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베이킹과 과학은 천생연분! (68/289)



〈 68화 〉베이킹과 과학은 천생연분!

베이킹은 과학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베이킹은 화학적 결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인 만큼, 정확한 계산과 화학성분을 사용해 만드는 일종의 화학실험 같은 것이다.

베이킹의 발전은 1800년대 베이킹파우더가 발명되면서 급속도로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대의 베이킹은 제빵사와 파티시에라는 전문 직업이 있을 정도로 매우 전문적이고, 다양한 결과물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제.

아직 중세~근대 시대의 서양과 이제 막 교류를 시작한 조선에서 베이킹을 할 수 있는 확률은?

0%.

애초에 빵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 어떻게 다양한 제빵과 제과기술을 가진 사람이 생겨난단 말인가.

그렇기에 절대적으로 0%라고 단언 할 수 있었다.

....강준이 이곳에 없었다면 말이다.

강준은 카카오를 발견했을 때부터,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초콜릿이 생긴 이상, 베이킹은 필연적으로 필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곳에는 베이킹소다도, 베이킹파우더도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것인가?

뭘 어째 만들어야지.

강준은 우선, 베이킹의 기본, 베이킹소다부터 제작에 들어갔다.

베이킹소다. 일명 탄산수소나트륨.

이름부터가  이과가 좋아할 만한 지식인 이런 제작방식을 어떻게 강준이 알고 있느냐?

그것은 그의 친구가 이과충 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음식을 대접할 때마다, 그것에 관한 과학상식을 허구한 날 중얼거리기 때문에 귀에 딱지가 들어앉을 정도였지만, 어느새 그 지식이 자연스레 강준의 머리의 쌓여가기 시작했다.

캐러멜 소스를 끼얹은 요리를 대접하자 막, 캐러멜의원리는 기수분해가 어쩌고, 제빵의 시초가 어쩌고 하는 타령을 들을 때마다, 그런 입을 그냥 꿰매버리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런 친구의 주저리가 고맙게 느껴졌다.

먼저 소금물을 준비해준 뒤, 이것을 약한 전류를 흐르게 하여, 수산화나트륨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서 이번엔 또 무엇이냐?”

“아아, 그냥 아주아주 약하게 번개를 만들어서, 이 물에 가해줘.”

“나 참....네놈은 이런 괴상망측한 일에 이 몸의 힘을 쓰게 만드는 구나.”

이럴 때는 언제나 류월에게 맡기는 것이 편했다.

그런 자신의 힘이 이상하게 쓰이는 것이 영 신경 쓰이던 류월 이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맛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라고만 말해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게 류월인걸.

그렇게 소금물에 전기자극을 주어, 수산화나트륨을 얻었다.

이제 탄산수만 있으면 탄산수소나트륨, 베이킹소다를 만들 수가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얻느냐?

-저...강하 아가씨? 그건  오래된 술이라 먹을 것이 못 됩니다만?-

-아, 괜찮아 괜찮아. 쓸 곳이 있거든.-


카카오 열매를 발견했던 하인즈 상단과의 거래 날.

강준은 함선의 오래된 창고에 박혀있어서, 먹을 것이  되는 와인이 담긴 나무통을 잔뜩 챙겨왔다.

와인이 오래되어 식초로 변해가며 생기는 기체가 바로 이산화탄소, 바로 탄산이었다.

이제 이 나무통에 관을 하나 설치하고, 밀폐된 그릇에 물을 가득 채워 넣은 뒤, 그 관을 설치하면....

나무통 안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들이 관을 타고 내려가, 그냥 물이 탄산수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냥 놔둔다고 쉽게 만들어지지 않기에, 류월에게 부탁하여 밀폐된 그릇 안에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 탄산이 물에 녹기 쉽게 잘 섞어주었다.

이렇게 만든 탄산수와 수산화나트륨을섞어주면...

탄산수소나트륨, 일명 베이킹소다가 완성된 것이다!

베이킹소다가 왜 중요한가.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가 식초, 레몬즙 같은 산과 만나게 되면,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거품이 생기게 되어, 반죽을 부풀게 해주는 것이다.

효모도 비슷한 과정으로 빵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효모보다도 몇 배의 효율을 내는  이다.

단점은 효모와 다르게,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아, 섞자마자 바로 구워내야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정도.

이렇게 열심히 만든 베이킹소다.

하지만 지금 강준이 만드는 요리에는 쓰이기엔 힘들었다.

베이킹소다는 산성인 재료와 같이 쓰이게 되어 팽창하고, 베이킹소다 특유의 알칼리성의 쓴맛도 제거가 되는데, 베이킹파우더 같은 경우는 수분만 있으면 바로 팽창하기 때문이다.

쿠키 레시피에는베이킹소다가 자주 쓰이지만, 케이크나 스콘, 제빵 같은 곳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킹파우더는 쿠키를 만들 때도 들어가나, 베이킹소다가 베이킹파우더 대신사용되면, 금속 맛이 나는 경우가 생겨 요리를 망치게 된다.

그럼 베이킹파우더를 또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느냐?

그것은 아니다.

가끔 와인을먹다 보면, 흰색의 가루가떠다니는 것을 볼  있는데, 그것이 바로 타르타르산, 우리말로 주석산이라고 부르는 물체이다.

