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사전준비
“자, 다들 모였지?”
그렇게 일손을 얻게 된 스타 주막.
그 주막의 주방에서는 삭막한 공기만이 흘렀다.
그 이유는 바로....
“자! 지금부터 나를 부를 때는 셰프로 통일한다! 알았나!”
“““예!!”””
팔짱을 낀 채, 근엄한 얼굴을 지은 강준에게서는, 그 귀여운 여자아이답지 않은 기백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자. 너희들은 식당....그래 주막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어엄....맛있는 요리..?”
“그게 아닌가요? 맛없는 음식을 파는 곳에 누가 가겠어요?”
“그렇다. 이 몸이 생각하기에도 맛난 음식이 가장 필요할 터.”
그런 강준의 질문에 어리둥절하며 머리를 갸우뚱하던 벼루와 힐라, 그리고 류월은 역시나 맛난 음식을 손에 꼽았다.
“그렇지, 무릇 음식점이라 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지.....허나!”
강준은 지그시 감았던 눈을 번뜩 뜨더니, 발을 세차게 굴렸다.
물론 지금의 몸 상태로 진심을 낸다면 바닥이 부서질 테니 살살 조절하면서.
“판매업이라 하면 바로 서비스!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
서비스.
사람과 사람 간의 유, 무형의 생산품을제공하는 산업이며.
식당 같은 경우는 요리라는 형태가 있는 생산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손님을 접객하는 행위인 형태가 없는 생산품을 제공한다.
아무리 맛 좋은 가게가 있다고 한들, 접객이 형편이 없다면 누가 그 가게를 찾아가겠는가.
그렇기에 강준은 더욱 뛰어난 주막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정신 상태를 고쳐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 보폭의 크기는 일정하게! 테이블...아니 탁자의 번호를 외우며, 보다 원활하게 움직여야 한다!”
강준은 일단 말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굴리다 보면 어떻게든 몸이 외우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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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이탁자가.....”
“7번! 다시 확실하게 외워!”
“아...미안해...!”
“셰프!”
“ㅇ...예! 셰프!”
아직 서빙 일이 익숙해 보이지 않은 벼루가 우왕좌왕하며, 멀뚱거리자, 강준은 크게 호통쳤다.
그래도 벼루는 일머리가 있는 편이고, 힐라는 군인...? 인가 용병? 어쨌든 군기가 바싹 들어있어, 행동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다 보니 이 두 사람은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으나.
문제는..
“으으...이 몸이 어째서 이런 골치 아픈 일을 해야 하는가....”
류월의 머리에서 증기가 나는 것은 아닌가 싶을 만큼 열이 오른 상태로 칭얼거렸다.
“흠....너보다 떨어진 인간들도 이런 건 쉽게 하는데.....위대한 용이 이런 사소한 일 하나 못하겠어?”
“다..당연하다!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이런 것쯤, 이 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지!”
그렇게 투정 부리는 류월의 자존심을 강준이 가볍게 건드리자, 예상대로 허세를 부리며 다시 열중하기 시작했다.
.....먹보 도마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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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벼루와 류월에게는 홀 서빙을 맡기고, 다음 일을 할 시간.
양식집에서는 보통 식사 전, 스프나 간단한 빵을 내는 곳이 많기에, 빵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곳은 현대가 아닌 이세계, 한.
어디서 빵을 대량으로 받아 올 수가 없었기에, 자체 생산을 해야만했다.
그래서 강준이 생각해낸 것은.
“그러므로 힐라. 당신이 빵 담당을 맡아 주셔야겠습니다.”
강준은 주막을 설계할 당시부터 구상해 두었던 빵만 담당해서 굽기위한 제빵실에 힐라를 데려왔다.
그런 강준의 뒤에는 엄청난 밀가루 포대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힐라에게는 홀을 다닐 서빙과, 빵을준비하는 두 가지 일을 시킬 예정이었다.
“빵......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훌륭하게 해내 보이겠습니다!”
그런 강준의 말에 힐라는 팔뚝을 내보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강준은 자신과 자신의 자매들에게 큰 빚을 진 인간.
그런 강준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임한다.
그것이 힐라의 생각이었다.
“그럼 우선 반죽부터....이 큰 볼....이 아닌 큰 그릇에 밀가루를 붓고, 녹인 버터와....”
그렇게 강준이 말하는레시피에 맞추어 착착 해내는 힐라.
제빵은 조리랑 다르게 아주 세밀한 계량이 필요했다.
제빵은 조금이라도 계량에 실수하면 형태가 망가지기 십상이었기에, 현대의 전자저울보다는 현격히 떨어지기는 하지만, 저울과 추, 그리고 강준의 경험으로 완벽한 비율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럼 이제 반죽을치댈 시간인데...”
