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저 하늘을 날아올라!
* * *
“어.....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일단, 내가 걸어두었던 위장술부터 풀도록 하지.]
갑작스럽게 용으로 변신하라는 류월의 말에, 잠시 벙찐 강하가 되묻자, 류월이 손가락을 튕겼다.
인간 때랑은 다른, 거대한 용의 모습으로 손가락을 튕기자, 엄청난 굉음처럼 느껴졌다.
“아...! 하...이거 더 자라있네....”
그리고, 자신의 이마를 더듬는 강하.
그녀의 이마에는 류월의 뿔과 비교해선 아주 작은 돌기 같은 느낌이지만, 검은 뿔 하나가 왼쪽 이마에 삐죽하고 튀어나와 있었다.
막 용이 되었을 때 생겼던 뿔이지만, 머리카락으로 숨기려다가 힘들어져서 류월에게 감추어 달라고 했었던 것이었다.
그때에 비해서 더욱더 자라나 있는 뿔을 강하는 신기하듯 매만졌다.
[네가 막 반룡이 되었을 때는, 여의주의 힘이 안정적이지 못하여 마구 분출되었으나, 안정을 찾아가고 나서는 그 뿔에 네 힘이 저장되는 것이다.]
“건전지야?”
[음?]
“아..아니! 계속해줘.”
힘세고 오래가는 건전지에너X이저를 떠올리던 강하에게 류월이 무슨 소리냐 묻자, 별것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용으로 변한다고 해도, 아마 이 몸처럼 완전한 용은 되지 못 할 테지, 솔직히 이 몸도 반룡은 처음 보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애초에 인간형 모습이란, 본래의 막강한 힘을 억누르는 것이다. 이 몸은 뛰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마음먹은 대로 원활하게 변할 수 있으나, 네 몸은 원래 인간이었기 때문에 너도 모르게 그 힘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그 힘을 해방하면, 자연스럽게 반룡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을 터.]
“흐음...그렇구만....그런데 말이야...”
[음?]
“꼭 변신해야해?”
강하는 분위기상, 말하기 힘들었던 말을 뱉었다.
애초에 강준은 원래 보통의 인간.
반룡이 되어서 편하기는 하나, 이 상태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굳이 변신술까지 배워서, 이 이상 강해진들, 그야말로 인간에서 멀어지는 괴물 아닌가.
“나는 그냥 이 모습도 충분...”
“에에? 아니 형! 남자의 로망은 변신 몰라?”
“그럼요! 저는 아씨의 용 모습도 보고 싶어요!”
“어....그래?”
솔깃.
강하의 귀가 조금씩 움찔거렸다.
“오오...셰프님...셰프님도 드래...아니 용이셨....!”
“그러고 보니....셰프님이 마을에 쳐들어왔던 악귀를 때려 잡으셨지...!”
솔깃. 솔깃.
이내 미친 듯이 쫑긋거리는 강하의 귀.
‘아니 이 미친 팔랑귀 새끼야! 고작 저런 입 발린 말로 그렇게 쉽게 넘어가면...’
“그런가아...? 나 멋있을까?”
“형! 원래 남자의 간지는 변신이야! 헨신!”
“그치? 솔직히 가면X이더 개 좋아했단 말이야!”
강하.
그녀는 원래 현대에서도 요리에 열중하고, 주방에서도 언제나 침착하고 카리스마 있는 존재.
하지만 그녀의 약점 또한 존재했으니...
바로 귀가 너무나도 얇다는 것!
애초에 그가 현대에 오기 전, 열심히 모은 돈을 코인에 꼬라박은 계기 또한, 주변인의 추천 덕분이라는 것을.
금방까지도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에 빠져있었지만, 이내 그녀의 표정은 한껏 풀어져,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까짓 거...한번 해보지!”
[으음...뭐 좋다. 방법은 간단하다. 힘을 끌어내도록.]
“...엥? 그게 끝이야?”
뭔가 복잡한 과정이 있을 것만 같아 긴장하던 강하는 의외로 싱거운 방법에 풀이 죽어버렸다.
[네 이마에 자라난 뿔을 중심으로, 전신에 힘을 보낸다고 생각 하거라, 네가 만든 구체는 그 힘을 외부로 내보내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외부로 보내지 말고, 전부 체내에 때려 박도록.]
“아아..응...알았어...”
뭔가 모 만화의 전투종족이 하는 변신 같기는 하지만, 뭐. 강하는 일단 자세를 잡고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통 구체를 생성할 때와는 다른, 마치 멈추지 않는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듯, 힘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잠깐..! 이거 너무 많...!”
[집중하거라.]
갑작스러운 기의 변화에 당황하며 자세를 흩트렸지만, 류월은 그저 집중하라는 말뿐.
검은 번개가 강하의 머리 위에 내리친다.
그리고, 류월이 변하던 때 생성되던 안개가, 그녀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오...! 오오오..!!!”
“셰프님...괜찮은 거 맞나요..?”
