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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화 〉 허허, 개판이네. (113/289)

〈 113화 〉 허허, 개판이네.

* * *

“엄......저거...저래도 되나...?”

혁수가 머리를 긁적이며 바로 옆에 서 있던 강하에게 물었다.

“으음.....저건 좀 심한 상대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그런 혁수의 질문에 강하 또한 마찬가지로 그 의견에 동의했다.

“뭐, 저런 그레이트 씹새끼 상대로 우리가 뭐 가릴 게 있나? 우리는 그냥, 구경이나 하자.”

“쩝.....그렇겠지?”

“그러니까 팝콘이나 튀겨와, 개꿀잼 구경에 팝콘이 없으면 어째?”

“형이 튀겨와야 하는 거 아냐?”

“닥쳐 인마.”

짐승을 썰어내는데 대충 굴러다니던 녹슨 칼로 썰든, 고급지게 벼려낸 명검으로 썰든, 제대로 썰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뭐...뭐야 저 년은...? 뭐해! 어서 처리해!­

­옙.­

그저 터벅거리며 걸어오는 한 소녀.

아몬은 그런 류월을 바라보며, 자신을 따르는 호위들에게 류월을 처리하라 명했다.

그러자 그들은 빼들은 검을 쥐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류월에게 마찬가지로 다가갔다.

­씁....어려서 그런가...이렇게 겁이 없어서야 원....그냥 뒤로 물러나라, 굳이 내 칼에 어린 꼬맹이의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

그리고는 류월을 바라보더니, 한참이나 어린 소녀라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겨누었던 칼을 뒤로 빼며, 류월에게 통보했다.

허나.

“뭐라는 것이냐? 이 코쟁이 놈들.”

­허억..!­

찰나,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한참 거들먹거리며 류월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던 한 무사가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커...커헉....! 우욱...!­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무사는, 자신의 아랫배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빠른 속도로 그 무사의 아랫배를 가격한 것이었다.

­이...이년이 감히...!­

­애라고 봐주지 마라! 죽여!­

갑작스럽게 쓰러진 동료 앞에서, 그저 꽉 진 주먹을 풀지 않은 체, 잔잔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류월.

동료가 당한 것을 본 이상, 그들은 더 이상 봐주겠다는 마음 따위는 버린 지 오래.

다시금 시퍼런 칼날을 그녀에게 들이밀며 덤벼들었다.

“흥!....애송이 놈들.”

적어도 열 댓 명은 되어 보이는 검들이 그녀에게 달려들었지만, 류월은 그저 콧방귀를 뀌어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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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또 한 사람이 무도회장의 공중을 날았다.

“와.....저기 한 놈 또 날아간다~”

­자...잠깐...! 커헉....!­

“진짜 아프겠는데?”

­오..오지마....히이익...!­

­드래곤은 드래곤이구나.....저 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다루는군...­

­저게 진짜 드래곤....!­

(주인....나 드라고노바 라는 이름 바꿀래....)

­...그래...차라리 와이번노바 라고 바꾸자. 저런 걸 어떻게 이기냐...?­

한 손가락.

그녀는 자신에게 덤벼드는 실력자들을 그저 검지손가락, 단 한 손가락만으로 쓰러뜨리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무력에 무도회장에 있던 이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었다.

저번에 반룡인 강하에게도 전투...라는 이름으로 개발렸던 진혁은, 자신의 애검의 이름을 진심으로 바꿀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이게 끝인가? 참....기백이 없군, 죄다 텅텅 빈 강정 같아서 말이야...”

­으으윽....!­

­크하...­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 그녀의 앞에는 이리저리 널브러진 호위들과, 그 모습을 보며 점점 표정이 썩어가던 아몬과 그 정반대 표정을 짓는 인질로 잡힌 영애만이 남아있었다.

“자....이제 남은 건 네놈뿐인가...?”

모든 병사들을 제압한 류월은, 주먹을 꽉 쥔 체, 아몬에게 다가갔다.

­오...오지마!! 이거 안 보여? 엉?! 내.....내가 조금만 힘주면 끝이라고...!­

­히..히익....!­

그런 류월의 무력에 당황한 아몬이 자신에게 잡힌 영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류월에게 위협을 가했다.

