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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화 〉 3분이면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는 음식. (90/289)

〈 90화 〉 3분이면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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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십니다.”

강하는 언제나 시건방진 성격을 가지고, 상대를 편하게 대하기는 했으나, 그런 그녀가 언제나 깍듯이 대하는 존재가 있었다.

“허허, 그러게나 말이다.”

그런 그녀의 앞에 앉아, 비어있는 접시를 벼루에게 넘기던 한 남자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그 남자는 바로 청라.

막 한에 떨어졌을 때, 향이 다음으로 자신에게 큰 도움을 주었던 대상인.

그가 없었다면, 자신이 이만큼 성장할 수 없었다는 것을 잘 알기에, 강하의 태도는 언제나 깍듯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청라는 강하를 마치 자신의 딸처럼 생각하며 강하를 대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가져다준 수익만 생각하면, 아예 수양딸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자신의 고민거리던 애슐란의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애슐란의 거대 상단, 하인즈와의 독단 거래도 자신이 맞았기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를 소중하게 대하는 것은, 그녀의 요리실력이었다.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당장 금방 먹었던 요리들만 해도, 감탄이 나올 만큼 훌륭한 음식들 천지였기에, 청라는 더더욱 강하를 아꼈다.

“그런데 요번에는 어쩐 일로?”

“아!...흠흠...! 그렇지, 내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와서는 이것 참...”

강하가 이번의 방문 목적을 묻자, 청라는 헛기침을 뱉으며 말했다.

그러자, 청라의 눈빛이 아끼던 손녀딸을 보던 시선이, 순식간에 상인의 눈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네....혹시 상품을 낼 생각이 있는가?”

“상품...? 이라 하신다면?”

그런 청라가 강하에게 제안한 것은, 강하가 갑작스럽게 이해하기 힘든 것 이였다.

“생각해보자고, 지금 한에서 [스타 주막] 하면, 저 변방에서 밭일하는 개똥이도 알 정도로 전국 곳곳에 퍼질 정도의 파급력을 가졌네.”

“그 정도입니까?”

강하는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스타 주막의 화제성에 눈이 번쩍 뜨이며 대답했다.

실제로도 청라의 말이 사실이었다.

평민과 양반, 그 누구나 방문할 수 있었던 주막이었기에, 그 소문의 여파는 아주 빠르게 확산하였다.

평민은 평민끼리 어떤 음식이 맛있냐 하는 이야기로 대화를 불태웠고, 양반은 양반끼리 삼삼오오 모여, 내일 스타 주막에 갈 것이라며 기대를 쌓아갔다.

이미 소문은 전국적으로 퍼져, 수도인 서라벌의 사람들만이 아닌, 지방의 사람들도 마차를 끌고, 스타 주막에 오는 지경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인기성을 그대로 놔두는 것은 너무 아깝다고 생각이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었다.

“스타 주막의 이름을 내걸고 파는 상품이라면....불티나게 팔릴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내 의견이다. 어떤가?”

“흠....상품이라....”

‘그러고 보니 내가 살던 현대에서도, 인기가 있던 브랜드의 상품이 나오면 꼭 사던 사람들이 있었지...시맨트 회사가 맥주를 팔았다가 대박이 난 적도 있었으니....’

‘하지만 갑자기 상품이라고 해도.....’

“허나 상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무엇을 팔아야 할지....”

“흠.....아무리 생각해도 스타 주막 하면....음식이 아니겠느냐?”

“음식.....”

이곳은 현대가 아닌 이세계.

아직까지 사회발전은 조선 시대와 흡사하니까....유통기한이 길어야 하고.......

“거리가 거리인 만큼 유통기한이 길고, 복잡한 요리 과정이 없어야 하는 요리....”

그렇게 고민에 빠진 강준과 청라.

그 순간.

‘잠시만....유통기한도 길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그거다!”

“우..우엇! 무어....무언가가 떠오른 것이냐?”

문득, 신박한 무언가가 떠오른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청라가 그녀에게 물었다.

“그래....먼저....솥을 준비해서.....이걸 이렇게....”

허나 그런 청라의 목소리는 한번 요리의 레시피가 생각나면, 그 자리에 멈춰서 오로지 레시피의 구상에 빠지는 강하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러갈 때 동안, 청라는 그런 강하의 모습을 지켜보며, 벼루가 내어준 녹차 한잔을 마셨다.

“좋아...이렇게 하면.....청라 어르신!”

“어? 어어...생각은 다 끝났느냐?”

이윽고, 턱을 괸 손을 풀며 청라를 돌아보던 강하가 청라를 불렀다.

“나흘 후, 다시금 주막을 방문해주시지요, 그때까지 제가 그 해답의 결과물을 만들어 보일 테니.”

“호오.....좋다! 나흘 후에 다시 오도록 하마. 그때까지 잘 부탁하지..”

“걱정 마시지요, 이번에도 깜짝 놀랄 것입니다.”

“하하!! 내 기대하고 있으마!”

강하의 거침없는 자신감에, 청라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좋아...바로 시작해볼까?”

