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8화 〉그 누구보다 귀쟁이를 싫어하는 종족. (58/289)



〈 58화 〉그 누구보다 귀쟁이를 싫어하는 종족.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열기가 온 곳을 뒤덮었다.

깡! 깡! 하며 일정한 리듬으로 쇠와 쇠가 맞물려, 나는 소음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치이익! 하며 끓어오르는 기름이 뻘겋게 달아올랐던 철기를 빠르게 식혀주었다.


-으음....나쁘지 않군, 이쪽 나라의 철과 우리나라의 철 함유량이 다르긴 하다만, 뭐, 그럭저럭 쓸만하군.-

그렇게 애슐란 어로 중얼거리던 한 남성은 자신의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남자는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팔뚝과 비교되는 짜리몽땅한 키를 가진, 사내.

요르문 하란델름.

소위 말하는 드워프, 라는 종족이었다.

한과 애슐란의 문화교류.

두 나라의 기술교류 정책으로 요르문은 한의 수도, 서라벌에 대장간을 차렸다.

드워프라는 종족은 지하에 도시를 짓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며, 다른 세상과의 교류를 즐기지 않는.

이름하여 히키 속성이 있는 종족이었다.

허나 숲속에 틀어박힌 엘프들과는 조금 다르게, 그들은 그들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가끔은 자신이 사는 도시를 떠나 다른 곳에서 그들의 기술을 융합시키는 것을 즐기는 별난 드워프 들이 있곤 했는데.

그것이 바로 요르문 이었다.

미지의 세계에서 자신들과는 다른 기술을 가진 나라.

그런 한이라는 나라는 요르문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는 충분했다.

그런 요르문의 예상과 맞아떨어지는 듯, 한의 기술들은그가 흥미를 가질만한 기술들이 넘쳐 흘러나오는 곳, 이었다.

철기 제작기술은 조금 떨어질지언정, 아름다운 도기와 장식품들은 요르문이 보아도 배울 가치가 있는 기술들이었다.

“어후...더워라...여기는 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구만.”


그렇게 하염없이 철을 두들기던 와중에, 누군가가 요르문의 대장간에 찾아왔다.


-음? 이게 누구신가? “주모” 아니오?-

-“주..모...”-이기는 한데....이왕이면 그냥 강하라고 부르십쇼, 어르신.-

한의 사람이면서도 자신과 비슷하게 유창한 애슐란 어로 말하는 손님은 바로, 최근 사람들에게 인기인 주막, 스타 주막을 열고 있는 주인, 강준이었다.

이 나라에서는 음식점을 연 여자를 주모라고 부르길래 말해주었건만,강준은 그런 호칭이아직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아,이번에도 따로 특별 제작이 필요한 조리도구를 주문하러 왔수다.-


그렇게 말한 강준은 품속에 넣어놓았던 종이를 꺼내, 요르문에게 내밀었다.


-흐음...이번에는 또 어떤 것을 만들지 기대가 되는구먼.-

강준은 자신이 요리를 할 때 필요한 도구들과 칼들을 사면서, 이따금 자신이 필요한 물품을 따로 부탁해 오고는 했다.

-저번에 만들어주신 달걀말이 팬은  쓰고 있습니다.-

-하하! 나도 처음엔 왜 팬을 네모나게 만드나 했건만, 그렇게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않았는가!-


그런 강준이 요구해오는 도구들은, 평범한 요리사라면 대체 어디에 쓸지 감도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도구들이었다.

그런데도 강준은 그런 도구들을 요령 있게 사용하여,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는 해서, 그런 모습에 감탄한 요르문도 그런 강준의 특별제작 물품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고는 했다.

이번에 강준이 부탁한 도구는, 팬이기는 하나, 올록볼록한 홈들이 가득 새겨져 있는 팬 두 개가, 겹쳐진 모양의 도구였다.

이번에도 이것을대체 어떻게 쓰는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요르문 이었지만, 뭐, 강준이라면 충분히맛있는 음식을 만들 것임을 잘 알기에, 굳이 따질 필요도 없이 바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 이번 것은 한 사흘 정도 걸릴 걸세.-

-예.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렇게 말한 강준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대장간을 나가려는 찰나.

