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박살나버린 상식
악귀.
악(惡)의 기력에서 태어나, 폭력과 살의를 가진 생명체.
그들은 평범한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가졌으며, 그것을 조절할 법도, 사람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무엇이든 손에 넣고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연민과 동정 대신 비난과 멸시를 가졌다.
그런 악귀들이 지금 제일 관심이 있는 존재는 바로.
흑룡의 여의주를 삼켜, 반인반룡이 되어버린 존재.
강준 이었다.
그 강준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기에, 악귀들의 관심사는 모조리 강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카람이 지금 여기, 스타 주막에 있는 이유였다.
“......주막이라니 참...”
악귀지만, 인간들의 나라에서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며 살아온 카람은 그런 강준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카람은 동료, 아니 다른경쟁자들의압박에 못 이겨, 직접 강준에 대해 알기 위해 스타 주막으로 잠입을 결심한 것이었다.
“어서 오세요!”
“아..음...”
“저희 주막은 처음이신 가요?”
“그렇다. 안내를 부탁하지.”
고작 음식을 섭취하는 가게치고, 엄청나게 늘어진 줄을 보며 몇 번이고 쓸어버리고 싶은 기분을 참은 카람을, 양 갈래 머리의 소녀가 반겼다.
“저희 주막의 음식판 입니다. 주문하실 음식을 고르셨다면 저희들에게 알려주세요!”
그렇게 주막에 자리 잡은 카람은 소녀가 건네준 판때기를 열었다.
“이...이게 무엇이지? 까르....보나라? 솔 모르네? 도통 알아볼 수가 없군...”
인간세계에 살며,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건 필수 불가결이었기에, 지금은 능숙하게 민위어를 사용하는 카림도, 전혀 판때기의 글자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면.
“이봐!”
“네? 주문을 결정하셨나요?”
“고기요리를 부탁하지, 큼직한 것으로.”
“고기 요리라면.....어떤..?”
“그냥 아무 요리면 돼.”
어짜피카람은 이곳에 음식을 먹기 위함이 아닌, 사전 조사 겸으로 찾아왔기 때문에, 어떤 요리를 시키든 곤란하지 않았기에, 그냥 막무가내로 아무 고기요리나 내오라고 양 갈래 머리의 소녀를 닦달했다.
“네...네...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그런 카림의 막무가내 주문에도,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소녀가 달려 나가자, 그제서야카람은 한숨을 푹 내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위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멍청해 보이는 얼굴로, 멍청한 음식을 먹으며, 멍청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딴 것이 뭐가 맛있다고 이렇게 모여드는 것인지,카람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카람은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고통과 절망, 그리고 공포에 찌든 인간이 지르는 단말마라는 것을.
이딴 덩어리진 유기물 덩어리가 아닌, 죽기 전, 마지막까지 발버둥 치며 내는 단말마란...아아...
‘끝내주게 맛있거든...’
그렇게 생각하며 카람은 혀를 낼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인간세계에 섞여 있다고 한들, 카람은 악귀였다.
찢고, 가르고, 찌르고, 뽑아버리고.
그런 것으로도 인간은 간단하게 죽어버리는, 하등생물.
그런 개미 같은 녀석들이 진정한 미식을 모르고, 하하 호호 웃는 꼴을 보아하니, 웃음이 나왔다.
“주문하신 고기요리, 스테이크 정식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렇게 한참 생각에빠져있던 카람의 탁자 앞에, 아까 전 자신이 닦달을 부려 쫓아낸 소녀가 큼지막한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불편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럼.”
“으..으음...알겠다.”
그렇게 말한 소녀는 아까전과 마찬가지로 쌩하고 달려나가 버렸다.
‘....이게...고기...요리라고?’
카람은 자신의 앞에 있는 그것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고기 요리란, 그저 손질한 고기에, 짭짤한 것을 뿌려, 대충 구워 먹는 것이었다.
