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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화 〉 엘프 마을과 작별. (126/289)

〈 126화 〉 엘프 마을과 작별.

* * *

­그래서....이 아이가.....그 검이라고?­

[맞아요 왕녀...냠...냠...님..! 우걱...!]

­오..오오...!! 인간의 형태로 변하는 검이라니....! 도대체 그 작동원리는 무엇이지?!....이건...어떻게든 알아봐야...!­

­으악....! 차...참아요!! 쫌!!!­

마치 걸신들린 것처럼 강하가 차려준 음식을 맨손으로 마구 집어먹는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던 아델리아가 눈을 희번뜩 뜨며 천천히 다가가는 것을, 진혁이 가까스로 말렸다.

“참으로 복스럽게도 먹는군.....여...여봐라!! 그것은 이 몸의 고기다! 어딜 감히...!”

[히...히익..! 조...죄송해요오....]

“흥....알면 되었다. 앞으로 조심하거라.”

그런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던 류월은, 자신의 앞에 놓인 고기에 손을 얹으려는 드라고노바에게 크게 호통을 치며 나무라자, 드라고노바는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용서를 빌었다.

저번의 강하와의 전투와 무도회장에서의 광경을 직접 경험한 드라고노바는 지금까지도 류월을 매우 무서워했다.

[힝....주이인....나 무서워....]

“그래 그래....허어....이거야 원...”

쥐똥만 한 눈물을 그렁그렁 흘리면서 고기 양념이 덕지덕지 묻은 손으로 자기 주인인 진혁에게 달라붙는 드라고노바를 바라보던 진혁은, 이게 자신의 무기인지 어리광쟁이 여동생인지 모를 지경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건 그렇고....백설님?­

­응?­

­저를 부르신 이유가 뭔가요?­

막 구워낸 지글거리는 고기가 담긴 무쇠 팬을 식탁에 올려놓던 강하는, 자신을 호출했던 백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아~ 별건 아니고, 너희들, 내일 중으로 돌아가는 거지?­

­아 네...그렇습니다만?­

­너희들이 떠날 때, 나도 같이 따라가려고.­

­아하~ 그러시구나......예?­

­어머나~ 이 고기도 참 맛있네~­

빙긋빙긋 웃으며 금방 강하가 들고 온 고기를 맛보던 백설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형뉴스를 말하고 말았다.

­뭣이? 그것이 참말이더냐? 백설, 너도 우리와 함께 가는 것이냐...?­

그리고 그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인물은 바로 류월이었다.

­응, 오랜만에 본 류월이랑 헤어지는 것도 아쉽고....저 아이가 내 생각을 바꾸어주었거든.­

­...!..!!...그것이...참말...이더냐? 정말...정말 이 몸과 같이 가는 것이냐..?­

­그래, 너와 함께 있을 것이란다, 류월.­

마치 쉬는 날, 부모님이 놀이공원을 데려다 주는 것처럼, 환하게 웃은 류월이 자신도 모르게 백설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두 용이 서로를 감싸안고 있을 때.

“어.....? 그렇게 되면.....한 명도 어마무시한 파급력을 가진 드래곤이....두...명?”

“형, 혹시 전생에 드래곤 테이머였어? 아니면 전설의 포X몬 트레이너? 무슨 전설의 존재들이 형만 따라다니냐?”

“....닥쳐봐, 지금 농담할 상황 아니야.”

류월.

딱 한 개체인 류월만으로도 지금까지 아주 성가신 일들에 휩싸여 왔다.

백설은 류월과 다르게 사리분별을 할 줄 알고, 총명해 보이는 듯했지만, 아니다.

저 양반의 머릿속도 온통 꽃밭인 것이 틀림없었다.

생각해보면, 살기를 거부하고 최하층에 틀어박힌 백설을 꺼낸 것도 자신이었다.

“...스스로 불러온...재앙에 짓눌려어~”

“즌쯔....드츠르그...”

“아..! 아아악!!! 아...알았....!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놓고...이야기를 좀...”

그런 자신의 머릿속 상황을 알고는 있는지, 옆에서 계속 깝죽대는 혁수의 구레나릇을 쥐어뜯고나니, 드디어 조용해 졌....

­뭣이? 우리를 따라 백설, 자네가 온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우리 왕궁에 오게 될 터, 아바마마가 놀라 자빠지지 않을까 고민이로구나......­

바로 옆에서 얼굴을 들이미는 아델리아가 눈을 반짝거리며 관심을 가져왔다.

­흠.....그렇다면 차리리 이건 어떠한가?­

­뭐가 말입니까?­

­이 엘프들의 마을이 있는 하멜른 숲은 엄밀히 따진다면 우리 애슐란 왕국의 영지에 들어와 있다네, 그렇다면 이 엘프의 마을을 아바마마께 부탁하여,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관계를 쌓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백설은 이 엘프 마을의 대사로써, 우리 왕궁에 방문하는 걸세.­

­음....나야 뭐, 상관없다지만, 이르마, 어떻게 생각해?­

­힐라의 말로는, 이미 인간들의 마을에 저희의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왕녀님의 말대로 차리리 우리 쪽에서 직접, 이 마을을 밝히고 인간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그렇다면 결정되었군! 그렇다면 간단한 서류작성부터 시작할까?­

­네, 그렇다면 잠시, 자리를 옮길까요?­

­좋지.­

아델리아와 이르마는, 순식간에 대화를 이어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뭐, 우리는 정치 따위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야겠지.”

