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이 요리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
* * *
저...정말이십니까?
그래, 그.....내가 이 몸으로는 좀 힘들어서 말이지...
반룡의 힘을 숨기지 않은 체, 작은 몸으로 오크통을 번쩍 들어 올린 강하는, 어떻게든 자신을 바라보던 이들에게 둘러대기 시작했다.
그 신체에 완력 강화 같은 마법이 상시 주문되어 있다니...!
나...나 쯤되는 사람이면 그 정도는 당연하지!
‘아니야, 사실은 나도 어쩌다 보니 된거야...’
이런 어린이의 몸으로는 요리가 힘드므로,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완력을 올려주는 아티팩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대충 둘러대자, 다행히도 시란과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강하의 말을 믿어주었다.
아티팩트라니....엄청나게 귀한 물건인데....
어떤 아티팩트는 성 한 채 값이라고도 하던데....!
그만큼 강하 셰프님이 대단하단 소리 아니겠어?
강하가 증거로 자신의 머리에 달린 분홍빛 머리끈을 보이자, 그들은 이내 수군거리며 저마다 존경의 눈빛으로 강하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 머리끈은 아티팩트는 무슨, 시장에 가서 4동이면 살 수 있는 흔하디흔한 머리끈이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후...일단 이어서 만들어 볼까?
차갑게 식힌 에일을 그릇에 붓고, 한에서는 다르게 빵을 만들기 때문에 역시나 존재하는 이스트를 조금 넣어준다.
그리고 체에 거른 밀가루를 천천히 넣어가며 잘 저어준다.
적절한 농도가 될 때까지 저어준다면 튀김옷은 끝!
튀김옷을 차갑게 하는 이유는,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이라는 것부터 설명을 해야 했다.
쌀, 보리, 밀 등에 들어있는 단백질로 물과 열을 가하면 호화(점성이 높아져서 풀처럼 끈적하게 되는 현상)가 되는데, 튀김옷에 호화반응이 일어나면 튀김이 바삭거리지 않고 눅눅해지기 때문에 항상 차가운 상태로 튀김옷을 만들어야 튀김이 바삭거린다.
먼저 생선에 밀가루 옷을 가볍게 입히고, 냄비에 기름을 부어, 불에 올려준다.
온도는 기름에 튀김옷 부스러기를 던지면, 거품이 순식간에 보글거리며 올라오면, 적당히 튀길 온도가 된 것이다.
감자는 그대로 넣어, 한번 가볍게 튀겨낸 뒤, 잠시 꺼내서 기름기를 빼내고 식혀준 뒤, 살짝 온도를 올려 한 번 더 튀겨낸다.
그 뒤로는 간단하게 소금간만 해 준다.
그사이 밀가루 옷을 입힌 대구도 튀김옷을 묻혀서 튀겨낸다.
대구도 마찬가지로 가볍게 튀긴 후, 한번 빼냈다가 다시금 튀겨내야 더욱 바삭한 피쉬앤 칩스가 완성된다.
....이대로 먹기에는 조금 모자란데?
이제 접시에 올려서 먹으면 되지만, 약간 무언가가 모자랐다.
본고장인 영국에서야 식초만으로 먹는다고는 하지만, 나는 조금 이 요리를 꾸며줄 만한 무언가를 원했다.
그렇다면 바로 만들어야지.
깊게 파인 접시를 하나 꺼내, 흰자를 분리한 노른자만 넣어준다.
이곳에 식초, 겨자, 후추, 그리고 식용유를 넣어준 뒤, 거품기를 이용해 저어준다.
어느 정도 잘 섞였다면, 식용유를 한 큰술씩 넣어주면서 농도를 잡아준다.
이때 중요한 점은, 물이 튀거나 거품기를 젓는 것을 멈춘다면, 기름이 분리돼서 완전히 망할 수 있으니, 손이 쉬면 안 된다.
노른자가 들어가 노랗던 색깔이 조금씩 옅어지고, 꾸덕꾸덕해져 가면, 피시엔 칩스에 곁들여 먹을 간단한 수제 마요네즈 또한 완성되었다.
