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악당들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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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람은 점점 아파져 오는 머리를 감쌌다.
혹시나 해서 의심을 당하지 않게, 약 2주에 한 번, 인간들이 사는 곳인 서라벌에 내려와, 스타 주막에 향하는 카람 에게는 오랜만의 즐거운 식사시간이 즐거울 터였을 텐데.
“이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카람의 얼굴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온갖 근심과 걱정이 다 몰려있는 얼굴이었다.
카람이 이렇게 머리를 싸매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오늘 아침으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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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카람.]
[....무슨 일이지?]
2주 만의 마을에 내려가기 위해, 인간의 모습과 인간의 복장을 걸친 카람을 누군가가 불렀다.
[오늘 그곳에 가나?]
그를 부른 자는 바로 악귀들 중, 하나인 기루였다.
[....그렇다.]
[...도대체 그 쓸 만한 정보라는 것은 언제 나오는 것이지?]
날렵한 속도를 자랑하는 카람의 몸보다 훨씬 거대한 육체를 가진 기루는 그 막강한 주먹으로 적을 쓸어버리는 것처럼 급한 성격을 가진 악귀였다.
[네가 그 주막을 다닌 지 이미 몇 달이 지났거늘, 그곳에 다녀와서 매일같이 하는 말이 쓸만한 정보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럼 언제쯤 쳐들어갈 수 있단 말이냐!]
[....객기부리지 마라, 네가 아무리 그렇게 힘자랑을 한다고 한들, 그 흑룡 앞에서는 잠시도 버티지 못할 테니.]
[으윽....그...그건 맞긴 하다만.....너무 정보가 없는 것이 문제 아니더냐!]
그런 카람의 반박에 순간 말문이 막힌 기루였지만,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기루의 성격이 급하긴 하나, 나도 생각은 비슷해.]
그리고, 악귀에게 딱히 성별을 따질 이유는 없었으나, 어째서인지 여자의 모습을 한 악귀인 세실은 나무 위에 걸터앉아 기루의 의견에 동참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한 반면, 우리에게 그 정보를 알아낼 수단은 너 하나인데, 아직까지 단 하나의 정보도 찾지 못했다니, 수상하게 느낄 수밖에 없군.]
[맞아 맞아! 이상해!]
[그럼 그럼! 이상해!]
[케린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카린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그리고 그런 카람의 앞에 선 두 존재.
똑같이 생긴 쌍둥이처럼 생긴 케린과 카린이 서로 마주 보며 세실의 의견에 동참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지? 그냥 다 같이 가서 다 같이 손이나 마주 잡고, 그 흑룡의 손에 제령이라도 당하자는 것이냐?]
[글쎄...적어도 계속 이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일단 시도 자체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지. 우린 슬슬 배가 고프거든.]
[맞아! 케린도 배고프대!]
[맞아! 카린도 배고프대!]
[그 흑룡의 눈치만 본다고 인간들을 박살 내지 못하는 것이 짜증 난다!]
[....일단 오늘은 다녀오도록 하지.]
그렇게 카람은 다른 악귀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그들이 숨어지내던 숲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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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계속 이렇게 되다가는 그놈들이 참지 못하고 큰 사달이 일어날 텐데...”
스타 주막의 음식에 자신도 모른 체 잠식되어가던 카람은,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다시는 주막의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카람에게는 이제 흑룡의 여의주를 삼켜, 흑룡의 힘을 가진 강준의 신체 따위는 관심도 없어진 지 오래, 그는 그저 스타 주막의 음식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이 음식이 문제야....이 것을 먹고 나서는 사람의 고기 따윈 비린 쓰레기처럼 느껴지다니....”
그렇게 고뇌에 빠진 카람.
그때, 그의 머리에서 번뜩이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렇다면....차리리 그 녀석들도 이 음식을 맛보게 한다면....?”
사람의 육체와 고통의 소리를 즐기던 카람조차 이렇게 될 정도니, 그들에게도 충분히 굉장한 음식으로 느껴질 것이 뻔했다.
그렇게 떠올린 생각이 확신으로 바뀔 때쯤, 카람은 이미 스타 주막의 직원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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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카람. 돌아왔군.]
[왔어?] [왔어?]
[그래, 오늘도 그 잘난 정보는 얻어왔나?]
보통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돌아온 카람을 반기는 악귀들은, 아침의 일 때문에 카람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오늘도 그다지 수확은 없군.]
[역시....이렇게 된 이상 그냥 들이받을 수 밖에 없군!]
[와! 좋아! 오랜만의 인간사냥! 카린! 신나지?]
[응! 케린도 신나지?]
[흐음.....결국은 이런 방법밖에 없나? 하지만 오랜만에 인간들의 살육을 즐길 수 있다면야....]
그런 카림의 말을 들은 악귀들은 저마다 오랜만의 인간 마을 침공에 모두 가슴이 들뜨고 있었다.
그때.
[잠깐, 일단 정보랄 것은 없지만, 일단 이것을 좀 보지.]
그런 그들을 막아 세운 카람이, 뒤에 감추었던 무언가를 그들 앞에 꺼내 보였다.
[음? 그게 뭐지?]
[카린은 알아?]
