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애슐란의 왕녀. (62/289)



〈 62화 〉애슐란의 왕녀.

쏴아아 하고 바다가 갈라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웬만한 함선보다도 거대하고, 아름다운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는 이 배는.

애슐란 왕국이 얼마나 대단하고, 강력한 나라인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그 배 안에서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존재인 왕국의 왕녀.

애슐란 비 아델리안.

일명 천사의 공주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지금.

-우움...여시 더마터 포스터는 종마 마시꾸나!(역시 토마토 파스타는 정말 맛있구나)-

입가에 가득, 새빨간토마토소스를 묻히며,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파스타를 입에 욱여넣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일지라도, 마치 한편의 그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역시 그녀의 엄청난 미모 덕분일 테지.


-...아델리아 님. 일단입에 있는 음식은 다 삼키고 말씀하시죠.-

그런 아델리아를 보며 마치 철없는 여동생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손수건을 건네는 진혁이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긴 보랏빛 머리칼은 마치 오로라를 연상시키는 듯했고, 말똥거리는 눈동자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다웠다.

허나 진혁에게는 그저, 말괄량이 아가씨일 뿐.

이미 그녀옆에 있으면서 볼꼴, 못 볼 꼴 다 본 진혁이었기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델리아의 곁에서 호위 겸, 시중을 들면서도 불편하지 않았다.

-큼...그나저나 한, 이라....어떤 나라일지 궁금하구나. 공식적인 사절단은 이번이 처음  테니, 이 한이라는 나라를 내  눈으로 확실하게 담아놔야겠구나.-

-어련하신지요.-


어느새 접시를 싹 비운 아델리아가 진혁이 전해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이 말괄량이 공주님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다.

한번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알아내고 마는 그 집요한 집중력과 행동력.

아마 예상컨대, 왕녀가 아닌, 모험가로 태어났다면, 전설적인 모험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객사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말이 사실이더냐?-

-무슨 말씀이신지?-

-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든 인물이, 한에 있다는  말이다.-

-엄.....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그 반짝이는 눈동자를 껌뻑거리며 말하는 아델리아의 말에, 진혁은 모르쇠로 반응했다.

-‘또 자신의 위치도 모르고 그 요리사를 찾겠다고 뛰쳐나가려고? 내가 미쳤다고 사실대로 말하겠냐....’-

토마토 파스타를 만든 사람을찾겠다고 또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왕녀를 생각하자니, 머리가 지끈거리는 진혁이었다.

(어이, 주인. 아직 멀었나?배 에서만 있다 보니 지겹다.)

-얌마. 너는 어차피 검집에 들어가 있는 주제에, 뭐가 지겹냐? 그리고 이제 3일 지났거든? 뭔 1주일은 된 것처럼 말한다?-

(이것 참....이래서 인간이란 족속들은...)

그때, 자신의 허리춤에서 울리는 소리.

자신의 애검. 드라고노바가 텔레파시로 진혁의 머릿속에 말을 걸었다.

에고 웨펀.


먼 옛날, 마족들과의 전쟁을 위해, 전설의 대장장이가 만들었다던, 지성을 가진 무기들.

하나같이 강력한 힘을 가진 무기들이지만, 사용자의 마력을 모조리 빨아먹는 특성 덕분에  빛을 발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허나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닌, 마력이 없는 진혁이라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

진혁의 강함은 바로, 템빨 이었던 것이다.

뭐, 어쩌겠나. 꼬우면 자기도에고웨폰 쓰던가.


-호오....역시 에고소드.....검이랑 대화한다는 것은 언제나 봐도 신기하구나, 나도 한번 쯤 검과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긴 하나....아쉽군.-

(그...그럼! 이 몸은 내가 직접 고른 계약자와만 이야기 한다고!)


그리고 그런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는 아델리아의 눈빛이 위험해 보였다.

에고 웨폰을 하나하나 뜯어서  정체를 파악하고 싶어 하는 아델리아의 생각을 읽은 건지, 드라고노바는 몸을 살짝 떨면서 말했다.


-곧 저희 배가 한의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오오! 드디어 도착인가?-


그렇게 한 사람과 한 검 사이에서 시달리던 진혁에게  줄기 빛이라도 내린 듯,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관심을 돌린 아델리아를 보며, 한숨 돌린 진혁이었다.

