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 〉 그렇게 (반쯤)귀족이 되었다.
* * *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강하는 무릎을 꿇고,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 다시 한번 천천히 지금까지의 전개를 정리해보자.
분명 어젯밤, 무도회장에서 개판 친 류월을 혼내고, 귀족들에게는 엄청난 마력을 가졌다고 뻥까치고, 그놈을 잡아서 대충 넘겨준 뒤, 인생 타령을 하면서 나에게 준비된 방에서 잠들었는데....
아침이 되자마자 갑자기 사용인들이 몰려와서 나를 치장시킨 다음, 나를 끌고 온 곳이, 이 알현장 맞지?
강하는 아무도 몰래 흘깃 눈을 굴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제 무도회장에 있던 귀족들과 자신의 앞에 근엄하게 앉아있는 국왕.
그리고, 자신은 그 앞에 있었다.
강하는 앞으로 나오게.
예...예!
자신에게 다가오라는 말에 강하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뻣뻣하게 굳은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여서, 국왕이 앉아있는 왕좌의 앞까지 다가와 다시금 무릎을 꿇었다.
자네는 어젯밤, 귀족들과 왕실 가족들의 암살을 꾸미던 자객을 저지한 것이 맞는가?
....예...그렇습니다...
국왕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강하는 일단 맞다고 대답을 하는 편이 나아 보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큰 혼란을 미리 저지하고, 역적 에몬 베르크의 체포에 큰 도움을 준 이 소녀에게, 준 공작 작위를 내리는 바이다!
“......네?”
와아아아!!!
이어지는 국왕의 말에, 주변에 있던 자들이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네는 이제 우리 애슐란에서 공작과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며, 그에 대한 권한 또한, 가지게 될 것이네. 자, 이걸 받게나, 이 몸의 친필과 왕궁의 옥새가 새겨진 서류일세.
아...예....어...감사...아니 크나큰 명..예?입니다? 아 예...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그렇게 나는 귀족이 되었다.(애슐란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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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그....갑자기 귀족이라니....? 괜찮습니까...?
한바탕 귀족 서약식이 끝나고, 강하는 국왕의 집무실에 와 있었다.
하하! 놀랬는가?
이...이건 놀라고 자시고가 아니라....저는 외부인에다가 그저 여자애일 뿐인데....
그렇지, 만약 외부인이 아니라면 그냥 공작 작위를 내렸을 걸세, 허나 자네는 다시 한으로 돌아가야 하니, 자네에게 토지를 내려도 그저 거치적거릴 뿐이겠지.
아니 하....그게 아닌데...
어째서 자신에게 그런 특권을 줬는지 물은 강하였지만, 국왕은 그저 천연덕스럽게 웃을 뿐이었다.
자네가 세운 업적을 한번 보게, 먼저 자네가 집필한 [기초 조리 교본]에 의해, 애슐란의 식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했고, 귀족과 왕실 사람들의 암살을 저지했으며, 반역자 아몬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 이 정도라면 귀족 작위를 내리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어......그런...가?
‘저게 다 내가 한 짓이라고? 내가?’
국왕의 말을 듣던 강하는, 저 모든 일을 자신이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그래서 그 개자...아니 그 인간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에몬 베르크는 우선 작위 해제는 물론이고, 얼마 안 가 처형식을 거행할 걸세.
워우.....그 정도 일을 벌였으니 당연하기는 하겠죠,,,,?
.....심지어 변경백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적국과 내통까지 하고 있었으니, 오히려 잡혀서 다행이군, 이번에는 우리가 그 자를 심문하여 정보를 빼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나라 팔아먹는 놈들은 몇 번이고 그럴 테니 말이죠....
강하의 마음속에서 에몬은 그레이트 씹새끼에서 이완용 같은 그레이트 씹새끼로 이미지가 바뀌게 되었다.
나라 팔아먹은 놈은 죽어 마땅하긴 하지.
아무튼, 다행히 자네 덕분에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야, 그리고 고맙네...! 내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뻔했어...
