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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화 〉 도술사 강림! (87/289)

〈 87화 〉 도술사 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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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라!”

“멀리 달아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미 해가 지고, 별빛과 달빛만이 땅을 비추는 시간.

허나 오늘 밤, 이 작은 마을에서는 마치 도깨비불처럼 일렁이는 횃불들의 불빛은 마치 대낮이라고 착각할 만큼 강하게 빛을 내뿜었다.

그 횃불들을 든 무사들은 하나같이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마을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다.

“젠장...그 놈을 대체 어디에 처박혀 있는 것인가...!”

그런 무사들을 통괄하는 자리에 있는 듯한 말을 탄 무사, 권진이 느지막이 욕지기를 중얼거렸다.

“대..대장! 저...저걸 보십시오!”

그러던 중, 한 무사가 다급하게 횃불을 흔들며 마을과 숲의 경계선을 비추었다.

분명 흐릿하기는 하였지만, 숨길 수 없던 인기척이 마을의 외곽선을 아주 빠르게 달려 나가고 있었다.

“옳지! 저놈은 아마 마을의 외곽을 타고 이웃 마을로 빠져나가려는 속셈이다! 너희들은 정 반대편으로 가서 통로를 막고, 나머지는 나를 따른다!”

마치 한참동안이나 냇가에 드리운 낚싯대의 찌가 맹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본 것처럼 권진은 삐뚜름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의 배를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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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쉬지도 못하고 사람들을 태워 달리던 말들의 속력이 줄어들 때쯤, 권진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의 형체가 멈춰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갓을 푹 쓴 그는, 흑백과도 같은 긴 너울로 몸을 감싼 상태였다.

이미 그자의 앞에는 명령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병사들의 벽으로 가로막인 상태였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

“이제야 쥐새끼가 잡혔군.”

권진은 자신의 생각이 정확하게 들어맞은 것에 기쁨을 느끼며, 말에서 내려 그의 앞에 천천히 다가갔다.

“양반들의 풍기를 어지럽히고, 그들의 금품을 갈취하는 도둑놈! 순순히 오라를 받으라!”

허리에 올려두었던 손으로 그 아래에 있던 검을 꺼내, 그의 앞에 겨눈 권진이 소리쳤다.

“하하...도둑놈이라....백성들의 무지를 이용하여 그들의 피 같은 재산을 빨아먹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그 높으신 양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추잡한 혓바닥이나 놀리는 것들이 도둑이 아니라면, 그 누가 도둑놈이란 말인가?”

그러나, 자신을 둘러싸고 흉기를 들이대는 수많은 무사들의 앞에서도, 그는 태연한 자태를 내보일 뿐이었다.

“이..이이...것이 미쳤나!! 감히 천한 도둑놈이 양반들을 능욕해? 네 놈이 그렇게 도망을 잘 친다고 한들, 이번에는 무사히 이 밤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도사들은 앞으로 나서라!”

그런 그의 말에 머리끝까지 분노한 권진은 당장이라도 그자의 목을 쳐 내릴 것처럼 호통치며 도술사들을 호출했다.

그러자 노란 부적들을 들어내 보이며 앞으로 나서는 도술사들.

“하하....도사라...”

“네놈이 무슨 수를 쓰려고 해도, 이 도사들이 있는 한, 네놈이 도망갈 길은 없을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허나,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사란 무엇인가?”

“무...뭣?”

그리고, 그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던 갓을 벗어 던지며, 기고만장해져 있는 권진에게 물었다.

그의 얼굴은 스물 남짓한 얼굴이었지만, 누가 봐도 미남이라고 할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수염 한 톨 없는 갸름한 턱선이 그가 아직 갓 청년이 된 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사란! 바람을 다스리며, 마른하늘에 비를 내린다.”

그가 너울에서 빼낸 손을 휘두르자, 갑자기 불어 닥치는 강풍과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려왔다.

“우읏...! 이게 갑자기 무슨....!”

분명 환한 달이 보이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저....저 녀석도 도사다! 빠르게 제압해!!!”

그런 해괴망측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도술사밖에 없다는 것을 안 권진이 소리쳤지만,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강풍과 소나기에 당해, 혼란의 도가니였다.

“도사란! 백 리길도 땅을 접어 달리며!”

그렇게 외친 그는 한 걸음, 분명 한 걸음 발을 내딛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권진의 눈앞에 나타났다.

“히..히익!”

분명 10장(1장=3M)이나 거리를 벌려놨는데,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그의 모습에 권진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날카로운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그런 권진의 앞에서 씨익 웃어 보이던 그의 손에는 어느새 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그것은...! 내 검?”

권진이 허리춤에 손을 내려, 자신의 검을 찾았으나, 있는 것은 텅 빈 검집 뿐이였다.

그는 손에 쥔 검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화려한 칼춤을 추었다.

그런 모습에 병사들조차 함부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그 검을 꽃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곤, 휘두르던 검을 하늘을 향해 높이 던지더니, 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분홍빛 꽃잎들이 휘날렸다.