강하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주방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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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후.

청라는 약속대로 다시금 스타 주막을 방문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준비한 것부터 보시죠!”

한적한 시간, 강하는 청라를 반기며 바로 자리로 안내했다.

기대 반, 궁금 반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앉아있기를 5분.

“자! 이것이 바로 스타 주막이 전국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식입니다!”

“음? 이렇게 빨리 나온단 말인가?”

보통 강하가 만드는 요리라면, 최소 30분은 걸리기에, 이렇게 빠르게 나온 요리를 본 적이 없던 청라는 의문감을 내보이며 물었다.

“일단, 드셔보시죠!”

강하는 질문은 먹고 나서 해도 충분하다고 말하며, 그런 청라의 앞에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이건?”

“유통기한도 길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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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가 제일 고민하던 것.

그것은 바로 유통과 조리 방법 이였다.

당연하겠지만, 강하급의 요리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전국을 뒤져봐도 없을 것이 뻔했다.

사람들마다 요리 실력은 천차만별.

허나, 상품으로 판매한다면, 누가 만들던 대부분 비슷하면서도 맛있는 요리여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요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우리의 근처에 언제나 있으며,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

바로 인스턴트 라면이다.

바로 집 근처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있으며, 출출할 때 대충 끓여도 대부분 맛있는 라면이야말로 강하와 청라가 찾던 상품이었다.

심지어 라면은 유통기한도 길어서, 아직 자동차도 없는 한에서도 충분히 유통이 될 수 있는 긴 보존 기간을 지녔다.

하지만, 라면을 어떻게 만드느냐?

라면의 면은 대부분 유탕면, 간단히 말하면 기름에 튀긴 면이라는 것이다.

먼저 밀가루 반죽을 하고, 면의 크기대로 잘 뽑아준다.

그다음, 한번 삶아주고, 한번 튀겨주어야 하는데, 무작정 튀기면 나중의 처리가 힘들기에 강준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보통의 라면들은 꼬불꼬불하면서도 모양 좋게 딱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베틀로 짠 천의 모양.

실제로 공장에서 만드는 라면들도 베틀과 비슷한 기계로 라면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면을 베틀처럼 비슷한 도구로 잘 짜주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면 이제 그런 도구를 만들어야 하는데....

“야. 네 도움이 필요하다.”

“엥? 이번엔 또 뭔데?”

전직 건축 디자인을 생업으로 삼았으며, 그림 실력도 나쁘지 않았던 혁수를 부른 강준이 자신이 만들 것을 설명했다.

“흠....엄청난 옷감을 만들 정도의 베틀은 힘들지는 몰라도...이건 대충 모양만 맞춰주는 거잖아? 그러면 쉽지!”

그렇게 말한 혁수는 여분의 노트와 펜을 잡고 이리저리 도면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나무와 도구들을 구해와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자! 완성! 그런데, 면의 모양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심의 속대가 필요해, 이건 어떡하지?”

토대는 순식간에 완성했으나, 면의 모양을 맞추어주는 속대가 문제였다.

“철심을 쓰면 안 되나?”

“글세....한 번 정도면 몰라도, 아직 이 시대에는 그리 질 좋은 합금이 없어서, 물이나 기름에 닿으면 금세 녹이 슬 것 같은데...”

“흠.....그럼 명주실은 어떠냐?”

“명주실?”

“쓰기 전에 한번 삶아서, 끼우는 거지, 쓸 때마다 한 번씩 갈아주기만 하면 되지 않아?”

“흠....스테인리스 같은 철보다는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그 방법밖에 없겠다. 그럼 실을 끼울 부분을 만들게.”

“오케.”

그렇게 완성된 라면 전용 베틀이 완성되었다.

그다음, 한번 삶아준 면에 서로 달라붙지 않게 기름칠을 해준 다음, 베틀에 맞추어 꼬불꼬불한 라면의 모양을 살려준다.

모양이 완성되면 조심히 베틀에서 꺼낸 다음, 온도를 올려두었던 기름에 조금만 튀겨준다.

너무 튀겨버리면 라면이 아니라 라면땅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렇게 완성된 라면 면 1호기.

일단 시범을 위해 한번 물에다가 삶아주었더니, 다행스럽게도 튀겼던 면들이 잘 풀어지면서, 마치 금방 삶아낸 면처럼 잘 익었다.

“어떠냐?”

“음....현대의 라면에 비하면 좀 퀄리티가 떨어지기는 하지만.....이정도면 그럭저럭?”

“별수 없지, 지금은 이 결과물에 만족하자.”

그렇게 완성된 면.

이제는 라면의 핵심인 스프를 만들 차례였다.

현대에서는 감칠맛을 위해 MSG가 잔뜩 들어갔지만, 우리에겐 그런 것 따윈 없으니, 자연산 감칠맛을 내뿜는 식재료를 사용해야 했다.

먼저 치킨을 우린 치킨 스톡과 소고기로 만든 비프 스톡을 만들어준다.

감칠맛 하면 스톡, 스톡하면 감칠맛이기 때문에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주재료였다.

