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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 옷이 날개야. (103/289)

〈 103화 〉 옷이 날개야.

* * *

­자! 내 방에 온 걸 환영하네!­

아델리아에게 이끌려 들어오게 된 그녀의 방.

“오....역시 왕녀는 왕녀...”

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거대하고 화려한 천들로 둘러싸인 빅 사이즈 침대가 강하를 반겼다.

그 밖에도 휘황찬란한 옷들과 장신구, 그리고 거대한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들이 역시 아델리아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자자...여기는 남자들도 들어오지 못할 터이니, 편하게 그대들이 입을 옷부터 골라볼까?­

아델리아의 말대로 강하가 뒤를 돌아보니, 혁수와 파렌은 아델리아의 방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르셨습니까? 아델리아 왕녀님.­

“우왁!!”

아델리아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를, 시녀들이 갑작스럽게 모습을 나타내었다.

­나를 따르는 시녀장 헬렌과 시녀들이네.­

­평안하신지요, 저는 애슐란 왕가 직속 시녀장, 헬렌 이졸데. 라고 합니다. 편하게 헬렌이라고 불러 주시기를.­

­아...네...반갑습니다.­

검은 장발의 머리를 한데 묶어 정갈하게 정리한 그녀는,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닮은 안경을 올리며 강하일행에게 인사를 올렸다.

­헬렌, 이쪽은 이번 만월제를 맞이하여 우리 애슐란을 찾은 한의 사절단들이야, 그녀들에게 어울리는 옷과 장신구로 그녀들의 모습을 아름답게 치장해 주게.­

­예, 분부대로.­

­아...잠깐만....예???­

­어머! 왕가의 옷을 입는다니! 이거 완전 횡재 했네요!!­

­아니....저 같은 미천한 계집애가 그런 고급스러워 보인 비단으로 만든 옷감을 입어도 되는지...­

­걱정 말아라, 그대들은 이 애슐란의 정식 손님 아닌가, 이런 것도 해주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체면이 서질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뭘 한다는 말이냐?”

”이분들이 엄청나게 아름답고 굉장한 옷과 보석들로 치장된 장신구들을 입혀준다는데요?“

“오! 그야말로 이 위대한 이 몸에게 잘 어울리겠구나!”

대충 둘러만 봐도 매우 아름다운 옷들을 바라보던 스타 주막의 여성진들은 대부분 이 상황을 반기는 입장이었으나, 단 한 사람.

­저...저는 그냥 이 옷으로 가면 안 되겠습니까?­

떨떠름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이 입고 있는 한복을 꼭 쥐고 있는 강하가 아델리아에게 간청했다.

지금 그녀가 입고 있는 한복만 해도, 처음 한으로 왔을 때, 향이가 건네준 옷을 용의 힘으로 언제나 청결하게 유지하여 입고 있었다.

그게 편하기도 했지만, 강하는 이 옷을 입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나 아직 여자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든데, 저런 예쁘장한 드레스를 입으라고?

‘안 돼...안 돼...! 마음이 죽어버려....!’

강하는 죽어도 그런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다.

­어허...아무리 그래도 애슐란에 왔다면, 애슐란의 법도를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으크극....그건 맞긴한데....­

허나,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씨! 매앤날! 그 옷만 입고 있는데, 이젠 좀 예쁜 것도 입어 봐요!”

“맞아요! 셰프님이 얼마나 아름다운데.....아깝잖아요...”

그런 강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힐라와 향이도 덩달아 강하에게 새로운 옷을 입어 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알았습니다....입어 보겠습....­

­자자! 결정 됬다면 빠르게 입어 보자고!­

­넵.­

­앗....! 자..잠시만...! 내가 직접 걸어갈 테니까아...!­

결국, 남자의 자존심을 버린 강하가 큰 한숨을 내뱉으며 허락을 하려는 말이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아델리아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며 하녀들을 부려 강하 일행을 탈의실로 데려가기 시작했다.

­자....잠깐! 거기 만지지 마..앗...! 으아아아!!!­

오랜만에 등장하는 항년 32세 함강준.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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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거 지인짜 이쁘다!!”

바닥까지 흘러내리는 긴 치맛자락이 푸른색에 물들어, 한번 움직일 때마다 마치 바다의 파도가 치는 것처럼 찰랑거렸다.

힐라는 자신이 입은 푸른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잡고는 신이 난다는 듯이 펄럭거렸다.

그런 그녀의 가슴팍에는 둥근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브로치가 마치 숲 속에서 보는 숲을 연상할 만큼 청량한 초록빛을 내 뿜었다.

­이거 진짜 마음에 들어요!­

­엘프이신 힐라님께는 자연의 색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이렇게 추천해 드렸는데, 마음에 드신다면 다행이군요.­

“호오....이건 나쁘지 않군.”

류월은 내심 시큰둥한 척하며 그저 그렇다는 뉘양스를 보였지만, 자신이 입은 드레스를 바라보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는 것은 아직 배우지 못한 모양이었다.

류월이 입은 드레스는 그녀의 머리칼과 같은 짙은 검은색에 각종 프릴과 레이스가 그려져 있었으며, 류월의 목에는 흑진주로 만들어진 목걸이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치맛자락은 무릎이 겨우 가려질 정도로 짧았지만, 그만큼 귀여움을 어필하는 듯한 아름다운 드레스였다.

