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용이 내가 된다!
-청란....도대체 이게 무슨....!-
-류월.아니, 흑룡.-
-가..갑자기 왜 그러는 것인가..? 이..이 몸 이지 않느냐...? 왜 그런 식으로 나를 부르는 겐가..?-
류월은 갑자기 자신을 마치 생판 남으로 보는 청란의 말투에 옷깃이 빳빳이 설만큼,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나라를 어지럽히고, 끝없는 파괴를 바라는 흑룡이여. 그 죄를 묻노니.-
청란은 그런 자신을 애달프게 바라보는 류월의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그 손끝에서는 쉬이 볼 수 없을 만큼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그건....추방역식? 청란! 정말로...정말로 이 몸을 버릴 생각이냐?!!-
-왕제이시어,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부디, 명령을.-
청란의 손 끝에서 터져 나온 빛이 어느새 류월의 몸을 휘감아, 꿈쩍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큭...이거 놔라! 감히...감히이!!!-
-소용없다. 이 도술식은 청룡의 여의주로 새긴 것, 흑룡인 너조차도 깰 수는 없다.-
-청룡...! 하..하하! 그 빌어먹을 녀석에게 구걸하면서까지...도대체...왜...!-
-술식....전개.-
그러자 류월의 몸을 휘감던 빛들이, 점차 류월의 공간 통째로 반투명한 구로 덮어버렸다.
-청...란....-
-가라.두 번 다시는 이 땅을 밟지 못할 것이다.-
류월을 감싼 구체는 점차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류월은 자신을 추방하려는 청란을 핏발이 선 두 눈으로 끝까지 보았다.
그러자.
-...!-
미안하다.
청란은 주위의 신하가 절대로 보지 못하게끔, 류월에게 입을 속삭였다.
그런 청란의 두 눈은 붉게 물들어, 눈물이 방울방울 매여 있었다.
-어째서....어째서.....-
-어째서...청란 네가 울고 있는 거냐.....청란...-
류월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류월을 감싸, 떠오르던 구체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사라져, 이윽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류월이 떠나간 곳에는.
검게 물든 몸 색에 새파란 꽃이 장식으로 달려있는, 조그마한 비녀만이.
덩그러니 바닥에 굴러다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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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커헉!”
강준은 감긴 눈꺼풀을 들고,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지? 금방 그 장면은...꿈? 그보다도...류월이 나왔었는데....’
강준은 금방까지 꾸고 있던 생생한 꿈을 되새기고 있었다.
너무나도 생생해서, 지금이라도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류월은, 너무나도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그런 꿈을 꾸게 되었던 것일까?
“...으음.....”
“응?”
“도...도령니임!!!!!!!!!”
그리고 주위를 살펴보자, 자신의 허리춤에서 머리를 기대고 있는 향이가 강준이 일어난 기색을 눈치챘는지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강준에게 달려들었다.
“어..어풉....어억...! 햐..향아..! 잠시...잠시만.....!!!!”
“저...저는...히끅....도령님이....영영 주무시는 줄 알고.....히끅.....!”
향이는 그런 강준을 꼬옥 껴안으며, 엉엉 울었다.
“....미안. 걱정 끼쳤지? 이제 괜찮아....응? 난 괜찮아...”
그렇게 울고 있는 향이의 등을 따뜻하게 두드려주며, 자신이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며 강준은 말했다.
“응? 왜 이렇게 시끄러운...혀엉?!”
“어. 왔냐?”
“이...일어났다아!!!! 형이 일어났어어!!!”
“왜 저래..?”
무슨 일인가 싶어 방문을 열고 들어온 혁수는, 강준이 일어난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그 소식을 집안 곳곳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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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주일 동안 누워 있었다고??”
“그렇다니까? 난 완전 죽은 줄 알았다고!”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강준은 혁수와 향이 만이 있는 이 방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고로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 방은, 청라 어르신이 내어준 사랑방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고 있는 옷도, 자신이 배고 있는 베개와 이불도 삐까번쩍 하더니만....돈이 많이 들어간 것은 역시 최고였다.
혁수의 말에 의하면, 나는 악귀를 완전 가루로 만들어 버린 뒤, 그대로 쓰러졌다고 한다.
분명,여의주를 삼키고, 힘이 엄청 세져서 악귀 놈을 졸라 팬 건 기억이 나는데....그 이후가 기억이 잘....
“내가 쓰러진 뒤에는 어떻게 됐어?”
“엄...형이 쓰러뜨린 악귀 말고도 다른 놈들이 있기는 했는데....”
“이 몸이 다 물리쳤다.”
그러자 갑자기 나타난 류월이 우쭐한 모습으로 강준의 앞에 섰다.
“그런 미물쯤이야 이몸에게 걸리면 한방이지! 대단하지 않은가?”
“그건 다행이긴 한데....야! 그러고 보니, 그런 위험한 물건을 줬으면 쓰는 법을 알려 줘야 할 거 아니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고!”
“흐음...그건 미안하게 됐네, 내 친우....한테 빌려주던 것이 익숙해서 말이지, 얼떨결에 쓰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았군.”
강준이 버럭하며 류월에게 따지자, 미처 그것은 생각 하지못 하였다는 듯이, 쩔쩔매었다.
“에휴....근데 세긴 세더라, 역시 용의 힘이라서 그런가? 막말로 일주일 동안 자고 있었다고는 한데, 엄청 팔팔한데?”
“음? 잠시만, 잠시 기다려 보게.”
“으..응? 갑자기 또 왜 그러는데?”
자신의 건강함을 보여주려 하던 강준은 갑자기 얼굴을 심각하게 만든 류월이 자신을 바라보자, 얼떨결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건....”
