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6화 〉 [한]에서의 마지막 날. (76/289)

〈 76화 〉 [한]에서의 마지막 날.

* * *

강준과 류월의 내기가 걸려있는 중요한 그림.

그 그림을 바라보던 직원들의 얼굴에는 제각기 다 달랐지만, 어찌됬든 혼돈, 그 자체였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대로 간다면 강준의 승리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런 직원들의 표정을 바라보던 강준은 의기양양한 채로 물었다.

“어떠냐? 너희가 보기에도 이건 좀 아니지? 응?”

그런 질문에 처음으로 대답한 사람은 바로 향이었다.

“으....음....그런데 셰프님, 이 그림의 주제가 무엇인지....”

“스파게티.”

“아~...스파게티 였구나......엄....스파...게티?”

얼굴에 당혹감을 품고, 질문했던 향이가 강준의 대답을 듣고, 더욱 당황하며 그림을 뚫어지게 보았다.

“제..제가 판단할 정도의 그림이 아니라서....저는 이해가 잘? 가지가 않네요...”

결국 향이는 마치 머리에 김이 나는 듯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곤란해하며, 평가를 포기해 버렸다.

이렇게 해서 1:0으로 강준이 앞서게 되었다.

­아! 이거 [네오사르의 괴물]에 나오는 네오사르 아닙니까? 저 기괴하고 음험한 팔들과 역겨운 얼굴을 잘 표현했네요? 굉장하십니다!­

한참 그림을 살펴보던 파렌은 무언가 떠오른 듯, 감탄한 얼굴을 지으며 자신의 감상을 줄줄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기생충에 이어서 이젠 괴물이냐....

­제가 어릴 때 봤던 책이었는데, 그걸 보고 난 밤에는 제대로 잠들지 못했죠.­

­이거 스파게티.­

­예? 에이 설마~ 어떤 스파게티가 이렇게 생겼습니까? 말도 안 되죠~­

그런 파렌에게 이 그림이 무엇인지 알려주자, 무슨 소리냐는 듯이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설마 진짜입니까? 어....이걸 그린 사람의 그림 실력은 정말....궤멸적이네요.....­

강준의 말이 당연히 농담이라고 생각한 파렌의 얼굴에 점차 경악이 차오르더니, 결국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2:0.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누군가요?”

“이 몸이다.”

넌지시 그림의 주인을 물어본 힐라의 말에, 류월은 마치 썩은 과일을 먹은 듯한 얼굴을 지으며 대답했다.

앞의 두 사람의 반응에 매우 불쾌해진 듯 보였다.

“......괜찮습니다. 류월님! 그림 실력이야 꾸준히 연습하면, 금방 쑥쑥 늘어날 것입니다!”

그 그림의 주인이 류월이라는 것을 안 힐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류월의 앞에 터벅터벅 걸어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엄지를 척 올려 보였다.

“에잇! 그게 말이더냐! 손 치우거라!”

그런 힐라의 행동에 화가 났는지 얼굴이 울그락붉그락 해진 류월이 자신의 어깨에 올라간 손을 내치며 말했다.

이로써 3:0.

과반수로 강준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내 말 맞지? 저건 진짜 좀 아니라니까. 어쨌든, 네가 진 게 맞으니까, 벌칙은 수행해야지?”

한참 올라간 어깨를 불쑥 들이대며,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지은 강준이 류월에게 말했다.

“으...크극....이 그림이 얼마나 훌륭한데....그걸 알아보는 사람이...없단 말인가...”

거의 이빨이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내며, 류월이 중얼거렸다.

‘와....그렇게까지 분한 건가....아니 그럼 진짜로 저 그림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용이란 게 다 그런가?’

그런 류월의 태도에, 강준마저 한층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흠....”

그렇게 고요해진 주막에 지금까지 침묵을 고수하던 한 사람, 벼루가 입을 열었다.

“주제와는 잘 맞지 않으신 그림이지만, 만약 이 그림의 주제가 스파게티가 아니었다면, 훌륭한 그림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뭐?”

이건 또 뭔 소리야?

갑작스러운 벼루의 말에 당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벼루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선은 확실하게 그어지고, 튀어나오는 부분도 없어요, 그리고 다른 색감도 없이, 오직 검은색만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건....대단한 실력입니다...!”

“그...그렇지! 너는 정말 보는 눈이 있는 게로구나!!”

그렇게 단언하는 벼루에게 빛이 보이는 듯, 류월은 눈을 반짝거리며 벼루에게 달려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음....확실히....스파게티가 주제가 아니라면....괜찮은데?”