-아! 어르신. 혹시 오늘 저녁, 시간 괜찮으십니까?-

-음? 나야 시간은 널널하다만, 무슨 일인가?-


무언가 생각이 난 듯한 강준이 다시금 몸을 돌려, 요르문에게 물었다.

-최근에 시험작으로 만든 요리가 있는데....한번 드셔보시겠습니까?-

-오호! 자네의 음식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마침 요즘 바빠서 주막에 들르지 못했군, 그렇다면 오늘 저녁에 들르도록 하겠네.-

-오늘 저녁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필히 대단한 것이겠지. 기대하고 있겠네.-


그렇게 말한 강준은 이번에야말로 대장간을 나와, 발을 옮겼다.

-....기대해도 좋다라....그것 참 두근거리는 말이군...!-


자신이 보기에도 굉장한 요리 솜씨를 가진 강준이 기대하라는 말을 할 정도라니...


-..꿀꺽...-


어느새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 요르문은, 다시금 맹렬하게 철을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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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진 저녁 시간.

북적거리던 스타 주막도 한산해지는 이 시간에 요르문은 스타 주막으로 들어섰다.


“어! 할아버지! 오랜만에 오셨네요!”

“음...그래.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니?”


그런 요르문을 보자, 손을 흔들며 반기는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 벼루가 다가왔다.

“오! 저번보다 민위음 실력이 더 늘으셨네요?”

“암! 이 요르문이 한번 배우면, 이 정도는 쉽지!”

벼루는  한에 온 요르문이 주막에 찾아올 때마다, 시간을 내어서 민위어를 요르문에게 알려주고는 했다.

요르문도 한에 정착하고 있는 몸.

 나라의 언어도 빨리 배우는 편이 좋겠다 싶어, 열심히 배운 결과였다.

“그러고 보니강하...아니 셰프님이 오늘 요르문 할아버지가 오신다면서 준비한 음식이 있던데...엄청 맛있어 보였어요!”

“그래? 그것참 궁금하구나.”

“네! 어서 셰프님한테 할아버지가 왔다고 말씀드릴게요!”

“그래. 부탁한다.”

그렇게 벼루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엑! 땅딸보 할배잖아? 여긴 어쩐 일이야?-

그리고 그런 손님인 요르문을 반기던 힐라가, 요르문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태도를 바뀌었다.


-흥! 나보다 나이도 많은 귀쟁이 녀석에게 할아버지라고 듣는 것도 참 웃긴 일이군.-

-헹~ 우리 엘프는 어디 누추한 땅딸보들과 다르게 엄청나게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이를 먹는다고? 봐! 누구와는 다르게 탄탄하고 날씬한 이 신체를!“

-쯧쯔....그런 얄팍한 모루 같은 가슴으로 잘도 말하는구나, 자고로 여자는 드워프처럼 풍만한 신체가 최고거늘....-


엘프와 드워프의 사이는 그랬듯이 앙숙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힐라가 요르문을 도발하며 자신의 몸매를 힘껏 내보였지만,요르문은 콧방귀나 뀌면서 그런 힐라의 가슴을 지목했다.


-모...모루!?  다 했다 이거지?-

-어허~나는 지금 이 주막의 손님이네, 어서 자리로 안내나해주지 않겠나? 종업원 양반?-

-으..크극......이쪽...자리로 안내하겠습니다...손...님?-


그런 요르문의 비웃음에 귀까지 빨개지는 힐라가 무어라 말하려는 찰나, 요르문이 지금,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어서 네가  일이나 하라는 말에, 힐라는 반박조차하지 못한 체, 아랫입술을 씹으며 요르문을 자리로 안내했다.

-후후...그 자존심 높던 귀쟁이를 놀려먹는 것은 언제나재미있군.-

그렇게 분을 참지 못해 발을 쿵쿵 굴리며 돌아가는 힐라를 보는 요르문은 씨익 웃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를 십여 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때, 강준이 주방에서 나와 직접 서빙을 하며 요르문에게 다가왔다.

-오...오오!!  음식은....-


그런 강준이 들고 접시를 보던 요르문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뿜었다.

-많은 개발착오와 실패를 딛고 만들어낸 요리....소시지 세트입니다!-


지글지글 거리는 철판에 올라간, 빨갛게 익어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들이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다.


소시지.

