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왕궁에 도달하다. (40/289)



〈 40화 〉왕궁에 도달하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

이 한 달 동안 마차만 얼마나 타는 건지, 이제는 마차의 신비함을 느낄 구간은 훨씬 지나버려서, 처음의 들뜨던 얼굴은 이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싶은 평온한 얼굴로 변한 지 오래지만, 오늘은 다르다.

모두들 긴장이 역력한 기색이 얼굴에 잔뜩 드리워있었다.

뭐. 지금 만나러 가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데, 당연하겠지.

오직 유일하게, 류월만이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뭐랄까....긴장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아내고 있는 듯한?

그런 복잡한 감정을, 얼굴이 담아내고 있었다.

그런 일행들을 바라보던 강준은, 창밖을 보며, 하...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마차가 달려가는 목적지는 바로.

왕궁 이였으니까.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가 만나야 하는 인물.

한의 주인, 왕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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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이 우리를 부른 날.

우리는 하백의 집무실에 들어갔다.


“저기...괜찮으신지?”

“아...아! 오셨습니까? 하하...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요즘 눈코뜰 때 없이 바쁜지라....”

그의 집무실에 도착하니, 그의 행세는 처음에 만났을  보다 엉망이 되어있었다.

흘러내리는 옷, 헝클어진 머리와 줄넘기도 할  있을 법한 다크서클.

.........근데 현대에 살았던 나보다 더 잘생겼다. 빡치네.

“저희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아 예. 오늘 아침, 현재 류월님을 설명한 상소문의 답장이 궁에서부터 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넓고 좋은 집에서의 2주일.

분명 하림마을에서 살던 것보다는 풍족하게 살고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기 귀찮고, 뭐만 하면 하나하나 신경 써가며, 자신을 부려달라는 말도 이젠 지쳤다.

워낙 소시민적인 마인드가 강했던 강준은, 이런 일들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그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했기에, 돈은 다른 사람들 보다는 월등하게 벌어들였지만, 강준은 그 돈들을 죄다 해외여행을 가서 식도락을 즐기거나, 새로운 조리 도구에 투자하거나, 심지어 여기 오기 전 까지는 그런 돈들을 마련해 보겠다고 코인 판에 빠져들었다가, 돈이 복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반절이 된다고? 를 직접 자신의 통장으로 경험해본 인물이었다.

그렇게 결론적으론,그렇게 소시민적인 라이프를 즐겼기에, 이런 일을 조금 부담스럽게 느끼는것이다.

물론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이 사람들이 자신이 번 돈으로, 자신이 고용해 일하는 거면 몰라도, 다른 사람의 고용인 아닌가.

그렇기에 눈치 또한 보였다.

그래서 그는 그저 이 시대의 요리를 즐기며, 청라 어르신의 원조나 받으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강준은 아직 몰랐다.

“....왕제 페하께서 직접, 문서를 보내오셨습니다.”

“아 예......예?!?!?”


하백의 입에서 나온 말에, 강준의 뇌는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왕제, 왕제라니.

그래. 하긴 높은 사람의 확인이 필요 하다고는 했지만, 갑자기 왕이요?

“그리고 왕제 페하께서 류월님과  일행들을, 왕궁으로 초청하시라는 명입니다.”

“예에??”

그렇게 강준과 일행들은 왕궁으로 가는 마차에 몸을 실은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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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이 있는 한의 수도. 서라별.

강준이 타는 마차는 아주 조심스럽게, 서라별의 외각, 후문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시선에 띄는 것을 방지함임을 알기는 하지만, 수도의 풍경을 구경해보지 못했다는 것은 꽤나 아쉬웠다.

그렇게 마차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으슥한 곳을 가로 지으며 왕궁으로 향했다.

그 길은 마치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런 길이 있는지도 몰랐을 만큼, 복잡했다.

아마 의도적으로 이런 길을 만든 듯해 보였다.

그렇게 도착한 왕궁의 뒷문,

마치 투박하고, 얼기설기 생긴 돌담은 그 누가 봐도 이곳이 왕궁과 이어진 문이라고는 알지 못할 만큼, 철저히 위장되어 있었다.

“정지, 정지, 강릉?”

“지책.”

“군호*확인되었습니다. 문 개방!”
(군호*:조선 시대  암구호를 지칭하는 말.)

강준 일행의 마차를 몰던 기수가 후문을 지키는 병사와 말을 나누더니, 돌담으로 이루어진 문이 신비한 빛을 내며, 마치 큐브를 풀어내는 것처럼, 서로 맞물리며, 문이 열렸다.

도술 이라는건 굉장해.

“우와아....개쩐다...”

“그렇게 신기하더냐? 이 몸이 만든 봉인막보다 못하는구먼....”