“그렇다, 그러니 어서 다음 요리를 가져다주거라.”

이런 일은 전문가가 알아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아는 강하는 어깨만 으쓱거릴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 잠깐만! 그러고 보니 너, 내 펜던트 언제까지 빌릴 거야?”

그렇게 다시금 주방으로 돌아가려던 강하는,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이 고개를 획 돌려, 류월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가슴팍에 달린 펜던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윽...! 허...허나! 백설은 한의 말을 하지 못하지 않더냐, 그렇다고 용언으로만 대화하는 것도 불편하니 말이다....”

“흠...그것도 그렇네....”

솔직히 강하는 저 펜던트가 당장 있지 않아도, 그리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저건 자신의 것 아닌가.

상당히 고급품인 물품이었기에, 신경이 쓰이는 것도 당연했다.

“에휴....잃어버리면 안된다?”

“당연하다! 너는 자꾸 이 몸을 어린 꼬맹이로 보는구나!”

‘그럼 어른스러운 행동을 좀 하던가....’

결국 한숨을 푹 내쉬며 당분간 펜던트는 류월에게 맡겨놓도록 하는 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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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엘프들의 마을, 이샤렌 중심지에는 수많은 엘프가 자리를 지키며 서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백설님....정말 가시는 겁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늘은 바로, 자신들이 섬기던 수호신이자 위대한 백룡, 백설이 엘프들의 마을을 떠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가들아, 이 나는 조금 더, 다른 것을 알아보고 싶구나.­

­백설님께서 그렇게 말하신다면야....­

­부디 몸조심 하십시오!!­

­이르마님도 무사히 다녀오셔야 해요!­

이르마 또한, 엘프 마을과 애슐란의 무역을 하기 위한 대사로서 왕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솔직히, 백설이 엘프의 마을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자고, 또 잠들고, 잠든 것밖에 없었기에, 이르마가 따라나설 필요가 있었다.

­네, 그럼 제가 없는 사이, 이샤렌을 부탁해요. ‘임시 족장’님.­

­이르마님도 참....짖굿으십니다...­

이샤렌의 족장인 이르마가 마을을 비워, 잠시 그 위치를 맡을 사람이 필요했기에, 이르마는 그 상대로 리브를 꼽았다.

철두철미한 성격과 다재다능한 그녀의 능력을 높게 산 이유였다.

{리브....}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힐라는 이제 곧, 이곳을 떠난다는 생각에 기분이 울적해진 상태로 울먹거렸다.

{어라? 우리 울보 씨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네?}

{시...씨그러! 아니거드은..?}

{.....괜찮아, 다음에 또 볼 수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다음번엔 네 자매들도 데려오라고,}

{....응!}

그런 힐라를 지긋이 바라보던 리브는, 밝게 미소 지으며 힐라를 배웅해 주었다.

­셰프니임!! 다음번에도 꼭 방문하셔야 해요!!!­

­백설님!!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강하 일행은 엘프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샤렌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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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오랜만에 보는 들판이네.”

“그러게요, 시아가 밝아지는 느낌은 상당히 좋아요.”

하멜른 숲에서 나온 강하는 우거진 숲에 우뚝 솟은 나무들이 아닌, 탁 트인 들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자! 그럼 이제 왕궁으로 돌아가야지! 왕녀님? 마차는 언제쯤 온답니까?­

이제 이 숲으로 왔던 것처럼, 마차를 타고, 왕궁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어....그게 말이다.....지금에 와서야 생각이 났는데....깜빡하고 우리가 언제 돌아갈지 미리 언질을 해두지 않았구...나...­

­....예?­

곤란한 표정을 지은 아델리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미친...

“헐....조졌는데?”

­그럼 저희는 어떻게 하죠...?­

­거...걱정 말거라! 이런 일을 대비해서 긴급 통신용 마도구를 챙겨 왔으니!­

­....그래서 연락하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어....우리가 마차를 타고 꼬박 하루는 걸렸으니....그 정도?­

­하루요?­

아델리아가 가방에서 밝은 구슬을 꺼내며 마치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렇다면 하루 동안 이곳에서 있어야 한다는 소리인데....금방 헤어진 마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정말 조금 전에 엘프들이 눈물 콧물 흘려가며 작별의 인사를 마쳤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금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런 공기 어색해서 견디지를 못해...!’

­무슨 일이니?­

그렇게 곤란한 상황에 빠진 그들의 앞에,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 자는 바로 백설이었다.

­그게...지금 현 상황이 어떠냐면....­

그렇기에 강하는 현재 상황을 백설에게 알려주었다.

­그렇구나....근데 굳이 마차를 타고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니?­

­네? 그거야...걸어가는 것 보단 빠르니까요?­

모든 설명을 들은 백설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강하에게 묻자, 강하는 뭘 그리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이 대답해주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날아서 가는 것이 더 빠를 텐데?­

­예? 아니 무슨 날아다닌다고....여기 비행기가 있는 것도 아닌...아닌.....설마?­

­맞단다, 여기 나하고 류월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니?­

“음? 무슨 일인게냐?”

그렇게 말하던 백설은 류월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빙긋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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