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6화 〉 엘프들의 마을, 이샤렌. (116/289)

〈 116화 〉 엘프들의 마을, 이샤렌.

* * *

­그러고 보니, 애슐란 어는 어디서 배운 거야?­

­마을이 재건됐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부족한 것이 많아서, 인간들과 교섭을 위해 배워뒀어, 우리 마을의 1/3 정도는 할 줄 알 거야.­

­와....대단한데?­

“한동안 힐라의 얼굴이 어두웠는데, 다행이네.”

“그러게요, 오랜만에 만난 벗이 반가운가 봐요.”

깊은 숲속 길.

힐라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너무나도 반가운지, 마치 강아지처럼 리브의 곁을 떠나지 않고, 딱 달라붙어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 다 왔어. 우리 엘프들의 새로운 마을, 이샤렌에 환영해!­

“와....”

­이 곳이, 엘프들의 숨겨진 마을인가....?­

분명, 금방까지는 주위를 돌아봐도 시야를 가리는 나무만이 빽빽하게 자라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시야가 밝아지며, 넓은 공간으로 나오게 되었다.

먼저 보이는 것은, 다른 나무들과 비교조차 불가능한 세계수 같은 거대한 나무.

자세히 바라보니, 거대한 나무에 여러 구멍이 보였는데, 아마 나무 안을 파내어, 집을 만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 귀가 긴 엘프만 보였는데, 엘프는 영원한 젊음을 산다는 말처럼, 모두 20대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선봉대가 돌아왔네?}

{어? 그런데 누군가와 같이 있어, 침입자를 체포한 건가?}

{잠시만....저 애는....?}

우리가 마을에 들어서자, 주변을 걷던 엘프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고정되었다.

{아....하렌...칼리....모두들.....!}

{힐라? 힐라잖아?}

{나..나야! 힐라라고!!!}

주변을 거닐던 엘프들도, 힐라의 지인이었는지, 힐라를 알아보자, 힐라는 결국 그들에게 뛰쳐 달려 나갔다.

{너 어디에 있었던 거야?!? 우리가 얼마나 너를 찾았는데...}

{힐라....보고 싶었어...}

{나....흐윽....! 나..나도...!! 정말 보고 싶었어...!}

힐라를 반기던 그들은, 힐라를 상냥하게 안아주며, 그리움을 전해주었다.

­...힐라는 예전부터 외로움을 잘 타던 아이였죠....항상 밝게 지내지만, 우리가 없을 때는 언제나 울보가 되었답니다.­

­그렇군요....­

언제나 긍정적인데다가 장난끼가 많던 힐라의 의외의 모습을 본 강하는, 이곳으로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저희도 외부인을 손님으로 들이는 건, 이 마을이 생기고 나선 처음 있던 일이라...먼저 족장님께 인사를 건네러 가시는 건?­

­네, 좋아요.­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너희들은 이제 물러나도 좋아, 나 혼자 이들을 족장님께 안내할게.}

{하...하지만, 그들은 외부인, 그렇게 쉽게 믿을 존재들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더욱 경계해야...}

엘프 마을의 족장에게 우리를 보이기 위해, 병사들을 물리고 자신 혼자서 그들을 안내하겠다고 하자,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던 병사들이 반발하며 리브에게 간청했다.

{너희들은, 저 힐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분명 좋은 사람들이야...}

{그....그래도...}

{그리고, 그 위장막을 깰 정도면, 우리가 강압적으로 나가봤자 좋을 것은 없을 텐데...}

{그...그렇기는 한데....}

허나 리브는 그런 자기 부하들의 부탁을 거절했다.

분명 우리 엘프들은 그 구조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지대한 마법, 위장막을 간단하게,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깨뜨리고 다시 복구하는 실력이면, 엘프마을의 전 병력을 쏟아부어도, 승패를 가늠하기 힘든 점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리브는 느꼈다.

그 어리광쟁이 힐라가,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을 믿고 신뢰한다는 것이겠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리브는, 자신의 친우, 힐라를 믿기로 정했다.

‘역시 다른 엘프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환영받지는 못하나?’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를 전부 엿들은 강하였다.

강하 일행이 이해하지 못하도록, 엘프어를 사용한 그들이었지만, 강하에게는 국왕이 선물한, 펜던트가 있었다.

‘류월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어야겠다...’

이곳에서 만큼은 류월이 절대로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각오한 강하였다.

­실례, 제 부하가 잠시 전달할 말이 있다고 하여서....그럼 가실까요?­

리브는 그들을 위해, 자신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속인 체, 그들을 엘프 마을, 이샤렌의 족장에게 안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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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진짜 넓네....”

