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환영하지 않은 낯선자. (66/289)



〈 66화 〉환영하지 않은 낯선자.

-으으으음.....뭔가 이상해....아주 이상해.....-


아델리아는 오늘도 엄청나게 맛있는 만찬을 먹고 부른 배를 두들기며, 침구에 누워 중얼거렸다.

어느덧  에서의 시간이 5일이나 흘렀다.

극진한 대우도 받고, 한과 애슐란 사이의 외교 일도 해결하며 편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그래서 그 만찬을 만든 그 아이의 정체는 뭐지...?-


그 아이.

만찬에서 항상 얼굴을 비추며, 거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묵묵히 음식의 관한 설명과 서빙을 마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당당히 돌아나간다.

그래서 수상하게 여긴 아델리아는 진혁을 시켜, 그 아이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했으나.

‘음...그 아이는 그 만찬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단순한 서빙을 맡은 궁궐에서 일하는 아이입니다.’

진혁은 아델리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델리아는 직감으로 느껴졌다.

그 아이가  만찬을 만들었다는 것을,  수 있었다.

그런 단호하고, 자신감 넘치는 행동은, 그것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면 나올  없는 행동거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상한 점은.

그날, 그 아이에게 미행을 붙인 날 뒤로, 진혁의 행동이 여간 수상한 것이 아니었다.

매일 밤. 근처를 수색하여, 혹시나 하는 위험을 방지한다며,  시간씩 자리를 비우는 것이었다.

아무리 아버님의 부탁을받았다. 라고 한들, 자신이 아는 진혁은 그렇게까지 성실한 성격은 아니였다.

분명 무언가 자신 몰래 숨겨둔 일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진혁, 아직 나를 잘 모르는구나?-

그렇다.

천사의 공주라고 불리는 그녀의 외간이었지만, 그 속은 언제나 모험심과 의구심을 품는 말괄량이 소녀.

그런 진혁의 수상한 행동을 의심 안 할 왕녀가 아니었다.


-자, 과연 진혁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아델리아는 자신의 방 안에 비치되어 있는 옷장을 열었다.

그곳에는 자신이 몰래 숨겨 들어온, 변장용 복장이 걸려 있었다.

-자! 가자! 모험이 나를 부른다!-

그렇게 그날 밤. 아델리아는 궁궐을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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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오늘도 정말 최고야....”

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들었던 뚝배기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오늘의 야식은 바로 설렁탕.

아삭아삭한 깍두기와 함께 즐기는 설렁탕은 햇반 4개는 돌려야 직성이 풀렸다.

“너 일단 만찬에서도   먹지 않냐?”

강준은 팔짱을 낀 채로, 그런 진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진혁은처음 주막을 찾아서 된장찌개를 먹었던  이후로, 매일 밤, 주막을 찾아와 밥을 먹고 가는 처지였다.


“어우...형님 요리는 언제나 먹어도 질리지가 않지 말임다! 특히 이번 설렁탕은 국물이 아주 진한  어으....밀가루로 쌓인  느끼함이 싸악 내려가는  같습니다.”

그런 강준의 말에, 진혁은 마지막 남은 깍두기 한 조각도 남김없이 먹어 치우며 말했다.

에슐란에서의 나날은, 기름지고, 짜고, 느끼하고, 밥은 구경도 못 해보는 나날이었다.

언어와 문화는 어떻게든 적응한다 치더라도, 역시 한국인은 밥심! 밥이 있어야 사는 느낌이 들었다.


“참 먹는 것도 맛있게 먹네! 그거 다 먹고 소화 겸 대련 한판 어때?”

“좋슴다. 그나저나 이곳에서 엘프를 만나게  줄은 몰랐네요, 저는 엘프라고는 성당에서 딱 한 번 만나 뵀었는데.”

“특이하긴 하네, 엘프들은 대부분 숲의 여신인 페르니아님을 믿거든, 뭐, 서로가 생각하는 것도 다 다르긴 하니까 그런 거겠지.”

