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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류월: 강하...내 딸이에요. (50/289)



〈 50화 〉류월: 강하...내 딸이에요.

“......”

강준은 한 발자국 뒤에서, 류월의 모습을 보았다.

류월은 가끔 멍청한 짓을 하거나, 음식밖에 모르는 그런 먹보용 이였지만.

지금만큼은 무어라  할 수가 없었다.

저리 구슬프게 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류월님...”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저기 무덤에 묻힌 분이,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겠지.”


그렇게 류월을 지켜보던 강준 일행.

“실례하지.”


그러자,  뒤에서 다가오는자가 있었으니.

“...! 와..왕제전하..!”

현 한의 왕제, 향종이 강준에게 말을 걸어왔다.


“잠시, 자네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만, 괜찮은가?”

“아....물론입니다.”

“좋네! 그럼 잠시 자리를 옮기지, 흑룡께서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이니.”

우리랑 이야기?

한 나라의왕이 우리랑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강준이었지만, 어쩌겠는가.

높은 사람이 까라면 까야지.

그렇게 강준 일행은, 잠시 류월을 혼자 두고, 왕제를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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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라면 편히 담소를 나눌 수 있을 터.”


왕제가 소개한 곳은, 여러 책들이 가득 꽂혀있는 집현전 느낌이 훨 나는 장소였다.

그곳에 있는 탁자에 앉은 왕제가 말했다.

“나는 흑룡도 그렇지만, 자네에게도 관심이 많이 있다네.”

“예...? 하하....”

“로한 상단.”


왕제의 입에서저번에 거래한 상단의 이름이 나오자, 강준은 흠칫 몸을 떨었다.


“최근 문호를 개방하고, 우리 한 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나라인 애슐란, 그 나라의 가장  상단.”

“그러나  상단 대표,하인즈 로한 이라는 자가 최근, 자신의 상단 우리 한과의 수출, 수입에 관한 모든 것을, 한의  상단에게 맡겼더군.”

“아..아...그런 일이....”

 일에 강준이 아주 깊게 섞여 있었지만, 강준은 모르는 척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런데 말이네, 이런말들이 떠돌기 시작하더군.”

“어..어떤 말들 말이십니까?”

“열세 넷 되어 보이는, 애슐란 어를 유창하게 하는 빨간 치마를 입은 소녀의 요리가, 애슐란의 상단을 감동하게 해, 자신의 나라에도 그 요리를 전파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네.”

열세 넷 되어 보이는 외간, 유창한 애슐란 어, 빨간 치마를 입은 소녀.

‘그거 나잖아 시발!’

 일이 있었는지  한 두 달 정도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소문이 왕제의귀까지 들어 간 거지?


“한 나라의 주인쯤 되면, 자신만의정보통 정도는 가지고 있다네.”


그런 강준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듯한 향종의말에, 강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그러시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렇지, 하지만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겼네.”

“예..? 어떤 일이...?”

“애슐란의 최대상단이 개인의 상단과 거래를 한다면, 밀수품이나 보급문제를감시할 수가 없어질 테지, 어허...통탄할지고, 누가 그런 짓을 벌였는지 차암~ 궁금하군.”

“....”

빼박이다.

 양반...아니 이 왕제는 이미 내가 그 일에 끼어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저리 능글맞게 웃으며 살살 긁을 이유가 없지.

“....바라는 것이 무엇이십니까?”

“음? 마치 자네가 그 소녀라는 것처럼 말하는군, 그런 말은  적이 없네만.”

죽일까.

안돼 참아 내 안의 흑룡.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과인도 궁금하단 말이네,  대단한 상단을 감동하게 한 요리의 맛이 말이네. 이봐라!  아무도 없느냐?”

“부르셨습니까? 폐하.”

“이자에게 소주방(燒廚房)*의 안내를 부탁하지, 오늘 석반(夕飯)*은 이 소녀가 만들 것이니.”