“흐...흐흥...흐흐흥....~”

결국, 류월은 자신의 컨셉을 때려치우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제자리를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이....이거 너무 파렴치한 것 아닌가요?”

분홍빛이 맴도는 향이의 드레스는, 전신이 딱 달라붙는 슬림핏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는 천은 격자무늬가 새겨진 시스루로 만들어져, 향이의 어깨를 훤히 드러냈다.

그리고 가슴팍은 깊게 뚫려있어, 향이의 몸매를 더욱 드러내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복장이었다.

“.....가...가슴이...나보다.....크흑....!”

그런 차림이 익숙하지 않아 민망해하던 향이가 팔로 들어난 가슴을 가리는 곳을 지켜보던 힐라는, 자신의 가슴팍과 향이의 가슴팍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그녀의 눈에서 또르륵,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

“이...이이....이건.....!”

커튼으로 가려진 탈의실의 펄럭하고 열리자, 강하의 모습이 드러났다

다른 색감 없이 순수한 흰색이 가득한 비단에 곧은 치맛자락.

허리선부터 접혀 들어가는 프릴이 마치 한 송이 꽃처럼 장식되어 있다.

강하의 간곡한 부탁으로 여러 가지 장신구를 다는 것은 면했지만, 이미 이 모습만으로도 그녀가 치욕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허나 강하는 쭈뼛쭈뼛 거리며 이 모습의 수치감을 느낄 뿐이었다.

“어머어~너무 이쁘다!”

“음, 네 놈도 봐 줄만 하구나, 물론! 이 몸에 비하면 멀었지만 말이다.”

“미...미안한데, 제발 조용히 해줘....죽고 싶어지기 직전이거든....”

그런 강하의 색다른 모습에 힐라와 류월은 좋은 반응을 해주며 새로운 강하의 모습을 반겼다.

향이는 어디갔나고?

“강하 셰프니임!!”

“쿠헉...!”

향이는 이미 순식간에 강하의 곁으로 다가가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귀여우신 거에요!!!”

”자....잠깐..향아...나 숨...숨이....!“

향이는 자신이 입은 옷에 대한 부끄러움마저 잊어버린 체, 아름다운 강하의 모습만을 바라보며 흥분에 가득 차 있었다.

향이가 강하를 꼬옥 끌어안자, 강하는 그런 그녀의 가슴에 얼굴이 묻힌 상태로 괴로운 숨을 뿜어내고 있었다.

­잘 어울리지 않느냐? 멋지다 헬렌.­

­아가씨들이 모두 아름다우신 분들이라, 마치 드레스가 날개 같군요.­

그런 모습을 멀리서 팔짱을 낀 채로 바라보던 아델리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헬렌에게 칭찬을 건네었다.

­자자~옷도 다 갈아입었으니, 어서 가자꾸나.­

­네? 이제 어디로 가는 건가요?­

아델리아가 그런 그녀들을 한데 모으며 가야 할 곳이 있다고 말하자, 힐라가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 물었다.

­어디긴 어디겠느냐, 이제 아바마마를 알현하러 가야 하지 않겠느냐.­

­엑....! 곧바로 애슐란의 국왕님을 뵙는 겁니까?­

사절단으로 온 이상, 당연히 국왕을 알현하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만나러 갈 줄은 몰랐던 힐라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이미 아바마마는 알현장에 계신다고 하더군, 어서 뵈러가야 하지 않겠나?­

­하...하지만.....아무리 그래도 갑작스럽게 준비도 없이 국왕님을 만나 뵙기에는....­

­하하! 걱정 말아라, 우리 아바마마는 아주 어질고 훌륭하신 분이니까!

..........약간 너무 과보호하는 성격이 있기는 하지만...­

­예?­

­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이제 가지!­

분명 마지막에 무어라 말한 것 같았지만, 아델리아는 대충 얼버무리며 자신의 방에서 강하 일행들을 데리고 나왔다.

“오! 스승님! 그리고 류월! 향이도 예쁘네?”

“그치! 그나저나....너는 참....푸훕...!”

”아....아니 맞는 옷이 이거밖에 없는 걸 어떡해!“

방문을 열자, 그런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서 있던 혁수와 파렌이 그녀들을 반겼다.

허나 힐라는 혁수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혁수는 온갖 장신구와 세련된 턱시도를 입고 있었지만, 거대한 그의 몸 때문에 옷이 터질락 말락 하며 옷의 실밥들이 아우성을 지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애송이도 멋좀 부렸군.”

“하하...! 제가 이런 옷을 입을 날이 오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파렌도 마찬가지로 귀족처럼 옷을 차려입었는데, 자신이 이 옷을 입은 것이 맞는지, 이게 꿈은 아닌지 연신 확인하는 듯 보였다.

“그나저나.....크흡...!”

“와.....셰프님! 엄청 아름다우세요....!”

“그...그래...고맙다....”

강준의 차림새를 본 두 사람은 극과 극으로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으하핡하하락하핰!!! 결국엔 형이 드레스를 입은 걸 보게 되는구나!!”

“이 개자식!!!! 죽어! 죽으라고!!”

“케흨!!크...클클...! 쿨럭!”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한 혁수가 격하게 웃으며 강하의 모습을 놀리자, 결국 머리가 회까닥해버린 강하가 혁수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아 마구 흔들었다.

숨이 막히고 목이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혁수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이젠 싫어....!”

강하는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눈물을 참아내며 힘없이 중얼거렸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애슐란 국왕과 알현을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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