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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 고인물:이거 쉬워요! 같이 해요! 뉴비:살려줘.... (72/289)

〈 72화 〉 고인물:이거 쉬워요! 같이 해요! 뉴비: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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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렌이 강준의 밑에서 일하게 된 첫날.

그동안의 왕궁의 주방이 인스턴트 커피였다면, 스타 주막의 생활은 원두 하나하나 볶아서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였다.

스타 주막의 첫날, 아침 6시부터 주막에 도착해, 쉬지도 못하고 바로 밑 준비를 한다.

육수는 항상 전날 밤에 새로 끓여놓기 때문에, 야채만 손질하면 된다. 라는 강준의 말에 흥이 새기는 잠시.

압도적인 채소의 양에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개업 시간이 8시니까...대충 7시 반까지 끝내면 되겠네.­

­예?...예?!?­

출근하고 강준이 준 유니폼을 건네받고 주방으로 내려온 이 시점이 대략 6시 10분

총 1시간 20분 만에 이 많은 야채들을 전부 손질해야 했다.

­오늘은 운이 좋네, 이날은 손님들이 조금 적게 오는 날이라서 보통의 2/3 정도만 손질하면 되겠다.­

심지어 이게 보통의 양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파렌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렇게 파렌은 약간의 잡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미친 듯이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마늘은 편 썰기와 다지기, 양파는 껍질을 까고 채썰기, 당근과 샐러리는 토막 내기, 채썰기, 다지기 등. 수많은 야채들과 거기에 맞는 다양한 썰기를 하며, 칼을 휘두르는 것이 내 손인지 다른 손인지도 모를 만큼 움직여야 했다,

그것보다 더욱 경악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옆에서 몇 배의 속도를 내는 향이라는 소녀였다.

대략 15~7 정도 되어 보이는 땋은 머리를 한 소녀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칼을 탁 한번 내리치니 토막 난 당근이 순식간에 산을 쌓았다.

­보...보통 밑 준비는 혼자 하십니까?­

­네. 저..혼자 끝냅니다.­

떠듬떠듬 애슐란 어를 하는 향이는 그러면서도 칼질의 속도가 멈추지 않았다.

‘이 주막에는 미친 듯 한 괴물만 존재하는가....’

그렇게 전체양의 1/4도 끝내지 못한 파렌에 비해, 향이는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시각에 밑 준비를 전부 끝내버렸다.

­음...아직 7시 반이 안 됬으니까....힐라님을 도우러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 하고 있는 파렌을 보며, 향이가 말했다.

­힐라...라면...그 엘프 분?­

엘프는 흔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피렌의 기억 속에 확실히 남아있었다.

­주막의 빵을 담당하고 계시니까, 지금쯤이면 제빵실에 있을 거예요.­

­아....넵! 다녀오겠습니다!­

향이의 말대로 힐라를 돕기 위해 주방을 나와. 제빵실을 찾아 나선 파렌이, 제빵실의 문을 열었다.

­우..우왓...엄청난 열기...­

문을 열자마자 마치 대장간을 연상케 하는 뜨거운 열기에, 파렌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응? 이게 누구야? 신입 아냐?­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저벅저벅 걸어 나온 사람.

긴 귀, 새하얀 피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엘프. 힐라였다.

그러나.

­으헉! 아니 왜 그러고 있으신 거예요?!??­

그녀의 모습이 피렌을 당황케 만들었다.

상의는 탱크탑 하나와 하의는 짧은 숏 팬츠만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건장한 피렌의 눈이 마주치기 힘들 정도의 모습이었다.

­아...이거? 이 많은 화덕들을 사용해 빵을 굽다 보면, 더워서 못 견딘단 말이지...실프에게 부탁해도 한계가 있어서, 뭐, 별수 있나.­

­누...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왜애? 왜 누가 보면 안 되는데? 이야~신입 남자네 아주! 응?­

힐라의 모습에 황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버버 하는 파렌을 본 힐라는, 장난기가 생겼는지 그런 파렌의 앞에 다가가며 말했다.

­아...그....저.....­

­아하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놀리는 맛이 있네! 크큭...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주방 밑 준비가 끝나서.....도우러 왔어요.­

­오~그건 좋네! 자! 그럼 따라와!­

­어..어! 잠시만...! 알았으니까 당기지 마요!­

도우러왔다는 파렌의 말에,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인 힐라가, 파렌의 손을 붙잡고 제빵실로 들어섰다.

