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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화 〉 드래곤? 용? 아 몰라 일단 불러. (105/289)

〈 105화 〉 드래곤? 용? 아 몰라 일단 불러.

* * *

­스타 주...아니 한의 사절단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예,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진혁이 언제나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폐하의 집무실 경비원에게 말하자, 그는 꾸벅 고개를 내리더니,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진혁이 언제나 보던 서류 더미 대신, 밝고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며 차를 내리는 국왕이 그들을 반겼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어어, 편하게 있게, 괜찮으니.­

­허...허나...­

그런 국왕을 보자마자 무릎을 꿇던 강하를 국왕은 손을 내저으며 그녀를 일으켰다.

­이곳은 온종일 귀찮게 하는 신하도, 자기 자신의 위신만을 챙기는 귀족 나부랭이도 없으니, 편하게 있게. 허허!­

­가...감사합니다.­

­마침 차를 내리고 있었는데, 자네들은 어떤가? 한잔 하겠나?­

­그럼 사양 않고.­

스타 주막의 일원들을 편하게 부르며, 인원수대로 찻잔에 차를 내리는 국왕.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이들은 이미 편하게 넓은 쇼파에 앉아,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진혁을 따라 슬그머니 쇼파에 앉았다.

­그래서 아바마마, 무슨 일이신가요?­

그런 국왕에게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묻는 아델리아.

­아델리아...너는 언제 또 여기에 따라왔느냐...­

­이런 일에 제가 빠지면 섭하죠!­

­....그래....그래도 지금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조용히 앉아 있거라.­

‘....국왕님도 고생이 많으시군.’

아델리아를 바라보는 국왕의 표정에서, 이미 그녀를 말릴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저희를 이렇게 불러낸 이유가 무엇인지...?­

들어 올렸던 찻잔을 다시금 탁자에 내려놓은 강하가 국왕에게 물었다.

­듣기로는 말일세....자네가 그 [기초 조리 교본]을 쓴 저자가 맞는가?­

­아..예...­

‘갑자기 조리? 설마....’

강하는 자신이 떠올리던 불길한 예상을 생각하며, 이어지는 국왕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책은 정말로 대단했네! 그 책 하나만으로도 우리 왕국의 요리사들의 요리의 질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지. 정말로 훌륭해!­

­송구합니다...­

­아델리아도 자네가 만들었던 요리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직접 요리를 하기도 했지. 물론, 그 크로켓이라는 음식 또한 훌륭했네.­

­그래서 말이네...이번 저녁에 이루어질 만찬, 자네가 혹여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그 말은 즉슨....제 요리로 만찬을 만들라, 가 맞습니까?­

­자네의 요리를 우리 애슐란의 귀족들에게도 맛보여주면 참으로 좋을 것 같아서 말이네.­

‘맞네 시발.’

강하는 자신이 예상한 결과가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마음속으로 큰 한숨을 내었다.

­...예, 국왕 폐하의 뜻이라면, 이 소매 한껏 걷어 올려 아주 근사한 요리를 만들겠습니다.­

­오오! 그것참 고맙네, 무척이나 기대되네.­

결국, 국왕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한 강하가 수락하자, 국왕이 빙긋 웃으며 격하게 반겼다.

­이야호! 신난다! 여기에서도 스타 주막에서 먹던 요리를 맛볼 수 있다니!­

­...왕녀님은 국왕님이 부탁하지 않아도 억지로 만들게 했을 거잖아요.­

강하가 대답하자, 결국 앉아있던 쇼파를 박차고 환호성을 내지르는 아델리아에게 딴지를 거는 진혁.

‘하...형님의 요리인가.....지렸다 시발...’

그런 그였지만 사실 강준의 요리를 먹지 못해 메말라 있었기에, 마음속으로는 아델리아와 같은 의견이었다.

“뭣이? 이곳에서까지 와서 요리를 만든다는 말이더냐? 그것참 훌륭한 생각이군, 이 국왕이라는 친구도 뭘 좀 아는 친구일세! 하하!”

애슐란 어를 모르는 류월을 위해, 힐라가 번역을 해주자, 벌떡 일어난 류월이 껄껄 웃으며 국왕에게 삿대질했다.

“야이 미친색...!”­죄송합니다 국왕님...이 애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괜찮네, 그녀의 시점으로 본다면, 나 역시 조그마한 아이에 불과할 테니.­

­그건 그렇긴.....예?­

버릇없이 구는 류월을 대신해 고개를 연신 조아리며 국왕에게 사과하던 강하에게 괜찮다며 말하는 말에 납득하던 강하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끼며 다시 고개를 올려 국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점으로...? 조그마한 아이...? 이상한데...뭔가...’

­안 그런가? 드래곤....아니 자네 나라의 말로는 요..용? 이라고 하는 존재 아닌가?­

­어...어떻게...류월이 용이라는 것을....?­

당황하던 강하의 질문에, 국왕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때는 약 3주 전, 애슐란.

국왕은 한 가지 근심에 빠져있었다.