그런 광경을  빠지게 바라보던 강준은 옆에서 자신의 도술이 훨씬 뛰어나다며, 콧김을 뿜었다.


“아...아니....네가 한 봉인막이 더 대단 하지이~”

“흥! 되었다. 이 몸이 그런 거짓말 하나 간파 못 할 것 같으냐?”


단단히 삐진 듯한 류월.

아니 그럼 너도 저렇게 쩌는 이펙트를 넣던가.....

그냥 투명한 막하고, 저 날아다니는 돌담하고 비교해보면, 당연히 돌담이 더 멋있는 거 아냐?

‘....이따가 맛있는 거라도 해 줘야지.’


강준은 볼을 힘껏 부풀리며투덜거리는 류월을 보며 생각했다.

저리 보여도 먹는 것엔 사족을  쓰는 도마뱀이니까.

“음...? 금방 나에 대해 무례한 생각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만?”

“에...에이 설마. 착각이겠지.”


눈치는 드럽게 빨라요.

강준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누지 않는 류월을 애써 무시하며, 왕궁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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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개 넓어...!”

“등신아!  닥쳐!....”

“제...제가 감히 와...왕제님이 계시는 곳에, 미...미천한 발을 들여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왕궁으로 들어온 강준 일행.

왕궁은 역시 엄청나게 넓었으며, 천장은 마치 커다란 체육관 같은 엄청난 높이를 자랑했다.

그리고 온 곳에 홍실, 황실같이 값비싸 보이는 장식품이 대거 있었으며, 하나같이 황금과 아름다운 보석이 박혀있었다.


“왕제님이 기다리십니다.”

일행들의 앞을 걸으며, 길을 안내하던 사내가, 지금까지 궁에서 보았던 방 중 가장 화려해 보이는 방 앞에 서서, 말했다.

검과 창, 그리고 방패가 섞인 무기를 들고 있는 사내, 그리고.

“칫...”

 사내 바로 뒤에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내는 흑룡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을 본 류월은 곧바로 혀를 차며, 진저리를 냈다.


“왕제이시여, 흑룡, 류월님과 그 일행들을 데리고 왔사옵니다.”

“들라하라.”


 방의 안에서 들려오는 위엄 넘치는 목소리.

듣기만해도 알 수 있었다.

왕제.

그렇게 왕제가 있는 문을 여니, 수 명의 병사들이 일렬로 길을 트며,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 누가 자신보다 높을 수 있느냐 한 태도로 앉아있는 왕제가 있었다.

“...미천한 자가 왕제전하를 뵈옵니다.”

““미....미천한 자가 왕제전하를 뵈옵니다.”

강준은, 미리 귀에 딱지가 앉도록 설명해준 하백의 가르침덕분에, 어떻게든 실수하지 않은 체, 왕제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말할 수 있었다.

그런 강준을 보던 혁수와 향이는 그제서야 멍하니 왕제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강준을 따라무릎을 꿇었다.

그런세 명이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왕제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을 때.

단 한 명.


“시답잖은짓은 그만두고, 왜 우리를 불렀는지 말해라. 그 놈의 자손이여.”


오직 류월만이 고개를 빳빳히 들고, 네까짓 게 감히 나에게 라는 태도로 거칠게 말했다.

“가...감히 왕제전하를 모욕하다니!”

“죽여 마땅하다!!”

자신의 나라의 주인 앞에서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류월을 본 병사들이 분개하며 당장이라도 허리춤에  칼을 뽑아, 달려들 것만 같았다.

“감히?”

그러자, 공기가 바뀌었다.

“누가? 감히? 이 몸을? 죽인 다라? 그것참 재미있군. 몸의 유일한 고민은 네놈들의 사지를 어떻게 하면 온전케 죽이는 것이 고민인데 말이지. 살짝 힘 조절에 실패하면 연약한 네놈들의 몸뚱아리는 터져버리고 말 터이니.”

분명. 외관은 어린 여자아이.

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달려들 수가 없었다.

사람과 싸우며 목숨을 걸면서 지키는 것이 사명인 병사들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발자국이라도 함부로 움직였다면, 자신들은 그대로 온 몸의 사지가 찢긴 채, 죽어버린다는 것을.

 누가 말해준 것도, 직접 두 눈으로 그것을 보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전신을 뒤덮은 피부가,뱅글뱅글 돌아가는 머리가, 마치 북을 치는 듯, 엄청나게 뛰는 심장이 온 난리를 치며 위기를 알리고 있었다.

그렇게 굳어있던 병사들을 깨운 것은 다름이 아닌.

“처음 뵙겠습니다. 흑룡, 류월 이시여.”


왕제,  본인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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