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사절단이 온다! (61/289)



〈 61화 〉사절단이 온다!

“흠.....오늘은 어떤 일로 날 부르신 거지?”


진혁은 대리석으로 된 바닥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바닥부터가 고급진 것이 느껴지는 게 역시 왕족은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다.


-진...진혁님! 오셨습니까?-

-아 예 예~, 국왕님께서 불러서요, 들어가 봐도 되죠?-

-물론입니다!-

그렇게 긴 복도를 지나,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된  앞의 경비원이 진혁을 조금 과장되게 반기는 것도,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지금은 적응한 지 오래였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류 더미가 한가득 쌓인 탁자에 앉아, 연신 도장을 찍어대는 남자가 진혁을 환영했다.

화려하지만 그만큼 위엄이 넘치는 복장.

인자해 보이지만 강인한 인상.


-오! 진혁! 내 부름에 응답해줘서 고맙군.-

-아닙니다. 국왕님이 부르셨는데, 바로 달려와야죠.-


진혁의 앞에 앉아있는 이 남자.

그가 바로.

애슐란, 정확히는 애슐란 왕국의 국왕.

애슐란 디 바이제르이다.

-그나저나,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아 참! 그렇지 그렇지.-

그런 진혁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묻자, 국왕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최근 우리 애슐란과 문화적 교류를 나누고 있는 나라, 한을 아나?-

-한 이라 하시면.....저희 애슐란의 북쪽에 있는 나라 아닙니까?-

-그렇네, 그리고 이번에 우리 쪽에서 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는데.....곤란한 일이 생겼네.-


그렇게 말하던 국왕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곤란한 일...? 이시라면..?-

-우리 애슐란의 3왕녀, 아델라가 자신도 가겠다고 하는 상황이네.-

-아델라가요?-

현제 2남 3녀의 애슐란 왕족가의 넷째.

애슐란 비 아델리안.

가만히 있으면 마치 천사처럼 보이는 가련한 외모 속에 가려진 그녀의 성격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조건 직접 경험해보는, 누구도 못 말리는 말괄량이 아가씨였다.

그런 아델라가 자신이 가겠다고 한다면, 막는다 하더라고 억지로라도 나갈 것을 진혁은 잘 알고 있었다.

근데어째서 갑자기, 지금까지 애슐란과 접전도 별로 없던 작은 나라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지?

-자네는 토마토 파스타를 알고 있는가?-

-그럼요, 요즘 애슐란에서 사는 사람이  음식을 모르면 간첩 취급입니다.-


토마토 파스타.

악마의 열매라 불리던 토마토가, 어떠한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토마토 파스타라는 음식이 개발되어 지금은 애슐란의 국민음식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애슐란의 요리에도 지겹던 진혁도, 그 파스타를 먹을 때는마치 현대에 있었을 때 먹었던 맛이 나서 즐겨 먹고는 하는 요리였다.

그만큼 토마토 파스타라는 요리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그런데 그 요리가 지금 왜 나오는 거지?


-그 토마토 파스타라는 요리가 한의 어떤 요리사에서 나왔다는 이야기가있네.-

-오호....그렇다면 아델리안이 저러는 이유를 알 것 같군요.-


지금 애슐란의 국민요리로 까지 올라온 토마토 파스타.

그것을 만든 사람을, 그 궁금증 많은 아델리안이 무시할 리가 없지.

-그래서 부탁하네,자네가 아델라의 호위를 맡아주지 않겠나?-

그렇게 말한 국왕은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진혁에게 부탁했다.

어차피 아델리안은 무조건 갈 테니, 차리리 진혁을 붙여서 안전이라도 보장함을 위해서겠지.


-.....차리리 왕궁 기사단을 호위로 붙이는 것이 안전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하하! 자네 농담도 잘하는군, 이 왕궁에서 자네 옆 말고 어디가 제일 안전하겠는가?-


그런 진혁의 말에국왕은 하하 웃으며 웃긴 농담을 들은듯이 말했다.

-약 1년 만에 애슐란 최고의 소드마스터 자리에 오른 자네가  말은아니군.-

-과찬이십니다.-

그렇게 말하는 진혁의 옷에 달린 3개의 검이 겹쳐져 있는 소드마스터의 칭호가 새겨져 있는 뱃지가 반짝거렸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제가 가도록 하죠.-

-오! 그렇다면 나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군! 고맙네-

‘뭐, 나도 그 파스타를 만든 사람이 궁금하기도 하니, 피차일반이지만.-


그렇게 국왕의 부탁을 수락한 진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국왕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한 이라...뭔가 한국 생각이 나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던 진혁은,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는 애검을 어루만지며, 앞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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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구....오늘 하루도 바빳구만...”

늘어진 허리를 쭉 피며, 강준은 바닥을닦던 걸레를 들어 올렸다.

장사의 마무리는 언제나 깔끔한 청소로끝내는 강준이  바닥 청소를 끝낸 시점이었다.


“...주인장, 있는가?”

“어..? 아 손님, 오늘 장사는 이미 끝났습니다. 다음에 오시겠어요?”

그때, 주막의 입구가 열렸다.

얼굴을 전부 가리는 큰 삿갓을 쓴 사내가 성큼성큼 주막의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런가? 나는 오랜만에 자네가 해준 음식을 먹으러 왔건만...”

“어?  목소리는.....설마...?”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는가?”

긴가민가한 강준의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가려주던 삿갓을 벗은 사내가 얼굴을 밝혔다.

그자는 바로, 이 한의 왕제, 향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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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잘 먹었네. 역시 자네의 음식은 최고로군.”

“....황송합니다.”


그렇게 찾아온왕제를 위해, 다시금 요리해주자, 순식간에 접시를 비운 향종이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강준은 그런 향종을 보며, 오늘 자신을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항상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뜬금없이 그저 요리만 먹으려고 온 것은 아닐 것임을, 강준은 잘 알고 있었다.

“흠, 말이 빨라서 좋군. 내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서 말이네.”


심드렁하게 말하는 강준을 보며 미소를 지은 향종이 본론으로 넘어가 말했다.


“이번에 애슐란에서사절단이 오기로 했네.”

“사절단,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허나, 문제가 하나 발생했지 뭔가.”

“문제라면...어떤?”

“사절단에 애슐란의 황녀가 있는 모양인데, 요구사항이 있었네.”

“‘토마토 파스타를 만든 사람을 보고 싶다.’ 라는 요구사항이 있어서 말일세.”

“예? 황녀가....저를 만나고 싶으시단 말씀이십니까?”

이게 갑자기  일이야?

애슐란의 황녀가,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이번 사절단이 오면서 벌이는 만찬 때, 자네를 초청하고 싶다만....가능 하겠는가?”

“....왕제께서 부탁하시는데 제가 무슨 의도로 거절을 하겠습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부탁하는 향종의 말에, 강준은 향종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라의 주인이 부탁하는데, 거절할 만한 인물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애초에 지금 장사하고 있는  건물을 돈 한 푼  들이고 지어주지 않았는가.

염치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탁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향종의 부탁은, 부탁이 아닌 일종의 명령과도 비슷했다.


‘젠장 능글맞은 너구리 같은 양반이구만....별 수 없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확실하게 내 실력을 뽐내주지.

그렇게 결심한 강준은 마음을 되잡으며 그날에 만들 요리 레시피를 짜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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