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고인물:이거 쉬워요! 같이 해요! 뉴비: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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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렌이 강준의 밑에서 일하게 된 첫날.
그동안의 왕궁의 주방이 인스턴트 커피였다면, 스타 주막의 생활은 원두 하나하나 볶아서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였다.
스타 주막의 첫날, 아침 6시부터 주막에 도착해, 쉬지도 못하고 바로 밑 준비를 한다.
육수는 항상 전날 밤에 새로 끓여놓기 때문에, 야채만 손질하면 된다. 라는 강준의 말에 흥이 새기는 잠시.
압도적인 채소의 양에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개업 시간이 8시니까...대충 7시 반까지 끝내면 되겠네.
예?...예?!?
출근하고 강준이 준 유니폼을 건네받고 주방으로 내려온 이 시점이 대략 6시 10분
총 1시간 20분 만에 이 많은 야채들을 전부 손질해야 했다.
오늘은 운이 좋네, 이날은 손님들이 조금 적게 오는 날이라서 보통의 2/3 정도만 손질하면 되겠다.
심지어 이게 보통의 양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파렌은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렇게 파렌은 약간의 잡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미친 듯이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마늘은 편 썰기와 다지기, 양파는 껍질을 까고 채썰기, 당근과 샐러리는 토막 내기, 채썰기, 다지기 등. 수많은 야채들과 거기에 맞는 다양한 썰기를 하며, 칼을 휘두르는 것이 내 손인지 다른 손인지도 모를 만큼 움직여야 했다,
그것보다 더욱 경악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옆에서 몇 배의 속도를 내는 향이라는 소녀였다.
대략 15~7 정도 되어 보이는 땋은 머리를 한 소녀는 표정의 변화도 없이 칼을 탁 한번 내리치니 토막 난 당근이 순식간에 산을 쌓았다.
보...보통 밑 준비는 혼자 하십니까?
네. 저..혼자 끝냅니다.
떠듬떠듬 애슐란 어를 하는 향이는 그러면서도 칼질의 속도가 멈추지 않았다.
‘이 주막에는 미친 듯 한 괴물만 존재하는가....’
그렇게 전체양의 1/4도 끝내지 못한 파렌에 비해, 향이는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시각에 밑 준비를 전부 끝내버렸다.
음...아직 7시 반이 안 됬으니까....힐라님을 도우러 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제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갈팡질팡 하고 있는 파렌을 보며, 향이가 말했다.
힐라...라면...그 엘프 분?
엘프는 흔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피렌의 기억 속에 확실히 남아있었다.
주막의 빵을 담당하고 계시니까, 지금쯤이면 제빵실에 있을 거예요.
아....넵! 다녀오겠습니다!
향이의 말대로 힐라를 돕기 위해 주방을 나와. 제빵실을 찾아 나선 파렌이, 제빵실의 문을 열었다.
우..우왓...엄청난 열기...
문을 열자마자 마치 대장간을 연상케 하는 뜨거운 열기에, 파렌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응? 이게 누구야? 신입 아냐?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저벅저벅 걸어 나온 사람.
긴 귀, 새하얀 피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엘프. 힐라였다.
그러나.
으헉! 아니 왜 그러고 있으신 거예요?!??
그녀의 모습이 피렌을 당황케 만들었다.
상의는 탱크탑 하나와 하의는 짧은 숏 팬츠만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건장한 피렌의 눈이 마주치기 힘들 정도의 모습이었다.
아...이거? 이 많은 화덕들을 사용해 빵을 굽다 보면, 더워서 못 견딘단 말이지...실프에게 부탁해도 한계가 있어서, 뭐, 별수 있나.
누...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왜애? 왜 누가 보면 안 되는데? 이야~신입 남자네 아주! 응?
힐라의 모습에 황급히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어버버 하는 파렌을 본 힐라는, 장난기가 생겼는지 그런 파렌의 앞에 다가가며 말했다.
아...그....저.....
아하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놀리는 맛이 있네! 크큭...그래서, 무슨 일이야?
그...주방 밑 준비가 끝나서.....도우러 왔어요.
오~그건 좋네! 자! 그럼 따라와!
어..어! 잠시만...! 알았으니까 당기지 마요!
도우러왔다는 파렌의 말에,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인 힐라가, 파렌의 손을 붙잡고 제빵실로 들어섰다.
