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9화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 (59/289)



〈 59화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

오늘은 정말 좋은 하루여야만 했다.

항상 바쁘던 주막을 닫고 쉬는 휴업일이었고.

아침 일찍 일어나 서라벌의 거리를 둘러보며 여러 가지 식재료들과 서책을 사며, 즐거운 휴일을 보낼 참이었는데....


“.....진짜 시발...”


강준은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사타구니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액체가 이불을 뒤범벅 시켜놓았다.

처음에는 감촉만 느끼고 이 나이 먹고 소변이나 싸지르는 한심한 놈인 줄 알았으나.

차라리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비릿한 쇠 냄새.

시뻘건 색깔.

이건 아무리 봐도 그거였다.


“그냥 죽을까...”

그렇게 강준은 생의 첫 생리를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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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지...?”

강준은 조심스레 자신이 남긴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이불을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

왕제가 준비해준 건물은 복층구조가 없는 한의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기에, 스타 주막의 직원들은 전원 2층에 자신들의 방을 하나씩 잡고, 생활하고 있었다.


“...이걸 어쩌냐....”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 이른 시간인 지금, 다른 사람들 몰래 후다닥 빨래를 해서 이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테지.

“아 씨발.  샌다...”


그런 강준의 초조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빌어먹을 몸뚱이는 자꾸만 검붉은 피를 뱉어내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어떻게든 천들을 덧대기는 했으나, 자신의 사타구니가 적셔져 가는 듯한 감각은 적응하기 매우 힘들었다.

이렇게 한번 터졌으니, 이젠 한 달마다 이런 거지 같은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에 강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렇게 강준은 1층으로 내려와, 후다닥 마당으로 달려 나왔다.

“어라? 아씨? 일어나셨어요?”

“허우억...으학....커헉...”

“어라? 네가 일어나 있을줄은 몰랐군.”

“어..? 어어..! 일어나 있었네?”

그러나 마당에는 이미 힐라와 혁수, 그리고 류월이 있었다.

“쉬는 날인데 좀...쉬지.  하고 있었어?”

“아아~ 오랜만에 쉬니까, 몸 좀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우리 제자의 실력이 녹슬지는 않았나 싶기도 하고...”

“혀..형...살려....줘...”

“뭐, 이 몸도 심심하긴 했으니, 둘의 대련이나 지켜보고 있었지.”

힐라는 여간 몸을움직여대며 해맑게 웃었다.

그녀의 앞에 엎어진 채로, 미동조차 없는 혁수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지만.


“아직 말이 나오는 걸 보니 덜 움직였네요. 자자! 일어납시다!”

“끄어어어어....”

힐라는 전 악귀갑사 출신인 만큼, 요즘 따라 주막 일이 바빠서 훈련을 안 하니 몸이 찌뿌등 한 모양이었다.

그런 힐라의 눈에 띈 것이 혁수일 것이고.

그리고 심심한류월이 그 둘을 따라 나온 것이니라.

“....음? 어디선가 왠지 피 냄새가 나는 듯한...”

“응? 아...아아! 어제 닭고기 손질했었잖아? 그 냄새가 아직 집에 배여 있는가 보지.”

“그렇다고 한들, 여기까지 냄새가 날 리가 없을 터인...”

“어..어어~ 나는 먼저 가볼테니, 그럼 수고해~”

“예~ 나중에 아침 식사  봐요!”

“그려, 나중에 보자꾸나.”

“아...아아!!아아아!!!”


강준은 일단 지금 일이 더 급했기에, 대충 그들에게 인사만 건네고 후다닥 달려 나갔다.

그런 강준을 보던 혁수가 통곡을 내질렀지만, 지금 강준은 혁수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흠....하긴 아씨도 여자니까, 부끄러운 모양이지...”

“허억..허억.....예?”

“아무것도 아니야. 자자! 자꾸 엎어져 있으면 그대로 간다?”

“자자! 이번에는 팍팍 한번  보거라! 이 몸이 있으니 걱정은 말고!”

“히이이익!!!”

그렇게 마당에는 다시 한번 혁수의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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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지우느라 개고생했네...”

강준은 물에 흠뻑 젖어, 축 처진 이불을 감싸 안고, 빨래터를 나왔다.

피는 뜨거운 물에 지워지지 않아서, 찬물을 부어가며 열심히 비벼가야, 겨우 핏자국이 지워졌다.


“......이게 무슨 꼴인지 참...”

