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그렇게 제자가 되었다.
* * *
강준도 마찬가지로 달걀을 깨뜨려 접시에 담았다.
하지만 파렌의 방식과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는데.
바로 흰자와 노른자를 구분하여 담은 것.
에?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어째서 따로...?
잠자코 보기나 해.
그런 강준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파렌이 물었지만, 강준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라고 할 뿐.
그 이유는 강준이 지금부터 만들 것은 단순한 오믈렛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수플레 오믈렛.
강준은 따로 놔둔 흰자에 설탕을 약간 부어준 뒤, 거품기로 머랭을 만들어 주었다.
어느 정도 머랭이 완성되면, 따로 놔두었던 노른자를 잘 풀어서, 머랭에 부어준다.
이제 섞어줘야 하는데, 무심코 강하게 섞는다면, 흰자의 거품이 다 죽어버려 수플레 특유의 식감이 나타나지 않는다.
거품이 죽지 않도록 조심스레 섞어준 뒤, 달군 팬에 버터를 바르고, 반죽을 잘 얹어준다.
그다음 뚜껑을 덮은 뒤, 5분 정도 약불에 구워준다.
5분이 지났다면, 뚜껑을 열고, 반죽을 반으로 접어 옆면을 익혀준다.
너무 색깔이 나지 않게 익혔다면, 수플레 오믈렛 완성!
‘이...이게 오믈렛?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인데...’
자, 한번 먹어봐.
ㅇ...예...그럼 어디 한번...
파렌은 강준이 건넨 수플레 오믈렛을 받아드린 뒤,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마치 빵처럼 부풀어 오른 달걀이 반으로 접힌 모습은 매우 탱글탱글해 보였다.
그렇게 관찰을 끝내고, 숟가락으로 한 숟갈 뜨자, 아주 부드럽게 갈라져 나왔다.
‘내가 알던 오믈렛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인데....맛은 과연...?’
그렇게 반신반의하던 파렌은 결국, 수플레 오믈렛을 한 입 맛보았다.
....!!!!!
‘아....이게....오믈렛?’
한 입 씹자 느껴지는 식감은 자신이 만든 오믈렛의 부드러움 과는 다른, 마치 구름을 먹는 듯한 식감이 들었다.
이 오믈렛은 마치 순식간에 입속에 녹아버리는 듯했지만, 오믈렛의 진한 달걀의 맛은 강하게 입에서 맴돌았다.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수플레 오믈렛의 맛에 한껏 빠져버린 파렌은 어느새 빈 접시를 멍하니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무....뭣? 내가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고?’
그렇게 파렌이 당황하며 숟가락을 놓을 때, 강준이 말했다.
넌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예..? 어....훌륭한 조리 실력?
그것도 맞아, 온도나 손질에 민감한 식재료들을 아주 완벽하게 요리해 낸다면, 그 요리사는 굉장한 요리사겠지.
허나 그러면 그 요리사는 거기까지인 거야.
그렇다면....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지식.
강준은 금방까지 수플레 오믈렛이 담겨있던 접시를 손에 들며 말했다.
네가 만든 오믈렛은 아주 괜찮았어, 그런 오믈렛은 하루 이틀 연습한다고 만들어 지는 게 아니거든.
하지만 봐봐, 내가 만든 오믈렛은 어떻지? 완전 쉽다고는 하진 못하지만, 너의 오믈렛에 비하면 그렇게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아, 보통 사람도 몇 번 연습하면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지.
이 식재료가 이렇게 되면, 이렇게 변한다. 어느 정도 열을 가하면 다르게 변한다. 칼질의 형태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 요리사는 그런 식재료의 지식을 알아야 해.
아....!
파렌은 느지막이 감탄은 내뱉었다.
내가 만든 오믈렛도, 그저 달걀 물을 익히는 게 아닌, 흰자의 특성을 살려 완전히 다른 요리가 됐지? 요리사는 언제나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존재지. 기술을 갈고닦기만 한다면, 그건 요리사가 아닌 조리사일 뿐.
이 아이는 진짜다.
파렌은 그재서야 강준이 궁궐에서의 만찬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그저, 좀 더 능숙하게, 좀 더 날렵하게 요리를 하는 것이 훌륭한 요리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허나, 강준의 말을 들은 파렌은,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소녀는, 정말로 요리를 사랑한다는 것을, 파렌은 알게 되었다.
알고...싶습니다....!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더욱 다양한 식재료들의 요리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왕녀님과의 약속도 있고, 사절단이 다시 돌아갈 때까지는 매일 엄격하게 네 머릿속에 때려 박아 주지.
파렌이 그런 강준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하자, 강준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자신은 행운아였다.
어쩌다 보니 사절단의 일행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왕녀님을 따라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그것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이 소녀를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을.
