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넌 강해졌다. 돌격해!
하백의 집에 머문 지 3일이 지났다.
“으음.....어떻게 하라고?”
강준은 아무도 없는 연무장에서 하염없이 손을 휘적거리며 부루퉁하게 자신을 지켜보는 류월에게 물었다.
“일단, 너는 기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기를 느끼기가 힘든 편이구나,용의 힘으로 몸은 강해졌지만, 기를 전혀 제어하지 못해.”
반인반룡.
그것이 강준의 현재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준은 그런 자신의 힘을 전혀 사용할 줄 몰랐기에, 류월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마침 하백의 집에서 기다리는것 말고는 당장 할 것도 없었기에, 류월의 말에 따르도록 했다.
“자, 다시금 보아라.”
그런 류월이 손가락을 탁하고 튕기더니, 손바닥 위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며, 작은 번개의 구체를 만들어 내었다.
“아니, 그렇게 보기만 해서 어떻게 알라고?”
난 지금 더하기 나누기도 못 하는데, 갑자기 고등수학의 문제를 내는 수준이잖아...
“흠...일단기를 느껴보는 것이 좋겠구나.”
“히..히익!”
류월은 강준에게 다가와, 강준의 가슴팍에손을 대었다.
“뭔 엄살을,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건만.”
“미안한데, 나는 원래 남자였거든?!”
그런 류월이 강준의 가슴팍에 손을 올리자, 자신의 봉긋 솟은 가슴이 느껴져, 강준은 손사래를 쳤다.
이제 옷을 갈아입거나, 자신의 알몸을 봐도 어떻게든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만져대면 너무 의식이 된다.
“그...그러고 보니, 넌 용에서 인간으로 변했잖아? 나...나도 남자로 변하게 해줄 수 있어?”
류월의 본 모습과 현재 모습을 떠올린 강준은 머리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류월에게 물었다.
“그건 힘들 것 같구나.”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청천벽력이었다.
“오..왜? 왜 안 되는데?”
“이 몸이 이 인간형모습은, 말 그대로 내가 만약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이렇게 생긴다, 라는 구조로 변형이 되어있다.
그 신체구조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에는 힘들 뿐 만이 아니라, 너는 이제용도, 인간도 아닌 존재라 간단한 도술이라면 몰라도, 그런 복잡한 도술을 새기기에는 그 몸이 방어하기 때문이다.“
뭐...이데아 이론 같은 건가?
“외형을 남자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기는하지만, 말 그대로 외형일 뿐, 가면을 쓴 것과 다름이 없다.”
“에휴...그냥 이 몸에 빨리 적응하던가 해야지...”
그런 류월의 단호한 말에, 강준은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럼...이어서 하도록 하지.”
“아...앗! 잠만! 왜 꼭 가슴을 만져야 하는 건데?”
“기의 모든 본질적 흐름은 심장에서부터 전신을 타고 지나간다. 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말한 류월은 다시금 강준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자, 이제이 몸의 기를 네 심장에 흘러 넣을 것이다. 잘 느끼도록.”
류월이 눈을 감고, 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아...아앗...흑...뭔가...이상해애....”
그러자 자신의 심장에 마치 차가운 물이 혈액 대신 차오르는 느낌을 받은 강준으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
“집중. 집중하거라.”
“아...알았어...”
어떻게든 그런 감각을 참아내며, 강준도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혈액이 심장에서,팔로, 다리로,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전신을 한번 휘감은 기가, 심장에 도착하여, 힘을 받고 다시금 전 신체로 퍼져나간다.
-두근. 두근.-
맥박이, 심장의 고동이온몸으로 울린다.
마치 바로 옆에서 북을 마구잡이로 두들기는 것 같았다.
몸에서 힘이 점차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 힘이 점차 혈관을 넘어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는 듯했다.
“자, 그 힘을 집중해라, 한곳으로 모아.”
“어...어디로?”
“팔이든. 다리든, 네가 익숙한 곳으로 하거라.”
류월의 말을 들은 강준은, 자신의 오른팔에 전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신에 퍼진 힘들이, 조금씩, 하지만 착실하게 자신의 오른팔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런 오른손에 미세판 스파크가 튀더니. 점차 작은 번개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어떻게 해? 이거???”
