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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화 〉 미지의 요리. 그 조리법을 찾아서! (69/289)

〈 69화 〉 미지의 요리. 그 조리법을 찾아서!

­으음....정말로...정말로 훌륭했다....배가 빵빵해....­

아델리아는 부른 배를 두들기며 말했다.

분명 궁궐에서 만찬도 먹었을 텐데, 손바닥만 한 피낭시에를 5개나 먹어 치웠으니 배가 안 부를 리가 없었다.

“하아....정말 맛있군....도술을 빌려주길 정말 잘했어.”

물론 저쪽의 식탐 많은 도마뱀은 무려 10개나 먹고 나서야 만족해 보인 듯했지만 말이다.

“젠장....설렁탕 괜히 먹었나....더는 못 먹겠어....”

그런 두 사람 사이, 아까 전 강준이 만들어준 설렁탕 덕분에 피낭시에를 많이 먹지를 못해 시무룩해 있는 진혁이 우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남은 것은 싸 줄 테니까, 너무 그러지 마라.”

“저...정말이십니까 형님!? 감사합니다!”

뭐, 반죽도 아직 남아있고, 그 정도는 해줄 수는 있지.

우울해져 있는 진혁을 위해 피낭시에를 조금 싸 준다고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을 번쩍거리며 환호성을 지르는 진혁이었다.

­그나저나, 당신. 혹시나 말인데 말이야.­

그때, 아델리아는 무언가 결정을 내린 듯,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강준에게 말했다,

­우리 왕실의 요리사가 되지 않겠어? 애슐란 왕실의 특급 주방장 말이야! 물론 돈과 명예는 충분히 챙겨줄게. 어때?­

­왕실의 요리사라....­

이거 저번에도 들어본 소리 같은데.

그렇다면 그때의 대답을 들려주는 수밖에 없지.

­거절하겠습니다.­

­.....하?­

자신만만하게 애슐란 왕실의 주방장이 되라는 아델리아의 제안을 강준은 일체의 고민 없이 싹둑 하고 거절해 버렸다.

아델리아는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강준의 거절에 어떠한 반응 대신, 어이없는 얼굴을 만들었다.

­다..당신? 애슐란의 직속 주방장, 그중에서도 특급 주방장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아? 웬만한 사람들은 당신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릴 테고, 그만한 돈과 명예가 뒤따라오는 아주 굉장한 자리라고?­

­제 요리는, 일부분의 사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닌, 그 누구도 먹을 수 있는 요리여야 하거든요, 왕녀님의 제안은 감사하나, 거절하겠습니다.­

아델리아가 다시금 장황한 설명을 하며 물었지만, 강준의 의지는 굳건했다.

지금 제안에 넘어갈 거면, 이미 왕제가 제안했을 때 수락했을 것이다.

­흠....별수 없지. 당신의 의견이 그렇다면, 더 이상 이 말은 하지 않겠어.­

­감사합니다.­

그런 단호한 강준을 보며, 아델리아는 자신의 의견을 철회했다.

­오늘 그 피낭시에? 그 요리는 아주 좋았어, 그럼 내일 궁궐에서 보도록 하지. 자! 내 호위로 왔으면 미적미적 거리지 말고 일어나! 궁궐로 돌아가야지!­

­예이 예이...­

­예. 그럼 편히 들어가시길.­

그렇게 인사를 마친 아델리아는, 진혁을 나무라며 주막을 나섰다.

“후....뭔가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건 왤까?”

강준은 그들이 먹어 치운 자리를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그 호기롭고 명랑하지만, 행동력 하나만큼은 굉장한 왕녀가, 이렇게 깔끔하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은데....

“아..!”

그러고 보니 피낭시에 싸준다는 걸 깜빡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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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가 진지, 오래인 어두컴컴한 거리를 밝은 달이 은은한 빛을 내어 밝혔다.

­으음...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단 말이지....­

아멜리아는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마치 천상을 체험하는 듯한 강준의 요리에 아멜리아 특유의 호기심과 소유욕이 맹렬하게 요동쳤다.

그러나 강준은 아델리아의 제안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던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건 그렇지...’

곧 다시금 애슐란으로 넘어가게 되는 진혁은 내심 아델리아의 의견에 동조했다.

몇 년 만에 먹어보는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못 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강준이 아델리아를 따라 왕궁으로 와준다면, 어떻게든 자리를 비집어들어, 한 식사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진혁은 그런 망상을 하며 혀를 다셨다.

