물 것 임을 알렸다.

원래 그들이 머물던 방은, 별 것도 없던 후줄근한 객실이었지만, 지금은 완전 호화로운 가구들이 넘치는 고급진 객실로 변해 있었다.

강준의 일행을 소홀히 대하지 말라는 하인즈의 뜻 때문이었다.

“일주일? 한 한 달은 있자! 여기 너무 좋은데?”

“그렇다! 이 침대라는 것은 너무나도 좋구나! 이 몸의 마음에  들었다!”

혁수와 류월은 보들보들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말했다.

하긴, 한 에서는 침대가 없어서 항상 이불을 깔고 바닥에서 잤으니, 침대가 좋긴 좋나 보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너무 여기에 눌러살기에는 좀 그렇기도 하고, 청라 어르신도 하림에 돌아가면 할 일이 태산이시니, 일주일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뭐 그러면  수 없구나.......생선! 생선요리는 언제 만들어 주는 것 이냐?”

“마자마자! 오랜만에 먹는 파스타도 맛있기는 했지만, 생선이 먹고 싶어!”

““매운탕! 회! 생선구이!””


그러자 갑자기 생선으로 노선을 틀어버린 혁수와 류월은 합심해서 생선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쟤네 분명 만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나?  저리 죽이 척척 맞지.

“저...혁수 도령님과 류월님...강준 도령님도 바쁘실 텐데....”

“아냐. 나도 오랜만에 생선이 먹고 싶기도 하고, 해줄 테니까 걱정 마.”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강준에게 부담이 갈까 싶어 중재해 주는 향이.

역시 나한테는 향이 밖에 없다.....흑.


“야호! 신난다!”

“드디어 먹어보겠구나!”

“그러니 일단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여기 있어.”

“그것도 좋기는 한데....솔직히 심심해...”

“그렇다.  좁은 방에서 하는 것은 잠을 자는 것밖에 없지 않는가.”

‘지는 몇백 년 동안 쳐 자기만 해놓고....’


그러자 이번에는 또 심심하다고 찡찡대는 두 사람.

내가 이 새끼들의 부모도 아니고......

...아!

“그으래? 역시 방에만 있으니 심심하지? 그럼 그럼.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이제 안 심심하게 나  도와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놈들도 빡시게 굴려야지.

강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웃음을 보이며, 마음속에는 누가 봐도 섬뜩할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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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한 상단 소유의 거대한 함선. [오닉스]의 한 곳에 위치하는 이곳.

그곳은 오닉스의 전 일원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이다.

-자! 요리의 기본이 무엇이냐!-

--첫째도 청결! 둘째도 청결! 셋째도 쳥겨얼!!!!!--

-좋다! 그렇다면 빨리빨리 움직여! 저번처럼 생쥐가 한 마리라도 나온다면, 너희들은 오늘 살아갈 생각을 못 하는 것이 좋을 거다!-

--예! 셰프!!!--

그곳에서는 꽤나 황당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바다의 일원의 식사를 담당하는 우락부락한 크기를 가진 남자들이, 자신들의 키의 반도 안 되는 여자아이의 말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우렁차게 대답하는 모습.


“와.....강준 도령님의 이런 모습은...처음 보는 것 같아요..”

강준과도 같이 살기 시작한 지가 거의  달이 되어가는 향이도, 처음 보는 강준의 모습에 감탄만이 나왔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정도면 성격 많이 죽은 거거든.”

“하하! 나에게 마음이 든 인간이라면,  정도는 되어 줘야지!”

그것을 지켜보는 혁수는 늘 보던 광경이라 그리 부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보던 광경보다는 덜 험악한 분위기라 생각했다.


‘역시 꼬맹이 몸이라서 그런가?’


저번에 강준의 가게에 들렀을 때는 정말 잘못 건들면 죽겠다 싶은 기백이 넘쳐흘렀으니, 이 정도면 약하다고 생각하는 혁수가 틀리지는 않았다.

“뭐하냐? 거기서 멀뚱멀뚱 보고? 빨리 안 움직여?”

“에..엥? 우리도 해야 해?”

