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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모래의 마녀를 영어로 부르면? 샌드위치! (33/289)



〈 33화 〉모래의 마녀를 영어로 부르면? 샌드위치!

“그...그대여.....이제 그만 해도 되겠는가?”

“안돼.”

류월은 사랑방 마루 구석 벽에 딱 붙어, 무릎 꿇고 손을 번쩍 든 자세로 강준에게 자비를 바랬지만, 그런 강준은 눈 깜빡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그 방법이 제일 쉽고 간단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그래도 멀쩡한 사람을, 심지어 공무원을 기절 시켜? 아이고 두야...”

그렇게 투덜대는 류월의 말에 강준은 골머리를 앓았다.

솔직히, 류월의 힘이면 그냥 막 나가도 아무도 수를 쓸 수가 없기는 하다.

그 무서운 흑룡이 아닌가. 감히 누가 그런 흑룡에게 덤빌 수 있을까?

하지만 강준은 그러지 않았다.

왜? 귀찮으니까.

누가 뭐라고하든 류월이 조지면 되는데 뭐가 귀찮느냐?

류월은  그대로 핵병기와 다름이 없었다.

우리가 신경을 쓰든 말든, 주변의 시선과 간섭은 어디를 가서든 통해 올 것이다.

그게 싫으면 산속에 박힐 수는 있지만, 강준은 그런 삶을 견디지 못했다.

차리리 안정적으로 사람들과 섞여서,  권력의 비호 아래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훨씬 편했다.

그리고 무슨사이코패스도 아니고, 아무리 덤벼든다고 하지만, 사람들을 죽이는 것에 거부감은 확실히 있었다.

류월도 사람을 죽이는데 거부감은 없지만, 희열감도 없다 하지 않던가.

그러니 강준은 청라의 비호 아래, 점차 성장하며 덩치를 키울 생각이었는데.

“으으....이 몸이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저 빌어먹을 도마뱀이 모든 것을 망쳤다.

“허어...이것  일이 커졌구나...”

“그렇긴 하겠죠?”

“저 지휘관의 옷에 그려진 문양을 보아하니.....아마 하백 영감의 명인가....이것 참 골치 아프구나...”

그러던 사이, 방에서 나와 류월이 해놓은 꼴을 살펴보던청라가 지휘관의 문양을 보고는 혀를 찼다.

“하백...영감?”

“이 하림 마을이 속해있는 감리도의 관찰사이지. 아마 관찰사까지 이 일을 알아차렸다면, 소문이 생각보다 널리 퍼진 모양 일게다.”

“허어....그렇게나 빨리 말입니까?”

“흑룡 류월의 소문 아니더냐, 이 정도로 빨리는예상하지못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대로구나. 심지어 하필 하백 영감이라니....이것 참...”

“그...하백 이라 하는 관찰사분이 무슨 문제라도...?”


청하의 입에서 하백이라는 사람이 계속 언급되자, 강준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청라에게 물었다.


“하백 영감은 일벌레  자체지, 천성이 청렴결백하여 산처럼 쌓인 금은보화들의 뇌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원리원칙만을 따르는,  같은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사람인게다.”

‘....엄청 좋은 사람 아닌가?’

그런 청라의 말을 들은 강준은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마음속으로 읊조리는 것으로 참았다.

“이번 일로써 하백 영감은 아마 지속적으로 자네를 조사할 것이네, 심지어 압송하기 위해 보낸 선발대를 이렇게 만들어 버렸으니....”

청라가 말한 하백 영감이 보낸 선발대는 류월에 의해 기절하여, 지금은 병사들의 무장을 해제시켜놓고, 한곳에 모아놓았다.

“흐..흐흠....과연 흑룡님이신가...”

“.....이렇게 까지 일을 벌렸는데,숨길 수는 없겠지요...”

“나도 놀랐다네, 자네가 아니라 저 아이처럼 보이는 존재가 흑룡이라니....이거 참...”

그렇게 말하던 청라는 고개를 돌려 류월을 바라보았다.


“이제..그만 좀 해주게....이...인간들에게 둘러싸인 채 이런 꼴사나운 행동을 하다니...”

류월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중얼거렸다.

“.............”

청라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다시 돌려, 강준을 바라보았다.

“흑룡님을 저렇게 대해도 되는 건가? 나는 웃음이...아니 살이 떨릴 지경이네만...”

“뭐...괜찮습니다. 철없는 행동을 하는 어린아이 같아서,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지요.”

“자네도 흑룡이 아닐 뿐이지, 정말 대단하긴 하구먼....저 흑룡을 길들이다니...”

“하하....저는 그저 평범한 계집일 뿐입니다....”

‘원래 남자였고, 이제는 반인반룡이긴 합니다만...’

굳이 뒤의 말을 붙일 필요는 없겠지.