그것에 감칠맛을 더욱 첨가해 줄, 다시마와 조개도 같이 끓어, 더욱 응축된 맛을 끌어올려 주었다.

그다음, 스톡으로 사용한 재료들을 꺼내, 전부 곱게 갈아줘야 했다.

보통 같으면 이번에도 류월을 부를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구체, 믹서기 모드.”

자신의 기 응용법으로 만든 검은 구체를 만든 구체를 소환한 강하가, 갈아버릴 재료들을 전부 구체 안으로 넣어버렸다.

그러자 검은 구체가 윙윙하면서 소리를 내더니, 어느새 체에 걸러도 말끔하게 나올 만큼 곱게 갈렸다.

“그게 뭐야?”

“음...뭐 공격으로 쓰든, 방어로 쓰든, 요리에 쓰든 내가 소환한 녀석이니까, 며칠 동안 연습했지! 믹서기만 아니라 곱게 채썰기, 다지기, 심지어 다이스 찹*(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재료를 썰어내는 것)도 가능한 기특한 녀석이라니까?”

“.....이건 좀 깬다.”

이제는 자신이 소환한 구체마저도 조리도구로 사용하는 강하의 모습에 조금 깬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혁수였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잘했다며 구체를 쓰다듬는 강하의 모습이 마치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만지는 것처럼 굴었다.

그런 강하의 손짓이 기분 좋은지, 좌우로 웅웅 거리면서 날아다니는 구체의 모습이 영락없는 강아지의 모습 같기도 했다.

그다음, 육수와 섞어 다시금 잘 갈아준 다음, 수분기가 전부 날아가고, 가루가 될 수 있도록 이것을 잘 말려주어야 한다.

이번에는 류월을 불러서 간이 건조대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날씨도 쨍쨍하기도 하니, 구멍이 뚫린 바닥에 종이를 깔아둔 통에다가, 갈아둔 것을 잘 깔고, 먼지가 들어가지 않게 면 보자기만 위에 올려두었다.

마침 건더기도 중요하니 간단하게 무, 당근, 버섯, 마늘 같은 건더기를 작게 잘라, 잘 말라가는 스톡의 옆에 놔두었다.

그렇게 수분이 전부 날아가자, 꾸덕꾸덕하던 스톡은 이내 쉽게 바스러지는 고체가 되었다.

그런 스톡을 다시금 갈아서 고운 가루로 만들고, 색감을 위해 고운 고춧가루, 스톡과 비슷하게 만든 양파가루와 마늘가루, 후추, 소금 등을 넣어서 간을 맞추어 준다.

“자, 맛봐봐. 어때?”

“음.....오오! 은근 비슷한 맛이 나는데? 삼X라면 같아!”

“좋아 좋아....그럼 이제 직접 라면을 끓여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봐야 겠구만.”

그렇게 강하는 청라가 올 때까지의 사흘이라는 기간 동안, 만들고, 맛보고, 고치는 작업만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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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룩. 후루룩.

청라는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놀렸다.

탱탱한 면발, 입에 착 감기며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국물.

이것은 한 번 맛보면 끝장을 봐야 하는 녀석이었다.

삐질삐질 땀을 흘려가던 청라가 면을 다 먹었는지, 국물에 젓가락을 휘적휘적 거리더니, 이내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퍼마시기 시작했다.

“잠시만, 그 국물을 지금 다 드지시 마시고, 이걸 말아 드시지요.”

“이건....밥? 아니더냐?”

그런 청라를 멈추고 찬밥을 건넨 강하의 제안대로, 국에 말아서 한술 뜨니, 이것 참. 더더욱 멈출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우고 나서야 청라는 수저를 내려 놓았다.

“허어....정말 맛있군....헌데 이것이 정녕 누구나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예, 적절히 끓는 물에 이 가루와 건더기, 그리고 면을 넣고 조금만 끓여 주면 누구나 쉽게 만드는 라면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건...허허 참....마치 도술 같지 아니한가...”

언제나 강하의 요리에 놀라는 자신이지만, 이것만큼은 정말 믿기 힘들 지경이었다.

유통기간도 길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도 있으며, 정말 맛있는 요리.

“어떠하신지?”

“....당장 본격적으로 팔려면 무엇이 필요하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것은 팔지 않으면 등신이었다.

그만큼 상인의 눈에 이 상품은 마치 금덩이처럼 보일 만큼 엄청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빠르게 만들기 위해서는 저희가 만든 도구가 필요하며....적절한 인원과.....”

그렇게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상업의 이야기로 빠져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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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후.

한에서는 마치 도술 같은 음식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보관할 수 있는 기한도 길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으며, 맛 또한 훌륭한 음식이 심지어 가격도 저렴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스타 주막에서 만든 요리라고 하니, 양반이고 평민이고 누구나 가릴 것 없이 그 요리를 탐했다.

동네의 주막에서도 국밥 대신 라면을 팔았으며, 물량이 딸려서 팔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정도였다.

라면.

그 두 글자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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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느낌으로 라면의 모양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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