이제 막 구워낸 따끈따끈한 빵들을 주방으로 옮겨줘, 그거면 충분해.
네..네엡..
방 안에 뺴곡히 차 있는 화덕들 안에서 갓 만든 따끈따끈한 빵들이 김을 모락모락 내뿜고 있었다.
힐라는 그런 빵들을 옆에 있는 카트에 차곡차곡 담아서, 가득 실은 후, 파렌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걸 주방에 옮겨줘.
네..넵!
파렌은 혹여나 빵이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카트를 끌고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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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늘도 개업한 스타 주막.
언제나 그렇듯 손님들은 개업하자마자 주막을 꽉 채울 만큼 몰려들었다.
4번 테이블 미트소스 스파게티 다 됐어!
7번 테이블 크림 리조또도 끝났어요!
그런 주방에서는 아주 신속하게 요리를 해내는 강준과 향이가 일사불란하게 뛰어다녔다.
‘셰프님도 대단하지만....저 향이라는 아이도 엄청나구나...’
마치 강준과 일심동체라도 된 듯, 완벽하게 강준을 서포트함과 동시에, 자신의 요리도 척척 만들어 내는 향이는 이미 자신보다는 한참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은 강준이 맡긴 일들을 후다닥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처음이니까...보자....설거지, 주방 바닥 닦기, 요리가 끝나면 새로운 도구 준비하기, 소스 준비, 스프 준비, 빵을 버터를 발라 굽기 정도만 하면 되겠다. 잘할 수 있지?
하하...네...
해맑게 웃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강준.
허나 파렌은 이젠 놀랄 힘도 없었기에 순순히 대답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설거지만 한 그릇이 자신의 키를 두 배는 뛰어넘을 정도가 될 쯤이되자, 오늘 하루의 영업이 끝이 났다.
“그럼, 난 만찬을 준비하러 궁으로 갈 테니, 뒤처리 부탁해.”
“네~ 다녀오세요 셰프님!”
그렇게 일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만찬을 준비하러 궁궐로 떠나는 강준을 향이가 배웅했다.
와...셰프님은 지치지도 않나요....? 하루 동안 이렇게 일했는데, 또 왕궁에 가서 만찬을 준비하다니...
그만큼 저희 강준 셰프님이 대단하다는 거죠!
그런 강준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파렌에게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자랑스러워하는 향이가 말했다.
그래도 선배님도 굉장하던걸요? 저희 왕궁의 주방장님이 와도 선배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
뭐...셰프님이 잘 가르쳐 줘서 그렇죠...
평소 요리를 즐기던 향이었기도 했지만, 강준과 같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기쁜 향이의 기분이, 그런 스파르타한 강준의 수업을 잘 마치고, 강준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애슐란 어도 배운 지 약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애슐란 태생인 파렌과도 조금은 부족하지만 괜찮게 대화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강준을 향한 향이의 거대한 연심이 만든 결과였다.
그럼 얼른 뒤처리를 끝내 볼까요?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스타 주막의 하루는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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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셨습니까?
만찬이 끝난 밤.
일을 끝내고 주막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애슐란의 사절단 중 하나인 사람이 강준에게 다가와 왕녀님의 호출이라 전해주었다.
그렇게 사절단을 따라, 아델리아가 있는 방으로 들어선 강준.
아델리아는 배개를 인형 삼아, 자신의 품에 꼭 껴안고는, 의자에 무릎을 올려놓고 있었다.
음, 오늘은 좀 바쁠 것 같아서 말이지, 주막에 못 갈 것 같아서 이렇게 불렀어.
그렇게 말하는 아델리아의 표정은 참담한 모습이었다.
오늘도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싶었는데, 주막에 가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델리아가 한의 왕궁에서 놀고먹고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의 입장은 애슐란의 공식 사절단의 왕녀.
향후 두 나라의 사이에 대해 궁궐의 관료들과 이러쿵저러쿵 하는 일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오늘도 잠시 뒤, 애슐란과 한 과의 화폐의 환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이...?
음..그렇지. 저기 혹시 말이야...책 쓰는 것에 관심 없어?
....예?
그래서 혹여 나중에 대비해서 디저트라도 만들고 가 달라 같은 이야기인가 싶어서 시큰둥하게 말한 강준에게, 예상치 못하게 훅 들어오는 질문을 날린 아델리아였다.
그나저나 갑자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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