(소주방(燒廚房)*:조선 시대 임금의 수라상과 궁중의 잔치 음식을 준비하던 궁궐의 부엌이다. 불사를 소(燒), 부엌 주(廚),  방(房). 풀이하면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드는 곳.)
(석반(夕飯)*:조선 시대 왕족의 저녁 식사를 뜻한다.)


“예? 허나 폐하, 왕제의 식사에 감히 아무나 참여할 수는 없는 법, 다시 한번 고려해 보심이...”


왕제가 하인을 불러, 오늘 저녁을 강준에게 맡긴다고 하자, 하인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야 당연한 것이, 왕의 식사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누군가 왕제를 독살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 바로 음식에 독을 타는 것이기 때문이다.

“걱정 말고, 안내나 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그런 하인의 반대에도, 왕제는 강준에게 석반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잘 부탁하지.”

“...아 예...”

그렇게 강준은 길을 안내하는 하인을 따라, 왕제가 있는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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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오?”

그렇게 찾아온 궁궐의 주방.

과연 왕이 먹는요리를 만드는 주방.

다양한 재료들이 있는 냉장고, 여러 가지 도구들.

그것보다강준이 가장 놀란 것은.

“화덕도 있어?”

“예, 저번 에슐란의 대사들이 왔을  같이 들고 온 물건 중 하나입니다.”

그런가.

“왕제께서는 빵도 드시는지?”

“빵...? 이라 하면, 저번 에슐란의 대사들이 데려온 요리인 이 만든 적이 있사옵니다.”

그런가.

본격적인 한식으로 대접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아마 양식도 맛본 경험이 있는 모양이었다.

“...좋아. 그럼 그걸 만들어 볼까.”


강준은 요리인 이다.

분명 왕제는 좀 능글맞고 짜증 나기는 하지만.

요리를 대접해야 한다면 진심을 다해 만들어야한다.

강준은 다시금 마음을 되잡으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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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괜찮으십니까?”

“.....너같은 애송이가 배려해주지 않아도, 괜찮다.”

향종의 말에 류월은 까탈스럽게 말했다.

분명 향종이 청란의 편지와 비녀를 보관하고는 있었다 한들, 뭔가 이 인간은 마음에 들지를 않았다.

마치 언제나 가면을 쓰고 있던 그 시절의 청란과 모습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산을타고 내려갈 시간.

류월은 향종이 있는 처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보다도 흑룡께서는 그 소녀와는 어떤 관계인지...?”

“소녀라 함은?”

“그 '강하' 라는 소녀 말입니다.”

흑룡의 마음에 든 인간.

자신의 선조인 청란이 아닌, 다른 인간.

흑룡의 마음뿐 이 아닌, 어떻게 로한 상단과는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상단의 주인마저 소녀를 마음에 들어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의 상단 단 하나와 거래를 응한다는지 납득이 되지를 않는다.

청라....라고 했는가.

알아보니, 그리 엄청나게 큰 상단은 아니지만, 꽤나 적극적으로 한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유통하는 자인가.

언제쯤 불러서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


“음...내 딸이다.”

“아, 그러시는군요....예?”


그러자 언제나 평정을유지하던 향종의 얼굴에 금이 갔다.

강준.

류월의 여의주를 사용하여, 용과 같은 존재가  인간.


‘내 힘을 이용해 용이 되었으니, 내 딸과도 마찬가지일 터.’

그리 생각한 류월이 별 뜻 없이 던진 말이었으나, 향종은 달랐다.

‘딸? 그 흑룡이 아이를 낳았다는 말인가? 애초에 용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녀는 인간과 같은 힘이 느껴졌는데....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왕제님, 석반 준비가 끝이 났사옵니다.”

“아...아아! 들라 하여라.”


그렇게 향종이 머리를 대차게 굴려 가는 사이, 저녁 식사의 준비가 끝이 났다는 하인의 말이 들려왔다.

그러자 침소의 문이열리더니, 한 접시를 들고 나타난 자가 있었으니.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방금까지도향종의 머리를 헤집던 존재.

강준이 자신이 먹을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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