“이...이게 무슨 조화란....뭐..뭐엇!!!!!! 사라졌다!!! 그 도사 놈이 사라졌다!!!!”

그런 풍경에 잠시 눈을 뺏긴 권진이 다시 앞을 바라보자, 잘난 체하며 웃던 그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였다.

“끄...아아악!!!!!!!! 빌어먹을 도둑노옴!!!!!!!!!!빨리 찾아라!!!! 분명 근처에 있을 것이다!!!!”

당황과 분노와 초조함이 한데 뒤엉킨 권진의 심정이 폭발하며 소리쳤다.

그렇게 권진과 병사들은 다시금 말에 올라, 배를 걷어차며 힘차게 달려 나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푸하!!!.....이런 짓도 힘들구만...”

그들이 있었던 땅바닥의 흙에 금이 가더니, 한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

“내가 여기에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그, 아니, 도술사 강림은 옷에 묻은 흙들을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그는 병사들이 둘러싸기 전, 먼저 땅에 숨어, 도술을 이용해 만든 자신의 분신을 보였을 뿐이었다.

말 그대로 환각, 그런 환각에 권진과 그 부하들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것 이였다.

“흠....보자.....허이구....이 놈들, 거하게도 처먹었구먼.”

그런 강림이 품속에서 꺼낸 자루에는, 온갖 금은보화가 가득했다.

백성들의 고혈을, 자신의 탐욕에 사용하는 탐관오리는, 용서할 수 없었다.

“......일단 갈까?”

더 이상 이 마을에 볼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 주막에나 가볼까?

강림은 금은보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다시 품속에 넣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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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막의 입구로 들어서자, 딸랑거리는 작지만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한 명입니다.”

“네~자리로 안내해 드릴게요~”

그리고 그런 종소리에 긴 귀를 쫑긋거리던 힐라가 잽싸게 달려와, 강림을 자리에 안내했다.

“주문, 도와 드리겠습니다~”

자리에 앉은 강림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묻는 힐라.

허나, 강림에게 적어도 오늘은, 메뉴판이 필요하지 않았다.

“감바스 알 야히요 하나, 시원한 청주도 한 병.”

“네엡! 감바스 알 야히요 하나, 청주 한 병 맞으시죠?”

“그걸로 부탁합니다.”

“넵!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오~”

주문을 받은 힐라는 다시금 총총거리며 자리를 떳다.

강림이 이 주막을 알게 된 것은 약 세달 전, 자신에게 늘 정보를 팔아주는 정보상의 추천에 이 주막을 찾은 것이 계기였다.

이 주막은 처음에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일단 건물 양식 자체가 한에서는 보기 힘들었으며, 내부 풍경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것보다 가장 놀란 것은 요리, 요리였다.

대부분의 요리가 들어본 적도 없는 요리였으나, 맛 자체는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그렇게 스타 주막에 푹 빠진 강림은 최소 2주에 한 번은 꼭 이 주막을 들렀다.

그리고 그런 그가 항상 주막에서 시키는 요리가 바로...

“실례합니다! 감바스 알 야히요 하나와 청주 나왔습니다!”

이것.

감바스라는 요리였다.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작은 철판에 가득한 새우.

고소한 마늘의 향과 가끔 매콤하게 찌르는 고추의 향.

이건...참을 수가 없지!

힐라가 요리를 놔두고 떠나자마자, 강림은 젓가락으로 빠르게 새우 하나를 들어, 맛보았다.

탱글탱글하게 씹히는 새우는 바다의 향을 가득 머금고 있어, 깊은 감칠맛이 났다.

그 새우를 뒤덮은 마늘의 알싸한 향과 매콤한 맛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같이 나온 바삭한 빵을 여러 향신료와 재료로 볶아 깊은 맛이 응축된 기름에 푹 적셔, 새우와 야채를 올려, 한 입.

“크으~ 이거는 술을 안 마시고는 못 배긴다니까!”

어느새 강림은 술잔에 청주를 가득 부어, 입안에 털어내고 있었다.

강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때쯤, 철판의 내용물은 텅 비어 버렸다.

“.....맛있었다....”

잠시, 방금의 여운을 즐기듯이, 눈을 감고 중얼거리던 강림은 대금을 치르고 주막의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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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세금에 애꿎은 백성만이 죽어가던 작은 마을.

그 마을에 신비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아침, 마을의 모든 백성의 집 앞에 쌀 몇 가마니와 돈들이 놓인 것이었다.

그리고 가뜩이나 자신들을 부려먹던 양반가의 창고가 모조리 털려버렸단 소문도 퍼져나갔다.

그런 신비하고 감사한 일들이 일어난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런 일을 벌인 사람을 칭찬하니, 하늘에서 분홍빛 꽃잎들이 내려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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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바스 알 야히요 입니다.

절반정도 먹고 나서 스파게티 면 비벼먹으면 끝장 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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