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내가 해야하는 것.
[흑룡이 사라졌다.]
[뭐? 그게 사실이야?]
[말도 안 돼.]
[오평산에서 느껴지던 흑룡의 봉인막이 해제되었다. 그 흑룡의 힘이 그렇게 간단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터, 그리고 흑룡의 기척마저 사라졌다.]
[드디어 그 흑룡이 죽어버린 건가?]
[그 흑룡이? 아직 의심스러운데...]
[인간....인간이 먹고 싶어...]
[살육...학살..!!...종말...!!!]
[지금까지 너무 오래 참았어...]
[그래....이제 그 빌어먹을 흑룡도 없는데, 숨어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우리들이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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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건가?-
-예. 신세 많이 졌습니다. 하인즈 님.-
-하하! 신세는 무슨. 나야말로 정말 최고의 일주일이었다네.-
일주일 뒤. 오닉스 호에서 내린 강준의 일행들은, 하인즈와의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정말 우리 상단에 올 생각은 없는가? 만약 우리 상단으로 들어오겠다 약속하면, 내 최고의조건을 내 줄 수 있건만...-
-지금은 일단 청라 어르신과의 연이 있기에...-
-그래그래...별 수 없구만.-
그 일주일동안 하인즈는 어떻게든 강준은 자신의 상단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수많은 조건들을 내걸었지만, 강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이 [한]을 떠나, 애슐란에서 살게 되면 지금 여기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아직 청라와의 계약이 남아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아직은 이한에서 지내고 싶었던 강준이기에, 그 조건들을 전부 거절했던 것이었다.
-그래...정말 고생 많았네, 다음번에 한 으로 왔을 때, 또 한 번 보자고.-
-예. 그때까지 건강하시기를.-
그렇게 하인즈와의 인사를 끝내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셰...셰프님!-
-..! 너희는?-
갑작스럽게 우르르몰려온 오닉스의 조리사들.
그들의 중심에는 칼리가 있었다.
-...가시는 겁니까?-
-...........그래.지금까지 내가 알려준 대로만 열심히 한다면, 너희들은 더 좋은 요리사가 될 것이다.-
-셰프님....지난 일주일동안의 가르침.....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셰프!!!--
그들은 이제 떠나려던 강준을 향해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강준을 배웅했다.
“이씨....이런 걸로 사람 감동 시키게나 하고 말이야...” -네놈들! 다음번에 만날 때 까지 더욱 노력하고, 정진해라! 안 그러면 죽을 줄 알아라!-
--예! 셰프!!!!--
그렇게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이별이 하전의 부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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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형. 저런 제자들도 생기고,대단하셔~”
“닥쳐. 솔직히 나도 지금 약간 오글거리긴 하니까.”
강준은 삐그덕거리는 마차에서 아까전의 항구의 일을 들먹이는 혁수에게 닥치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전부 좋은 사람 들이였는걸요?”
“그래.내가 기본기만큼은 혹독하게 가르쳤으니,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겠지.”
강준은 지난 일주일간의 일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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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지?-
-저..저는-
-넌 누구지!!!-
-벼..병신 샌드위치입니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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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심했나?’
하지만, 이 나에게 배우는 녀석들이 어디 가서 욕먹는것도 싫고, 자기네들도 만족했으니 윈윈 아닌가?
그건 그렇고...
“아...골아파....”
“또? 이래가지고 어디 다닐 수는 있겠어?”
강준은 다시금 지끈거리는머리를 부여잡고, 속앓이했다.
“도령님?”
“.....그거 꼭 해야 해?”
그런 강준을 바라보던 향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무릎을 팡팡 치며, 어서 여기에 누으라고 말하는 듯했다.
편하기는 편한데 말이지...
“다시금 하루는 꼬박 달려야 하는데, 도령님 힘드시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내 자존심이 문제란 말이지...
“형. 누가 뭐라고...풉...안하니까...어서 기대지 그래?”
