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재앙의 구원자.
“허억....허억....후.....”
창하는 거친 숨을 내쉬며, 다시금 호흡을 진정시켰다.
칼은 이미 이가 다 빠졌으며, 자신의 몸은 몇 번이고 땅바닥에 굴러서 만신창이였다.
‘악귀들이 어째서...갑자기 마을로 들이닥친 거지?’
그는 하림마을의 최고 부자인 청라의 무사이며, 한때수도의 포졸로 일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이 엄청난 무예가 있지는 않더라도, 사람의 상대라면 일대 다수도 충분히해낼 수 있는 무사였다.
[끌끌끌....그래...더더욱 발버둥 쳐라...이렇게 쉽게 죽이는 건 아까우니...]
그런 창하를 마치 갓난아기를 상대하듯 가볍게 상대하는 악귀.
온통 검은색의 피막을 두른 악귀의 생김새는 매우 끔찍했으며, 그의 손톱은 창하에서 배어 나온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젠장...괜히 나섰군....나는 그저 청라 어르신의 댁만 지키면 되었을 터였는데...’
그 말 그대로, 마을에 도적이 쳐들어오던, 악귀가 생기던, 그는 청라에게 고용된 처지였기에,굳이 이 상황이 생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포졸의 생활이길었던 탓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허리에도 닿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악귀에게 당하려고 할 때는 이미, 그의 몸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그 아이는....이미 누가 데려갔나?...다행이군.....이렇게 된 이상..’
“그 추잡하고 더러운 입을 알랑거리지말고 덤벼라! 나 창하가 너를 상대할 터이니!”
창하는 이미 깨어질 정도로 금이 가, 한 두어 번만 휘두르면 부서질 칼을, 정상적으로 잡기도 어려울 만큼 후들거리는 팔로 잡아, 악귀에게 겨누었다.
[꽤나 재미있는 인간인데? 충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우리도 빨리 인간을 썰어버리고 싶으니,얼른 치워라.]
[하하하하!!!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런 창하를 바라보는 악귀들이 역겨운 웃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이제 질리는군.내 특별히 네놈의 용맹함을 깊게 사. 고통 없이 보내주마.]
“하! 이번에 네놈의 목이나 잘 간수해라, 곧 바닥에 처박혀 굴러다닐 테니.”
창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악귀를 비웃으며 자세를 잡았지만, 이제 그의 몸은 그것으로 한계였다.
더 이상 꼼짝도 못 하는 몸뚱아리는, 저기서 자신을 죽이러 오는 충조의 공격을 더 이상 막지 못할 터였다.
‘하....이렇게 가는군.....하지만...후회는 없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눈을 감은 순간.
“더럽군.”
촤악 하며 피보라가 터져 나왔다.
“...무...무슨....”
분명 금방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충조의 목이 어느새 칼로 잘린 듯, 번듯하게 잘려,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이 내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이런 꼴이라니....”
그리고 그 충조의 시체 앞에 선 한 사람.
밤하늘과 같은 칠흑의 치마를 걸친 한 여자아이였다.
[흐...흑룡!!!]
[이런 제기랄! 분명 사라진 기척을 확인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너희들은 오늘. 이 마을에서 사지가 갈린 채로 나갈 것이다.”
류월은 서슬 퍼런 눈동자를 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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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우....”
강준은 두 손을 맞닿으며 숨을 내쉬었다.
강준의 일행은 지금 청라의 집에 있었다.
류월은 무슨 도술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일행들이 타던 마차들과 함께 순식간에 마을로 데려다준뒤, 또다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당장 상황파학부터 하거라! 사상자는? 악귀들은 어디에서 쳐들어왔지?”
그런 마을의 재난을 파악한 청라는 다급히 하인들을 불러 현재 상황부터 차근차근 확인하기 시작했다.
연륜이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자신의 하림마을의 지위 덕일까? 혼비백산이던 마을 사람들은 청라의명이라는 말을 듣고는 빠르게 안정을 찾고는, 청라의 집을 대피소 삼아 온 마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도령님....류월 님은....괜찮으실까요?”
그런 와중에도 향이는 자신의 걱정보다, 악귀들을 물리치러 간 류월을 걱정하며 강준에게 물었다.
자신도 분명 무서울 텐데...
“걱정 마. 류월이 누군데? 순식간에 일을 끝내고 돌아올 거야. 그럼 수고한 답례로 맛있는 저녁이나 차려주자.”
“네...네!”
그렇게 향이를 달래주는 강준이었지만, 사실 강준도 지금 너무나도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 흑룡이라면, 순식간에 다 처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오겠지....괜찮아....만약을 대비해 류월이 준 ‘그것’도 있으니까...‘
“꺄아아아아악!!!!”
그렇게 어떻게든 마음을 다스리던 강준의 귀에 목이 찢어질 것만 같은 비명 소리가들려왔다.
“아..악귀다!!!”
“여기도 안전하지 않은 건가...!”
“엄마!!!! 엄마아!!!”
청라의 집 문 앞에는 언제 왔을지 모르는 검은 형체가 우뚝 서 있었다.
[빌어먹을 흑룡.....이게 어떻게 생긴 기회인데....이렇게 된 이상 내가 죽더라도 네놈들의 피젖은 살점은씹고 가야겠다!!!!]
“젠장...! 1중대!!! 앞으로!!! 도사들은 도술 전개를...!”
“시발...시발...!!”
“정신 차려 이 새끼들아! 절대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마라!!! 청라 어르신이 계시는 곳이다!!”
그러는 사이, 청라에게 고용된 무사들과 도사들이 악귀를 둘러싸고, 진을 굳혔다.
[남정네들은 꺼져라! 네놈들의 살은 맛이 없거든...]
“도..돌격!!!!”
“도술사들은 방어막부터 전개!!”
“으아아아아아!!!!”
드디어 악귀들을 향해 돌격을 시작하는 무사들.
하지만.
-슈팟-
“끄...허억..!”
“아아악!!!”
“허..허억..!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분명 눈 깜빡할 사이였을 뿐이었는데.
금방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서서 돌격하던 병사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어 보이지만, 제각기 돌아간 관절들과 뼈가 그들이 더 이상은 전투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한...한번에 우리의 도술이 박살..나다니...”
그런 무사들에게 방어막을 씌워주던 도사들도, 무사들이 죽지 않게 하는 것 만 으로도 모든 기력을 다 쓴 것인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휘청거렸다.
“꺄아아아악!!!”
“무사님들이....전부...”
“우린 이제 모두 죽을 거야!!”
“살려줘!!죽고 싶지 않아..!!!”
그런 광경을 모두 지켜본 마을사람들은 저마다비명을 지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아아...너무나 듣기 좋군...인간들의 죽기직전의 단말마는, 내 식욕을 달구는데 안성맞춤이지.]
그렇게 서서히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기 시작한 악귀.
그런데.
[네 년은 또 뭐냐?]
그런 악귀의 앞을 막아선 사람이 있었으니.
“하...시발 진짜...”
바로 강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