“다시 보니 멋진 그림인걸요?”

­만약 주제가 네오사르 였다면...저는 만점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 벼루의 말을 시작으로, 그림을 바라보던 직원들의 관점이 달라지며, 점차 그림에 대한 감탄이 조금씩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3:0으로 나아가던 점수에 혼동이 오기 시작할 때쯤.

“아니이이이이!!! 애초에 주제는 스파게티잖아!!!”

그런 말도 안 되는 광경에 강준은 격분하여 소리쳤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래서 그 그림이 바로, 그것입니다.­

강준은 꼬깃꼬깃하게 접힌 종이를 소매에서 꺼내, 아델리아 에게 건넸다.

­.....과연, 용이라는 생물체는 우리와는 다른 관점으로 물체를 보는 것인가? 흥미로워....­

­왕녀님까지 그러시는 겁니까...­

건네받은 종이를 펼치고 그림을 보던 아델리아는, 매우 흥미가 깊다는 듯이 괴물(스파게티)가 그려진 그림을 뚫어지게 보았다.

결국 승부의 승리는 강준에게 돌아갔다.

일단 주제인 스파게티의 모습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이 훌륭하든 말든 안 된다! 라는 논리로 이겨냈긴 했지만.

정장 패배한 류월은 자신의 그림이 인정받은 것이 기쁜지 해맑게 웃으며 돌아다녔지만....

왜 내가 진 것 같지?

­그래서....레시피 북은 완성됬나?­

­뭐....아슬아슬하긴 하지만, 여기.­

갑작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가는 아델리아에게, 마찬가지로 소매에서 꺼낸 한 권의 책을 들이밀었다.

­[기초 조리 교본].....인가? 거참....이왕 책을 내는 것인데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요리 비법!]같은 이름이 좋지 않은가? 제목부터가 너무 딱딱하군.­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 왕녀의 지적에 강준은 그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화려한 제목보다는 간단 명로하고 굵직한 게 멋있어 보이던데...’

게임을 할 때도 세련된 갑옷을 입은 검사나, 멋있는 마법을 쓰는 마법사보다는, 투박하고 거대한 대검을 사용하는 전사를 플레이하던 강준의 취향에는 잘 맞는 문구였지만, 그것이 현대에서 써냈던 책의 실패 요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강준은 아직 알지 못했다.

­흠....그렇군, 스톡이라는 것이 중요 한 건가.....오오! 이런 소스는 무슨 맛이 날지 궁금하군....­

어느새 건네받은 책을 펼치고, 내용을 확인하던 아멜리아는 감탄은 내뱉었다.

그것은, 자신이 알지 못했던 미지의 정보가 가득가득 차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아델리아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침대 속에 처박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전부 뇌 속에 집어넣어 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고,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어느새 내일이면 애슐란으로 떠날 시간이로군, 시간이 참 빨라. 난 아직 좀 더 네 음식을 맛보고 싶은데 말이야.­

­.....뭐,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시지요. 환영해 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파렌, 그 청년은 어떻지?­

­흠....뭐,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기본적인 실력은 단단히 다져 놓았습니다.­

­그렇군, 그것참 기대가 되는데?­

그렇게 잠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만난 시간은 고작 일주일 하고도 좀 넘은 시간이었지만, 이미 몇 년은 같이 지낸 것처럼 친근하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언젠가 또 보지.­

그렇게 강준이 꾸벅, 인사를 마친 뒤, 아델리아의 방에서 나갔다.

더 이상 잡다하게 이야기를 끌어봤자, 그 성격에는 잘 맞지도 않았고, 강준의 성격에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또다시 그 음식들을 먹을 기회가 오겠지....­

그렇게 금방까지 강준이 앉아있던 의자를 바라보며, 아델리아는 혀를 다셨다.

그렇게 한의 마지막 날의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언제까지 문 뒤에 있을 예정인지?­

아델리아는 고개를 돌려, 아직, 열매가 맻히지 않은 애송이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십니까.

스타 주막에 어서 오세요! 를 연재하고 있는 머그컵D입니다!

첫 조회수 1만 기념으로 Q&A를 했던 기억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어느새 5만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에 저는 언제나 감사를 느끼며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않자, 자판을 두들깁니다.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도 5만 기념으로 Q&A를 진행해 보려고 합니다!

아마 지금부터 질문을 받기 시작해서, 5만이 된 날 연재분에 다 합쳐서 올라갈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이 궁금하신 질문들을 속 시원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아직 작가라는 말을 써도 되는지 고민하는 머그컵D는 이만, 안녕!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