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화제의 그 주막.(시즌 2)
“오메.....이게 다 무슨 일인고...?”
한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던 맹덕은 물건도 보충할 겸, 근 세 달 만의 서라벌에 도착했다.
자신의 지게에 물건을 가득 채운 맹덕은, 배라도 채울 겸, 근처 주막에서 밥이라도 먹으려 근처 주민에게 주막의 위치를 묻자.
“요즘 사람들이 줄을 서서라도 먹는 곳이 있지.”
“아아...거기가 제일 맛나지. 안 먹으면 손해라니까?”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 잔뜩 있었지...”
사람들이 죄다 칭찬하는 그 주막.
“스타....주막? 이곳이 그렇게 맛난 건가?”
그렇게 도착한 그곳엔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서 시끌벅적했다.
한참 기다려야 한다면, 다른 주막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지만.
상인의 본능일까? 맹덕은 이 주막을 놓치면,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줄이 빠질 때까지 하염없이 줄을 선 맹덕은, 드디어 스타 주막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호오...신기하군.”
주막에 들어가자, 처음 보는 듯한 가게 내부에 감탄을 내뱉었다.
애초에 주막 같은 경우는 마당에 탁자를 놓고, 내부에서 먹는 구조이거늘.
이곳은 커다란 기와집에 사람이 들어가서 먹는 모습이었다.
또한 탁자도 전부 의자가 있어, 의자에 앉아 먹는 곳이었다.
등불은 은은한 빛을 내어, 마치 몽환적인 느낌을 내었으며, 여러 가지의 장식품이 이곳이 한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서 오세요! 자리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주막의 내부풍경에 넋 놓고 있던 맹덕에게 한 소녀가 다가왔다.
검은 양 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방긋 웃으며, 맹덕이 앉을 자리를안내했다.
“여기 요리판입니다. 먹을 요리를 결정하셨다면, 불러주세요.”
그렇게 한 탁자에 앉은 맹덕에게 그 소녀는 종이로 된 무언가를 건네더니, 총총거리며 다른 손님에게 다가갔다.
“요리판...? 보자......응? 이게 다....무엇인고...?”
그렇게 소녀가 준 요리판을 펼치자, 순 자신이 처음 보는 요리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알리 소스를 끼얹은 닭가슴살 스테익....? 크림소스 스파게티....월도프 샐러드.....? 거참....무엇을 시켜야 하는지 모르겠군...”
무엇이 어떤 요리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던 맹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이보게! 이보게!”
결국, 요리판에 있는 것들을결정하지 못하고, 손님과 테이블 사이를 마구 지나다니는, 여기서 일하는 듯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예. 무슨 일이신지...?”
“음...? 그 큰 귀.....혹여 에..에르프? 라고 하던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맹덕이 부른 사람은 바람에 흩날릴 듯한 금발을 단단하게 뒤로 묶은, 큰 귀를 가진 엘프였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맹덕의 직업상, 여러 가지 잡 상식 같은 것을 많이 알 수 있었기에, 그녀가 엘프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큰 키는 맹덕 보다도 커 보여서, 맹덕은 조금 위축되는 기분이 들었다.
“아..아무튼, 내가 이 음식 판 이라는 것을 보아도, 도통 무어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이 주막에서 잘 나가는 것 하나 주시오.”
“잘 나가는 것....손님. 혹시 고기류는 괜찮으십니까?”
“고기...고기 좋지. 나는 좋소.”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해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엘프의 여자는 등을 돌려 달려 나갔다.
‘허 참....이곳은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
신기한 내부 장식과 알기도 힘든 요리들, 그리고 한에서 보기 힘든 엘프녀까지.
맹덕은 혹여, 자신이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은지, 제 볼을 꼬집었지만, 아픈 건 자신의 볼 뿐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식사가 나오기 전, 간단하게 드실 것을 가져왔습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휘젓는 맹덕에게 아까 전 자신에게 고기요리를 추천한 엘프녀가 다가와 무언가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이것이 무엇인고..?”
“크루통을 올린 포테이토 크림 스프입니다.”
“크루....포테..뭣?”
“숟가락으로 떠드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엘프녀는 다시금 등을 돌려 빠르게 돌아갔다.
“호오...식사 전, 국을 마시는 것과 같은 것인가...?”
일단 맛을 보자.