­이제 막 구워낸 따끈따끈한 빵들을 주방으로 옮겨줘, 그거면 충분해.­

­네..네엡..­

방 안에 뺴곡히 차 있는 화덕들 안에서 갓 만든 따끈따끈한 빵들이 김을 모락모락 내뿜고 있었다.

힐라는 그런 빵들을 옆에 있는 카트에 차곡차곡 담아서, 가득 실은 후, 파렌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걸 주방에 옮겨줘.­

­네..넵!­

파렌은 혹여나 빵이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카트를 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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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늘도 개업한 스타 주막.

언제나 그렇듯 손님들은 개업하자마자 주막을 꽉 채울 만큼 몰려들었다.

­4번 테이블 미트소스 스파게티 다 됐어!­

­7번 테이블 크림 리조또도 끝났어요!­

그런 주방에서는 아주 신속하게 요리를 해내는 강준과 향이가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녔다.

‘셰프님도 대단하지만....저 향이라는 아이도 엄청나구나...’

마치 강준과 일심동체라도 된 듯, 완벽하게 강준을 서포트함과 동시에, 자신의 요리도 척척 만들어 내는 향이는 이미 자신보다는 한참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은 강준이 맡긴 일들을 후다닥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보자....설거지, 주방 바닥 닦기, 요리가 끝나면 새로운 도구 준비하기, 소스 준비, 스프 준비, 빵을 버터를 발라 굽기 정도만 하면 되겠다. 잘할 수 있지?­

­하하...네...­

해맑게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강준.

허나 파렌은 이젠 놀랄 힘도 없었기에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설거지만 한 그릇이 자신의 키를 두 배는 뛰어넘을 정도가 될 쯤이되자, 오늘 하루의 영업이 끝이 났다.

“그럼, 난 만찬을 준비하러 궁으로 갈 테니, 뒤처리 부탁해.”

“네~ 다녀오세요 셰프님!”

그렇게 일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만찬을 준비하러 궁궐로 떠나는 강준을 향이가 배웅했다.

­와...셰프님은 지치지도 않나요....? 하루 동안 이렇게 일했는데, 또 왕궁에 가서 만찬을 준비하다니...­

­그만큼 저희 강준 셰프님이 대단하다는 거죠!­

그런 강준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파렌에게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자랑스러워하는 향이가 말했다.

­그래도 선배님도 굉장하던걸요? 저희 왕궁의 주방장님이 와도 선배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

­뭐...셰프님이 잘 가르쳐 줘서 그렇죠...­

평소 요리를 즐기던 향이었기도 했지만, 강준과 같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기쁜 향이의 기분이, 그런 스파르타한 강준의 수업을 잘 마치고, 강준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애슐란 어도 배운 지 약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애슐란 태생인 파렌과도 조금은 부족하지만 괜찮게 대화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강준을 향한 향이의 거대한 연심이 만든 결과였다.

­그럼 얼른 뒤처리를 끝내 볼까요?­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스타 주막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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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만찬이 끝난 밤.

일을 끝내고 주막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애슐란의 사절단 중 하나인 사람이 강준에게 다가와 왕녀님의 호출이라 전해주었다.

그렇게 사절단을 따라, 아델리아가 있는 방으로 들어선 강준.

아델리아는 배개를 인형 삼아, 자신의 품에 꼭 껴안고는, 의자에 무릎을 올려놓고 있었다.

­음, 오늘은 좀 바쁠 것 같아서 말이지, 주막에 못 갈 것 같아서 이렇게 불렀어.­

그렇게 말하는 아델리아의 표정은 참담한 모습이었다.

오늘도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싶었는데, 주막에 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델리아가 한의 왕궁에서 놀고먹고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입장은 애슐란의 공식 사절단의 왕녀.

향후 두 나라의 사이에 대해 궁궐의 관료들과 이러쿵저러쿵 하는 일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오늘도 잠시 뒤, 애슐란과 한 과의 화폐의 환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음..그렇지. 저기 혹시 말이야...책 쓰는 것에 관심 없어?­

­....예?­

그래서 혹여 나중에 대비해서 디저트라도 만들고 가 달라 같은 이야기인가 싶어서 시큰둥하게 말한 강준에게, 예상치 못하게 훅 들어오는 질문을 날린 아델리아였다.

그나저나 갑자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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