자 일단, 왕녀님이 기다리시는 것 같으니, 간단한 스프라도 만들어 볼까? 아, 이번에도 일단 지켜보고만 있어, 관찰도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옙!
‘음...이 정도면 가르칠 보람은 느껴지는구만, 적어도 요리에 대한 열정은 거짓이 아니야. 그나저나....어떤 스프를 끓여볼....그걸로 할까?’
강준은 어느새 머릿속으로 메뉴를 정한 뒤, 곧바로 움직였다.
강준이 오늘 만들 스프는 이탈리아의 전통 스프, 미네스트로네 스프였다.
먼저 원래 같으면 숏 파스타*인 마카로니가 들어가지만, 마카로니는 솔직히 수작업으로 만들기도 힘들고, 준비한 것도 없었기에, 나비넥타이 모양으로 생긴 파스타인 파르팔레를 만들기로 했다.
(숏 파스타*:스파게티처럼 긴 파스타가 아닌, 작으면서 여러 가지 모양의 파스타를 말한다.)
먼저 밀가루에 소금과 물을 넣지 않고 달걀만을 넣어서 반죽을 해 준다.
어느 정도 반죽이 뭉쳐지면, 천으로 감싸 옆으로 치워준다.
그사이에 스프에 들어갈 야채들을 준비해 준다.
양파, 당근, 셀러리, 양배추 그리고 감자를 주사위 모양으로 썰어준다.
그리고 시간이 적당히 지났다 싶으면 다시 반죽을 꺼내, 얇게 펴준다.
그다음 반죽을 틀이나 칼로 정사각형 모양을 내준 뒤, 중앙을 꼬집어서 나비 모양으로 만들어주면, 생파스타 반죽으로 만든 파르팔레는 끝이 났다.
파스타는 물을 끓여,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넣고, 끓어오르면 파르팔레를 삶아준다.
이제 스프를 만들 시간.
버터를 두른 냄비에 양파와 당근 그리고 셀러리를 넣어 볶아준다.
이것을 서양요리에서는 미르포아, 라고 불리 우는데.
스튜와 스테이크의 고명으로 항상 쓰이는, 미르포아는, 요리의 기초공사를 다지는 역할을 해준다.
양파와 당근의 단맛과 셀러리의 감칠맛이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양식 요리에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그사이에 다진 마늘도 함께 볶아, 더욱 향을 높여준다.
약불에 마늘이 살짝 익을 정도로 볶았다면, 수제로 만든 토마토 페이스트를 크게 한 큰술 넣어, 재료들과 잘 섞이도록 볶아준다.
그곳에 강준의 주방에 항상 구비되어 있는 육수 중, 닭 육수와 소금, 후추, 그리고 홀 토마토를 잘게 잘라 넣어준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설탕을 조금 넣어 감칠맛을 주고, 아까 삶아놓았던 파르팔레와 월계수 잎을 넣고 한소끔 끓여주면. 끝!
이제 접시에 담고, 얇게 썬 바질을 올려준 뒤, 강준만을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에게 전해주러 주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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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아아!! 기다리는 것도 지치던 상황이었어....
“오...이 냄새는....토마토?”
식탁에 엎드린 체, 기력 없이 흐느적거리던 두 사람이 강준이 들고 오는 요리를 보자마자 순식간에 기운을 차렸다.
미네스트로네 스프입니다. 그 안에 파르팔레를 곁들여 보았습니다.
좋아좋아! 일단 먹어보자고!
자, 네 몫도 있으니, 너도 함께 맛봐봐.
예..? 그래도...괜찮습니까?
강준은 총 세 개의 접시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자신의 뒤에 서 있던 파렌에게도 먹으라고 권했다.
‘뒤에서 구멍이 뚫릴 것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안주기에도 그렇지...’
그렇게 세 사람은 탁자에 앉아, 스프를 맛보기 시작했다.
으음...! 토마토 파스타처럼 토마토의 맛이 확 느껴지는데?
“오...이 파르파..레? 뭔가 수제비 같은데 엄청 맛있다....”
감칠맛이....엄청나네요...! 혀에 착착 감기는 맛입니다...!
그런 세 사람은 강준이 만든 미네스트로네 스프를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역시, 저분은 아주 굉장해....! 이런 사람 밑에서 배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저....열심히 배우겠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내일 아침 6시까지 이곳으로 나와라.
네.....네에?
한번 가르치기로 했다면, 확실하게 가르쳐야지.
강준은 새로운 일손....이 아닌 제자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나...잘 배울 수 있겠지...?’
왠지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파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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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이해도를 높히기 위해서, 지금부터 작품에 나오는 요리들의 사진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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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플레 오믈렛)
(미네스트로네 스프)
파르팔레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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