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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8화 〉 마! 이거 무 봤나? 직인다 안카나! (108/289)

〈 108화 〉 마! 이거 무 봤나? 직인다 안카나!

* * *

­끄응....­

막 만찬회가 열리기 시작하는 이 시기.

이 거대한 왕국의 주인, 애슐란 디 바이제르는 자신의 처지에 맞지 않게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들기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신, 무슨 일인가요? 걱정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그런 모습에 그 옆에 앉은 왕비, 애슐란 디 바이엘른이 걱정이 된다는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아...아닐세! 별것 아니네....그저...기대가 돼서 말일세...하하...나 정도 되는 사람이 이렇게 칠칠하지 못해서야...­

­후후...그렇네요, 저번에 먹었던 크로켓도 엄청나게 훌륭했는데, 그것보다 더욱 대단한 요리가 나온다니....저도 왠지 긴장되기 시작했는걸요?­

이어지는 바이제르의 말에, 바이엘른은 후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있지 아델라, 너는 그 강하 라는 아이의 요리를 먹어봤잖아? 어때?­

그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카리안느도 궁금증을 참지 못해, 한으로 가는 사절단에 끼어 있었던 아델리아에게 강하의 요리에 관해 물었다.

­음....글쎄? 그 아이의 요리는 언제나 새로워서 말이지, 정말 기대돼!­

그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요리를 기다리는 입장이 된 아델리아 역시, 한층 부푼 기대를 품고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렴. 제라르, 그녀는 애초에 한에서 우리 애슐란으로 찾아온 손님, 이렇게 우리를 위해서 요리를 해주는 것에 감사를 표해야지.­

­알았어..형님...­

한참을 기다려도 요리가 나오지 않자, 손으로 턱을 괴며, 지루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제라스에게 카이제르가 조용히 타일렀다.

­저기 보렴, 프리안 누님도 차분히 기다리고 있잖니.­

­....누님은 그냥 원래부터 저런 느낌이었잖아.­

카이제르가 미동도 없이 묵묵히 곧은 자세로 앉은 프리안을 가리키며 말하자, 제라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저번에 아델리아가 만든 크로켓도 정말 맛있었는데.....그 강하라는 아이가 만드는 요리는 얼마나 맛있을까? 아아...기대된다...’

정작 그녀도 마음속으로는 무척 기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국왕님, 요리가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내오면 되겠습니까?­

­아! 그렇네. 어서 가져다주도록.­

왕궁에서 일하는 집사 한 명이 달려와 요리가 준비되었다고 전하자, 바이제르는 최대한 신나는 마음을 숨기고, 근엄하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바로 이어서 가려진 접시를 든 하녀들이 만찬의 요리를 착착 사람들 앞에 가져다 올려 주었다.

은색의 뚜껑으로 가려진 접시는 어서 빨리 그 뚜껑을 치워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어느새 본래의 한복 차림으로 돌아간 강하는 긴 탁자의 앞에 서서 차분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만찬에 앞서, 이번 요리를 먼저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뚜껑을 열어 주시길.­

강하의 허락이 내려지자마자,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빠르게 요리를 덮은 뚜껑을 열었다.

­오..오오...!­

­좋은 향기...­

­이건...뭐지? 엄청 맛있어 보여!­

그리고 감탄이 이어졌다.

새빨간 색의 스튜에는 배추와 고기가 뭉근하게 끓여져,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었다.

다른 접시에는 널찍한 접시에 팬케이크처럼 두껍지 않은, 얇은 것이 두 가지 색으로 만들어져있었다.

그리고 나온 그릇의 중심.

아름다운 갈색으로 물든 고기가 반짝거리는 윤기를 내뿜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딱 봐도 이 요리의 메인요리처럼 보였다.

­저 빨간 스튜처럼 생긴 것은, 우리 한의 대표적인 음식, 김치를 이용해 만든 돼지고기 김치찌개입니다.­

­기..기임치?­

­뭔가 매워 보여...­

­그리고 바로 앞에 담긴 요리는 여러 가지 재료를 밀가루 반죽과 섞어 부쳐낸, 전 이라고 하는 요리입니다. 이번에는 부추, 김치찌개와 마찬가지로 김치를 이용한, 두 가지의 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이 요리의 메인, 소갈비찜입니다.