“그럼 임마! 내가 너를 구경이나 하면서 띵까띵까 놀라고 불렀겠냐? 빨랑 안 움직여?”

“아...알았어! 악! 엉덩이 걷어차지 마! 악! 간다고 가!”

그러자 갑자기 혁수네로 다가온 강준은 혁수에게 빗자루를 던지며 다른 인원들과 함께 청소를 시켰다.


“아~ 즐거운 구경이였네, 정말 재미있었구먼, 그럼 이제 이 몸은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

“지금 당장  달려오면 생선은 꿈에도 꿀 생각 하지 말도록.”

“.....무엇을 하면 되겠나?”


그런 낌새를 눈치챈 류월은 자연스레 팔짱을 끼며 방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강준은 단 한마디로 퇴로를 막아버렸다.


“저...저는 무엇을 하면 될지....”

“아! 향이 너는 괜찮아. 여기 와서 쉬어.”

그런 둘의 모습에 자신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강준에게 자신의 일을 바라던 향이였지만, 강준은 그런 향이에게는 일을 시키지는 않았다.


‘향이가 항상  둘을 잘 맡아주니 나도 편하고, 항상 바쁘게 움직였으니...지금은 쉬게 놔둬야겠다.’

“하..하지만....저 혼자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음...좋아! 그럼 나를 따라다니면서, 감독을 하도록 하자.”

“감독...이요?”

“뭐 별거 없어, 그냥 내 옆에 붙어있어.”

하지만 향이는 역시 성실하고 착한 아이였기에, 혼자 가만히 있는 것은 자기 성격에 맞지 않는 듯했다.

그러면 그냥 적당한 변명을 붙이면  뿐.

“좋아요! 오늘은 그럼 강준 도령님 옆에꼭 붙어있을게요!”

그런 강준의 말에 기뻐하며 일을받아들이는 향이.


‘도령님의 옆에 꼭....붙어있다니...붙어....헤헤...’


뭐, 사심이 조금, 아니 많이 들어가 있는 듯하지만, 강준은 그런 것은 꿈에도 몰랐다.

“자..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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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썅! 야! 이 소스 담당 누구야!-

-저...접니다! 셰프!-

-이 소스는 너무 묽어서 그냥 물이라고 해도 믿겠다!-

-죄...죄송합니다! 셰프!-

-자! 다시 처음부터 루를 볶는 것부터 해! 색은 절대로 내지 말고!-

-예! 셰프!-


‘우와.....강준 도령님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이야...’


향이는 강준이 하고 있는 말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느낌상으로나마 이 우락부락한 남자들에게 불호령을 내리고 있는 것만은 알  같았다.

향이는 그런 강준이 조금  상냥하게 설명해 주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주방은 언제나 위험이 가득하다.

위협적인 날붙이와 잘못 건드리면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는 뜨거운 불들.

그런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뛰어다니다 보면, 신경은 곤두서고, 긴장 덕에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 곳에서 조리사들은 항상 재료들과 조리 시간, 조리법, 청결 등 항상 멀티캐스팅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인데.

그런 공간에서 차분히 설명하며 일일이 도와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언성은 높아가고, 말들은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뭐, 강준은 그것이 조금 심하기는 하지만.

“하아...하아...형! 언제 끝나 이거어!!”

혁수가 식재료가 가득 찬 나무상자를 짊어지며 처절하게 외쳤다.


“생서언...이 몸은 생선이 먹고 싶다아....”

“이거 봐! 류월이 지금 눈이  돌아가고 있다니까?”


혁수는 빗자루를 쓸면서 공허한 눈을 제자리에 두지 못하는 류월을 지목하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곧 배 터지게 생선 먹여줄게.”

“정말이냐! 알았다! 좀 더 힘을 내도록 하지!”

강준이 그런류월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자, 류월의 눈동자에 갑자기 빛이 돌아오더니 쌩쌩해졌다.


그런데 이제 그만 해주지 않으련?

지금 네가 하는 빗자루질에 바닥이뚫리려고 하는데?

어..야! 진짜 농담 아니거든?

“ㅈ..쟤 빨리 말려!”

그렇게 강준은 식겁하며 미친 듯이 바닥을 쓰는 류월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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