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1화 〉 2% 부족한 식사. (91/289)

〈 91화 〉 2% 부족한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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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태양이 어느새 새빨간 노을로 바뀌어 가는 유시*(17시~19시)

거리를 활보하며 즐겁게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한 어머님의 우렁찬 고함소리에 하나씩 집으로 돌아가며.

하루의 일을 끝마친 가장들이 오늘 저녁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주린 배를 잡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시간.

그것은 기다란 창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멍하니 마을의 외각 벽에 서서 머나먼 지평선을 바라보는 건우에게도 똑같이 돌아왔다.

서라벌의 입구 경계를 맞은 건우는 오늘도 혹시나 싶은 수상한 자들을 입구에서 막아내거나, 산에서 내려오는 짐승 같은 것들을 대비해 날카롭게 갈아놓은 창을 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교대 시간~”

“에휴...빨리빨리 좀 다녀 임마!”

“갑자기 배가 아파 잠시 뒷간 좀 다녀왔수....”

그러던 찰나, 저 멀리서 느릿느릿하게 걸어오던 남성에게 성질을 부리는 건우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손을 들어 보이는 남성.

“그나저나, 오늘 왜 이리 급하신거요?”

“돈도 안 받고 일 더 하기 싫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냐?”

“.....또 그 주막에 가려고?”

“......윽...”

보통 같으면 이렇게 성질을 부리지도 않고, 대충대충 넘어가던 건우가 오늘따라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눈치챈 남성은, 건우가 이 다음으로 달려갈 행선지가 어디인지 순식간에 맞춰버렸다.

그런 사내에게 정곡을 찔린 건우는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며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저번에 형수님이 ‘요새 남편이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다.’라며 하소연을 하시던데.”

“....여편네가 그런 것도 물어보든?”

흠칫.

건우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그때야 뭐, 요령껏 둘러대기는 했다만.....아이고오~ 언제나 늦게까지 일하는 지아비를 걱정하고 있는 형수님이 이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 알았다! 알았어! 다음에 그 주막에서 한턱 쏘마!”

“어이구!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요~”

“....이런 추잡한 녀석....!”

뺀질뺀질 웃으며 협박이나 하는 사내를 한층 험악한 표정으로 노려보던 건우는 결국, 두 손을 들고 한턱 쏘기로 약속했다.

“....어이쿠! 이젠 진짜 안가면 늦겠네!”

“하긴, 그 주막의 인기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늦게 가면 인파로 이루어진 줄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긴 하죠....”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눈치챈 건우는 허겁지겁 떨어뜨린 창을 줍고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저번에도 한 번 늦었다가 한참을 기다려서 식사했던 경험이 있던 건우였기에, 더더욱 발걸음의 속도를 높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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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다행히 줄이 그다지 길지 않아 건우는 금세 주막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주막의 정문에 달린 자그마한 종에서 청량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서 오세요!”

이내 종소리를 들은 직원, 벼루가 밝게 웃으며 그런 건우를 반겼다.

“자리 있습니까?”

“네~ 이쪽으로 와주세요.”

다행히 아직 곳곳에 빈자리가 있었기에, 건우는 빠르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시고 메뉴를 결정하셨다면, 저희를 불러주세요~”

“예~”

벼루가 떠난 후, 메뉴판을 펼친 건우는 오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흠....오늘은 무난하게 스파게티?”

갖가지 소스와 쫄깃한 면발이 훌륭한 스파게티도 좋은 선택이다.

허나, 스파게티는 저번에 왔을 때 먹었기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자주 오지도 못하기에, 이왕이면 저번에 먹었던 메뉴를 먹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오! 역시 여기에도 새로 생겼군.”

요즘, 마을에서 아주 유명한 요리, 라면.

맛있고 간편한 데다가 가격도 저렴했기에, 건우도 라면을 사서 가족들끼리 먹었던 경험이 있었다.

스타 주막에서 만들었으니, 당연히 메뉴에도 포함되어 있겠지.

하지만, 라면은 굳이 이곳에서 먹지 않아도 먹을 수가 있었고, 이것 또한 면 요리였기에 선뜻 고르기에는 애매한 메뉴였다.

“그렇다면....역시 고기인가?”

고기.

풍부한 육즙과 든든한 한 끼 식사를 담당하는 훌륭한 요리.

마침 오늘 단체 훈련이 있었기에, 몸에서 묵직하고 기름진 음식을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고기로 방향을 잡은 건우였지만, 역시나 한참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삼겹살 덮밥도 맛있고, 스테이크, 생선구이, 닭구이 등등, 고기요리만 해도 수십 가지는 되었기에, 그중에서 딱 하고 고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소고기도, 돼지고기도, 닭고기도, 해산물도 먹고 싶은데...이를 어찌하면....어?”

한참 메뉴판을 뒤적거리며 고민에 빠진 건우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

“그래...이거라면?”

소고기도, 돼지고기도, 닭고기도, 해산물도 먹고 싶다면, 다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저기요?”

“네~ 주문 결정하셨나요?”

이내 한 요리를 시키기로 결심한 건우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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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끝내고 기다리기를 십 여분.