“추하군.”

­무....뭐라고? 뭐라 말하는 거야..?­

“인간의 탈을 쓴 악귀놈은 굳이 봐줄 필요가 없지.]

“어...어어...? 혀...형? 저거 위험한 거 아냐...?”

“야 이...! 여기서 저 지랄을 하면...!”

공기가 흔들린다.

어디선가 우레 같은 천둥소리가 쿠릉하고 울렸다.

­히..히익...!­

쨍강하며 바닥에 떨어진 단검이 청아한 소리를 냈다.

류월의 이마에서, 그녀가 숨겨두던 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몬은 지레 겁먹고는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찍으며 뒤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다리는 아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이 무슨...!­

­허..허억..!­

그런 류월의 모습에 겁을 먹은 자들은, 아몬만이 아니었다.

그 모든 모습을 바라보던 귀족들은 기겁하며 물러섰고, 심지어 실신을 하는 자들 또한 있었다.

[조금 긴 여행이 될 것이다.]

전신의 물이란 물은 죄다 빼내던 아몬의 앞으로 다가오던 류월은, 그의 머리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크하...! 끅..­

그러자, 외마디 비명을 지르던 아몬은, 그대로 고꾸라져, 의식을 잃었다.

[자, 이제 끝인가? 참으로 시시하기 짝에 없구나.”

그렇게 아몬을 제압한 류월은 순식간에 자신의 힘을 도로 집어넣더니, 아주 상쾌한 얼굴로 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류월의 기분과는 정반대였던 인물이 하나 있었으니.

“음? 왜 그러나?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았는가? 이것 참....그래 그래, 이 몸에게 줄 답례를 생각하는가? 이 몸은 그래....네가 만들었던 갈비찜이 또 먹고 싶구나.”

“류...류...”

“어험...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도록! 이 몸의 위대함을 혀가 닳아버릴 정도로 읊조리는 것쯤은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

“류워어어어어얼!!!!!”

“히..히익...!”

자신의 기분도 모른 체, 그저 온갖 잘난 척을 하며 강하에게 어깨를 들썩이던 류월을, 강하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잘 들어라...! 앞으로 3일간 식사 금지!”

“무...뭣?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을 칭찬할지언정,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처벌을 내리는 것이냐!”

류월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지, 진심으로 강하가 왜 자신에게 화를 내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한다는 듯이 항변하기 시작했다.

“뭐...? 지금 이 주변을 돌아봐도, 그 말이 나와?”

광란 24명, 실신 13명, 공포에 떨며 숨이 넘어가는 이들 9명.

말 그대로 혼비백산이었다.

“애초에, 네가 굳이 그 힘을 쓰지 않아도, 저 늙어빠진 영감탱이는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었잖아!”

류월정도라면, 금방 보여줬던 것처럼 손가락 하나, 아니 머리카락 한 올로도 저 쓰레기 따위는 아주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에 취해, 자기 스스로 강함을 과시하며 이 사달을 내 버린 것이었다.

“그....그래....이 몸이 조금 과하기는 했군...하핫...!!...아..아무튼 나는 일을 끝냈으니....잠시 방에 가서 쉬어야 겠...”

“닥쳐.”

“.....”

말도 안되는 변명을 대며 은근슬쩍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류월을, 강하가 멈춰세웠다.

“앞으로 3일간, 물도 마시지 말고 방에서 박혀있어!”

“그...그런 말도 안되는....! 내...내가 잘못했다...!

“어허!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야!”

강하가 정말로 자신을 3일 동안 굶길 것임을 알아챈 류월이 울상을 지으며 강하의 치맛자락을 잡아 애걸복걸해 보았지만, 강하는 굳건하게 반응했다.

“이...이게 다 이놈 탓이다..! 이놈만 아니었다면...이걸 그냥..!!”

­끄어어어어....­

“야 임마!”

그러더니 어느새 다시금 쓰러져 있던 아몬에게 다가간 류월이 그의 멱살을 잡으며 마구 흔들었지만, 아몬의 의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게 무도회장의 마무리는 류월의 울부짖는 소리로 마감했다나 뭐라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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