그렇게 이어가던 강준은 말꼬리를 흐렸다.
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지닌 전 착귀갑사 출신인 힐라라고 하더라도, 제빵반죽은 현대에서도 기계로 하지 않으면 빵집을 운영하지도 못할 만큼 힘든 일이었다.
그런 강준의 고민을눈치챘는지, 안챘는지는 모르겠지만 힐라는 간단하면서도 그녀가 아니라면 하기 힘든 방법을 내놓았다.
“혹시 정령에게 부탁해도 되나요?”
“정...정령?”
정령.
판타지 만화나 게임에 꼭 등장하는 엘프들의 단골 능력.
형세가 어려운 전장을 한 번에 뒤집어, 역전 시켜버리거나 하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고는 했다.
그런 정령을, 힐라가 가지고 있다고?
일단 엘프이기도 하니까 이상하지는 않은데...
“그..그럼 한번 보도록 하죠.”
“예!......부탁해, ‘실피’.”
강준은 그런 힐라의 허락을 구하는 말을 승낙하자, 힐라는 자신의 손을 서로 감싸 쥐더니, 그곳에서 자그마한 바람이 불어오는것을 느꼈다.
그러다가 그런 힐라의 기가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그녀의 손 위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오오...!”
마치 바람을 형상화한 듯한 하늘하늘한 옷을 입은 반투명의 작은 소녀가, 힐라의 손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
실피라 불리는 정령은 그런 힐라의 모습을 보는 것이 반가운지, 내신 힐라의 볼에 착 달라붙어 전신을부볐다.
“정령이라니....정말 신기하네...”
“그렇죠? 보통 인간들은 구경도 하지 못하는 신기한 아이예요. 엘프들은 기본적으로정령사의 재질이 뛰어나거든요. 아 참! 그러고 보니 혁수...아니 혁수 도령도 정령사의 재능이 있더라고요.”
“응? 혁수가?”
갑자기 그놈이 왜 나와?
“땅의 정령과 친화력이 있더라고요. 정령과 친화력이 있는 인간을 오랜만에 보는지라....조금 무리시켜서 훈련을 시키기는 했지만....헤헷?”
“.............”
혁수의 반응을 보면 조금이 아닌 것 같던데...
“실피. 네 힘이 조금 필요한데, 도와줄래?”
[!!...!!!!...!!!!]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소환된 바람의 정령, 실피에게 힐라가부탁하자, 실피는 자신만 믿으라는 것처럼 가슴을 두드리더니, 밀가루 반죽이 섞인 그릇에 작은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자 반죽들이 고루고루 섞이며, 이내 한 덩어리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이야~ 역시 실피! 정말 대단해! 고마워!”
[!!..!!!!.....!!!!!!!!!!!!]
그런 실피가 장한지, 힐라는 실피를 손가락으로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으음...! 정말 딱 적절하게 반죽이 됐네....”
강준은 실피가 반죽한 빵 반죽을 살펴보며내심 감탄했다.
“그럼 힐라, 이 정도의 반죽을 하루에 얼마 정도 만들 수 있지?”
“음....아마 이 크기의 반죽이면 어림잡아 30개? 정도는 거뜬할 것 같아요.”
“좋아 좋아. 그럼 반죽은 내가 알려준 대로 계량만 잘하면 될 것 같고, 이제 발효시간과 화덕에 굽는 방법을 알려줄게.”
“옛! 셰프!”
가장 걱정이던 빵도 해결 됐으니, 이제 마지막 직원을 살펴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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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그렇지. 이제 마지막으로크림만 조금 졸여주기만 하면 돼.”
“넵!”
고소한 크림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주방에서, 향이는 강준이 설명하는 대로 크림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다.
‘역시 내가 이 세계에 올 때부터 같이있어서 그런가, 배우는 것도 빠르지만, 요리실력도 좋아.’
향이는 처음으로 강준의 음식을 먹었을 때부터, 따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항상 강준의 곁에서 그녀가 만드는 요리를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이제는 간단한 양식이라면 강준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만들 정도의 실력과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잘했어! 향이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뭘요....도령님이 잘 가르쳤기 때문인걸요...”
‘겸손하고착하고, 이런 아이를 처음으로 만나서 참 다행이야....’
그런 향이의 모습에 강준의 마음속에선 향이의 입지가 쭉쭉 올라갔다.
다만.
‘도령님이 내가 있어서 다행이래...내가 있어서...!!!! 어떡하지..? 이 정도면 완전 평생을 같이하자는 부탁인 걸까?’
애초에 향이가 강준의 곁에 늘 붙어있는 이유는.
요리에도 흥미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강준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열심히 하면....도령님도 날 더 좋아....하시겠지...?’
강준은 그런 향이의 흑심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