자! 피시엔 칩스 한 접시 완성!
오...오오...냄새가....아주 고소합니다....!
저 마요네즈라는 것도 신기하네....어떤 소스지?
그나저나 감자를 튀겨내다니...그러고 보니 3 왕녀님이 만드셨다는 크로켓도 감자를 튀겨 냈었지?
강하가 플레이팅을 끝낸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자, 순식간에 큰 관심을 보이던 요리사들이 달려들었다.
저....맛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어~지금도 계속 튀기고 있으니까, 천천히 맛봐.
그....그럼....!
잠시만요! 저희도 먼저 맛보고 싶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에...에잇! 이 자식들이! 당연히 이 주방의 조리장인 이 몸이 먼저 맛봐야 할 것 아니냐!
으....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던 시란에게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오자,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어떻게든 첫 한 입을 사수했다.
그...그럼 먼저 대구부터....
시란이 대구에 포크와 나이프를 가져다 대며 썰자, 바삭하게 잘려나가는 튀김옷과 고소하고 바다 향이 가득한 대구의 향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오..오오...!
시란은 그 황금빛 대구의 자태에 잠시 넋이 나가더니, 덥썩 하고 잘라낸 대구를 한 입 맛보았다.
첫 입은 크런키하게 씹혀나가는 바삭한 튀김옷이 씹는 맛을 즐기게 해 주었고, 그사이에 잘 익은 대구살이 부드럽게 녹아내리자, 이번에는 혀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허..허흐...! 허읍...!
어...어떠십니까?
마..맛은? 식감은?
뜨거운 콧김을 내뱉으면서도 우걱우걱 씹어대는 시란의 모습에 전 주방 사람들은 모두들 침을 꼴깍 삼키며 맛에 대한 감상을 재촉했다.
일...일단....이 바삭거리는 겉면과....부드러운 대구살이 일품이야...! 순식간에 대구 손질을 끝내셨는지 비린 냄새도 거의 나지도 않고....이 감자! 이 감자 또한 계속해서 손이 간다...! 짭짤하고...바삭한 이 감자....? 그 칩스? 라고 부르는 이것 또한 정말 맛있군...!
이 마요네즈라고 하는 소스 또한,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정말 잘 어울려...!
우...우와....!
나...나도 한 입....!
이..이자식! 너만 입이냐?
그 손 치워! 이건 내 꺼라고!
시란이 장황하게 늘어놓은 맛의 감상 덕분에 그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접시에 남은 피쉬앤 칩스에 달려들었다.
바...바삭해...!
생선은 언제나 굽는 방식으로만 요리했는데...이런 방식도 있구나...!
이 소스도 먹어봐...! 정말 최고야!
자자~아직 더 있으니까, 실컷 먹어라~
그런 그들의 앞에 잔뜩 만들어 놓은 피쉬앤 칩스가 담긴 접시를 내려놓자, 그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나탈리 호에도 저녁 시간이 돌아왔다.
허기진 배를 문지르며 아넬의 안내에 따라 식당으로 찾아온 스타 주막의 직원들은 지정된 자리에 앉아, 저녁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배고프다....그나저나 형은 어디 간거지?”
“그러게요..? 셰프님의 방에 찾아가 봐도, 안계시더라고요....”
“그러게나 말이다. 이 몸은 어서 밥을 먹고 싶구만...”
그러나 직원들이 전원 모였음에도, 단 한사람, 강하만이 이 자리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이번 저녁 요리를 만들고 계신 거 아닐까요?”
“뭐? 에이 설마~ 우리는 여기에 극진히 모실 손님으로 왔는데....설마 또 여기서 일을 하고 있겠어?”
파렌이 혹시나 싶은 생각을 말해 보았으나, 혁수는 이내 파렌의 말을 부정했다.
“그래도 아씨 성격이면 또 일을 만들 성격이잖아. 혹시 알아? 지금 저 조리실에서 강하 아씨의 요리를 보고 요리사들이 또 열광에 빠질지?”