고...고개를 드십시오!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국왕은 강하에게 다시금 고맙다는 말을 남기며 고개를 숙이자, 강하는 기겁하며 그런 국왕을 말렸다.
아닐세, 이 몸이 아둔하여, 내 소중한 가족들의 목숨이 위험한지도 모르고 허무하게 모든 것을 잃을 뻔했어....전부 자네 덕분이네...!
...하하...괜찮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철저하게 하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하하...그렇군...! 자네를 부른 이유는 별것 아니고, 내 개인적인 감사를 하고 싶어서였네, 이걸 받게나.
이...이건?
고개를 숙이던 국왕이 자세를 바르게 세우더니, 강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우리 애슐란에 얼마 없는 아티팩트라네, 이 펜던트를 착용하면, 어떤 말이든 번역해서 착용자가 알아들을 수 있게 바꾸어 주지, 반대로도 마찬가지라네.
으헤..?
말 그대로라면, 엄청난 고성능의 번역기라는 셈이잖아?
마력만 채워준다면, 언제까지도 사용 가능하지.
구..국왕님...이건 저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어허....자네는 자기 스스로를 너무 낮추는 것 같군, 고개를 들고, 허리를 펴게. 자네는 대단한 인물이야.
아....감사합니다...!
자꾸 고개를 조아리던 강하를 저지하며, 그녀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주는 국왕.
그렇게 고맙다면야...뭐....나는 자네가 만들어준 식사가 참으로 마음에 들던데....
하하! 얼마든지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오오!! 그게 정말인가? 그것 참 기대가 되는군!!
허나 그 역시 강하가 요리를 만들어준다는 말에, 지금까지 나눴던 대화 중, 가장 기뻐하며 말하는 것을 보면....뭐.
그렇게 강하는 준 귀족 작위와 고급 번역기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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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아티팩트야.”
“오오....나도 좀 보자....”
“시꺼 임마! 때 탄다..!”
국왕의 집무실에서 나온 강하는, 자기 직원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와,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그녀의 가슴팍에는, 국왕이 건네준 아티팩트인 펜던트가 달려있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지는 색감을 중심으로, 다양한 보석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펜던트는 아티팩트가 아니더라도, 아주 비싼 값에 매겨질 것이었다.
“그게 진짜 아무 말이나 다 번역이 된대요?”
“국왕님의 말대로라면야....아마?”
“그럼 어디보자.....{아씨의 드레스 모습 너무 귀엽다!}”
“...{그런 말 하지 마....}
“오오..! 진짜 되네요?”
펜던트의 성능에 대해 궁금하던 힐라가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던 말로 강하에게 물었지만, 강하에게는 마치 영화를 자막으로 보는 것처럼, 모든 뜻이 적절하게 번역되며 그의 뇌리에 전달되었다.
펜던트를 의식하며 말하자, 자신도 모르게 힐라가 말했던 언어 그대로 말하는 것도 가능했다.
“근데 이게 무슨 말이야? 처음 들어 보는 말인데?”
“아아~이건 엘프들의 언어에요, 인간들은 거의 들어본 적이...없는...그런 단어죠...”
신기함을 느끼던 강하는 힐라에게 무슨 언어냐고 묻자, 한껏 밝은 얼굴로 말하던 힐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칙칙해져 갔다.
“....어제부터 그러던데....무슨 일 있어?”
“아...아뇨..! 그게....에휴...”
어제부터 힐라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던 강하가 힐라에게 묻자, 힐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은....어제 여기 애슐란의 국왕님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더니 힐라는, 자신이 이렇게 기분이 나쁜 이유를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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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심까...?
애슐란에 막 도착한 뒤, 국왕의 집무실에 혼자 남게 된 힐다가 자신을 남긴 국왕에게 물었다.
자네의...그...엘프 종족에 관한 이야기라서 그렇네.
...그게 무슨 의미시죠?
