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주세요~ 해봐. (34/289)



〈 34화 〉주세요~ 해봐.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소스의풍미가, 주방을 가득 채웠다.


“히야....좋은 향기....”

“정말 맛있겠네요...”

소고기에 숯불의 향까지배어들자, 향이와 벼루는 침을 꼴딱 삼키며, 말했다.

그 풍미에 중독되어, 힘든 것도 모르고, 무아지경으로 고기를 구울 수 있었다.

“고기는 됐어?”

“네~”

“진짜 맛있어 보이는데....조금만 먹어보면 안 돼..?”

“조금만  참으면, 더 맛있게 해서 먹게 해줄게. 그러니 조금만 참자?”

“저...저것보다 더 맛있게?! 응! 참을게!”


강준은 향이와 벼루가 구워준 고기가 가득 담긴접시를 챙기고, 빵을 준비했다.

빵을 버터에 구워서 바삭하게 만들어도 되지만, 이번 샌드위치는 달걀, 햄, 야채 같은 재료들은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대로 빵과 양념 숯불구이로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식빵에 달짝지근한 소스를  배개하기 위해선, 구워주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 잘 배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븐에서 막 꺼낸, 따끈따끈한 빵을 잘 잘라서, 사이에 고기와 양념 소스를 잘 끼얹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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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숯불구이 샌드위치입니다!”

“수..숯불...뭐시기?”

기소는 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이 들었다.

자신을 기절시킨 위대한 흑룡을 함부로 대하는  소녀.

그러더니 갑자기 생전 처음 들어보는 것을 자신에게 들이대는 이 상황.

머릿속이 상황을 따라가기 힘들고, 핑핑 돌아가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꿀꺽...”

 소녀가 건네는 이 샌드위치라는 것이 엄청나게 맛있어 보인다고,


구릿빛이 맴도는 겉면에 새하얀 속살을 가진 고소한 향을 내뿜는 것과  안에 들어 있는 터질 것 같은 육향을 내뿜는 고기.

이미 기소의 머릿속은 샌드위치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시장하시지 않으셔요? 일단 배를 채우고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커...커흠...음식을 낭비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 일단 받기는 하겠다만, 이것으로이 기소를 회유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런 기소는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척, 마치 소매치기를 하듯이 강준의 손에 든 샌드위치를 낚아챘다.

‘이...이것은 어떻게 먹는 것인고....’

따끈하고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를 손에 든 기소는 끙끙거리며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의 사람들의 식사는 항상 수저와 함께 해왔다.

한과 같은 간식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는 행위는 매우 천한 행동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의 손에 든 샌드위치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던 기소.

“으음~제가 만들었지만역시 맛있군요...!”

“...!!”


그런 기소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강준은 기소의 눈 앞에서 샌드위치를 손에 쥔 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짭잘하고...음...빵에 간이 잘 배였네...”

“.....꿀꺽...”

분명, 도구도 없이 손으로 게걸스럽게 먹는 행위는 매우 천하고, 볼품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녀는,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얼굴을 지으며 음식을 탐미하고 있었다.

그러던 기소는 자신의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바라보았다.

....

덥석!

‘내..내가 뭘....한거지?’

기소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덥석 하고 물었다.

천박하고, 불결스러운 행동.

하지만 기소는 자신이 배어 물은 샌드위치를 뱉을 수가 없었다.

“.....”

자신의 입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저 우물거리며 씹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 무슨 맛이란 말인가...’

첫입에는 매우 부드럽고 고소한, 정체불명의 음식에 감탄했다.

달짝지근한 양념이 배어들어, 몇 번이고계속 먹을 수 있을  같았다.

 뒤로 이어지는 숮불고기는 말 그대로 맛의 폭력. 이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은 채, 풍부한 고기의 육즙과 터져 나오는 숯불의 향이 기소의 코를 미친 듯이 내리 갈궜다.

포근하게 감싸주는 이 정체불명의 음식에 숨은, 폭군과도 같은 고기가 만나, 엄청난 조화를 이루었다.


“우물...우물우물...큽....우물우물...”


그러던 사이, 어느새 기소는 걸신들린 듯, 샌드위치를 음미하고 있었다.

천박하다고? 불결스럽고 미개하다고?

그딴 시덥잖은 이유는 기소를 막을 이유가 전혀 되지 않았다.

‘흠...이걸로 끝났네, 완전히 빠져들었어.’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강준.

기소는 이미 이 샌드위치의 포로가 되었다.

 먹고 난 뒤에라도 조금이나마 평화롭게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샌드위치는 입맛에 맞으셨는지요?”

그렇게 생각한 강준은 이미 자신의 손아귀에서 사라진 샌드위치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멍하지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기소에게 말을 걸었다.


“하.....”

“하..?”

“하나만 더 줄 수 있겠는가...?”

그런 기소는 이미 동공이 풀려 그저 더욱 샌드위치를 탐하게 되었다.

“하...핫!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아닐세...아니야...”

그러다 갑자기 눈이 크게 떠진 기소는 금방 자신이 뱉었던 말을 부정하며, 손을 가로지었다.