그저 퍽퍽하고, 질긴 그런 것보다도, 인간의 살점이 훨씬 달았다.
하지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먼저 압도적인 육향의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찌르고.
화려하게 장식된, 마치 장식품을 보는듯한 요리의 겉모습이 눈을 희롱하는 듯했다.
“.....! 이런 말도 안되는....”
그렇게 멍하게 스테이크라는 요리를 보고 있던 카람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인간들의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자신이.
인간들이 만든 요리를 보고 침을 흘린다고?
믿을 수 없었지만, 이미 탁자에 흘린 한 두어 방울의 침이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젠장 그럴 리가 없지, 언제나 맛이 없을 것이 뻔한데....”
그렇다.
까짓거 겉모습만 화려해봤자, 진정한 미식에는 코앞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터.
그렇게 생각한 카람은, 요리와 함께 나온 칼로 고기를 한입 크기로 썰어서, 꼭꼭 씹어 먹었다.
“.....!?!?!”
그러자, 그런 카람의 입안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악귀의 상식이 철저하게 망가지기 시작했다.
“무...뭐지...? 이것이 정녕 내가 알던 고기 요리가 맞는 것인가?”
한번 씹자, 질길 것 같던 고기는 매우 부드럽게 잘려 나갔고,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육즙은 마치, 물을 들이키는 것처럼 철철 흘러넘쳤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마치 혀가 희롱당하는듯한 온갖 향신료들의 복합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조금이라도 이 맛을 음미하기 위해 최선을다해 혓바닥이 움직였다.
그렇게 씹었던 고기 한 점이 목구멍으로 내려가자, 카람은 우습게도 그렇게까지 무시했던 인간들의 고기 요리를 미친 듯이 잘라서 먹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된다. 말도 안 돼....이렇게 맛있는 것이 존재한다니...’
그렇게 접시 위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고, 아무것도없는 허공에 칼질을 하던 카림이 번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한 거지? 인간들의 음식을.....미친 듯이 먹지 않았나?’
카람의, 여태까지 자신이 믿던 진리가 완전히 박살내어, 가루도 남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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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 카람!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어..? 어어. 무슨 이야기 중이었지?]
[그래서, 네가 보기에는 그 강준이라는 녀석을 흡수 할 수 있어 보이나?]
온종일 자신이 그 주막에서 먹었던 요리 생각에 빠져있던 카람은, 다른 악귀의 목소리에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카림은 그 주막을 나와, 다른 악귀들이 있는 곳에 있는 상태였다.
[그....내가 보기에는...]
‘잠깐....만약 내가 그 주막이나 강준의 정보를 알아내어서, 전부 말해버린다면, 나는 더 이상 그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 아닌가...?’
[보기에는?]
순간 번뜩인 카림의 생각이, 결국 걷잡을 수 없게 커져가자, 결국, 카림은 다짐을 한 체, 입을 열었다.
[....그 흑룡이라는 존재감이 막강하더군, 당분간은 함부로 쳐들어가 봤자, 뼈도 추리지 못할 거야.]
[흠...그럼 어찌하면 좋을까..?]
[몰래 가는 것도 힘들까?]
[카람의 말에 따르면 힘들어 보이는군.]
[....일단 정보가 더욱 필요하다. 내가 좀 더 그 주막에 대해 더 살펴보도록 하지.]
[그래. 잘 부탁한다.]
[우리도 같이 갈까?]
[아...아니! 우리가 여럿이 간다면, 그 존재감을 흑룡에게 들킬 수도 있다. 당분간은 나 혼자 가도록 하지.]
[아쉽네....그래도 별수 없지.]
‘그래, 나는 잘못되지 않았어. 그 주막이 이상한 거야. 그러니....나 혼자 살펴볼 가치가 있을 거야...’
카람은 어떻게든 자신이 그 요리에빠져버렸다는 것을 부정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카람은 몰랐다.
이미, 자신은 그 주막의 요리에 포로가 되어버린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