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난 빠네를 빠네~
생크림.
우유에서 비중이 적은 지방 성분만을 원심분리하여 살균 충전한 식품.
버터와 비슷한 느낌의 이 재료는 기원전으로 흘러가며, 버터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 생크림은 19세기, 프랑스. 마리 앙투안 드 카렘이라는 전설의 요리사에 의해. 재조명되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등 각국 최고 권력자들의 요리를 담당하면서 유럽 음식 문화 전파의 선구자이기도 한 카렘은 생크림이라는 재료를 이용해 요리들을 만들어 냈는데, 그 요리들이 현대 시대까지 내려오는 등, 엄청난 요리사였다.
그 생크림을 이용하여 만들 요리.
빠네.
두꺼운 하드롤빵의 속을 파내어, 크림스튜나 파스타를 넣어 먹는 요리.
오늘 그 능글맞은 왕제에게 먹일 요리.
일단 당연히도 생크림은 이 한에 존재할 일이 없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야 했다.
완전한 생크림을 만들기에는 무리지만, 비슷한 것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먼저 우유와 버터를 약한 불에 데워가며 녹여준 뒤, 불을 끄고, 완전히 식혀준다.
그다음 달걀노른자와 아주 곱게 섞어준 뒤, 냉장고에 넣어 12시간 정도 숙성 시키면 되는데....
지금이 낮이니까, 저녁 시간에 맞추려면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허억...에고 무거워, 이거 맞아?”
“어어, 잘 들고 왔네.”
미리 만들어놓았지.
전의 하백 영감의 집에서 만들어 놓은 생크림을 넣어놓은 냉장고를 챙겨왔다.
보통은 가마에 실어놓았다가, 류월이 도술로 꺼내주고는 하는데, 지금 류월은 바쁘니 수동으로 들고 오는 수밖에.
“아니 근데, 형이 들고 오면 안 되는 거야? 뭐 용인지 뭐시기로 변해서 겁나 쎄졌다며.”
“야....야 임마! 난 주방 점검해야지 임마!”
땀을 뻘뻘 흘리며 간이 냉장고를 들고 온 혁수가 툴툴거리자, 강준이 둘러댔다.
솔직히 지금 몸이면 저정도 쯤이야 한 손으로 가뿐히 들어 올릴 수는 있지만 뭐.....귀찮잖아.
“이야...그래도 요즘 그 엘프녀 따라 훈련한다더니만, 힘 많이 늘었네?”
“...........그 이야기는 꺼내지 마. 끔찍한 기억이....아아...”
대충 둘러대기 위해, 혁수가 끌려다닌다던 훈련 이야기를 꺼내니, 혁수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빡센가?
암튼 생크림도 있고, 시간은 넉넉하니, 연습 삼아 한번 만들어 보도록 하자.
먼저 크림소스를 담을 하드롤빵을 만들자.
먼저 밀가루에 홈을 3개 만들어서, 각각 수제 효모, 소금, 설탕을 넣어 한번 섞어준 뒤, 물을 넣고 반죽을해준다.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히면, 도마에 치대면서 실온에 놔두어 녹여준 뒤, 반죽과 함께 섞어 치대준다.
어느 정도 반죽이 매끄럽게 나오고, 반죽을 소량 떼어 얇게 폈을 때, 찢어지지 않고, 손가락이 비치면반죽은 끝!
이제 1차 발효로 한 시간 정도 발효 시켜, 두 배 이상 부풀려 준다.
이제 반죽을 반으로 나누고, 40분 동안 2차 발효시켜준다.
발효가 끝나면, +모양으로 칼집을 내어주고, 화덕에 넣어주면, 하드롤빵은 끝!
이제 빵 안에 넣을 속 요리를 만들 시간.
파스타와 스튜 중 크림스튜로 정했다.
먼저 감자, 당근, 양파를 손질해준다.
특히 감자나 당근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준다.
모서리가 뾰족하면, 냄비를 굴러다니며 닳게 되어 스튜의 색을 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닭고기도 한입 크기로 잘 썰어준다.
그렇게 전처리가 끝이 나면, 기름을 두른 팬에 닭고기를 노릇하게 구워준다.
중간에 소주를 부어서 증발이 될 때까지 끓여준다.
이러면 잡내를 잘 잡아주어 좋다.
그다음버터와 밀가루를 동량으로 넣어 볶아준 루를 만들어준다.
루는 색깔이 나기 쉽기 때문에, 아주 약한 불로, 그리고 너무 뜨겁다 싶으면 팬을 들어서 불과 떨어뜨려 주면서 볶아준다.
그렇게 루도 완성 됬다.
이제 다시 팬을 꺼내서 손질한 야채들을 한번 기름에 볶아준다.
적당히 색이 났다 싶으면, 큰 냄비로 옮겨준다.
그다음 구워준 닭고기, 우유, 만들어 둔 루를 넣고 끓여준다.
거품이 올라오며 끓기 시작하면 생크림을 넣고, 약한 불에 천천히 끓여준다.
간은 이때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어 준다.
그렇게 뭉근하게 끓여주는 사이, 화덕을 살펴본다.
“오! 잘 구워졌네?”
노르스름하게 익은 하드롤빵이 막 구워낸 것을 의미하듯이 하얀 김을 내뿜었다.