그렇게 생각한 맹덕은 숟가락을 들었다.
‘...으음...!! 이 맛은...달콤하면서....감자의 맛이 확 퍼지는군....맛있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감자가 이런 식으로도 요리가 가능한 음식이었는가...!
포테이토 크림 스프의 맛에 한 번 만에 반해버린 맹덕은, 미친 듯이 숟가락을 놀려, 순식간에 그릇을 비워냈다.
“하...맛있구먼....”
그렇게 스프의 맛에 감탄하고 있을 무렵.
“이보게. 요리가 나왔다네. 바비큐 폭찹이네.”
그런 맹덕에게 다가온 사람은, 키가 아까의 양 갈래 머리를 한 소녀보다도 작은, 여자아이였다.
“음? 벌써 나왔단 말인가...? 고맙구나! 아이야.”
“아이라...하하...! 실제 내 나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웃긴 말이구나. 아무튼, 맛있게 먹도록.”
그런 맹덕의 말에 헛웃음을 짓던 여자아이는 고기 요리를 탁자에 내려다 놓고는, 다른 손님에게로 달려갔다.
“....참으로 이상한 아이로군.....아무튼 이번엔 또 무슨 요리일지...”
그렇게중얼거리던 맹덕은, 다시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요리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호오....이것 참....특이한 색깔이로군...”
그고기 요리는 새빨간양념이 발려져 있어, 김이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그리고 같이 딸려 나온 듯한...
“이것은 무엇인고...”
노르스름한 덩어리가 둥글게 쌓여있는 바구니를본 맹덕이 중얼거리며 그것을 잡았다.
“부드럽군. 그냥 이대로 먹는 것인가?”
그것을 손으로 잡아 뜯자, 쉽게 뜯어지며, 그 안에서 뜨거운 김이 퍼져나왔다.
“하음....냠.....으음..! 이것 참...쩝쩝....맛있군...!”
고소한 밀가루의 맛이, 은은한 단맛을 내며 입안으로 퍼져나갔다.
씹는 맛 또한 매우 부드러워, 몇 개든 순식간에 비워 버릴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맹덕이 먹었던 그 덩어리는, 빵이라는 음식이었다.
그렇게 빵을 먹어 치우던 맹덕은, 젓가락을 들어, 고기에도 손을 뻗어냈다.
시뻘건 색을 내는 고기.
맹덕은 숨을 한번 고른 후,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으음...!?! 이 맛은....새콤하면서 달콤하다...그리고 느껴지는 매운맛.....신기한 맛이로다...’
이 바비큐 폭찹 이라는 음식은 마치, 자신의 혀를 마구 때리는 듯, 한 고기의 폭력과도 같았다.
자신이 이런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었기에, 맛의 표현을 해내기 힘든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 고기 요리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잠깐....이 고기와 이 덩어리를 같이 먹으면...어떻게 되는 것이지?”
은은한 맛을 내며 쉽게 들어가는 이 덩어리로 생긴 음식과.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이 고기 요리.
이 두 가지를 같이 먹는다면...
“....꿀꺽...”
그렇게 생각한 맹덕은.
어느새 바구니에 가득 들어있게 이미 얼마 남지 않은 덩어리를 하나 집어,반으로 갈라내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고기와 숟가락으로 긁어낸 양념을 넣어, 먹기 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샌드위치처럼 만들어버린 그 음식을, 맹덕은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다!”
그 맛에 맹덕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큰소리를 내었다.
은은한 이 덩어리가, 고기의 양념을 빨아들여, 더욱 잘 어울렸으며, 고기도 은은하게 잘 어울렸다.
‘그런가....이렇게 먹기 위해서 고기와 함께, 이것이 딸려 나오는 것인가...?’
이 맛을 보고, 어찌 멈출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맹덕은 그릇을 박박 긁어, 양념의 한 톨 조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워 먹었다.
“하아.....정말 맛있군, 사람들이 이곳을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구나.”
그렇게 모든 음식을 비우고, 맹덕은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의앞에 서 있는 청년에게 값을 지불하고는, 주막을 나섰다.
그나저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고작, 4은 정도밖에 하지 않다니....
주막을 나서자, 금방의 일들이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 질 듯한 밝은 태양이 비췄다.
‘.....나중에 또 오자.’
그렇게 생각한 맹덕은 힘차게 자신의 지게를 들어, 다시금 여행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