­으음....그럼 적어도 그 요리법만큼은 알아가고 싶은.....아!­

그렇게 중얼거리던 아델리아는 무언가 깨달은 사람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분명 그 아이의 실력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지도 몰라!’

아델리아는 다시금 생각에 빠져, 자신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착착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진혁의 도움으로 무사히, 왕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 깜빡하고 피낭시에 받아온다는 것을 까먹었다아!!”

그리고 왕궁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달은 진혁의 아우성이 궁궐의 안에서 잔잔하게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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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렌은 한숨을 푹 쉬며 터벅터벅 걸었다.

애슐란 왕궁의 주방의 막내인 파렌은 원래라면 애슐란의 사절단에 끼어 한에 올 짬이 안되었다.

한의 음식을 평가, 분석하기 위해 요리인을 사절단에 뽑기는 했지만, 선배들과 주방장님은 국왕님의 요리를 준비하느라 바빠서, 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식재료 전처리나, 설거지, 청소를 일삼던 주방의 막내인 자신이 차출되어 온 것이다.

파렌이 한에 와서 할 일은 바로, 한의 음식을 분석하여, 그 나라의 요리법이나, 식재료 등등을 조사하는 것.

그러나 파렌은 그 일이 꽉 막힌 상태였다.

그 이유는 바로, 분석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만찬으로 나오는 음식들은 그가 세상 처음 느껴보는 맛을 보여주는 요리법들이었으며, 재료는 대충 알음 해서 적는다고 쳐도,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해야 이런 맛이 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파렌의 심정은 막막한 상태였다.

그리고 오늘의 만찬이 끝난 후, 갑자기 애슐란의 3왕녀인 아델리아 왕녀님이 자신을 호출한 것도 한 건 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아님 아직까지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보여준 것이 화근인가?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자, 어느새 아델리아가 있는 방 바로 앞까지 오게 되었다.

­애..애슐란 왕가 직속 요리인, 파렌 헤르체입니다...!­

­아. 들어와.­

파렌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노크를 하자, 왕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천천히 문을 열어 왕녀의 방에 들어섰다.

­어서 와. 일부러 이 늦은 시간에 불러서 미안하네.­

­아...아닙니다! 왕녀님의 호출이라면 언제나 기쁘게 달려오겠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멜리아는 의자에 앉아 고혹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과...과연 천사의 공주님....저 아름다운 외모는 아직까지도 익숙해지지 않는구나...­

아멜리아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그녀의 외모는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길게 흐트러진 은발이 반짝이고, 마치 진주가 들어 있는 듯한 동공, 기다란 속눈썹과 앵두 같은 입술, 그리고 조각 같은 얼굴의 각선미.

그런 아델리아의 외모는 그저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을 홀릴 듯한, 마치 성스러운 천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허나, 실제의 그녀는 천사하고는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음,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어때? 이 한의 만찬을 맛본 경험은?­

­...그 그것이....죄송하지만, 제 역량이 미치지 못해....아직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하였는지 알아채지 못해...­

­아니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야.­

­ㅇ....예?­

그렇게 식은땀을 연신 흘리며 사죄하는 파렌의 말을 아델리아가 끊었다.

­네가 순수하게 그 요리를 맛보고 느낀 점 말이야. 그걸 말해봐.­

­그 요리를 맛보고 느낀 점...이라...­

파렌도 어쨌든 요리를 만드는 요리인 이었다.

막내이기는 하지만, 그 힘든 경쟁률을 뚫고 왕궁의 주방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있었고, 자신의 요리 실력이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그 요리를 맛본 뒤로는, 그 생각이 모조리 박살 나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지.

주방장님의 요리를 볼 때는, 언젠가는 저 요리를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 요리들은 미지 그 자체였다.

자신이 죽었다 깨어나도, 그 요리를 그대로 재현한다는 이미지가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분...했습니다.­

그것이 너무나도 분했다.

­요리인 이라는 명패가 부끄러워질 만큼, 저는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그만큼 그 요리는 너무나도 훌륭했고, 그만큼 분했습니다.­

­흐음....그래?­

그런 파렌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아델리아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 만찬의 조리법, 알고 싶지 않아?­

­예?­

그런 요리들의 조리법이라면, 요리인 누구나 탐낼 법한 보물 그 자체였다.

­허나...그걸 어찌 알아낸단 말입니까?­

­뭐...그거야 쉽지.­

그런 아델리아를 바라보던 파렌이 묻자, 아델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말했다.

­그걸 만든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지!­

그렇게 말하는 아델리아의 눈은 아주 크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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