오랜 시간을 뭉근하게 끓여내어 아주 부드러운 소갈비에 달콤하고 짭짤한 간장소스를 끼얹어 졸여내었습니다.­

­그런가...확실히 일반적인 소고기 스테이크보다 엄청 부드러워 보여...­

­갖가지 채소도 들어있는 것이 맛있어 보여...­

­애슐란과 한은 친분을 맺은 나라, 이번 기회에 애슐란의 왕가 분들에게 한의 전통 요리를 맛보여주고자, 이번 메뉴를 결정해 보았습니다.­

­호오...그렇군...­

­확실히, 애슐란에서 볼 수 없는 요리야....신기한걸?­

­그리고! 이번 요리에 맞추어, 이것도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한참 강하가 내온 요리에 놀라고 있을 사람들에게 강하는 자신이 준비한 것을 내밀었다.

­이...이건?­

­막대...기? 뭐지?­

­젓가락이잖아!? 오랜만인걸?­

강하가 꺼낸 도구가 한에서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던 아델리아가 외쳤다.

­젓가락...? 이건 어떻게 쓰는 도구지?­

­자~ 잘 봐봐....이건 이렇게 쥐고서...이렇게!­

­오...용케도 잘 쓰는 구나?­

­헹! 한에서 있을 때 연습 많이 했다고!­

아델리아는 젓가락을 덥석 쥐더니, 그들이 보는 앞에서 자랑스럽게 시범을 보였다.

­그럼, 만찬을 즐겨 주시기를.­

­크흠...! 잘 먹겠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식사 시간.

­으...으음....! 이 젓가락이라는 것은 은근히 쓰기 힘들군...­

­사용하시기 힘드시다면, 포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닐세, 이 자리는 자네가 한의 음식을 직접 준비해주지 않았나, 그렇다면 이 나도, 자네에게 맞추어 이 한에서 사용하는 젓가락으로 음식을 즐겨야지.­

끙끙거리며 젓가락을 다루는 바이제르에게 포크를 권했지만, 그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일단 젓가락은 잠시 두고, 이 김치찌개라는 스튜를 먼저 맛봐 볼까...!­

그렇게 말한 바이제르는 젓가락 대신 숟가락을 들어, 김치찌개를 한 술 들었다.

­,,,! 하아....이것 참....무언가 개운해지는 맛이군....­

풍부한 삼겹살의 지방이 녹아든 김치찌개의 국물은 묵직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이 칼칼하게 목을 넘겼다.

­이 김치라는 것 또한 씹는 맛이 있군요!­

­음! 고기도 부드럽고 맛있어!­

­코..콜록! 그런데 좀 매워....­

­...맛있어.­

­조금 매우시다면, 같이 나온 쌀밥과 같이 드셔보시죠.­

김치찌개가 그들에게 생소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맛있는 모양이었다.

허나, 매운 음식이 그다지 없던 애슐란에서는 이정도의 매움도 꽤나 버거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강하는 같이 나온 윤기가 흐르는 쌀밥과 같이먹는 것을 권했다.

­음....이게 쌀이라는 거로군. 밀을 주로 재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작물이야.­

숟가락으로 밥을 퍼올린 카이제르는 자세히 관찰하다가, 김치찌개의 국물과 같이 쌀밥을 맛보았다.

­...으음! 이거로군! 매콤하면서 자극이 강한 이 김치찌개를, 이 쌀밥과 같이 먹으니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꼭꼭 씹으니 미세한 단맛도 느껴져! 그런가....이 쌀밥이라는 것을 같이 먹기 위해서 이런 반찬들을 만드는 거로군....­

입에 있는 밥을 꼭꼭 씹어 넘기던 카이제르가 감탄한 목소리로 금방 먹은 쌀밥에 대해 칭찬하기 시작했다.