“아...그러신가요? 그럼....이 샌드위치는 필요 없으신지?”

“아..헙..!”


그런 기소의 앞에는, 자신이 맛보았던 샌드위치를 흔들며,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준이 있었다.

“더 필요하시다 하셔서.....하나 더 꺼내왔습니다만...필요 없으시다면야....도로 집어넣도록...”

“자...잠깐!”

강준이 흔들던 손을 멈추고, 샌드위치를 다시 바구니에 넣으려고 하자, 기소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저었다.


‘무..무슨....내가 지금  거지?  멈추라고  게야...’

그렇게 기소가 자신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라, 당황하자.


“왜 그러시는지요? 샌드위치가더 드시고 싶으신지..?”

강준은 한껏 흐트러지는 웃음을 흘리며, 기소에게 말했다.

“아..아니...나는...”

“괜찮습니다. 제가 만든 샌드위치는 제가 생각해도 정~말로 맛있으니까 말이죠.”

“조금 더 솔직해지자고요. 제가 만든 샌드위치....더 먹고 싶지 않으십니까?”

“크..!...크윽...!”


강준이아주 가볍게 흘린  마디가, 기소에게는 치명타로 들어갔다.

그렇다.

솔직히 강준이 건넨 샌드위치는 정말 맛있었다.

이때까지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맛.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한 번으로 만족하기 어려울 만큼.

기소의 혀는 기소도 모르게 강준의 샌드위치를 바라고 있었다.


“자~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져 보자구요....샌드위치. 더 먹고 싶으시죠?”

“아..아니...난...”

“아아~ 싫으신가요? 그럼 어쩔 수 없죠.”

강준은 여유 넘치는 목소리로 기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기 시작했다.


“......싶다...”

“예?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만?”

“샌드위치...하나 더...먹고싶다.”

기소는 그런 강준의 농락에 얼굴을 새빨같게 물들이며, 더듬더듬 샌드위치 하나 더를 바랬다.

“진작에 그렇게 말씀하시지~ 자! 여기 샌드위치 하나  입니다!”

그렇게 강준이 다시금 샌드위치를 건네주자, 기소는 후다닥 뺏어,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젠장....젠장...!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두고, 망설일 수가 없구나....그만큼 천하일미 거늘...’


그렇게 어쩔  없는 일이다. 라며 자신의 마음을 달래는 기소였다.


“으...으음....여기는...”

“부..분명 우리는 어쩌다가...”

그러는 사이, 기절해있던 병사들도 하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자. 본격적으로 샌드위치를 나누어볼까?

강준은 바구니를 들어 올리며,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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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존재한다니....!”

“나....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듯한 기분이 들어...”

“우..우효...? 나도 모르게 이상한 감탄사가...?”

역시.

강준은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병사들을 보며,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병사들은 이미 강준의 샌드위치의 포로가 되었고, 기절하기 전만 해도, 나에게 느껴지던 적개심은 아예 없어졌고,어떤 병사는 강준을 신앙하는 눈빛으로 보기도 하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없는 것이, 흑룡을 마음대로 부리며, 이때껏 먹어본 적도 없는 진미를 나누어주는 강준은, 이미 평범한 사람도, 사기꾼도 아닌 굉장한 존재로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맛있겠다...”

“나도 하나 먹어보고 싶은걸...?”

그리고 그것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청라의 사용인들이었다.

강준이 만든 샌드위치는, 기소와 그 병사들을 위한 음식이었기도 했고, 감히 강준에게 말을 걸지도 못하였기에 그저 멀리서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먹는 샌드위치는 너무나도 맛있어 보였고, 그런 샌드위치는 그런 사용인들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저....강하야..”

“음? 하소 아주머니? 무슨 일이세요?”

그런 사용인들 중 발뻣고 나선 자는 바로, 청라댁의 비공식 권력자. 하소였다.


“그 샌드위치라는 음식 말입..말이다...혹시 우리 사용인들도 만들어   있겠습니...겠니? 하인들이 너무나 먹고 싶어 하는 눈치라서...”


하소는 평소와는 다르게 강준에게 조심스레 부탁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재능있는 평범한 아이인 줄 알았더니, 청라의 신임을 얻을 뿐만이 아니라, 그 위대한 흑룡을 마음대로 다루는 모습을 본 이상, 더는 예전의 태도로는 강준을 대하기가 어려웠다.

“흐음....좋아요! 마침 재료도 아직 남아있고....청라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우물-...음.....좋다! 창고에 있는 재료들을 다 써도 좋으니, 우리 사람들 배를부르게 해 주거라! -우물-...”


강준은 자신이 건네준 샌드위치를 맛나게 먹고 있던 청라에게 허락을 구하자, 청라는 흔쾌히 수락했다.


“일단 누가 창고에서 소고기 좀 구해오시고, 하소 아주머니, 주방에 인원  넣어주세요. 잔뜩 만들 예정이거든요.”


좋아. 허락은 떨어졌고, 이왕 이렇게 된  창고 한번 거덜 내보자!

강준은 다시금 당당하게 주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이보게? 이 몸은? 이 몸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것 이냐...?!?!”

외로운 흑룡의 구슬픈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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