“그건....솔직히 이해가 갑니다....저 또한 처음으로 셰프님의 요리를 보았을 땐, 마치 찬양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런 혁수의 말에 힐라가 반박하며 말하자, 파렌이 그 마음 이해한다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결국, 강하 셰프님은 어디 계시는 걸까요?”
“그러게...진짜 주방에 있는 거 아냐?”
그렇게 강하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그사이,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오래 기다렸지?”
“아앗...! 역시! 내 말 맞지? 아씨 성격이면 저럴 것 같았어!!”
그 발걸음의 주인은 바로, 피쉬앤 칩스가 잔뜩 담긴 접시를 들고 다가오는 강하였다.
“응?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아니..형은 여기까지 와서 또 요리해?”
“아..그게...아넬이 내 방에 찾아와서 부탁하더라고....여기 요리사들이 제발 한 번만 보고 싶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찾는데 안갈 수는 없잖아? 하하!”
혁수가 얼탱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강하는 그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건 다 상관없다! 그래서, 오늘 요리는 무엇이냐?”
그리고 배가 고파서 얼른 밥이나 먹고 싶은 류월이 그딴 건 알 바 아니라는 듯이 어서 요리를 내놓을 것을 재촉했다.
“아, 마침 우리가 배 위에 있고, 싱싱한 대구도 있어서 피쉬앤 칩스 만들어 봤지.”
“어! 그거 저번에 형이랑 같이 유럽에 갔을 때 먹었던 거 아냐? 그거 개 맛있던데...! 아싸!”
“오....생선인 대구를 튀김옷에 튀겨낸 건가요? 흥미가 돋네요!”
“이 소스는....분명 마요네즈였나요?”
“오? 잘 기억하고 있네? 그래, 이제 여기에다가 피클하고 양파, 삶은 달걀을 섞으면 타르타르 소스가 되지. 그것도 별미야”
“자..잠시만요! 그...피클....? 이랑 양파, 그리고 삶은 달걀이요?”
“달걀은 완숙으로 삶아내서, 잘게 잘라내야 특유의 고소한 노른자의 맛이 소스의 내부로 잘 퍼져나가...”
“어허! 그런 건 나중에나 하거라! 이 몸은 매우 배가 고프단 말이다!”
강하가 새로 만든 요리에 엄청난 학구열을 펼치는 파렌에게 성실히 답을 해주던 강하의 말을 끊어버린 류월이 호통을 치며 어서 요리나 내놓으라고 재촉했다.
“예이 예이~자, 여기 잔뜩 준비했으니까, 실컷 먹어. 난 아까 주방에서 많이 먹었어.”
“오오...잘 먹겠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강하는 스타 주막의 직원들에게 접시를 건네고, 자리에 앉...지 않고 그 자리에서 걸어나왔다.
“여기 아넬 당신의 몫이요.”
“ㄴ...네? 저...저까지 챙겨주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그런 스타 주막의 직원들을 부러운 듯이 쳐다보던 아넬에게 걸어간 강하는 피쉬앤 칩스가 담긴 접시를 그녀에게 건넸다.
“어허! 원래 맛있는 건 같이 나눠 먹어야죠!”
“아..그...저....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강하의 행동에 말을 더듬으며 당황하던 아넬 이었지만, 이내 강하가 건네는 접시를 받아들었다.
“...꿀꺽...”
사실 아넬도 그 유명한 강하가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싶었지만, 자신은 유능한 종사자.
감히 손님에게 수고를 끼치는 부탁까지 했음에도 염치없이 음식을 얻어먹을 짓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손에는 강하가 만든 요리가 담긴 접시가 들려 있었다.
그 이상, 참지 못했던 아넬은 이네 포크와 나이프를 쓸 생각도 못 한 체, 맨손으로 튀긴 대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 맛있다아....”
바삭거리는 피쉬앤 칩스의 맛은, 역시나 극상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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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엔 칩스는 영국 요리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특히 영국이나 벨기에서는 이 피쉬앤 칩스를 튀길 때, 식물성 기름이 아닌 동물성 기름으로 튀기는 곳이 많은데, 그 맛이 마치 혈관이 막히며 트위스트를 추는듯한 맛이라고 합니다.
물론 저는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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