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잘자~내 꿈 꿔~ (36/289)



〈 36화 〉잘자~내 꿈 꿔~

“....그래서,흑룡은 실존하고, 저 아이가 흑룡이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기소는, 자신이 하림마을에 가서 겪었던 일들을 하백 앞에서 나열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청라의 집에 찾아간 것, 강준을 만난 것, 류월이 자신들을 전부 기절시킨 것.

“그때 류월님의 힘에 쓰러진 우리들에게 강하 아씨가 ‘샌드위치‘라는 음식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게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생전 처음 먹어보는 감격스러운...”

“되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기소가 갑자기 먹을 것으로 이야기에 열을 올리자, 하백은 손을 들어 자제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듣기에는 너무나도 황당한 이야기로구나, 신화 속에나 등장하는 흑룡이 실존 한다는 것 또한 놀랍지만, 이런 어린 계집이라니...”

흑룡의 정체는 소문의 근원지인 강준도 아니고, 덩치가  남성인 혁수도 아닌, 새카만 치마를 입은 어린 여자아이라는 것에, 하백은 믿기가 매우 힘들었다.

그러자.

“어리다? 웃기는구나 애송아. 머리에 피도  마른 것이 감히  몸에게 꼬맹이?”

“이 무엄한! 감히여기가 어디라고 하백 어르신에게 주제도 모르는 말을 하는 것이냐!”

그때까지만 해도 잠자코 있던 류월은 자신을 꼬맹이 취급하는 하백의 말에 심기가 상했는지, 날카로운 말투로 하백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평생  자세 그대로 있을 것만 같던 엘드라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빼내어, 류월에게 겨누었다.


[넌 빠져있어라  큰 애송이.]

“커...커헉...!무....무슨?...크헉...”


그러자 류월이 엘드라를 향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엘드라는 말 그대로 곧장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엘드라는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이해도 못 하는 채로 손발만 버둥거릴 뿐이었다.

“에..엘드라가 저리 쉽게...?”

그런 광경을 지켜본 하백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얼굴이 무너지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엘드라는 자신이 본 인물 중 무력만으로는 손에꼽을만한 강자였다.

그런 엘드라가 저런 어린아이의 손짓만으로도 벽에 처박힌 것을 아직 그의 뇌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 내 삶의 손끝도 살아보지 못한 꼬맹아. 한 차례 꿈을  시간이다.]

“허...! 흐헉!!”


그러던 류월은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듯이, 순식간에 하백의 눈앞까지 오더니, 그의 머리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하백은 눈의 초점이 사라지며,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류...류월! 지금 이게 무슨 짓...”

“걱정마라, 이 애송이는 잠시 꿈을 꾸고 있을 뿐이니까. 깨어나면 이 몸이 위대한 흑룡이라는  또한 알아서 깨우칠 터이니.”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강준이 류월에게 따지는 소리를 들으며, 하백의 의식은 흐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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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엇! 여...여긴 도대체...어디...?”

의식을 잃었던 하백은 흙내가 나는 입안을 털어내며, 일어섰다.

그가 입고 있던 고급스러운 비단을 지어 만든 옷은 어디 가고, 흙과 검붉게 물든 지저분한 옷과 마감처리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후진 철 조끼.

그런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은 누군가의 피가 흥건히 묻은 이가 빠진 장검이었다.


“우...우와앗!! 이게 무슨!”

“어이! 신참! 정신 차려!!!”

그렇게 자신의 옷과 손에 들린 검을 보고 혼란에 빠진 하백을 누군가가 덮쳐서 쓰러뜨렸다.

그러자, 금방까지 자신이 있었던 자리에 화살들의 비가 내렸다.

“허..허억...!”

“젠장...하마터면 온몸에 구멍이  뻔했군, 어이 신참! 전장이 처음이라 그래서 정신을 빼놓지 마라, 여긴 앗차 하면 바로 뒈져버리니까.”

그런 광경을 본 하백은 숨도 못  지경이었지만, 자신을 쓰러뜨린 거대한 몸집을 가진 남성은, 이 정도 가지고 하는 표정으로 덤덤하게 일어나, 자신의 무장을 점검했다.


