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거뭇거뭇한 그 녀석.
정적.
정적만이 주막을 에워쌌다.
그리고 그 정적을 일으킨 장본인이입을 열었다.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어....검술과 돈 버는 일 말고는 뭐든 귀찮아하던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밤마다 수색을 나간다고 했을 때부터 말이지.
그런데...그런데...! 나 몰래 이런 곳에서 저 아이와 만나고 있었을 줄은....!-
-아니 잠깐! 뭔가 어감이 이상하잖아!!!-
마치 애인의 밀회를 발견한 사람처럼 이야기하는 아델리아의 말에, 진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그나저나....애슐란의 왕녀가 어떻게 이곳까지 찾아온 거야..?
-내가 아까의 만찬 때, 진혁 너 몰래 [호밍] 마법의 추적 흔적을 남겼지.-
-으엑? 아 진짜다...이걸몰랐을 줄은...-
그런 강준의 얼굴을 읽었는지, 아델리아는 한층 거드름을피우며 진혁의 허리춤을 지목하자, 새파란 빛이 아주 미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게 마법인가? 도술과는 다른 기 운영법인 아델리아의 마법에 강준은 내심 신비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저기 너! 네가 만찬을 만든그 사람....맞지?-
-아 예? 아 그...-
그렇게 강준은 한 발 치 멀리서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아델리아에게 지목당했다.
-하....예 맞습니다. 제가 그 만찬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강준은 결국 얼버무리는 것을 포기하고,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이 정도의 행동력과 호기심을 가진 왕녀에게숨겨봤자, 이 왕녀는 어떻게든 진실을 찾아온 곳을 파헤칠 것이 분명했다.
-맞지? 역시이~!! 내 직감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다니까?-
강준이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자,아델리아는 얼굴에 미소를 활짝 만개하며 팔짝 뛰었다.
-그럼 그럼!!! 그 토마토 파스타를 만든 사람도 너야? 너야? 맞지? 그럴 줄 알았어!!_
-에? 토마토...파스타?-
-음? 너 그걸 만든 사람이 아니야?-
-아니...확실히 만들기는 했는데...설마..?-
아니. 아니아니 분명 하인즈와 거래를 하기 위해 토마토를 맛나게 만들기는 했는데....그게 왕녀까지 알고 있단 말이야?
-지..지금 애슐란에 사는 사람이 토마토 파스타를 모르면 거의 간첩 수준임다...-
-그 정도까지??-
그렇게 당황하던 강준의 귀에 속삭이는 진혁의 말에 강준은 한 번 더 놀랐다.
-그럼! 그 악마의 열매라고 불리는 토마토가, 그렇게 맛난 음식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
-그래서....너는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아니...그...저....일단 배 안 고파? 강주...아 아니 강하의 요리는 진짜 맛나거든? 응?-
-....이 새끼가?-
그렇게 자신에게 다시금 불똥이 튀기자, 진혁은 요령 좋게 강준에게 주위를 돌렸다.
-맞아 맞아! 오늘 먹었던 만찬도 정말 맛있었어! 그 요리를 또 먹을 수 있는 건가? 아...맛나겠다...-
어느새진혁의 안내를 따라, 식탁에 앉은 아델리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배는 얼마나 고프신지?-
결국 강준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는, 왕녀에게 현재의 허기진 정도를 물었다.
-음....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은데...아까 만찬을 배불리 먹었거든, 아!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
그런 강준의 질문에 자신의 배를 팡팡 두드리며대답하는 왕녀.
분명 궁궐에서는 엄청 다소곳하고, 품격 있는 여성 같았는데, 본 모습은 그냥 활발하고 궁금증 많은 소녀의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달달한 거라.....푸딩은 좀 만들려면 시간이 걸리고.....
그것을 쓸 차례인가?
마침 오늘 시험 작으로 만들어 본 것이 있으니, 한번 맛보게 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강준은 주방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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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그럼 진짜 용이란 말이야?-
“진짜 용이냐고 물어보십니다.”
“흠! 당연하지! 이 몸이 바로 그 위대한 흑룡, 류월이시다!”
-맞다는데요.-
-아이참! 그렇게 건성건성 번역하지 말고 확실하게 알려달란 말이야!-
“거참 귀찮게 구네...”
-아! 너 방금 욕했지? 맞지?-
-아님다.-
그렇게 강준의 요리를 기다리는 사이, 어느새 아델리아는 주막의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중 류월은 애슐란 어를 하지 못해서, 그 옆의 진혁이 그 둘의 사이를 번역해주고 있었다.
류월도 예전에는 여러 대륙을 돌아다니며, 여러 나라의 언어를 배웠지만, 한에서의 생활이 길어져, 대부분 잊은 상황이었다.
뭐, 지금이라도 배운다면 금세 익힐 수는 있기는하다만.