­음...! 나무향이 좋군..!­

“뭔가 동화 속 세상 같아요....!­

리브를 따라 들어온 곳은, 멀리서 바라보았던 세계수 나무의 내부였다.

­저희 엘프들은, 자연이 내려준 선물, 숲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무를 부숴서 집을 짓기보단, 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선택했죠, 저희의 뜻을 존중하시는 엘프의 여신님, 아샤께서도 우리를 갸륵히 여겨, 세계수의 씨앗을 저희에게 전해주었지요.­

­오오....그렇군요.­

여기 세상의 엘프들도, 현대 판타지에 등장하는 엘프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니, 거의 똑 닮은 구석 천지였다.

­그럼 혹시, 사냥을 하시거나 고기도 드시나요?­

그런 리브에게, 혁수가 지금까지 묻고 싶었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현대 판타지 소설의 엘프라 함은, 육식을 거부하고, 생식만을 즐기는 비건으로 묘사되어 있었기에, 그들도 마찬가지인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자연의 굴레에 맞추어 살아갑니다, 약육강식 또한 자연의 굴레 안에 있죠, 그렇기에 저희도 사냥을 하고, 육식 또한 즐긴답니다, 물론, 그 씨가 마르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균형을 맞추지요.­

­아하!­

다행히도 그들은 고기도 먹는 타입인가 보다.

그렇지, 채소들 또한 훌륭한 요리 재료지만, 고기 없이 어떻게 살아?

요리사인 강하와, 그녀의 제자인 향이와 파렌 또한 리브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희 족장님은 세계수의 꼭대기 층에 계십니다.­

­오우....저길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건가...?­

리브가 천장을 가리키며 말하자, 모두 천장을 바라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장은 중앙에 구멍이 뻥 뚫려있었는데, 그 높이가 63빌딩은 가볍게 넘길 정도의 높이였기 때문이다.

­저길....걸어 올라간다는 것인...가? 하하...­

“......다리가 버틸 수 있을까?”

“참....네놈들은 너무나도 약하구나, 겨우 저 정도를 걷기 싫어한다니...”

“아니...! 강하 형하고 류월 너는 다른 차원이잖아!! 우리는 그냥 연약한 인간이란 말이야....”

모두 한숨을 푹 내쉬고 있을 때, 류월이 혀를 쯧쯧 차며 말하자, 혁수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흑룡인 류월과, 반룡인 강하는 저 정도 높이라면 후딱 뛰어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후훗...걱정 마시길, 모두 이쪽으로.­

그런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던, 리브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가볍게 웃더니, 우리를 불렀다.

­전부 모이셨죠? 그럼....부탁해, ‘실피’.­

일행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리브가, 손을 모으며 중얼거리자, 그녀의 손에 바람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육안에 보일 정도인 작은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바람의 정령, 실피. 였다.

­실피라면...정령?­

­아! 잘 아시네요?­

­아...힐라가 저번에 보여줬던 게 기억이 나네요.­

­정령인가...나도 저번에 사부님이 닦달해서 노움...? 이라는 녀석이랑 계약은 했는데...불러내본 적이 없네...­

­오....정령이 인간이랑 계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재능이 있으셨나 보군요.­

­그..그런가....? 헤헷...!­

힐라가 빵 반죽을 할 때 소환했던 실피를 본 적이 있던 스타 주막 일행들은 크게 놀란다기보단, 익숙한 얼굴이 나와서 반가워했다.

­저....정령! 저게 바로 정령인가...! 나....나는 고작 책에서만 보았을 뿐이었는데....! 자세히...조금만 더 자세하게 보여다오...!­

하지만 우리의 호기심 대마왕, 아델리아는 정령을 실제로 본 것이 처음이었는지, 잔뜩 흥분하며 실피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있었다.

­자, 거기까지, 왕녀님 너무 흥분했어요.­

­지...진혁 네 이놈...! 이 팔을 풀지 못할까!­

­우리 왕녀님은 항상 이러시니 무시하시면 편합니다.­

그런 아델리아의 브레이크가 되어주는 진혁이 그녀의 팔을 붙잡으며 리브에게 말했다.

­아...네....그럼..실피, 우리를 족장님이 계신 곳까지 올려줘.­

[...!!...!...!....!!~]

살짝 떨떠름한 얼굴을 보이던 리브가, 실피에게 부탁하자, 실피는 우리 주변을 마구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나..난다! 날고 있어...!”

“이것이 무중력인가....! 개쩐다...!”

그러자 강하 일행들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천장에 뚫린 구멍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신기한 감각에 모두 당황 반, 흥분 반 상태가 되어 마구 소리쳤다.

그렇게 약 2분 정도 지나자, 우리는 세계수의 맨 꼭대기 층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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