“....요즘 음식의 맛이 매우 좋구나...”

그것은 바로 왕궁 조리인들의 실력이 급격히 상승해, 전보다 더욱 즐거운 식사가 가능해진 것.

그렇다면 매우 좋아야 할 일이건만, 그는 왜 근심에 빠져있는가.

바로 그 조리인들의 실력을 상승시킨 하나의 책.[기본 조리 교본]이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요리들의 본연의 맛을 끌어올려 주는 훌륭한 조리비법.

재료들도 애슐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삽화까지 들어있어 이해하기 매우 쉬웠다.

허나,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책의 내용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것이, 이 책을 쓴 저자의 의견이었다.

기본 중의 기본만 한다고 해도, 이렇게 훌륭한 맛이 나거늘, 그렇다면 그자의 본 실력은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인가?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가 딱 한 모금을 주고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처럼.

한 모금의 달콤한 물은 더욱더 갈증을 일으켰다.

더, 더욱더 훌륭하고 맛있는 요리가 맛보고 싶었다.

허나 이 책의 저자는 한에 살고있는 존재.

애슐란이라는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그가 한으로 갈 수도 없으니, 그자를 데려오는 것밖에 방법이 없....

­그러고 보니 곧 만월제이던가...­

그렇다면, 만월제를 핑계 삼아, 그 자를 한의 사절단으로 이 나라에 데리고 온다면...?

­그자의 요리를....맛 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생각을 떠올린 국왕의 손은, 이미 한에게 보낼 친서를 쓸 종이를 찾기 위해 분주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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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에서 그들이 애슐란으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아바마마! 정말 그들이 이 애슐란으로 오는 겁니까?­

­한은 우리와 친분을 맺은 나라 아니더냐, 이번 만월제에 그들을 초청하는 것도 당연한 지사지.­

그들이 이 애슐란으로 온다는 소식을 들을 아델리아는 쏜쌀같이 국왕이 있는 집무실로 찾아왔다.

­신나라~ 오랜만에 강하의 요리를 맛볼 수 있겠구나~­

­허허...그렇게 좋느냐?­

­네! 그리고 그 드래곤도 볼 수 있어요!­

­그래 그래, 그 드래곤...드래곤?­

반가운 소식에 펄쩍펄쩍 뛰며 소리치는 아델리아의 말에, 결코 쉽게 지나갈 수 없는 말이 하나 끼어있었다.

­드래곤이라면...그...하늘을 지배하며, 거대한 마력으로 나라쯤은 쉽게 부숴버린다는...그 드래곤 말하는 것이냐?­

­예! 그 나라에서는 그런 존재를 용이라고 부른대요!­

­아니! 드,,드...드래곤이라니! 이게 무슨...!­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면 나라를 통째로 지도상에서 지워버린다는 전설의 생물.

­그 용이라는 조...존재가 이 리스트에 적혀 있느냐?­

국왕은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애슐란으로 오기 위한 배를 탄 사람들의 명단을 보여주며, 아델리아에게 물었다.

­음...보자....아! 여기 있네요! 류월. 그녀에요!­

­류...월....그녀?...아니 그래...그녀가 정녕 용이 맞는가?­

­네! 조그마한 아이 모습이라서 너무 귀여워요!

마력도 엄청나더라고요!­

아델리아는 이렇게 말괄량이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의 재능은 매우 뛰어났다.

한번 궁금한 것은 무조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과 그것을 이해하는 뛰어난 지능, 그리고 대단한 마력까지.

마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아델리아마저도 엄청난 마력을 가진 존재라고 한다면, 분명 그녀가 자신이 생각하는 드래곤이 맞는 게 분명했다.

­드..드래곤이라니...이를 어쩐단 말인가...! 잘못해서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아바마마도 참! 걱정하지 마셔요! 얼마나 착하고 귀여우신 분인데요?­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국왕이 한탄스러운 한숨을 내뱉자, 별것이 다 걱정이라는 듯이 말하는 아델리아.

­그리고 류월 그녀는 강하의 말을 절대로 거스르지 않거든요.­

­뭐..뭣이?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드래곤을 길들인단 말이냐!­

또다시 이어지는 아델리아의 충격적인 말에, 국왕은 다시금 놀라며 물었다.

드래곤이란, 자기가 잘난 맛에 사는 극한의 나르시시즘에 빠진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자신에 비하면 먼지나 다름없는 인간의 말을 믿다니, 믿기지 않았다.

­류월이 그 스타 주막에 붙어있는 이유도, 강하가 만든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있는 거거든요.

저번에 류월이 사고를 치자, 강하가 저녁밥을 굶기더니, 세상 떠나갈 것 같은 표정을 짓던데요?­

­....그자의 요리가 그렇게나 뛰어나단 말인가..?­

그렇다면....뭐...괜찮지 않을까?

드래곤조차 길들일 정도로 훌륭한 요리.

어느새 자신의 입에 침이 고이는 것도 몰랐던 국왕이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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