빵이 주식인 애슐란은 메인요리 하나만으로 배를 채우는 풍습이 있다.

스테이크나 스튜, 생선 요리 등, 하나의 주요리를 두고 간단한 사이드로 빵을 곁들이거나 하는 식문화였다.

허나 한은, 밥을 핵심으로, 그리고 수많은 반찬이 각각 조화를 이루며 식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식문화.

실제로 현대의 외국인이 한국에 식당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은, 쉴 새 없이 나오는 기본 반찬들이라고 한다.

­좋아...난 이 전이라는 걸 한번....!­

젓가락으로 낑낑거리며 부추전을 잘라낸 카리안느가 들어 올린 부추전을 한입에 입 속으로 넣었다.

­움...! 이거..바삭 거려...! 그리고 담백하게 느껴지는 이 채소...부추라고 했나..? 향이 좋은걸?­

­취향에 따라 준비된 간장에 한 번 찍어서 드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아! 너무 많이 찍으시면......늦었나...­

­어욱...! 무..물물!­

카리안느가 감탄한 부추전을 집은 제라스는, 강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추전을 간장에 푹 찍어서 한입에 넣고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체 물을 찾았다.

저거 많이 짤 텐데...

­어머...이 김치전도 맛있네요, 간이 딱 맞고, 이 김치라는 게 아삭거려서 씹는 맛도 있네요~­

바이엘른은 부추전이 아닌 김치전을 맛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음음~ 다 맛있기는 하지만, 이젠 못 참아! 난 이 소갈비찜을 맛봐야겠어!­

차례차례 음식들을 맛보던 아델리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번 요리의 중심, 소갈비찜에 젓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그렇구나, 그럼 나도...­

­다 맛있기는 하지만, 역시 고기지!­

­나도 먹어봐야겠어.­

그런 아델리아를 따라, 나머지 사람들도 하나씩 소갈비를 한 점씩 집어 올렸다.

그리고 한 입.

­......!!!!­

­와....­

­....너무 맛있군..!­

­..........맛있...어!­

­세상에! 프리안 언니의 표정이...!­

그리고 모두가 말을 제대로 잇지를 못했다.

부드러운 소고기에 풍부한 육즙, 그리고 배어 나오는 달콤하면서 짭짤한 간장소스.

그야말로 혀를 유린하는 듯한 맛.

달콤하게 졸여진 채소들 또한 푹 익어서 흐물거렸다.

그리고, 간이 센 소갈비찜이 조금 부담될 때, 흰 쌀밥 한 숟갈.

‘이게 야스지 시발....’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가.

스타 주막에서 즐겁게 음식을 즐긴 게 몇 개월 전.

그리고 처음 맛보는 한식이 갈비찜?

이건 못 참지!

조용히 구석의 자리를 차지한 채, 만찬을 즐기던 진혁은 한줄기 눈물을 떨궜다.

그리고, 감탄이 일던 자리는 어느새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허나 그들의 손을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일일이 감탄사를 남기는 것도 아깝다 여기며 그저 묵묵히, 입 속으로 이 한순간의 즐거움을 최대로 즐기는 것 밖에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

­저...저기...­

­예? 뭔가 불편한 것이라도?­

그러던 사이, 얼음의 공주라고 불리던 프리안이 손을 들어, 강하를 불렀다.

­이..이..쌀밥..이라는 거...혹시 더 있어..?­

­아 그럼요~ 한 공기 더 드릴까요?­

­.......­

누구보다도 먼저 밥공기를 비운 프리안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을 끄덕이며 리필을 요구했다.

­아...그럼 이 몸도 이 김치찌개와 밥을 더 줄 수 있겠는가?­

­나..나도! 난 이 부추전!­

­갈비찜! 이 갈비찜이라는 걸 더 줘!­

“형님, 저도 갈비찜 좀 더 주십시오.”

그러자 프리안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리필요구가 솟구쳐오기 시작했다.

­네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만찬은 준비된 요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이루어졌다.

그리고 식사를 끝낸 그들의 배는 빵빵하게 불렀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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