“기다리셨습니다! 믹스카츠 나왔습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이내 뜨거운 철판에 담긴 요리를 들고 오는 긴 귀를 쫑긋거리던 직원이 호쾌하게 인사하며 요리를 건우 앞에 내려놓았다.

믹스카츠.

섞이다. 의 믹스와 튀김의 카츠가 합쳐진 말로써.

말 그대로 여러 가지 튀김이 섞인 요리라는 뜻이다.

두툼하게 튀겨진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가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잘려져 있었고.

큼직한 새우 한 마리는 통째로 튀겨져 있었다.

그야말로 바싹하게 튀겨진 고기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꿀꺽....”

힘들게 움직여 몸이 밥을 원하고 있는 상태의 건우는, 입속에서 새어 나오는 침을 연신 삼켜댔다.

“...잘 먹겠습니다!”

고소하게 튀겨진 튀김 냄새에 더 이상 참지 못한 건우는 이내 젓가락을 들어 올렸다.

먼저 그가 들어 올린 것은, 돼지고기였다.

“으음...!”

한 입 씹자, 바삭한 튀김이 먼저 그의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 뒤로 씹히는 돼지고기의 식감은 풍부한 육즙, 씹는 맛이 있는 육질.

두툼하게 튀겨낸 안심은 그 누가 먹는다 한들, 모두가 감탄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집은 것은 소고기.

돼지고기와는 다르게, 소고기는 살코기 중심에 퍼져있는 그윽한 지방층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고소하고 훌륭한 합주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닭고기는 어떠한가.

큼직한 닭 다리 살을 발라내어 튀겨낸 닭고기는, 닭 다리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그러면서도 육즙이 풍부한 훌륭한 맛이었다.

새우의 탱글탱글한 살이 해물 특유의 바다향을 내며 코를 즐겁게 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결국, 느끼한 기름을 잔뜩 먹은 튀김들.

그렇게 먹다 보면 어느새 속이 느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같이 나온 접시에 담긴 두 가지 양념을 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탁한 색을 내면서도 밝은 갈색의 양념은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을 내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를 양념에 푹 찍어 한 입.

느끼한 튀김의 맛을 양념이 잘 잡아내며 마치 새로 시작하듯 다시금 깔끔해진 입으로 더욱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다음은 하얀색의 양념.

무언가 다진 듯한 건더기가 잔뜩 들어 있는 이 양념은 금방의 밝은 갈색의 양념보다 더욱 산미에 집중되어 있었다.

새콤하면서 느껴지는 달걀의 풍미, 그리고 약간 기름진 이 양념은 새우튀김과 아주 찰떡궁합이었다.

그리고 가끔 물릴 때는, 정확히는 어떤 채소인지는 모르겠으나, 잘게 채 썰어 약간 분홍빛을 머금은 양념으로 버무린 것을 한 입 먹어준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며,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무친 채소를 먹으니, 말 그대로 밑도 끝도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후우....잘 먹었다...”

밥 한 톨, 조그마한 튀김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은 건우는 든든하게 찬 배를 두들겼다.

여러 가지 고기들이 듬뿍 담긴 믹스카츠는 정말이지 최고의 맛이었다.

허나.

무언가,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저기.”

이윽고 그 답을 깨달은 건우는 손을 들어, 다시금 점원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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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태양의 빛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둥근 달이 점차 하늘로 올라가는 시간.

“오셨어요?”

“아빠다!”

“아버지! 오셨어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용케 자신인 것을 알아챈 아내와 자식들이 벌컥 방문을 열어, 건우를 환영했다.

“어? 아버지, 손에 든 것이 뭐예요?”

“맛있는 냄새!”

“어머 참....이 늦은 시간에 왠....”

건우가 한 손에 들린 보자기로 둘둘 쌓인 무언가에서 그윽한 냄새가 나는 것을 눈치챈 자식들이 순식간에 건우한테 들러붙었다.

“너희들이 좋아하던 주막의 음식 좀 사 와봤지!”

“와! 신난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보자기를 풀자, 그 안에는 스타 주막의 도시락이 담겨 있었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아이들은, 이내 도시락 뚜껑을 열어 무엇이 담겼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돈도 없는 양반이 웬일이래요?”

“하하! 임자도 얼른 먹게.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어.”

“아! 오빠! 치사하게 먼저!!! 엄마!!! 오빠가 먼저 먹어요!”

“아니거든? 그냥 집어본 거거든?”

“얘들도 참....같이 먹어야지?”

건우가 따로 부탁해 사 온 믹스카츠를, 가족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주막에서 느꼈던 부족했던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에는 다 같이 주막에 가야겠구나.’

그렇게 건우의 집에서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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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카츠같은 경우는 보통, 치킨카츠와 돈카츠 아니면, 에비카츠(새우튀김)와 3가지 카츠 중 하나 와 구성되어 거의 2가지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으나.....솔직히 여러가지를 맛보고 싶단 말이죠....

돈가스 집 중에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밥 퍼주는 곳이 있다면 거르는 편입니다.

그정도로 배가 차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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