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 위인의 첫 단추. (80/289)

〈 80화 〉 위인의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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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켓.

서양의 튀김요리이며, 원조는 루에 우유 등을 섞어서 만든 베사멜 소스를 으깬 감자와 섞어, 취향에 따라 다진 양파나 햄을 같이 동그랗게 빛어 튀긴 요리이다.

이 크로켓이 일본에 퍼지게 되며, 고로케가 만들어 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크로켓이 일본이 원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은근 많은데, 돈가스도 마찬가지로, 서양 요리의 커틀렛이 원조였다.

그것들이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래 크로켓, 커틀렛 보다 고로케, 돈가스로 불러지게 된 것 이었다.

그리고 [기초 조리 교본]의 튀김 파트 53페이지에 적힌 크로켓이 오늘 왕녀가 만든 요리였다.

­음....보자보자....먼저...­

아델리아는 한손에는 교본을, 나머지 한 손은 큰 냄비에 물을 받으며 요리를 준비했다.

크로켓을 반죽한 감자를 삶기 위해 먼저, 감자 정 중앙에 가로로 빙 둘러서 칼집을 내어준다.

이렇게 해두면 감자를 삶은 후, 껍질을 아주 쉽게 벗겨낼 수 있다. 라고 적혀있었기에, 아델리아는 성실히 교본의 지침에 따라, 그대로 감자 하나씩 칼집을 내 주었다.

어느새 냄비에 가득 찬 물이 팔팔 끓자, 소금을 넣어준 뒤, 감자를 넣어 삶아준다.

그 사이, 반죽과 같이 넣을 양파를 잘게 다져준다.

강준의 주방이 궁금하여 기웃 거리던 아델리아에게 강준은 기초적인 칼을 다루는 법, 그리고 간단한 채소 손질법을 알려주었다.

머리가 좋고, 융통성이 있는 아델리아는 요령 좋게 빨리 칼질을 익힐 수 있었다.

­으으....근데 눈이 아픈 것은 어쩔 수 가 없구나...­

양파를 썰 때 튀는 양파즙에 새빨개진 눈과 콧등을 부비적거리며 아델리아는 중얼거렸다.

이 것 만큼은 강준도 별 도리없이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으니, 별 수 없었다.

양파와 당근, 그리고 베이컨을 잘게 다진 아델리아는 어느덧 푹 익은 감자를 확인하고는 냄비에서 꺼내, 바로 차가운 물에 담구었다.

그러는 이유는 감자껍질이 순식간에 바뀌는 온도차에 쉽게 벗겨지기 때문 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벗겨지는 감자들을 중앙이 깊은 볼에 담은 뒤, 감자를 으깨는 포테이토 매셔대신, 포크를 이용해 굵은 알맹이 없이 잘 으깨준다.

어느 정도 으깨어 졌다면, 녹인 버터, 다진 양파. 당근, 베이컨과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섞어준다.

그렇게 부드러운 반죽이 되었다면, 잠시 냉장창고에 넣어, 모양을 잡기 쉽게 만들어준다.

어느 정도 냉장창고에 들어 있었다면, 반죽할 때 질척거리지 않고, 모양이 잘 잡히게 된다.

그 사이에 튀김옷을 준비해 바로바로 튀길 수 있도록 준비해준다.

빵은 남은 빵을 강판에 갈아, 빵가루를 준비하고, 달걀물과 밀가루도 준비해 둔다.

그 사이에 냄비에 기름을 채워 열을 올려준다.

기름이 튀길 정도의 온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온도계를 사용해도 되지만, 빵 부스러기를 기름에 넣어, 바로 기포가 뽀글뽀글 생긴다면, 그때가 튀길 타이밍이다.

먼저 반죽을 손바닥 보단 조금 작은 크기로 반죽을 하여, 밀가루­>달걀물­>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입힌 뒤, 준비해 둔다.

다음은 기름에 준비해 둔 반죽을 튀기면 되는데.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기름의 온도가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넣어준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반죽의 겉 부분인 빵가루가 점차 황금색으로 변하게 되면, 그때 꺼내준다.

그렇게 준비된 크로켓을 식지 않게 뚜껑을 덮은 접시에 담은 아델리아.

­후후...좋아... 준비 끝!­

그렇게 중얼거린 아델리아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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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이걸 네가 만들었다고?­

­네~언니!­

그런 아델리아와 자신의 눈 앞에 놓은 접시를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카리안느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아델리아에게 물었다.