국왕의 앞에서도 특유의 털털함과 미소를 보이던 힐다는, 국왕의 한마디에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자네의 엘프들이 살던, 하멜린이 마족의 공격을 받아 사라진 것이 약 200년 전. 그 뒤로 엘프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이 애슐란에서 모습을 감추었지.
....마족 놈들....그놈들이 감히....그래서,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 엘프들이 최근, 애슐란의 한 숲속에서 자주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있네.
예? 그...그곳이 어디죠? 어느 방향입니까? 여기서 얼마나 걸리는...
그저 잔잔하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마음에 불이 붙어버리는 힐다가 싸늘하게 국왕을 노려보더니, 이내 그의 입에서 엘프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면서 빠르게 말들을 쏟아냈다.
지...진정하게. 나도 그 마음 이해하니...
...후...엘프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이런다니까....죄송합니다.
크흠....! 괜찮네, 그들이 보인다고 자주 언급되는 곳은, 여기, 왕궁이 있는 애슐란의 수도, 발헤임에서 조금 떨어진 하멜른 숲이라네.
그..그렇군요...그렇다면 어떻게든...
잠시 기다리게, 엘프들의 출몰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기이한 이야기 또한 퍼져나가고 있으니.
기이한...이야기?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단신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던 힐다를 국왕이 멈춰 새웠다.
그 숲은 이상하게도 전혀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더군, 분명 숲으로 나아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다시 숲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일세, 몇 주 전, 그런 소문의 향상을 조사하기 위해 직접 조사단까지 꾸려, 하멜른의 숲으로 그들을 보냈으나, 전혀 숲의 안쪽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받았지.
....그것은 이상하군요...숲은 우리의 가족이자 소중한 보금자리이기는 하나, 그런 고등의 환술을 부린다는 것은, 제가 살았던 곳에서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멀리서 찾아온 엘프에게, 이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도록 하죠.
하하! 괜찮네, 그보다도, 그들이 자네를 기다리지 않겠나? 어서 가보게.
그럼...
국왕은 그런 힐다에게 자신의 종족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고, 그녀를 돌려보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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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자꾸만 그 하멜른 숲에 관한 생각이 든다, 이거야?”
“예...2 세기 전에 헤어진 동포들인데...어떻게든 만나보고 싶습니다.”
“마치 이산가족 같네...”
힐다가 요즘 들어 이상해진 이유를 들은 강하가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류월, 너도 환각에 대해 좀 잘 알고 있지 않아?”
류월 정도라면 그런 괴현상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류월을 부른 강하였지만.
“..........”
류월은 아까부터 벽 쪽에 쪼그려 앉아, 묵묵부답이었다.
“삐졌네.”
“삐졌구먼.”
“삐졌네요.”
“기분이 상하신 듯 보여요...”
자신을 욕하고, 굶겨버린 것에 단단히 삔또가 상해 보이는 류월.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강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갈비찜.”
쫑긋.
“윤기가 흐르는 스테이크, 폭신폭신한 빵, 치즈가 흘러내리는 피자.”
쫑긋. 쫑긋쫑긋.
강하가 천천히 음식들을 읊조리기 시작하자, 이에 맞추어 류월의 귀도 연신 쫑긋거렸다.
“네가 이 일을 도와주면, 굶기겠다는 말 취소하고, 네가 먹고 싶은 거 만들어줄게.”
“당장 출발하지.”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류월에게 내린 벌을 없애주고,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주겠다고 하자, 벽 앞에서 쪼그려있던 류월의 모습은 어디 가고, 당당하게 강하의 앞에 서 있는 류월이 말했다.
“.....다 좋은데 일단 침은 좀 닦아라.”
“.....쓰읍..”
그렇게 힐라를 위해, 하멜른 숲으로 떠나는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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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팬아트를 받았습니다!!!!!
와..진짜...저 이런거...처음이라서....와....일단 너무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열심히 써내리겠습니다!!!!!!
다시 한 번 팬아트를 그려주신 ㅇㅇ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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