바게트나 하드롤빵 같은 빵이 잘 됐는지 확인할 때 쓰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겉 표면을 꾹 눌러보는 것이다.
그때 표면이 바스러지며, 푹 들어갔다가, 다시금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면, 잘 만들어진 것.
다행히 막 만든 하드롤빵도모양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제 윗부분을 잘라내어, 속을 파내고, 담을 준비를 한다.
이제 스튜를 담아주면 되는데...
“빵이나 애슐란 음식을 먹어봤다고 해도, 좀 익숙한 게 들어가면 좋겠지?”
일단 한식에 익숙해진 사람이, 현대의 사람도 좀 느끼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빠네인데, 너무 낯선 것들만넣기에는 좀 그러니 ‘그걸’ 넣어주도록 하자.
그렇게 강준은 스튜에‘그것’을 넣고 잠깐 끓여준 뒤, 빵에 담아내었다.
이거라면 그 왕제도 맛있게 먹을 만하겠지.
그렇게 본 요리 시험이 끝이 났다.
“.....생크림도 남았고....그걸 만들어 볼까?”
이왕 재료도 남았고, 시간도 충분하니, 디저트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
그렇게 생각한 강준은 다시금 간이냉장고를 뒤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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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스튜를 담은 하드롤빵, 빠네입니....어? 류월? 넌 왜 여기 있어?”
그렇게 요리를 들고 향종의 방에 들어온 강준이 의외의 인물인 류월을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
“아아, 이 뺀질이 놈이 불러서 말이다.”
“뺀질...!”
“...큼. 흠, 그것은 빵인가?”
류월이 말한 뺀질이가 누구인지 뻔히 보이는 말에, 웃음을 참지 못한 강준과, 헛기침을 내는 향종 이었다.
“예, 저번 애슐란 대사들이 방문했을 때, 빵을 대접했다는 말을 들어, 마침 제 전문분야가 애슐란 쪽 요리이기에 이렇게 준비해봤습니다.”
“흠, 저번에 먹었던 빵도 꽤나 특이했지만,먹을 만 했지. 기대가 되는 구나.”
“그나저나이 몸이 먹을 요리는 없는 것이냐?”
“....네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어서! 어서 만들어 오거라! 이 뺀질이 놈도 먹는데! 이 몸도 먹어야 할 것이니라!”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자신도 꼭 먹어야겠다는 류월의 억지에, 결국 강준은 버선발로 달려가, 1인분을 더 준비해왔다.
“그럼 드셔보시죠.”
“으음. 그러지.”
“잘 먹으마.”
그렇게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 향종은 하드롤빵의 잘라낸 윗부분으로 만든 뚜껑을 열었다.
“....! 향기가 참 좋구나....!”
그러자 순식간에 확 퍼져가는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우유의 향이 향종의 코에 스며들었다.
“그럼 어디, 한 입...”
그렇게 속에 든 스튜를 숟가락으로 뜬 향종이, 스튜를 입에 머금었다.
‘오...! 오오....!’
고소하면서 깊은 풍미, 닭고기의 육향, 각종 야채들의 은은한 단맛.
순간적으로 아찔할 만의 미각을 자극하는 풍부한 맛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직접 건더기를 먹기 위해 숟가락을 놀리자.
“이건....떡?”
“예. 향종께서도 익숙하실 만한 가래떡을 넣어보았습니다.”
가래떡은 오래 끓으면 수분을 머금고 탱탱 부풀어 오르기에, 마지막 조리 시에 넣어서 한번 끓여준 뒤 바로 빼내어 줘야 했다.
스튜의 소스를 잔뜩 밴 가래떡은 식감도 좋으면서도, 크림의 맛이 듬뿍 들어가, 정말 완벽한 합주를 내었다.
‘이게 정녕 내가 즐겨먹던 떡의 맛이 맞단 말인가...! 너무나도 훌륭하구나...’
‘야채들도푹 익혀, 아주 부드럽게 입속에서 녹아내리는구나.’
그렇게 향종은 무아지경으로 빠네를 즐겼다.
닭고기도 한 입, 야채도 한 입, 가래떡도 한 입.
그렇게 먹다가 소스가 조금 줄어들면, 스튜를감싸는 빵을 떼내어, 스튜에 찍어 먹었다.
‘호오...이 빵도 이 국물을 잔뜩 머금어, 부드럽고 훨씬 맛이 나는구나.’
“음! 역시 네 요리의 솜씨는 언제나 봐도 놀랍구나! 엄청 맛있구나!”
입가에 하얀 소스를 잔뜩 묻히며 소리치는 류월이 다시금 빠네에 얼굴을 박고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빠네를 즐기던 두 사람.
“참으로 맛있구나.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자네에게 감탄했네”
“음음! 과연! 언제나 맛있구나.”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만족한 두 사람.
근데 어쩌나?
“이제 후식을 드실 차례입니다.”
“...! 오호. 후식도 남아있는 게로군.”
“이번에도푸딩인가? 저번에도 먹었지만 괜찮다! 충분히 맛있으니!”
허나강준이 후식이 남았다고 말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을 번뜩거렸다.
그렇게 강준이 들고 온 그 디저트는....
“ ‘바닐라 아이스크림’ 이라 하옵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