그런 질문에 아델리아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어머! 냄새는 참으로 고소하구나. 먹어보고 싶은 걸?­

­...크흠. 그러게나 말이오.­

자신의 딸이 직접 요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기쁜 자식바보 부부는 내심 감탄하며 아델리아의 요리를 칭찬했다.

­자자! 식기 전에 어서들 드셔보세요!­

그런 만찬의 식구들이 멀뚱멀뚱 요리를 처다 보며 저마다의 말을 꺼내자, 아델리아는 손뼉을 두들기며 식사를 독촉했다.

­그..그래! 식기 전에 어서들 먹자꾸나.­

­그럼, 사양하지 않고, 잘 먹겠습니다.­

아델리아의 말에 머슥해진 국왕이 식사를 제안하자, 재빠르게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든 진혁이 먼저 크로켓을 맛보았다.

‘음...으음....강준 형님의 요리와 비교해 보자면, 엄청 뛰어난 건 아니지만....맛있네! 음!’

어느새 한 조각을 없에버린 진혁을 본 사람들도, 재빨리 수저를 들어, 한 입씩 맛 보기 시작했다.

카리안느도 마찬가지로 나이프로 썰어, 한 조각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읍!”

‘뭐...뭐지? 겉 부분은 소리가 날 정도로 바삭하고 고소해서, 마치 쿠키를 씹는 듯한 식감에, 안은 부드럽고 감자의 풍미가 혀를 감싸잖아? 양파와 당근, 그리고 베이컨이 씹는 즐거움과 혀를 즐겁게 해주고....짭짤한 끝 맛이 혀에 감돌아...’

­뭐...뭐야 이거....맛있...어...­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큰 충격 이였다.

애초에 튀김 요리 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애슐란이었기에, 그 놀라움은 몇배가 되어 카리안느에게 돌아온 것 이었다.

­이거...엄청나게 맛있는데?­

­...놀랍구나 동생아....정말 맛있어.­

­어머...어찌 이런 맛이....­

­맛있....어.­

그 크로켓의 맛에 전원이 감탄하며, 심지어 말 수가 적은 프리안 까지 표정이 변하며, 감탄을 유발할 정도의 음식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점차 접시를 비울 때 쯤.

­잠깐! 이것도 한번 같이 곁들여서 드셔 보시기를.­

갑작스럽게 끼어든 아델리아가 작은 종지에 담긴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건네며 추천했다.

­응? 이게 뭔데?­

­아 일단 드셔 보세요~­

그런 행동에 제라스가 종지에 담긴 것에 정체를 묻자, 아델리아는 일단 먹어보고 이야기를 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새빨같고, 농도가 짙은 이 소스에 사람들은 이번엔 불안대신 이번에는 어떤 맛일지 기대하며 소스와 함께 곁들여서 크로켓을 먹어보았다.

­...! 이 맛은....토마토구나!­

­정답!­

그러자 단번에 그 소스의 정체를 밝힌 카이제르.

그 소스는 토마토 페이스트를 졸여서 만든 특제 토마토 케쳡이였다.

토마토 특유의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크로켓의 느끼한 맛을 확실하게 잡아주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케쳡을 곁들인 크로켓은 순식간에 동이 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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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었구나, 훌륭한 음식이었단다.­

­그럼요!­

식사가 끝난 뒤, 모두가 차 한잔으로 배부른 배를 두들기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그런데....도대체 어떻게 그런 음식을 만든 것이지?­

도대체 요리 한 번 해본 적 없는 애슐란의 왕녀가,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왕궁 조리인보다 월등한 요리를 만들었는가.

탁자에 앉은 사람들 중, 진혁을 뺀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실을 국왕이 아델리아에게 물었다.

­제가 한으로 간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그...그것이 분명....토마토 파스타를 만든 장본인을 찾으려.....설마?­

­네! 그렇답니다!­

그렇게 말한 아델리아는, 책 한권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 책만 있다면, 저희 애슐란의 식문화는 더욱 발전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곧 머지않을 미래에 애슐란의 식문화를 발전시킨 장본인, 강준, 아니 강하가 애슐란의 위인으로 새겨질 첫 번째 단추였다.

그리고 그 당사자인 강준은 현재.

“야, 그 아이러니 라는 말이 참 아이러니 하지 않냐?”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심지어 영어로도 아이러니임. 엌ㅋㅋㅋ"

혁수에게 쓸 때 없는 말이나 하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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