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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화 〉 내 몸의 시한폭탄. (123/289)

〈 123화 〉 내 몸의 시한폭탄.

* * *

­부르셨나요?­

만찬이 끝난 후, 강하는 다시금 백룡이 자리를 잡고 있던 세계수의 최하층으로 내려와 있었다.

‘여기는 역시 적응이 잘 안 된다니까...’

바닥에 끝도 없이 펼쳐진 하얀 꽃들이, 마치 저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강하는 이게 좋다고 만들어 놓은 백룡의 센스를 이해하지 못했다.

­음, 왔니?­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백룡이 그런 그녀를 맞이했다.

­식사는 입에 맞았을는지 모르겠네요.­

­후후....너도 참 짓궂구나, 내가 식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몰래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았니.­

­하하...요리사가 흥미가 깊은 것은, 자신의 요리를 맛보는 손님의 반응이라서 말이죠~­

강하는 이미 백룡이 자기 요리에 푹 빠져, 정신없이 먹은 모습을 다 보았음에도 요리에 관한 질문을 하자, 백룡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그나저나 몰래 훔쳐봤었는데, 역시 용이라는 종족은 참...

­그래, 역시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걸까? 내 생에 처음 보는 요리들이었지...­

­....! 그걸 어떻게...?­

그리고 이어지는 백룡의 말은, 강하가 깜짝 놀라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

강하.

그의 본이름은 강준이며,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미슐랭 셰프로 일하던 남자.

그와 친한 동생인 혁수와 함께, 변변치 못한 사고로 인해 이 세계로 떨어진, 이세계인 이었다.

­이 세계의 사람은 누구나 마력을 띄고 있지, 하지만 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력이 전혀 보이지 않더구나.­

­그러고 보니 류월도 그렇게 말했었지....­

아무리 생김새가 똑같다고 해도, 현대의 인간과 이세계의 인간의 차이점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 요리는 네가 다른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는 요리이니.­

­그런....가요?­

­뭐, 이세계의 존재를 소환하는 마법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으니 말이야.­

­네??!?­

­특히 인간들이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마법이었지, 상대가 마족이든, 인간이든, 전쟁을 벌일 때, 조금이라도 상대보다 뛰어난 무언가를 통해, 이기려는 작자들은 언제든지 있었단다.­

­그렇...군요?­

‘진짜 말 그대로 마왕 같은 상대와 겨루는 '용사' 같은 것인가?’

­허나, 이세계인들은 이 세계의 존재들과 다르게, 마력이라고는 전혀 없고, 그들이 가진 지식도 이 세계에 정착시키기 힘들어, 결국 이 마법은 잊혀져가게 되었지.­

­......그렇다면....저도?­

­그래, 누군가가 너희들을 소환한 것 같구나.­

소환, 소환인가...

­그렇다면....그렇다면...! 저는...아니 저희는,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나요?­

묵묵히 백룡의 말을 들어오던 강하는, 언제나 자신의 마음속에 맴도는 한 마디를 끄집어냈다.

­가능하단다.­

­..........!­

­하지만, 너희들을 소환한 마법 영창을 한 존재가 직접, 너희들을 보내줘야만 가능하단다, 애초에 그 술식 자체가 마력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서, 우리 같은 드래곤 같은 종족이 아니라면 혼자서 소환하기에는 크나큰 어려움이 있을 테지.­

­.....백룡님이 나선다고 해도 말인가요?­

­그렇단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너희들을 부른 것은 내가 아니니, 도와줄 수가 없어 미안하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백룡의 말.

­아닙니다. 정말로....감사합니다!­

위대한 드래곤조차도 나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주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괜찮았다.

지금은, 이런 실마리를 얻은 것에 감사하도록 하자.

­그리고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네? 무슨...일인데요?­

그렇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실마리에 기뻐하며 주먹을 쥐던 나에게 백룡이 말했다.

­어째서 너는 류월이의 힘을 쓰는 거니?­

­어....그거요?­

­그렇단다, 분명 인간이기는 한데, 용의 힘이 섞인....반룡?­

­하하...이거 말하자면 조금 길어지는데...­

그렇게 강하는 자신의 힘에 대해 궁금해하는 백룡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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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류월이의 용석을 삼켰더니, 그렇게 됐다. 라.­

­류월의 말로는,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서 마력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라고 하던데요.­

­음음, 그건 맞는 말이란다. 용의 힘이란 그렇게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류월이의 말대로 일회용으로는 사용 가능해도, 너처럼 자신의 몸에 용의 기운이 합쳐지는 경우는.....이것 참,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너를 만나고 나서 이때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일들이 마구 터져 나오는구나.­

­하하....그렇다면 저뿐만이 아니라....혁수나 진혁.....아니 저와 같은 세계에서 오게 된 사람도 용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가요?­

­음....그건 아마 힘들 것 같구나.­

­....왜요?­

­....이걸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아!­

이 힘이 어째서 자신만 사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강하의 질문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던 백룡은, 무릎을 탁 치더니, 자신의 마력을 끌어모았다.

­자, 이게 뭘까?­

­엄....그릇...인가요?­

­그래, 이건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그릇이란다.­

그러더니 그녀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텅 빈 그릇을 하나 만들었다.