이 주석산은 특히나 포도에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와인에서 보는 그 흰 가루는 주석산이 결정화되어 가라앉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와인의 밑에 가라앉은 주석산을 모아서, 베이킹소다와 섞은 뒤, 점성을 위해 전분을 조금 넣어주고, 잘 말려주면 끝!

그렇게 강준은 베이킹의 기본, 베이킹파우더를 손에 넣게 되었다.

대충 어림잡아 약 2백 년의 제과기술을 뛰어넘은 셈이었다.

그렇게 만든 베이킹파우더로 왕녀에게 먹일 요리가 무엇인가?

바로 초콜릿 피낭시에였다.

피낭시에의 유래는 어떤 증권가의 제빵사가 금괴를 모티브 하여 만든 네모난 형태의 빵이다.

피낭시에라는 이름도 불어로 금융가를 뜻하는 언어이기도 하며, 프랑스에서 후식으로 자주 먹는 빵이다.

먼저 버터를 중약불에 잔뜩 녹이며, 버터를 태워 색을 내준다.

마치 브라운 루를 만드는 것처럼, 버터의 색이 점차 진해가기 시작하는데.


중요한 점은 버터는 불을 끈다고 해서 쉽게 온도가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옆에 차가운 물을 놔두어 원하는 색이 났다면 냄비 채로 차가운 물에 담가 빠르게 온도를 식혀준다.

그렇게 마치 캐러멜처럼 변한 버터를 브라운 버터, 또는 헤이즐넛 버터라고 부른다.

그다음에는 달걀흰자에 설탕, 소금, 물엿을 넣어 잘 섞어준 뒤, 밀가루와 잘게 빻은 초콜릿, 그리고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잘 섞어준다.

반죽에 초콜릿이  녹아들어, 진한 색깔이 났다면, 금방 만든 헤이즐넛 버터를 넣고 잘 섞어준다.

이젠 잠시 반죽을 실온에 놔둘 동안, 요르문 영감에게 부탁하여 만든 여러 가지  중, 피낭시에 전용 틀을 찾아서, 안쪽에 버터를 잘 칠해준다.

그 뒤에는 반죽을 틀에 붓고,  두드려 기포를 전부 빼준 다음, 맛나게 구워내면....

초콜릿 피낭시에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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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검고...특이하게생겼네...-

그것이 처음으로 초콜릿 피낭시에를 본 왕녀의 소감이었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저 거무죽죽한 색의 빵.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오! 초코빵이잖아? 이런 것도 만들  있는 겁니까?”

-응? 뭐야? 진혁. 너는  빵이 뭔지 알아?-


그러나 피낭시에를 알고 있는 진혁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맛보는 초콜릿이었다.

그런 진혁의 반응을 본 아델리아가 수상한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보았다.

-아...아! 저번에 왔을 때, 한번 만들어 줬거든....그래서 알고 있었어...-

-음....그래? 맛있어?-

-무..물론이지! 진짜맛있어!-

아직, 자신의 출생을 밝히지 않았던 진혁이었기에, 전력으로 자신의 말을 얼버무렸다.

-자. 일단 드셔보시죠. 실망은 안 하실 겁니다.-

-음....좋아! 먹어볼게.-


허나 긍정적인 반응이 없는 아델리아를 보고도, 전혀 실망하지 않은 체, 한층 거들먹거리는 강준의 태도를 본 아델리아는, 피낭시에 한 조각을 들어, 한 입 맛보았다.


-......!!!!-

‘뭐...뭐지?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그리고 이어지는 어마무시한 달콤함....!’

‘단순히 설탕으로만 달콤하게 만든 것이 아니야....무언가가 있어.....그러나 일단....’


-뭐야 이거?!?! 엄청나게 맛있잖아아아!!!-


아델리아는 왕녀로 살아오면서 수많은 음식을 맛보았다.

허나  요리는, 그 만찬에서 맛보았던 고기 요리와는 다른, 아예 처음 느껴보는천상의 맛.

초콜릿이라는 이 재료가 부드럽게, 하지만 강렬하게 혀를 마비시켰다.

그리고 이 빵 또한, 퍼석한 아델린의 빵이 아닌, 그렇다고 고급진 밀가루로 만든 부드러운 맛도 아닌, 마치 씹자마자 녹아버리는 식감이 감탄을 참을  없게 만들었다.

“우와....내가 먹어봤던 초코빵 중에 가장 맛있어....”


어느새 슬쩍 끼어들어 피낭시에 한 조각을 챙겨 먹은 진혁도 순식간에 먹어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손을 멍하니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꿀꺽...”

“...맛있겠다...”

“이봐! 설마 이렇게 맛난 것을 만들어놓고, 우리는 안 주겠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

그런 아델리아와 진혁을 바라보며 연신 침을 꼴깍거리는 벼루와 힐라, 그리고 류월이 강준에게 물었다.

“물론! 너희들 몫까지 충분히 구워냈으니 실컷 먹으라고!”

“오..와!! 잘 먹겠습니다!!”

“우와...엄청 맛있어....”

“음...냠냠....아구...마씨꾸나......(아주 맛있구나.)”

그런 류월들의 몫도 많이 구워낸 강준이, 피낭시에가 산처럼 쌓인 접시를 들고 오자, 그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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