-그나저나 애슐란의 왕녀님을 뵙다니...아...현재 국왕님이 몇 대째였죠? 제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게 8대의 국왕님이셨는데....-
-지금 아버님이 24대 국왕이셔, 그나저나 엘프들은 정말 오랫동안 산다는 게 맞구나...?진짜 신기하다! 근데 외간은 젊고....-
-하하! 그렇죠? 저희 엘프들은 그만큼 매력적인 종족이랍니다?-
“저....저기 힐다 언니....그러니까....저분이 그 애슐란의 공주님이에요?”
“응? 아 맞아. 저분이 현재 애슐란의 3왕녀인 애슐란 디 아델리아 님이야.”
“우와.....공주님...신비해요...”
“그렇지?”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렇게 서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이, 강준이 접시에 무언가를 담고 다가왔다.
-오!기다리느라 지쳤어! 드디어 나왔구나! 이번엔 어떤 요리야? 어떤 제조법으로 만드는 거야? 재료는? 어떻게 구한 거고?-
-아아!! 일단 맛보시고 물어보셔요! 거참 귀 떨어지겠다.-
그렇게 강준이 다가오자마자 질문 폭격을 날리는 아델리아 덕에, 소란스러워 지자, 그런 아델리아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덮여 있는 접시의 뚜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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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멕시코 메시카 족이 카카오 빈과 고추로 만든 음료인 쓴 물을 뜻하는 쇼콜라틀(Xocolatl)에서 유래됐다.
그들은 카카오 빈을 신이 내린 선물이라 여기며 음료나 약재로 사용했고, 후에 유럽 탐험가들에게 대접하며 서구권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그나저나 카카오 빈을 만나게 될줄은 강준도 생각지 못했다.
몇 달에 한 번, 식자재를 들고 오는하인즈 상단과의 거래에서, 그 열매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아직까지도 기억이 났다.
자.
그래서 이 카카오 열매로어떻게 초콜릿을 만드느냐?
카카오 열매를 까서, 붙어있는 과육을 제거한 카카오 빈을 나무통에 넣어, 5~7일 정도 발효시키고, 깨끗하게 씻어준 뒤, 쨍쨍한 햇볕 아래에서 며칠간 잘 건조해준다.
그다음 이제 이걸 잘 갈아주면,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매스가 나온다.
“그래서, 이걸 나보고 도술로 갈아 달라. 이말인가?”
그건 역시 만능 도술 술사이자 위대한 흑룡인 류월에게 맡기면 해결!
“그래. 아주 곱게 갈아야 하는데, 맷돌로는 한계가 있거든.”
“거참...네놈은 나를 그저 편리한 도술을 사용하는도구로 알고 있는...”
“이걸 해야 엄청나게 맛있는 게 나오는데?”
“.....얼마나 맛있지?”
“적어도 네가 먹어본 것 중에서는?”
“.........얼마나 갈아야 하지?”
그런 강준의 태도가 맘에 안 들었던 류월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엄청나게 맛있다는 강준의 말에 순식간에 바람 도술을 이용하여 아주 곱게 만들었다.
.....먹보 도마뱀.
그다음에는 설탕도 아주 곱게 갈아준다.
이것을 분당이라고 하는데, 제빵에 사용하기 위해 입자가 아주 고운 설탕을 뜻하는 말이다.
그리고 다시금 카카오 빈을 강한 압력을 주어, 기름을 짜내는데,이것이 카카오 버터이다.
이제 이 완성된 세 가지를다시금 곱게 갈아주어, 액체의 형태로 만들면, 초콜릿 완성!
...이지만 아직은부족하다.
템퍼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
템퍼링이란 초콜릿 자체를 만들거나, 초콜릿을 응용해 간식류를 만들 때 초콜릿에 맛과 광택을 부가해주는 작업이다.
이것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가 구린 초콜릿과 고급스러운 초콜릿의 차이를 구별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그런데 템퍼링이라는 게,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먼저 만들어 놓은 초콜릿의 절반을 중탕하여 45˚까지 온도를 올려주고, 그 뒤엔 불에서 내린 뒤, 나머지 초콜릿을 넣고, 28~29˚까지 낮추어 잘 녹인 뒤, 다시금 30~31˚까지 온도를 올려준다.
초콜릿이 덩어리지지 않게 잘 녹았다면, 거품기로 저어줘, 기포를 전부 없애준다.
그 뒤에는다시금 45˚, 29˚, 31˚로 온도를 조절해주며 저어주면....끝!
그야말로 복잡하기 짝에 없지만, 그것보다 큰 문제는 바로 온도였다.
온도계는 애슐란에서 만든 수은 온도계가 있지만, 현대의 전자식 온도계에 비하면 정말 부족했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은 뭐다?
뭐긴 뭐야 될 때까지 시도해야지!
그렇게 강준이 시행착오를 거치고, 거쳐, 드디어 만들어낸 것이, 강준의 앞에 있는 새카만 광택을 내뿜는 초콜릿이었다.
“자...이제 만들어 볼까?”
그런 초콜릿으로, 왕녀가 깜짝 놀랄법한 요리를 생각하며, 강준은 빠르게 손을 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