마치 사춘기 남자애가 몽정한 팬티를 몰래 처리하는 꼴인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 강준이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이제 이불을 빨랫줄에 널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주막으로 들어가면....


“음? 도련님? 여긴 어쩐 일로?”

“이힉!?”


시발. 좆됐다.

갑자기 나타난 향이의 모습에 강준은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향이는 엄청 성실했으니, 쉬는 날에도 일찍 일어났었지...

“어..어? 어어...오늘따라 이불이 좀 더러워서, 빨래 좀 했지.”

“그러시면 류월님께 부탁을 하시지 그러셨어요. 류월님의 도술이면 순식간에 끝날 텐데...”


그렇다.

지금의 스타 주막에서 생기는 빨랫감은, 한곳에 모아서 류월이 바람과 물의 도술로 순식간에 끝내고는 했다.

그야말로 친환경 세탁기인 셈이었다.

물론 신성한 도술을 그런식으로 쓰는걸 아니꼽게  수도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떤가? 편한 건 편하게 사용해야지.

“아..아니...뭐...쉬는 날이기도 하고, 맨날 류월에게 부탁하기도 그렇고...”

“처음에 류월님에게 빨래를 부탁하자고 한 건 도련님이었는데...”

“그..그랬나아? 그랬었지 참? 하하...”


아씨. 향이 얘는 왜 이렇게 기억력이 좋아..?

오늘따라 이상하게 경직되어있는 강준을 바라보던향이는 날카로운 눈썰미로 현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긴장한 듯한 강준의 모습.

뜬금없는 이불 빨래.

마치,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은 듯한 무언가가....

“...! 도 도령님?!”

“어? 어?! 무슨 일인데?”

“그...도령님 치마 속...”

“어?......하 씨....”

그러던 중, 갑자기 놀란 듯한 얼굴을  향이가 다급하게 강준의 사타구니를 지목하자, 고개를 아래로 돌린 강준이 느지막이 욕설을 중얼거렸다.

새지 말라고 덧대어 놓은 천이 이미 허용량을 넘었는지, 새빨간 선혈이 강준의 다리를 타고, 땅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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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달거리*를 하셨으니, 오늘은 푹 쉬셔요.”
(달거리*:생리)

“....그래 고마워.”

결국, 향이에게 전부 들켜버린 강준은, 향이를 따라 자신의 방에서 포근한 새 이불을 덮고,누워있었다.

생리를 한다고 한들, 딱히 생리통이라는 것은 느껴지지도 않았고, 약간 나른한 정도였지만, 향이는 그런 강준을 거의 억지로 끌고 오며 이불 속으로 눕혔다.

“피가 샌다 싶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새로운 천을 덧대드릴게요.”

“...향아...”

“네?”

“미안한데, 오늘 일은 다른 사람들한테는...비밀로 해줘...”

“....네 그럼요. 푹 쉬셔요.”

향이한테는 몰라도, 특히 혁수놈 에게는 죽어도 들키기는 싫었다.

줄곧 남자로 같이 부대끼며 살았는데, 이런 꼴을 보이다니, 정말 돌아버릴지도 몰랐다.

그렇게 강준은 향이에게 신신당부를 하자, 향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준의 방문을 닫았다.


“......하...”

아무도 없는 자신의 방에서, 강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에서의 생활은 새롭고, 바빠서 그런지지금까지 어떻게든 자신의 상황에서 눈을 돌려왔지만, 이제는 슬슬 인정해야  때 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이제 여자가 되었다.

달마다 피를 흘리며,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가.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외모는 은근 귀엽게 생겼잖아. 수염이 삐죽삐죽 튀어난 아저씨보다는 나은 모습이지 뭐.

반쯤 용이 됐으니까, 여자라고 힘이 모자라지도 않고,남자 때보다 강해졌는걸?

그래도.

“에이 씨발....한 번도 못써봤는데, 이렇게 사라지다니, 진짜 좆같네.”

이 좆같은 마음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32년을 남자로 살았다.

그 32년을 전부 부정하는 몸뚱이가, 자신의 몸뚱이였다.


“.....그래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하자.”

아직은.

아직은 그런 자신을 받아드릴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은, 지금은 눈을 돌리자.

이불을 머리끝까지 감싸 매고, 잠이나 자자.

언젠가는받아드릴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야.

그렇게 강준은, 슬며시 흘러나오는 눈물  방울을 이미 아무도 없지만, 혹여 누가 볼까 싶어 몰래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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