“여....여기는 어디 입니...”

“자...장군! 지금 요론 녀석들이 우리 턱밑까지 따라붙었습니다! 더 이상 전투를 계속했다가는 전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젠장....빌어먹을 놈들, 끝까지 자신들의 터를 어지럽히는 새싹을 밟아 놓겠다 이거지?”

하백은 자신이 있는 이곳이 어디냐고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물으려 했지만, 바로 뒤에서 달려온 한 남성에 의해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나저나 요론..?

요론이라 함은, 한이 세워지기 전, 가후, 요론, 시낭의 삼국 시대 중 한 나라인 요론을 말하는 것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머리에는 혼란만이 가득 찼다.

“어떡하면 되겠습니까...?”


자신을 구해준 남성을 장군이라 부르는 사내가 묻자, 장군이라불린 사내는 입을 꾹 닫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곧 ‘그분’이 오실 것이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그분‘이라면....설마...?”

“그렇다. 청란님과 방투곡 전투를 끝내러 가신지 사흘. 이제 곧 이다. 곧 있으면 지원이 올 것이다. 병사들에게 알려 어떻게든 진지를 구축해라! 성문을 걸어 잠그고, 더 많은 화살을, 화살이 없다면짱돌이라도 주워서 보강하라 하라! 우리는 어떻게든 버틴다!!!”

“예...! 장군...!”

“모두 장군님의 명에 따라라!!! 어떻게든 요론 놈들의 공격을 버티는 것이다! 곧 ‘그분’ 이 오실 터이니!!!!”

“““우오오오오오!!!!!!!!!!!”””

그런 장군의 말에 분명까지만 해도 힘없이 주춤거리기만 하던 병사들이 순식간에 혈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분...그분이라니....도대체 누가..?


“뭐야? 신삥이! 지금 놀게 생겼나!? 닥치고 따라와라!!!”

“앗...자..잠시...!! 저는 이곳 사람이...”

“첫 전투라 정신이 없나 보군, 이봐! 아무나 물이 있으면  바가지만 얼굴에 부어줘라!”


그렇게 하백은 얼음장 같은 차가운 물로 세수를 가장한 물벼락을 맞고 나서야 움직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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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하백이 이곳에 오게 된 지도 삼 일이 지났다.

자신이 속해있는 이 군사들은 작은 성을 거점 삼아 어떻게든 적들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다.

당장 하백의 눈앞에서 화살을 맞고 절명한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식량은떨어져 가고, 화살마저 다 떨어져, 적들이 쏘아 올린 화살을 수거하거나, 짱돌을 집어던지기까지 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눈에 절망이라는 어두운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에 보이는 것은.

반드시 자신들을 구원해  것이라고 믿는 희망.

그것만이 비쳐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비정했다.

“장군! 곧 성의 정문이 뚫립니다!!!”

이미 성의 전체를 둘러싸고도 남을만한 병력이 그들이 머물고 있는 성문을 부숴가며,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다.

“모두 전투준비! 칼을 높게 들어라!”


그들은 자신의 칼을, 창을, 도끼를 손에 들어 올리며,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을 것을 선택했다.

그런 공기의 흐름에 하백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에 차던 이 빠진 장검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정문의 나무문에 금이 가고, 끔찍한 소리가 들려오며 거의 부서지려고 할 때.

그때였다.


-콰르르르릉!!!!-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우렁찬 천둥소리가 전장을 애워쌓다.


“아....오셨다....그 분이 오셨어!!!”

“살았다! 우린 살았어!!”


그런 천둥소리가 마치 기적의 종소리처럼 환호하며, 서로를 얼싸안기 시작하는 군사들.

그런 모습에 하백은 얼이 빠졌으나, 곧이어 하늘에서 나타난 ‘그분’을 보고 깨달았다.

거대한 크기, 칠흑 같은 비늘, 곧게 뻗은  뿔.


바로흑룡. 류월 이었다.


[뇌전(雷電).]

흑룡이 손가락질을 하자, 마른하늘에 우레와같은 검은 번개들이 솟구쳤다.