“왜....왜 그래? 내 몸에 이상이라도 있는 거야?”
“자네...용이 되었지 않는가?”
“엥?”
““예?””
강준과 향이들은 그런 류월의 말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용? 드래곤? 전설 속의 생물체?
“아니..하...그건 또 뭔 개소리야? 난 평범한 인간....아앗!!”
갑작스러운 류월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강준은 상황 파악이 힘들어서 머리를 감싸다가, 자신의 머리에 이상한 무언가가 돌출되어 있는 것을 알아냈다.
“어....이건...뿔?”
분명 강준의 이마에 무언가가 혹처럼 살짝 솟아나 있었다.
“그렇군...그렇게 된 거였어....”
“아니이! 혼자서 생각만 하지 말고 빨리 이게 뭔 일인지 말해!!”
“류월님....도령님이 용이 됐다니...그게 무슨...”
“보통 평범한 인간은, 자신의 몸에 [기] 라는 힘이 있네.
그래서 용의 힘을 받는다 한들, 용의 힘과 원래 있는 기 라는 힘이 충돌하여, 받아들이지 못하는 법이지.
내가 준 여의주도, 그저 한정된 시간 동안 인간의 힘을 초월한 힘을 쓰게 만들 뿐이었다네.“
“그러나 자네는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니지 않는가. 애초에 그 몸에는 기 라는 힘 자체가 없는, 텅 빈 그릇이라는 소리지.
그런 텅 빈 그릇에 여의주를 통째로 몸 안에 넣어버려서, 그 그릇에 용의 힘이 담기게 되었군...“
“아....지금 내 머리가 터질 것 같거든? 쉽게 말해줘 쉽게.”
“즉, 자네는 인간이면서 용인, 희귀한 존재가 된 것이지. 아마 지금은 그 용의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여, 인간인 모습을 띠면서도, 용의 흔적이 남은 것일게다.
그렇군....그래서 적응 기간이 필요하여 그만큼 긴 시간의 잠을 자게 된 것인가? 내 한평생 이런 기이한 일은 처음이군...하하!“
“아니 씨발!하하! 가 아니잖아!!!!”
분명 나는 평범한 남자였을 텐데, 어느샌가 여자가 되었더니, 이제는 반인반용이라고?
“그것보다도 말이야. 괜찮아?”
“류월의말처럼 내 한평생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개 ㅈ같긴 한데, 뭔데?”
그렇게 머리를 짜매던 강준에게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혁수가 말을 걸었다.
“아니....형이 여의주를 먹고, 악귀를 개 박살 낸 걸. 마을 사람들이 다 봤거든? 지금 하림 마을에 도는 말이, 흑룡 류월이 이 세계에 헌신하여, 재앙에서 마을을 구했다. 라는 말이 나돌아...”
“여기 있는 류월은 내가 봤는데, 그냥 한 방에 죽여 버리니까, 그냥 겁나 쎈 도사라고 치면 되는데.....형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내리고, 용의 번개를 내뿜는 걸....마을 사람들이 다 봤어! 마을 사람들이 형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아? 흑룡이래. 흑룡!”
“아...시바 그건 또 뭔...아오....”
그렇다.
하림마을은 한의 수도보다도 작은, 변두리의 마을.
그런 소문이 한번 퍼지면, 마을사람이 전부 알기까지 고작 한나절도 걸리지 않는다.
이거...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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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監司)나으리! 감사 나으리!”
“무슨 일이더냐?”
한의 6도 중, 하림 마을이 속해 있는 감리의 관찰사(觀察使) 하백 영감은 밀려오는 일거리를 감싸며, 자신의 방에 들어온 하인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다.
“그..그...”
“무슨 말이 하고 싶은게냐? 말을 똑바로 하거라.”
“그 하림...마을 말입니다.”
“하림..? 아아...그 변두리의 마을 말이구나,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이더냐?”
“그곳에 악귀들이 대량으로덮쳤다 합니다.”
“뭐..뭣이? 아니 어찌 그런 일이....악귀 한 두 마리쯤은 몰라도, 대량으로 마을에 몰려오다니...이건 비상이다. 당장 악귀갑사들을 부르고, 백성들의 구제와 악귀들의 척살을...”
악귀들이 쳐들어왔다는 소리를 들은 하백은 피곤하여 잠긴 눈을 번뜩 뜬 뒤, 당장이라도 자신이 튀어 갈 것 같았다.
“아..아니아니! 악귀들은 이미 다 물리쳤다고 합니다.”
“물리..쳤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고작 마을 사람들이 그 많은 악귀들을 물리쳤다? 말이 되는 소리를!”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들은 하백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그런 말을 한 하인에게 호통을 쳤다.
“그...그 악귀들을 처리한 존재가....흑룡...흑룡. 류월 이라고 한답니다.”
“흐..흑룡?”
“예. 그렇사옵니다.”
“허허...정말 허무맹랭한 소리구나....흑룡이라니...그저 한의 신화이지 않느냐...”
“하..하지만, 마른하늘에 검은 번개를 내리치며, 용의 모습으로 악귀들을 처리했다는 것을 직접 봤다는 마을사람들의 소문이 끊이질않고 있사옵니다....”
“흠...그것은 아무리 봐도, 흑룡을 흉내 내어, 마을 사람들을 홀리고 있을 도사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겠구나....안되겠다! 기소.”
그런 하인의 말을 곰곰이 듣던 하백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하인인 기소에게 말했다.
“감히 한의 신화에 먹칠을 한 그 천인공노할 사기꾼을 당장 잡아들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