강준은 어정쩡한 웃음을 지으며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아무튼, 저 사람들을 이렇게 놔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네, 저자들은 하백 영감의 명을 듣고 찾아온 자들, 우리가 이렇게 나온다면 하백 영감의 명, 아니 나라의 명을 거부하는 뜻이 되니까 말이네.”

“뭐...아무튼 지금 할  있는 방법은, 저자들과 이야기를 좋게좋게 하는 것이 베스트... 바람직하겠지요?”

“그렇긴 하네만....이미 우리 쪽이 선공을 해버린 상황이네만...이를 어찌해야...”

“뭐...어쩌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강준은 그런 청라의 물음에 소매를 걷어 올리며대답했다.

자. 이젠 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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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후아...”

기소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으며, 눈을 떴다.

‘나는 분명....류월이라 자칭하는 사기꾼을 체포하러....’

“............흑...흑룡!!”

기소는 자신이 기절하기 전, 마주 보았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 천둥처럼 위압감 넘치는 목소리.

흑룡. 그 검은 머리 여자아이가 흑룡이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신화로만 내려오던 전설의 흑룡. 그 흑룡이 실제했다.

그리고 자신의 병사들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킨  흑룡은....

“류월.반성했어?”

“......그렇다.”

“어어? 목소리가 작다?”

“아니! 자네 정말 비겁하지 않는가! 그런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나를 협박하는 겐가?”

“그럼 너는 없는 걸로...”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옳지.”


자신들이 사기꾼이라 칭했던 여자아이의 앞에서 꿈쩍도 못 하고 있었다.

“이..무슨...”

“어라? 아! 깨어나셨습니까?”


그런 황당한 장면을 목격한 기소에게 강준은 방긋 웃으며 다가왔다.

“정...정말  아이가 흑룡이란 말인가...?”

“....뭐 그렇기는 한데....일단 시장하지 않으십니까?”

“뭐...뭣..?”

‘시장? 지금 나보고 배가 고프냐고 물어보는 것인가?‘


그 위대한 흑룡을 외간의 꼬마처럼 다루는  여자.

기소는 점차 이 상황을 머릿속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냄새는..?”

고소하고, 맡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갈 듯한 향기로운 냄새.

“제가 나리님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습니다!”

강준은 그리 말하며 무언가가 가득 찬 바구니를 들고 왔다.

그리고 바구니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꺼내더니.


“자! 숯불구이 샌드위치입니다!”

무언가를 꺼내 기소의 앞에 들이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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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맛있는 것으로 배를 채운다!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분은 좋아지지!”

그것이 강준의 모토.

저 하백 영감이 보낸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면, 일단 무언가를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강준은 청라의 주방으로 들어섰다.


“흠....빵이 아직많이 남아있네...”


아무리 반죽을 치대도 지치지 않는 몸이 되어서 그런가, 의욕 과다로 빵 반죽을 어마어마하게 만들어 버렸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고, 맛이 있으며, 식빵이 들어가는 요리....

“샌드위치밖에 없잖아!”

샌드위치.

18세기 영국의 귀족인 제4대 샌드위치 백작의 작위명인 샌드위치를 따서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요리.

트럼프 카드 게임을 좋아해서, 카드 게임을 하면서 식사를 하기 위해, 빵에다가 야채와 고기를 넣은 요리를 만들었다 전해진다.

빵에다가 야채와 샌드위치를 넣는다.

그런 간단한 수식 덕분에 현대의 샌드위치는 정말 다양하게 많은 샌드위치 래시피가 존재한다.

그럼, 조선의 입맛과 비슷한 한의 사람들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든든하게속을 채워주려면...


“숯불구이....이거다!”


어느새 머릿속에 착착 정리되어가는 레시피를 생각하며, 강준은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먼저 발효가 다 끝난 반죽들을 제빵 틀에 넣어 모조리 구워준다.

그 뒤에는 소고기에 후추와 소주로 밑간을 하고, 간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를 만들어 준다.

이제 고기를 구워야 하는데...


“....어느 세월에 다 굽지?”


먹을 사람은 적어도 20~30명. 그런 고기를 강준 혼자 굽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때.

“도령님? 여기서 무엇을?”

“바...밖에 병사들이 있던데..! 무슨 일이야?”

“오! 마침 잘 됐다! 자자~ 이리로 와.”


강준이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향이와 벼루가 강준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오자, 강준은 기다렸다는 듯이 둘을 재촉하며, 화로의 앞으로 보냈다.

“좋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예~!”

“으..응? 뭔데? 갑자기 무슨 일인데?”

그렇게 이미 요리에 정신없는 강준과, 이미 강준의 즉흥적 요리에 적응한 향이.

그리고 이게 뭔 상황인지 감도 오지 않은 벼루의 샌드위치 요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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