[케린은 알아?]
[흠...그게 무엇이지?]
파란색 보자기에 쌓인 무언가.
카람이 갑작스럽게 꺼낸 물건에 그들의 시선은 그 보자기에 집중되었다.
[일단 그곳은 주막이라고 하니, 음식을 조금 싸 와봤다.]
그렇게 말한 카람은 그들의 눈앞에서 보자기를 풀어, 4개의 상자를 꺼냈다.
[음식? 하! 그런 음식 따윈, 인간들의 육질에 비하면 쓰레기 아닌가?]
[흠, 음식 따윈 인간들이나 먹는 것 아닌가?]
[카린은 음식이 좋아? 인간이 좋아?]
[인간! 케린은?]
[나도!]
예전의 자신처럼, 악귀들은 카람이 꺼낸 음식에는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 한번 먹어봐라, 그 음식에서 내가 찾지 못한 의외의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흥, 잘난 척하기는, 네놈들이 이걸 맛보고도 그런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게 둘러댄 카람은 그들의 앞에 도시락을 하나씩 내주었다.
[헹...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카린은 어떤 거?]
[케린은 어떤 거?]
[네 개 다 똑같은 거니 그냥 아무거나 골라라.]
[흠...그럼 한번 볼까?]
그렇게 도시락을 받은 네 악귀는 저마다의 도시락의 뚜껑을 열었다.
[응?....이게...음식?]
[마치 장식품 같은데...]
[와! 카린! 이거 이쁘다!]
[와! 케린! 이거 이쁘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들이 상상한 허접스러운 요리가 아닌, 마치 아름다운 보석과 장신구들을 담아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음식들이 있었다.
밝은 갈색으로 맛깔나게 구워진 돼지고기와 새하얀 쌀밥, 달걀을 사용한 마치 개나리 같은 노란색의 달걀말이, 그리고 그사이에 끼워진 황금색의 새우튀김.
거기에 덤으로 들어온 노란색의 묵 같은 무언가.
[자, 일단 먹어나 보라고.]
그런 도시락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어서 먹어보라고 재촉하는 카람.
[.....헹! 어짜피 인간들이 만든 요리 따윈......무..뭣? 맛...있다?]
[무...무슨...! 세상에 이런 맛이....?]
[오...오와......맛있어! 카린!]
[응응! 맛있어 케린!]
달콤한 간장양념에 재워둔 고기의 육즙은 한 입 씹을 때마다 흘러넘쳤고, 바삭한 맛을 자랑하는 새우튀김은 그 특유의 식감과 그 안에 감춰진 새우의 탱글한 살이 입안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달걀말이는 그런 입을 차분하게 진정시켜 주었고, 새하얀 쌀밥은 짭짤한 반찬들의 간을 절묘하게 맞추어줘서 계속 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후식으로 나온 푸딩은, 달콤하고 은은한 쓴맛이 느껴지는 거뭇한 무언가가 더욱 그들의 입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후아....그거 더 없나?]
[굉장하군....이게 내가 생각한 인간이 만든 요리가 맞는 건가?]
[카...카린...혹시 그 노오란 거 한입만 나 주면 안 돼?]
[엥? 케린의 노란 건 이미 케린이 다 먹었잖아! 싫어!]
이미 그들은 오늘 마을로 내려가려던 목적도 잃어버린 체, 그저 다 먹어버린 도시락통을 연신 뒤적거릴 뿐이었다.
‘역시....이 녀석들도 마찬가지로군.....’
[그게 내가 다니던 스타 주막의 그 반룡 계집이 만든 음식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이지? 아까 말한 대로 곧장 쳐들어가서 그 계집을 흡수할 것이냐?]
[으...으음......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지만.....그 흑룡이 버티고 있으니 아직은 무리....아니겠나? 안 그런가? 세실?]
[응?....그...그래! 기루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직 성급할 필요는 없지.]
[그래! 그리고 그 여자애를 죽이면 이 음식....아니 흑룡이 화낼 것이 뻔해!]
[으..응! 나도 카린과 같은 생각이야!]
그렇게 그들은 저마다의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좀...좀 더 먹어보고 싶다....’’’’
그렇게 사람의 살육을 즐기던 악귀들은 그들도 모르게 카람의 속셈에, 스타 주막의 음식에 넘어가게 되었다.
“흠......이봐.”
“응? 왜?”
“아까 그 냄새 나는 악귀 놈....정말 처리하지 않아도 되겠느냐?”
그리고 그들은 꿈에도 몰랐지만, 이미 류월과 강하는 카람의 정체를 알아낸 지 한참이나 지나 있었다.
아무리 정체를 숨긴다 한들, 흑룡과 그 힘을 받은 강하에게는 다른 인간들과는 다른, 그들 특유의 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글쎄....그래도 2주마다 꼬박꼬박 음식을 먹고 가는 걸 보면, 딱히 악의는 없어 보이는데? 그리고 오늘 도시락도 싸간 걸 보면....자기 동료들한테 먹이려나?”
“나 참....”
“뭐! 나중에는 자기 동료들까지 데려와서 밥 먹는 거 아냐? 하하!”
그렇게 중얼거린 강하의 말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흐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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