“그나저나 나도 여기서 애슐란의 소드마스터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하...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이미 몇 차례나 주막을 들락날락했기에, 이미 나머지 주막의 인원들도 진혁의 얼굴을 외우는 건 당연했다.

그 중, 힐라는 그런 진혁을 오는 시간만을 고대했다.

에슐란의 소드마스터.

말 그대로 마스터, 라는 것은.

이미 검술을 배우는 경지가 아닌, 새로운 검술을 창조해내는 영역에 도달한 의미로써.

현재 애슐란에도 소드마스터는 진혁을 포함해  3명만이 존재했다.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엄청난 근력을 내뿜는 남성, 반니르 라이카젠.

가느다란 스피어로 순식간에 적을 구멍투성이로 만드는 여성,하이젠 리카르트.

그리고 에고소드를 다루며,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마검사, 진혁 이었다.


그렇게 거창한 칭호를 받은 진혁이지만, 솔직히 드라고노바가 아니었다면 획득하지 못하는 칭호였다.

그리고 며칠 전, 강준의 입장에서는 대련 취급도 못 하지만, 진혁은 뼈저리게 느꼈다.

자신은 드라고노바에 과하게 기대며, 자만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은 드라고노바 대신, 평범한 검으로 대련하며 자신의 기술을 갈고닦는 중이었다.

그리고 가뜩이나 대련을 좋아하는 힐라가, 소드마스터와 대련할 기회를 날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케이! 밥도  먹었고, 마당으로 나갈까?”

“좋슴다!이번에는  더 빡세게 갑니다?”

“바라는 바지! 이번에는 반드시 유효타를 먹여 보이겠어!”

그렇게 진혁이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마당으로 나아가려던 찰나.

-야!! 진혁!!!!  나쁜 노마!!!!-


주막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허..허억?!!?-네가...아니 왕녀님께서 어떻게?-

그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애슐란의 제 3왕녀.

애슐란 디 아델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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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짜...엄청 빠르네....-

아델리아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며칠 동안 궁궐 안의 사람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갈아입기 쉬운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 빈틈을 틈타 궁궐을 벗어나, 궁궐의 근처에서 숨죽이며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을 죽치며 기다리자, 궁궐에서 검은 그림자가 쏜살같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진혁이었다.

그렇게 빠르게 나아가는 진혁을 쫓아, 열심히 달려 보았지만, 역시 소드마스터와 곱게 자란 왕녀의 체력 차이는 크게 벌어진 상태였다.

아델리아도 평소에 하는 검술 훈련과 체력단련을 열심히 해 놓은 상태였지만, 현역 소드마스터를 따라잡기란 하늘의  따기였다.

-.....별 수 없나...-

결국 아델리아는 진혁을 따라잡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주머니를 열어, 작은 막대기를 하나 꺼내었다.

/...마력이여,  애슐란 디 아델리아가 명하노니, 내 목표의 위치를 밝혀라!/


그리고 아델리아가 막대기를 들고 중얼거리자, 그녀의 주변은 마력이 물든 푸른 빛으로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용한 마법은 위치추적용 마법인 [호밍] 이었다.

허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목표물에 먼저 [호밍]을 발동할  있도록 마력으로 만든 표식을 부여해야 했지만, 그 표식은 이미 아까의 만찬 때, 진혁의 몸에 몰래 새겨두었다.

원래라면 새기는 순간, 마력에 민감한 에고소드, 드라고노바가 눈치를 챘어야 하지만, 한 나라의 주인이 있는 자리에서, 외부인이 무기를 들고 입장할 수는 없었기에, 드라고노바는 자신의 방에 놔두고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표식이 안정화 될 동안, 마력이 존재하지 않은 진혁이 표식을 눈치챌 방법은 없었다.

마법이 발동되자, 진혁의 몸에서 마력으로 이루어진 푸른 가루가 흩날리더니, 자신이 움직인 길을 그대로 따라 바닥에 새겨졌다.


-좋아! 이제 천천히 따라잡아 볼까?-


아델리아는 그렇게 흥얼거리며, 천천히 푸르게 빛나는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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