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4화 〉일단 좀 맞고 시작할까? (64/289)



〈 64화 〉일단 좀 맞고 시작할까?

“으드드드드.....어후, 드디어 끝났구먼.”


강준은 굽힌 허리를 쭉 펴며, 곡소리를 내었다.

어느새 늦은 밤.

강준은 왕궁에서의 일을 끝내고, 주막으로 돌아왔다.

육체적으로 지쳤다기보단, 정신적으로 피곤했기에, 이런 행동으로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것이었다.


“거참....몸이 달라지니까 여러 가지가 새롭네.”

“지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감각이 엄청 예민해졌어.”

“그러니까, 나와라. 다 보인다.”

그렇게 태평하게 혼잣말을 하던강준은, 주막의 한구석을 손으로 지목하며, 말했다.


“.....기척은 확실하게 숨겼을 텐데...”

그러자,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이 일그러지더니,점차 어떤 형상이 뭉개뭉개 피어나자,  남성이 나타났다.

“그러게, 근데 나한테는  보였거든.”


그 남자의 정체는, 분명 아까의 만찬에서 왕녀의 곁에 붙어있던 사내였다.

“왕궁을 나올 때부터, 어디까지 따라오나 싶었는데....여기까지 들어오다니, 배짱이 좋은 건지, 겁 대가리가 없는 건지.”

“....이미 그때부터 들킨 건가...”


반룡이 되어, 육체의 강화와 기를 다루는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강준은, 매우 미약하긴 하나, 기의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음....무슨 일로 왔냐고 말로 해봤자, 순순히 들을  같지도않고....일단 괘씸하니, 좀 맞자.”

이런 변태 스토커를 그냥 내보낼 수는 없지.

일단 몇 대 쥐어박고, 목적을 캐 내볼까?

강준은 손을 뚜둑 거리며 자신을 따라온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하, 피를 보고 싶지는 않은데...별 수 없군.”

한숨을 푹 내쉰 사내, 진혁은 허리춤에 맨 자신의 애검에 손을 올리며 중얼거렸다.

(주인! 싸움이야? 응? 그럼 끼어야지!)

그런 기색을 눈치챘는지, 드라고노바가 시끄럽게 재잘거렸다.

검이라서 그런지 싸움이면 눈이 돌아가버리는 미친 광전사 그 자체였다.


“....간다.”

진혁은 검집에 갇힌 드라고노바를 꺼냈다.

스르릉 하며 소름 돋는 소리를 내는 새빨간 검신에, 드래곤의 얼굴이 새겨진 손잡이가 웅웅 거리며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진혁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상대는 내가 숨긴 기척을 바로 알아챌 정도의 힘을 가졌다....방심하다가는 역으로 당하겠지....그렇다면 처음부터 최선을 다한다...!’

이미 소리보다도 빠른 속도로 주막 내를 돌아다니던 진혁은, 순식간에 강준에게 다가가, 검을 겨누며 아주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제 1,2,3 구체, 방어막 전개.”

그의 검은 강준에게 닫지 못했다.

불길한 검은 오오라를 내뿜는 방어막이, 진혁이 휘두른 검을 가소롭다는 듯이 막아냈다.

“..크윽!”


그런 방어막의 힘에 튕겨져 나간 진혁이, 낙법을 취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가 진심을 담아 휘두른 검격은, 강준이 만들어 낸 방어막에 막혔지만, 방어막도 거미줄 같은 실금들이 타격을 막은 곳을 통해 점차 퍼져나가고 있었다.

“흠, 구체 3개 정도면 그럭저럭 막을 수는 있네.”


강준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구체를 다시 회수했다.

‘저 검은 구체를 통해 마법을 사용하는 건가....? 3개에  검격을 막았다면....저 구체는 얼마나 생성할 수 있는 거지?’


진혁은 자신의 공격이 막힌 것을 개의치 않고, 적의 기량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진혁은 이 세계에 떨어졌을 당시, 고작 고등학생이었지만, 지금까지의 고통스러운 나날은 그를 강력한 전사로 만들어 주기에는 충분했다.

몇 번이나 죽을 뻔하고,  번이나 다시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진혁은 죽음의 고비를 넘어가며, 비약적으로 힘을 얻었다.

그것을 인증하는 듯이, 진혁의 가슴팍에달려있는 소드마스터의 증표가 반짝거렸다.

“흠...그럼 대충,이 정도면 되려나?”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다.

강준이 손가락을 딱! 하며 튕기자, 그녀의 곁에서 구체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구체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강준의 얼굴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구체는 결국, 주막을 잔뜩 채우자, 생성을 멈췄다.

이미 어림짐작으로 30개는 가볍게 넘을 것 같은 구체의 수를 생성했으면서도, 강준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대로 강준에게는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었다.

압도적인 실력 차.

그곳에서 나오는 엄청난 절망감과 공포감.


(이...이 힘은....설마....드..드래곤!)

진혁의 손에 들린드라고노바가 미친 듯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드라고노바.

사악한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을 자르고, 그 질긴 목숨을 끊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검.

그 검은 지금, 자신의 앞에느껴지는 드래곤, 아니 용의 힘을 가진 강준의 앞에 있었다.

‘드래곤이라니....! 그게 말도  되는...’

존재만으로도 대지를 가르고, 천지를 꿰뚫는다는 전설의 존재.

진혁은 그런 막강한 힘의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고 있었다.

진혁은 드라고노바와 함께하며, 자만하고 있었다.

오크도, 오거도, 와이번도, 강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 힘에 취해, 자신이 최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눈 앞의 존재는 그런 진혁의 도취감을  방에 지워버렸다.


“하,,,,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라면....”

그러나, 진혁은 무릎을 꿇는 대신, 드라고노바의 힘을 끌어올리는 것을 선택했다.


(가자고! 주인!  모든 힘을 이끌어  주지!!)


그런 진혁의 판단에 부응하듯이, 드라고노바는 진혁의 손안에서 강렬한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지막 발버둥 정도는 괜찮겠지...!”


진혁 주변의 대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주막의 바닥이 갈라지고, 탁자와 의자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

지금.

진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다해, 자신의 한계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의 힘이 아닌, 괴물과도 비슷한 강력한 마력이 드라고노바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모든 힘을 짜내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진혁

“내 모든 힘을 끌어모아서, 마지막 발버둥을...!”


그때.

“야 이 미친 새끼야!”

“쿠엌!?!!”


그런 진혁이 알아채지도 못할 만한 빠른 움직임으로 진혁의 앞으로 다가온 강준이, 진혁의 얼굴에 죽빵을 꽂았다.

“우리 주막을 망가뜨리면 어쩌자는 거야! 돌았냐? 네가 인테리어비 다  거야? 앙?!?!”

강준이 화를 낸 이유는 하나였다.

진혁이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도, 마지막 발버둥을 하려는 것도 아닌.

그저 자신의 주막이 망가진다는 것이 그 분노의 이유였다.


그런 강준의 주먹에 맞아, 공중을 날아가다가 벽에 부딛힌 진혁은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 시발! 벽에 금 갔네! 좆됐다....!”


진혁은 그렇게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도 강준은 그런자신보다, 주막의 안위를 걱정하는 소리를 들으며, 실소했다.

그렇게 소환한 구체는 전혀 쓰지도 않고, 주먹  방에 당했다.


(주인! 주인! 정신차려!!)

“진짜....개좆망 밸런스네....미친...”


그것이 진혁이 기절하기 전,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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