­이 그릇을 너라고 생각하고 들어보렴, 이 세상의 사람들은 보통, 이런 자신만의 그릇에 크든, 작든 마력을 지니고 있단다.­

그렇게 말하던 백룡은 손가락을 내젓더니, 이내 빈 그릇에 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용의 마력.­

손가락을 계속 휘젓던 백룡은, 금방 그릇에 생겼던 투명한 물이 아닌, 새하얗고 불투명한 액체를 공중에 둥둥 띄워놓았다.

­용의 힘이란 매우 특별해서, 다른 힘과는 전혀 섞이지 않는 특성을 보이고 있단다. 자, 이런 식으로.­

­오오...­

백룡이 자신이 만든 액체를, 투명한 물이 담긴 그릇에 부어내자, 그 액체는 그릇에 들어가, 물과 섞이지 못하고 튕겨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너는 그런 마력이 없었기에, 용의 마력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지.­

그리고, 그릇에 들어있던 물을 없애, 다시금 텅 빈 그릇에다가 액체를 넣자, 이번에는 스무스하게 그릇을 액체가 가득 채웠다.

­하...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혁수나 진혁이도 텅 빈 그릇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허나, 백룡의 말대로라면, 혁수나 진혁도 텅 빈 그릇일 테니, 충분히 가능할 텐데, 어째서 자신만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 강하가 백룡에게 물었다.

­사람은 모두 그릇을 가지고 있지만, 그 크기는 제각각이란다.­

그런 강하의 질문을 듣던 백룡은, 이번에는 여러 가지 크기의 빈 그릇을 만들었다.

처음에 꺼냈던 그릇보다 큰 그릇도 있지만, 훨씬 작은 그릇 또한 존재했다.

­그리고, 네가 삼켰던 그것, 인간들이 여러 가지 호칭을 붙이기는 했지만, 나는 일단 [용석]이라고 부른단다.­

­어...그건?­

빈 그릇을 다 꺼낸 백룡이, 또 무언가를 꺼내자, 강하는 어디서 많이 봤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반짝거리는 윤택을 지닌 동그란 구슬.

그녀가 이런 몸이 된 원인인 여의주였다.

하지만, 류월이 건네준 것은 칠흑같이 어두운색을 가졌는데, 저 용석이라고 불리는 것은 매우 새하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네가 알던 것과는 다르게 생겼지? 이 용석은 생성해내는 용의 성질에 맞추어져서 색깔이 바뀐단다.­

­그렇군요?­

­자, 다시 넘어와서, 이 용석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드래곤은 아주 어마무시하게 많은 마력을 만들어 내는데, 가끔, 육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마력이 넘치는 경우가 있단다.

그럴 때, 이 드래곤의 육체는 그런 넘치는 마력을 구체화해서 내보내는데, 그것이 용석이란다.­

­으음.....그렇...구나...­

‘그러니까.....저걸 인간에 대입해 보면....그냥 배설...아니 부산물 아냐? 그리고 그걸 나는 먹어버렸...’

­음? 왜 그러니? 표정이 안 좋은데?­

­아...아뇨아뇨! 계속 설명해 주세요.­

백룡의 설명을 들은 강하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져 갔지만, 계속 설명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백룡은 이어서 설명을 이어갔다.

­금방, 내가 인간들은 전부 각자의 접시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하지만 이 용석은 딱 정해진 용량이 존재한단다.­

­자, 이 액체를 용석의 마력이라고 치고, 다른 접시들에도 부어볼까?­

그렇게 말하던 백룡이 제작기 다른 그릇에 양이 똑같은 액체를 들이부었다.

그러자, 크기가 작아서 액체가 넘쳐흐르는 그릇도 있지만, 크기가 상당해서 다 부었는데도 아직 자리가 남은 그릇 또한 존재했다.

­이렇게 그릇이 커서, 용석의 힘이 다 담기면 단기간 동안 용의 힘을 사용할 수 있지, 하지만, 그릇이 작아서 용석의 힘이 넘치게 된다면....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그릇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단다.­

­.....산산조각이 나면 어떻게 되나요...?­

­아마 죽겠지?­

­히익...!­

아주 가벼운 어투로 끔찍한 결과를 이야기하는 백룡이었다.

­그 중에서도, 네가 아주 특별한 경우란다, 그릇의 크기와 용석의 힘이 아주 딱 맞아떨어져서, 그대로 융합해버린 경우, 그것이 네가 용의 힘을 쓸 수 있고, 너만이 그 힘을 쓸 수 있는 이유란다.­

­그렇군요...­

‘그렇구나, 그래서 내가 반룡이 된 것이구나?’

백룡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덕에, 강하는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잠시만, 만약에 내가 지금의 그릇보다 작은 크기였다면....나 그때 용석을 삼켰을 때 죽었겠네?......진짜 십년감수 했구만...’

머릿속으로 자신의 끔찍한 광경을 떠올리던 강하는 팔뚝에 돋은 소름을 팔로 덮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직 너도 완벽하게 융합이 되지 않은 것 같네?­

­네?­

­급하게 융합이 되어서 그런지, 그릇이 상처투성이야, 이러다가는 그릇이 깨져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어.....네?­

그러니까 그 말인즉슨, 나 지금 시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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