애슐란에서 자주 먹는 고기 요리로, 고기를 각종 양념에 재워, 소나 돼지의 창자에 넣고 익혀낸 음식이다.


-저번에 어르신이 만들어준 기구로 만들었지, 이야...이거 만드느라 고생 좀 했수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열변을 토하는 강준 이었다.


-여기서 소시지를 먹게 될 줄은 몰랐구먼....어우 더는 참기가 힘들구먼! 일단 잘 먹겠네!-


하지만 그런 소시지에 정신이 팔린 요르문에게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오랜만에 자신의 고향음식을 보게  요르문은 주저 없이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소시지를 잘라냈다.

그러자 잘 익은 껍질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자, 그 안에 들어있던 향들이 폭발하든 내뿜어졌다.

넘쳐흐르는 육즙이 접시를 적실만큼, 육즙을 잘 머금은  좋은 소세지였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요르문은 고민할 필요도없이 한입 밀어 넣었다.

-으음...으으음...!!! 맛있군! 정말 맛있어!-

한 입 깨물자, 뽀드득거리며 씹히는 껍질, 짭짤하고도 여러 가지 향신료가 배인 육즙 가득한 고기가 입안을 마구 공격하듯 느껴졌다.

살짝 매콤한 맛이 포인트인 소시지는, 자신이 고향에서 먹던 어떤 소시지보다 월등한 맛을 이루어냈다.

-그나저나...이것은 무엇인고?-


그렇게 소시지의 맛에 감탄하던 요르문은, 같이 딸려 나온 무언가를 손으로 집었다.

-아~ 그건 감자를 먹기 좋게 잘라, 기름에 튀긴 건데, 일단 드셔보슈.-


강준은 그 요리에 별다른 설명없이 간략하게 끝냈다.

허나 그녀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보면, 그런 설명조차 사치라는  이겠지.

이것도 시험작인 건가?

황금빛으로 튀겨진 감자는 아주 고소한 향을 내뿜었다.

소금이 뿌려져 있는지, 겉 표면이 반짝거리는 감자튀김을, 요르문은 한입 먹었다.

-오오...! 이 바삭거리는 식감과 짭쪼름한 맛! 계속 손이 가는군! 이건 아주 대단하구만!-

감자는 항상 스튜에 넣어 먹거나, 매쉬드 포테이토*로 만들어 먹던 요르문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매쉬드 포테이토*:삶은 감자를 으깨, 버터와 우유를 섞어 만든 감자요리, 주로 스테이크 요리에 가니쉬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으하....! 이렇게 맛난 것을 먹고, 술이 땅기지 않는다면 그것은 드워프가아니지!-

-그럴 줄 알고 이미 차갑게 식힌 청주도 챙겨왔지!-

-으하하! 역시 자네가 최고야!-

이렇게 맛나는 안주가 있는데, 술이 없다면 그것은 천인공노할 짓임을  알고 있던 강준은 서빙을 할 때 같이 챙겨온 소주가 담긴 술병과 술잔을 흔들며 말했다.


탄산이 잔뜩 들어 있는 애슐란식 에일과는 다른 맛이지만, 은근 독한 소주도 술을좋아하는 드워프의 입맛에  맞았다.

-자자! 일단 한잔 받으라고!-

-자네도 한잔 하려고?-

-그럼! 솔직히 이걸 보고 그냥 넘어가기는 너무 아깝잖아!-

-주막은 어찌하고...?-

-에이....이미 손님은  나갔고,어르신 혼자 있는데, 뭐 어때? 재미없게 굴지 말자고!-

-으하하하! 그렇지 그렇지! 이런 술상을 보고 넘어가는 것은 드워프의 신께서도 노하실 걸세! 자! 한잔하자고!-

어느새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채운 강준을 보며, 주막은 어찌하느냐 묻지만, 그런 세세한 것은 따지지 말자며 술잔을 계속 채우는 강준이었다.


-자! 건배!-

-건배!-

그렇게 두 술꾼의 밤은 점차 깊어져만 갔다.



물론 그렇게 퍼마시다가 향이에게 들켜, 혼쭐이 난 것은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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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강준이 여자의 모습으로 현대로 다시 돌아온다면? 이라는 주제로 그려준 친구의 강하 그림입니다!


친구야!! 언제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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