“아 닥쳐 좀.”
“향이의 무릎베개는 좋아?”
“너는 진짜!”
그런강준을 보던 혁수가 강준의 속을 살살 긁으면서 놀려대자, 강준은 버럭 화를 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버틴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던 강준.
정확히 18분만에 포기하고 향이의 무릎베개에 몸을 기대었다.
......이런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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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갑자기 왜 멈춰?”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계속 달려가던 마차가 갑자기 속력을 줄이더니, 이내 멈춰 섰다.
아직 하림마을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릴 텐데?
“무슨 일입니까?”
강준은 그런 상황이 부자연스러웠는지, 마차의 문을 열어 자신들이 타고 있는 마차를 몰던 마부에게 물었다.
“저...저 방항은.....분명....”
그러자 마부는 강준의 말을 듣지도 못한 체, 그저 앞을 바라보며 몸을 덜덜 떨었다.
“응? 뭐가 있다고...난리를..치......?”
그런 마부를 본 강준도, 그가 바라보고 있는 쪽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하림마을로 보이는 위치에서, 너무나도 시커먼 연기들이 불길하게 꾸역꾸역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게....도대체...무슨....”
강준은 빠르게 머리를 돌렸다.
하림 마을이 아직 굴뚝을 쓰는 나라의 마을이라지만, 저건 너무나도이상사태이다.
화재로 인한 연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다방면으로연기들이 퍼져있다.
도적? 아니야, 아무리 도적들이 이 세계에서 행패를 부린다 한들,하림마을의 방위 수준은 도적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 낼 수 있어.
그렇다면.....설마...
[마을에서 팔기도 하고, 직접 산에 들어가서 줍기도 하죠. 저도 산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전까지는 직접 산에 가서 줍고는 했어요.]
[응? 흉흉한 소문은 또 뭔데?]
[아...그 오행산에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악귀들이 나타난다네요...]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며, 예전의 일들을 끄집어냈다.
악귀.
그렇다면 이것은 악귀의 일이 분명했다.
그럼 이제 강준이 해야 할 일은...
“류월!!”
강준은 미친 듯이 다시 달려와, 마차의 문을 열며 불렀다.
한의 최강의 생물. 흑룡을 말이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마차 문을 벌컥 하고 열자, 류월은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내 강준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아주 담담하게 상황을 물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말에 빨리 대답해.”
“그러지.”
“무...무슨일인데??”
“도..도령님?”
그런 나의 모습에 혁수와 향이는 무슨 일이냐며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류월에게 물었다.
“너는 강해?”
“그렇다.”
“지금당장 하림마을로 이동할 수 있어?”
“혼자라면 몰라도, 자네들을 데리고 간다면 약 1분 정도 걸리네.”
“그럼 마지막, 지금 하림마을에 몰려온 악귀들을 전부 처리할 수 있어?”
땀이 폭포수처럼 나기시작했다. 손발이 떨리는 것을멈추기가 힘들다.
만약, 정말로 악귀들이 나타났다면, 하림에 있는 사람들은?
죽는다.
이 세계에 와서, 우리 세계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럭저럭 좋았다.
현대의 세계에서는 판타지 세계의 괴물은 없었으며, 그저 맛있는 것을 만들고,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달랐다.
도술이 있고, 괴물들이 있다.
사람들이 습격을 받고, 죽어간다.
그렇다면, 그것을 깨달은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그렇다.”
류월의 단 한마디에 꼬여버린 실타래 같던 의문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땀들이 식어가며 피부 겉이 말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주체할 수 없이 떨리던 손들이 차츰 멈춰가기 시작했다.
난 언제나 항상 해야 하는 일을 직시하고,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지?
별거 없다.
“최대한 빨리, 우리를 데리고 하림마을로 가줘.”
내가 해야 하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는 것.
“그리고, 악귀들을 전부 쓰러뜨려 줘.”
그것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