번개 한번에 적들이 수백 명은 나가떨어졌으며, 당장이라도 쳐들어올  같던 병사들의 사기는 순식간에 떨어져, 다른 동료들을 내팽개치고 도망갈 지경이었다.

‘아아...저것이 바로...흑룡...’

하백은 보았다.

기적을, 숭고한 그 존재를.

그것이 바로 한의 수호신, 류월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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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아무리 그래도또 기절을 시키면 어떡해...”

“걱정 말거라. 이번에는 나를 좀 믿어보는 것이 어떠냐...”

“갑자기 사람을 쓰러뜨려 놓고 그런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건지...”

강준은 돌발행동을 한 류월을 타박하며, 머리를 긁었다.

이번에도 류월은 엘프녀는 무력으로 봉쇄하고, 공무원을, 그것도 고위의 공무원을 손가락  번에 기절시켜버렸다.


“크...허억...! 허억...!허억...!”


그렇게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강준의 눈앞에서 쓰러져 있던 하백은 돌연 눈을 번뜩 떴다.

“어...어르신!!!”

“일어났군, 거기 계집. 너도 풀어줄 터이니 가만히 있도록...”

“하악.....! 어...어르신...!”


그런 류월은 별것도 아닌 듯이 말하고는, 자신의 힘으로 묶여있던 엘드라를 풀어주었다.

“자. 다시금 묻지.  몸은 누구지?”


그런 류월은 간신히 자세를 고쳐잡아 일어난 하백의 앞에 서서, 물었다.


“.....존귀하시고...위대한 수호자...흑룡 류월님...이십니다.”

“옳지.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그러자 놀랍게도, 기절하기 전까지만 해도 믿지 못해 하던 하백의 태도가 180도 바뀌어, 무릎을 꿇고는 마치 신앙심이라도 불태우는 듯이, 공손하게 류월에게 말했다.


“류...류월? 무슨 짓을  거야?”

“음? 별것 아니다. 그저 예전의 일을 보여주었을 뿐. 이러면 간단할  같아서 말이다.”


그런 하백의 태도에 놀란 강준이 류월에게 묻자, 류월은 역시 나는 옳다! 라는 태도로 강준에게 덤덤하게 말했다.


‘아...아아....그렇구나.....실존 하시는 분 이었어....’

하백은 느꼈다.

분명 자신은 그곳에서 꽤나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았지만, 현실의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절대로 잊혀지지가 않았다,

자신이 보았던 그곳에서.

사람들의 열광을, 류월의 위대한 모습을.

그리고, 한의 시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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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잘 풀린 건...가?”

늦은 밤. 강준은 다시금 돌아온 사랑방에서 의문이 든 채로 구시렁거렸다.

류월의 힘으로 기절했던 하백이 깨어나자,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류월에게 공손하게 굴며, 반짝이는 눈으로 류월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 한들, 일은 일대로 처리해야 하므로, 이 건을 상층부에 올리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의 기간이 길어질  같았기에, 당분간 자신의 집에 머물 것을 강준 일행에게 요청했고, 강준은 받아들였다.

‘근데 관찰사의 상층부쯤 되면.....왕의 귀에도 들어갈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이제는 왕궁까지 가서 휘둘려야 하는 것인가...

그런 강준이 점차 복잡해져 오는 머리를 쥐어 싸며,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실례합니다. 계십니까?”

“음..? 누구신지요?”

“저는 하백님의 산하에서 일하는 엘드라. 라고 합니다.”

이 간드러지는 목소리, 그리고 이름에서 알 수 있었다.

“엘프....아니 갑사 분께서 무슨 일이신지?”

바로 하백의 호위무사인 엘프녀, 엘드라 였다.


그녀는 마치 초조해 보이는 눈빛으로 강준을 찾아왔다.


“정말 하백 어르신의 손님분께 정말 무례를 무릅쓰고 물어보는 겁니다만....”

“그게 무엇이길래...?”

묻고싶다는 것이 있다는 엘드라에게 무엇이 나고 묻자, 엘드라는 입을 벙끗거리며 말을 하려다 말다 하다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을 입 바깥으로 내뱉었다.


“혹여....애플파이에 대해....알고 계신지요?”

“아~애플파이~....예?!?”


갑자기 분위기 애플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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