“자, 그 힘을 꽉 잡고 있거라,”
류월은간단하게도 말했지만, 강준은 마치 손가락만으로팔걸이를 하는 느낌에 손이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더....더는....못 참겠....!”
그렇게 결국 힘을 풀어버린 강준의 오른팔에서 그동안 뭉쳐지고, 쌓인 힘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근처에 있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거대한 힘에, 강준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아직은 무리인가?”
그러자 류월이 자신의 손을 강준의 오른손에 포개더니, 날뛰던 힘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아....하아....진ㅉ..ㅏ....힘드네...”
“자. 어떠한가? 이제는 기가 좀 느껴지더냐?”
“음..? 으음....! 뭔가...아까보다는 약하기는 한데...느껴져...!”
아까전의 몸부림에도 전혀 느껴지지 않던 기가, 자신의 동맥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는 감각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제 그 기를 아까처럼 모아가면서, 네가 조절만 하는 것을 배우면 될 것이다.”
“그런가....이제 나도 마법...이 아니라 도술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마법!
이곳에서는 도술로, 마나는 기로 번역된 듯했지만, 그게 어딘가.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다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는 마법!
“좋아쓰...! 한 번 더 해본다!!”
강준은 다시금 마음을 굳게 먹고, 자신의 몸에 감도는 기를 느꼈다.
대 마법사가 된 자신의 모습을 꿈꾸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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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엑...흐에엑....흐어억....”
“몸이 굼뜨다. 다시!”
“흐릭...! 아...진짜...잠깐...만...”
그 시각, 혁수는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 그날 저녁에헤어진 엘프녀 중 한 명인 힐라가 찾아왔다.
“혹시,무예나, 기술을 배우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런 힐라는 혁수의 몸을 보며 눈을 번뜩였다.
혁수는 현대에 있을 때부터, 헬스를 다니며 몸은 만들었지만, 딱히 격투기를 배우지도 않았고, 그냥 자가 만족의 근육이었다.
그런 혁수의 몸은, 힐라가 보기에는 무예를 배우기 정말 딱 좋은 몸 상태였으며, 악귀갑사의 인원 중 하나이자, 하백 영감의 사병들의 교관이기도 했다.
그런 힐라에게 혁수는 마치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았다.
“엥? 난 그런 거 귀찮은데...”
“너 저거 안 따라 나가면 밥 없다.”
강준은 류월을 따라 수련, 향이는 가만히 있기 힘들다며 주방을 돕고 있는데.
이 얌체같은놈은 딱 자기 하루 운동만 끝내고 방에서 뒹굴뒹굴하기 마련이었다.
마치 나이를 먹고도 방 밖에 안 나가는 아들을 보는 눈초리로, 강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무..뭐? 아니 갑자기 그러는 게 어디 있어! 횡포다! 이건 횡포라고!”
“닥쳐.”
그런 억울함에 강준에게 따져보는 혁수였지만, 뭐 어쩌겠는가? 절대권력은 강준에게 있는 것을.
“자자! 조금만 더 갑시다!”
“아니...지금 온몸이 멍투성이에요...”
이미 기초체력은 충분히 단련되어있는 혁수는, 말 그대로 힐라와 1대1 대련을 하고 있었다.
어깨를 잡든, 돌을 던지든, 날붙이를 들던, 뭐든 상관없으니 그냥 덤비라는 힐라의 말에,
혁수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총 48번째 쓰러져 보는 하늘을 바라보며 울먹였다.
힐라는 아무리 달라붙으려 해도, 전혀 잡히지를 않았으며, 훅 들어오는 주먹에 정신 차리고 보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직 한번 도 제 몸에 닿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계속 누워계시면....제가 갑니다?”
“히...히익....!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하백의 사병들.
“...저 분, 고생 많이 하는구만...”
“저걸 보니 신참 때 힐라 대장에게 맞았던 곳이 아직 욱신거리는 거 같아...”
“30대1을 이기시는데...뭐 어쩌겠어, 대충 감을 잡을 때까지는 처맞는 거지...”
“““음.음.”””
그들은이미 한차례 저 일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그저 진심 섞인 위로의 눈빛을 보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아악....!”
그렇게 49번째 비명소리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