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 어때요, 정말 쉽죠? (73/289)

〈 73화 〉 어때요, 정말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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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직원들전원을모으다니...무슨일이지?­

어느덧밤이깊어지고, 스타주막의하루도마무리되어가는늦은시간.

강준과 류월을 제외한스타주막의직원들은주막홀의중앙에옹기종기모여강준만을기다리고있었다.

그이유는궁궐에서돌아온강준이곧바로직원들을전부모아, 대기하라고했기때문.

류월은 그냥 잔다고 안왔다.

“이렇게전원을모을정도라면....심각한일일까요...?”

그런분위기에겁을먹은벼루가약간울먹이며말했다.

“에이~ 걱정마! 뭐또쓰잘대기없는걸로부른걸거야.”

긴장에차있는벼루의말에혁수가그녀의등을툭툭두드리며말했다.

강준은현대에서도이따금진지하게분위기를잡아놓고는, 엉뚱한말들을하곤했기에, 혁수는큰걱정이없었다.

“흠....그렇다면뭐지? 설마...지금까지열심히일한우리를위해서뭔가준비한게아닐까?”

“오오! 그렇다면나는월급인상!”

긴귀를쫑긋거리며혹시나하는마음에중얼거린힐라의말에, 혁수가신나게받아쳤다.

그렇게사실일못하는사람을자르는것이다, 아니다! 그동안의노고를위로하는것이다! 같은이야기들을주고받으며시끌시끌해질때였다.

“자! 다들모였나?”

어느새2층계단에서내려오며모여있는직원들을향해강준이말했다.

“형! 이번엔뭔데? 또새로운음식이라도만들려는거야?”

“아니아니. 그런건아니고....내가부탁받은일이있는데....도움이필요해서말이야.”

“부탁받은일...? 그게무엇인지요?”

“별건아니고....내가책을만들게됐거든.”

“책?”

“갑자기웬책?”

“우리셰프님소설가가되는거야?”

그렇게강준의뜬금없는말에, 직원들이혼란스러워하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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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시간을거슬러서, 몇시간전.

­책....이라하시면?­

갑작스러운아델리아의제안에, 강준은다시금되물었다.

­그래, 책. 네가직접쓴책이필요해.­

­....저는소설을쓰는것에재능이딱히없는데...­

­아니! 소설말고! 네가직접쓴요리법! 그러니까레시피북말이야!­

­아~­

레시피북.

그것은여러가지의요리법이적혀있는, 강준이자주읽는도서중하나.

그런강준도직접레시피북을집필한적이있었다.

하지만, 워낙빡빡하게쓰고, 그림한점없었기에고작몇십권정도팔리고말았지만말이다.

­아무리생각해도, 애슐란에는네요리실력이필요해. 허나, 너는계속이곳에있고싶어하는모양이니.....적어도기초적인지식정도는챙기고싶단말이지.­

아델리아는미간을찡그리며아쉬워하는말투로말했다.

강준을데리고애슐란으로간다면그야말로최고겠지만, 워낙강준의뚝심은강해서, 너무나도아쉬웠다.

­어때? 한번레시피북을써보지않을래?­

­흐음....과연...­

아델리아의제안은, 강준에게있어서도나쁘지않았다.

요리라는것은, 사는곳, 그곳의각기다른사람들에의해새로이태어난다.

솔직히말하면강준의요리실력은거의최상급이긴하나, 그렇다면새로운요리의발견은매우어렵다.

요리란, 결국창의력.

상상치도못한곳에서엄청난레시피가튀어나오곤한다.

기초요리실력을쌓은사람들이, 그런새로운요리를만든다고생각하면, 강준에게도좋은시너지가되는것은분명했다.

그리고, 이왕이면자신과대등한실력을갖춘라이벌이생긴다면...이라는생각도있고.

­좋습니다. 일단기초적인요리법부터한번써보죠.­

­오! 좋아좋아! 물론그대가는섭섭지않게쳐줄게!­

흔쾌히받아들인강준의태도에싱글벙글미소를지은아델리아가손을내밀자, 강준은그것을맞잡았다.

그리하여, 강준의책만들기가시작된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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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이렇게된거지.”

“레시피북이라...정말그책만있다면요리실력이늘어날까요?”

“실력은연습하지않으면늘지않지만, 일단지식이있고없고의차이는매우커.”

예를들면, 파인애플이고기의연육작용을돕는다. 던지, 생선을구울때 껍질이 바닥 쪽으로가도록넣고, 뒤집개로꾹꾹눌러주며구워주면, 더욱바삭해진다든지말이다.

이런지식이하나둘씩모여, 훌륭한요리가탄생하는것이다.

“그래서일단, 책을쓰기위해필요한조건이두가지있어.”

“두가지?”

허나, 강준은미간을찌푸리며, 손가락두개를들어올려말했다.