“어...음...일단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게...?”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알아챈 스타 주막의 직원들은 어느새 강하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쿠르릉.
검은 안개에선 연신 천둥이 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눅진하게 뒤덮은 검은 안개들이 겉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잘...된건가?”
여전히 강하의 모습이 있었다.
허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이마에 있던 뿔의 크기가 더욱 커졌고, 그녀의 등 뒤에는 작은 검은색 날개가, 엉덩이에는 비늘로 뒤덮인 꼬리가 살랑거렸다.
강준의 눈이 마치 파충류처럼 동공이 세로로 찢어져 있고, 그녀의 이빨은 마치 상어처럼 아주 날카로웠다.
손은 마치 커다란 공룡의 장갑을 낀 것처럼 거대해져, 가져다 대기만 해도 잘려 나갈 것만 같은 손톱이 자라나 있었다.
[음...역시 원래 인간이었기 때문에, 인간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구나.]
“이게 변신...? 이건.....마치...?”
그렇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일본의 코믹축제에서나 나올 법한 드래곤 코스프레를 한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구..귀여워라...!”
“어머! 아씨 너무 귀엽다아~”
"셰...셰프님....풉...!"
“ㅍ....프흣...형....진짜 멋있다아...큽...!!”
그렇기에 강하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아주 귀여운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되고 말았다.
“아니! 이게 무슨 변신이야?! 나는 막! 어! 가면X이더 조X마냥! 어! 변신할 줄 알았는데....이건 그냥 코스프레잖아!”
[허나, 네 기의 량이 매우 비대해진 것을 너는 느끼고 있을 텐데?]
“어?....확실히....엄청 늘어나기는 했는데...”
그런 모습에 불평을 늘어놓는 강하에게, 류월이 말하자, 다시금 자신의 체내를 확인한 강하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이라면, 보통 생성할 수 있던 구체 최대치의 100배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이기는 한데...이거 완전 살인병기 아냐...?’
반룡의 자신도 이만큼 강한데, 진또베기 용인 류월은 얼마나 강한 거야?
강하는 다시금, 류월을 골칫거리로 만든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존재가 자기 맘에 안 든다고 날뛰기라도 한다면....
‘....다음에 저 녀석이 좋아하던 치킨이나 튀겨줘야겠다.’
마음속으로 류월에게 조금이나마 친절하게 대하자고 생각한 강준이었다.
[자, 그럼 이제 출발하지.]
그렇게 우리들의에슐란 으로 가기 위한 하전으로 떠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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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보다 더 위.
맑은 하늘을 마치 바닷속처럼 자유롭게 헤엄치는 검은 용.
“우와....! 구름이...구름이 제 눈앞에 있어요...!”
항상 고개를 높게 들어, 바라만 보던 구름이, 자신의 시야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감격한 파렌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용을 타고 있다니....나중에 자매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기절할지도 모르겠는데?”
힐라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체, 입가에 미소를 마음껏 지으며 신나게 외쳤다.
“무야호!”
그런 힐라의 앞에서 목청껏 무야호를 외치는 혁수.
“음? 무야호가 뭐야?”
“그만큼 신이 난다는 거지!”
“그런가...그럼 나도..! 무야호!!”
혁수의 모습을 지켜보던 힐라도 연달아 무야호를 외쳤다.
“우..우와..어어...!”
그리고 그런 흑룡의 옆에서 같이 날아가고 있는 한 사람.
“이..이거 쩐다아...!”
하늘을 자유롭게 난다. 라는 인간 홀몸으로는 해내기 힘든 일을 지금, 강하는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것으로 대답했다.
시원한 공기가, 그녀의 폐에 스며든다.
상층권이라 공기가 희박하지만, 류월이 알려준 대로 방어막을 몸에 두르니, 호흡에도 문제가 전혀 없었다.
“으...으아...! 하늘을 난다니...실감이 전혀 나질 안아요오!!”
그리고 류월의 검은 몸체에 자신의 몸을 딱 붙여서 힐끔힐끔 하늘 아래를 바라보던 벼루가 잇따라 비명을 질러댔다.
처음 공중을 나는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무섭다는 감정이 더 앞서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 풍경을 어떻게 그릴까 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공포를 이겨내는 것은, 역시나 흥미밖에 없는 것 같다.
“이것도 좋지만....셰프님이랑 같이 날고 싶었는데...”
이때, 우리의 스타 주막의 부주방장. 향이는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강하가 용의 모습이 된다면, 그 등 뒤에 타서 같이 날고 싶었던 희망이 있었으나, 강준은 인간형이 한계였고, 처음 하늘을 나는 것이기에, 안전상 결국 류월의 등 뒤에 매달려 가게 되었다.
“하하! 이거 진짜 개쩐다아!!”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하는 마치 소년 시절의 꿈을 꾸는 것처럼, 하늘을 나는 것에 열중해 있었다.
어느새, 그들의 발아래에는, 항구의 마을, 하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