그렇게 애슐란의 왕녀가 한에 첫 발돋움을 내딛는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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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곳은 애슐란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자랑했다.

칠흑의 기와로 지붕을 덮은 기와집은 아름다웠으며, 곳곳의 장식품들은 애슐란과는 전혀 다른 예술성을 추구했다.

-우와! 저것  봐! 이곳의 건물 양식은 진짜 아름답다! 와! 저건 또 뭐야?-


한의 왕궁으로 나아가는 마차를  아델리아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연신 감탄사를 내질렀다.

‘와...진짜 조선이랑 조금은 다르지만, 진짜 똑같네? 그리고 사람들도 다 한국어를 쓰고....뭔가 안정된다...’


그런 아델리아처럼 연신 떠들면서 신나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마음속으로 들뜨고 있는 진혁이 있었다.

-그런데 생김새들이 진혁 너랑 똑 닮았는걸? 너도  의 출신 아니야?-

-뭐, 비슷하긴 하지만, 저는 다른 나라에서 왔습니다.


‘다른 나라이기는 하지, 다른 세계라는 말은 빠졌지만.’

한의 사람들의 생김새가 진혁과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본 아델리아가 진혁에게 물었지만,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할 뿐이었다.


-와아....저게 한의 왕이 사는 왕궁이야? 진짜 크다....!-


‘수학여행때 봤던 경북궁이랑 비슷하게 생겼다....!’

그렇게 길을 쭉쭉 나아가던 마차는 이윽고 한의왕궁에 도달했다.

왕궁의 문은 아주 거대했으며, 화려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오...저건 뭐지? 뭐가 새겨져 있는거야?-

-대충 애슐란의 드래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다시 궁금증이 도진 아델리아에게 진혁은 아주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큰 뿔과 겹겹이 쌓인 비늘, 거대한 발톱과 긴 몸통, 그리고 손에 쥔 여의주 까지.

서양의 드래곤과는 다른, 동양의 용의 모습이었다.

-한의 드래곤이라...신비한걸...? 만나보고 싶다!-

-어우 농담도, 만났다가는 우린 사이좋게   점심식사가 되고 말 겁니다.-

그런 아델리아의 말에, 진혁은 손사래를 치며 그런그녀를 말렸다.


그렇게 그들의 마차는 왕궁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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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 왕궁에서 왕이 공식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외전은 그 화려함만은 한의 어느 곳도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휘황찬란했다.

그런 곳에서 한의 왕제, 향종은 계단을 올라, 금칠과 각종 보석이 박힌 왕좌에 앉아 애슐란의 사절단을 반겼다.


“애슐란  아델리안이 한의 왕제님을 뵙습니다.”

그런 향종에게 한의 언어인 민위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며 향종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무리 말괄량이 여자아이라 할지라도, 한 나라의 왕녀.

사절단으로 다른 나라에 간다면,  나라의 인사법은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했다.


“애슐란의 왕녀가 친히한으로 와주다니, 영광이네.”


그런 아델리안을 보면서 미소를 짓는 향종이 그들을 반겼다.

그 말은 그녀의 옆에 있던 진혁이실시간으로 번역해 주었다.

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진혁이 어떻게 한의 언어를  알고 있는가?

그것은 그냥 진혁이 자신의 나라와 비슷한 언어라고 대충 속여 넘겼다.

진혁은 자신의 출생과 관련된 것을 모두 비밀로 하고 있었기에, 아델리아가 의심을  봤자, 오리발만 내밀뿐이었다.

“자! 이런 귀인들을 모셔놓고 대접을 안 하면 섭섭하지, 오늘 과인이 준비한 만찬을 부디 즐겨주시게.”


그렇게 말한 향종의 말의 끝으로, 탁자들과 식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큰 연화상이 생겼다.


“이번 만찬은 특히나 기대해도 좋다네, 내가 친히 아끼는 자가 요리하는 만찬이니.”

“부디 즐겨주길 바라네.”

그들은 아직 모를 테지.

그녀의 요리를 한번 맛보면, 쉽게 벗어날 수가 없음을.

향종은 그렇게 말하며 입가를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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