“첫번째, 내가애슐란에가본적이없어서, 그곳에서자주사용하는식재료가뭔지잘몰라.

하지만이부분은우리신입, 파렌이있으니해결.”

­예? 저부르셨나요?­

아직민위어를잘모르는파렌은강준이뭔말을하나싶어멍하니듣다가, 갑자기자신의이름이나오자, 당황하며질문했다.

­어어. 네가필요하다고.­

­제...제가요?­

그런데강준이자신이필요하다고말하자, 파렌은실룩실룩올라오는입꼬리를주체할수가없었다.

그대단한셰프님이자신을필요로한다니....!

당장이라도하늘을날아오를것만같은느낌이었다.

“크흠....그리고둘째! 이건내가겪어봐서아는건데, 삽화는필수야.”

삽화.

책의내용을이해하기쉽게하기위해그림이나사진을함께책의내용에넣는것이다.

현대의강준이쓴책은, 글씨가빽빽하고, 그림은거의없어, 이해하기힘들어하는사람이많았다.

그실패를교훈으로삼아서, 이번에는꼭삽화를넣어야겠다고다짐하는강준이었다.

“그러니까....솔직히나는그림을정말못그리거든? 그러니까여러분들이지금부터내가준주제를가지고그림을그려서, 잘그린사람에게는내레시피북에삽화를담당하게할거야.

물론계산은확실하게쳐줄게.“

“그림?”

“그림이라....잘그릴수있을까....”

“오호....재미있겠는데?”

­그래서셰프님이뭐라하시는거에요? 네?­

그렇게제1회, 스타주막배그림대회가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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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좋아! 지금부터, 내가하나씩, 그림을보면서평가를해보지.”

얼마간의시간이지난후, 모두가완성한그림이그려진종이뭉치를손에든강준이말했다.

“자...첫번째....는.....이게뭐야?”

그렇게대망의첫번째그림을살펴본강준은, 머리를갸웃거렸다.

종이에그려진그림을살펴보자면.....음.....곤충의알들이한곳에모여있는듯한그림?

“그...그거볶음밥인데...”

누가봐도그건아니다라고할만한그림실력을가진사람은바로향이였다.

웬만한건다할줄아는향이가, 이런점이있었구나.

그래도뭔가인간미가있긴있으니, 나쁘진않네.

일단이건패스.

다음그림은보자...

“이건대충봐도알겠다. 혁수네꺼지?”

“어때? 개잘그렸지?”

마치자로잰듯한먹선이, 깔끔하게이루어진오므라이스의그림이그려져있었다.

“잘그리기는했는데....씁...뭔가아니야...”

허나, 혁수의그림은그것이없었다.

뭐랄까....컴퓨터그래픽으로만든그림같은느낌?

잘그리기는했지만, 그림이전체적으로너무딱딱한느낌이들었다.

일단이건패스....다음은보자...

“앗! 그건제그림입니다!”

긴귀를쫑긋거리며팔을힘껏들어올린힐라가외쳤다.

“오....잘그렸...기는했는데왜음식은대충그려졌고, 사람만멀쩡하게그렸어?”

힐라가그린그림에는, 근육질의남성이프라이팬휘두르는그림이그려져있기는했지만, 정작요리의그림은대충땜빵해서넣은흔적이보였다.

“에...그게, 이제수련중하나로, 인간이나다른생명체의급소나내장파악을위해, 인간을자주그리곤하거든요....그래서음식은아직좀...

힐라는뒤통수를긁적이며멋쩍은듯말했다.

사람은잘그리기는했으나, 음식이안된다면넣을수가없었다.

“이것도일단패스.....­다음은....파렌?­”

­예! 셰프님!­

­어.....잘그리기는했네....그래...“

자신감넘치게대답한파렌의종이에는, 마치미니어처인형을보는듯한아기자기한음식들의그림이그려져있었다.

물론못그린건아니지만, 너무체계적이지않아, 삽화로쓰기에는힘들것같다.

“....이것도넘어가고....다음종이는......오오!!!“

그렇게파렌의그림을넘기고, 마지막종이를본강준이감탄사를내질렀다.

그종이에는먹음직스러운토마토스파게티, 해물리소토, 오삼불고기등, 딱딱하지도않고부드러우며, 퀄리티또한매우대단했다.

삽화의핵심인먹음직하게그렸다는것이가장마음에들었다.

“이거대단하네~누구야? 이그림을그린사람은?”

강준이자신이감탄한그림을들고는, 그린사람이누구인지찾았다.

“어...그....저...저에요...”

놀랍게도, 그그림의주인은바로벼루였다.

“벼루너야? 오....굉장한데?”

벼루에게이런재능이있을거라고는생각지도못했다.

이정도그림이면충분히삽화에쓸만할것같다.

“좋아! 그럼삽화를그릴사람은만장일치인벼루로결정한다!”

“여...열심히하겠습니다!”

그렇게강준은레시피북제작기가시작된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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